그깟 껍데기가 뭔 대수라고, 소중하게 접은 껍데기를 조심히 넣는 모습을 보고 이해 못하겠다는 듯 ㅇㅇ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차 지금 내가 급한건 쟤가 아니라 문제집이였다. 급하게 시계를 쳐다보며 시간을 계산했다. 오늘 잠이 쏟아지는데도 꾸역꾸역 일찍 일어난것도 이것 때문이 아닌가. 십분을 날려먹은 것을 확인한 ㅇㅇ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 너 빨리 네 자리로 가. 나 지금 바쁜데 십분이나 지났어 "
" 아 그러니까 포기하고 나랑 놀자고 "
" 그걸 말이라고 아 됐다 어서 가라 "
아득바득 여기 있겠다고 버티는 구준회를 등떠밀어 보내다, 지지리도 말을 안듣자 ㅇㅇ는 뭔가 결심한듯한 표정으로 준회를 바라보았다.
" 너 수학 잘해? "
" 왜 "
" 나 수학 좀 도와줄래? "
ㅇㅇ가 도움을 요청하자 흔들리는 동공을 애써 숨기고는 그래...뭐... 도와줄께.... 내뱉는 준회였다. ㅇㅇ가 자리에 앉고 귀 뒤로 머리카락을 사락 넘겼다. 어쩜 쟤는 손도 이쁘냐. 마침, 열어둔 창문에서 햇살이 내리쬐고 바람이 멈췄다. 어디선가 일렁이는 달콤한 향기에 취한듯 멍하니 ㅇㅇ의 자태를 감상했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살짝 붉어진 코끝. 겨울바람이 많이 찬가? 싶은 준회는 순간 창문을 닫고 올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 자 봐, 이 문제에서 이 부분이 왜 이렇게 되는건지 모르겠어. 앞에 예시에서는 이렇게.. 나왔단 말이야. 그래서 똑같이 해봤는데 이부분이 왜 나는 이렇게 되는건지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알려주라. "
갑자기 고개를 든 ㅇㅇ에 준회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 야, 어디가서 그러고 다니지마라. "
얼굴 그렇게 갑자기 들면 설레잖아.. 사춘기 여고생마냥 얼굴이 뜨거워지는지 손부채질을 하며 떨리는 목소리를 감춘채 말했다.
" 네 그러시겠져 "
교실이 더운지 연신 손 부채질 하는 구준회를 얄미운 듯 힐끗 쳐다보았다. 내가 뭘 했다고 나한테 또 시비야. 입술을 삐죽 내민 ㅇㅇ가 툴툴 거렸다.
" 그래서 어떻게 푸냐고 "
그제서야 문제를 본 준회가 쉽다는듯, ㅇㅇ의 필통에서 연필을 꺼냈다. 문제집을 돌려 제 쪽으로 향하게 하고선, 문제들로 빼곡한 문자들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이게 영어야 수학이야. 빈 곳에 거침없이 풀이를 적던 준회가 브레이크 밟은 자동차 마냥 끼익, 멈춰섰다. 분명 제가 풀던 문제의 유형과 비슷하길래 그렇게 풀었는데 오답이 나온다. 어떡하지 고민을 하던 준회가 배시시 웃으며 ㅇㅇ를 바라보았다.
" 내가 푼거랑 좀 다르네 미안. "
재빠르게 제 자리로 가는 뒷모습을 보며 이마를 잡는 ㅇㅇ가였다.
그때 우리반에는 김동혁이 있다는 생각에 희망에 부푼 ㅇㅇ가 두리번 두리번 김동혁이 왔나 둘러보았다. 저기. 자기 자리에서 문제집을 풀고있던 동혁에게 가, 어깨를 톡톡 쳤다.
" 혹시 하나만 가르쳐 줄수있을까..? "
ㅇㅇ가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동혁은 ㅇㅇ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얼굴을 확인했다. 세상에, ㄹㅇㅇ다.
동혁은 내적댄스를 춰도 모자랄 상황이지만, 큼 목소리를 다듬고 무심하게 말했다.
" 뭔데? "
ㅇㅇ는 아까 준회에게 설명한 그대로 동혁에게 물어보았다. 그리곤 어색한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 미안, 생각한 그대로 말했네 그러니까 "
" 아니야, 이해해했어 "
동혁은 아까 준회에게 물어보는 ㅇㅇ의 모습에 내심 기대했더란다. 저 애한테 물어본다면 분명 자신에게도 기회가 올것이라고.
♥ 뿌요, 민윤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