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등교도 같이 하시네.”
창 밖으로 정국과 함께 교문을 들어오는 여주를 바라보던 태형이 한소리 했다. 그런 태형의 옆에서 가만히 여주를 바라보던 지민이 물었다. 전정국이 진짜로 누구길래 다들 그러는거야? 여주를 향하던 시선을 지민에게로 옮긴 태형이 제 뒤에서 열심히 영어단어를 외우는 승완을 툭툭 건들였다. 왜, 미간을 찌푸리며 말하는 승완에게 태형이 말했다. 야 박지민이 전학생인거 잊고 있었는데, 전정국이 누군지 좀 알려줘라. 제 할말만 하고는 엎드려 잠을 청하는 태형을 응징해버리고 싶다는 듯이 주먹을 쥐었던 승완이 저를 바라보는 지민에게 웃어보였다.
“전정국이라고 한살 어린 애 그니까 일년 후배인데, 우리학교 들어올 때 신입생 대표로 들어온 애야.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고. 게다가 잘생기고 운동도 잘하니 인기 되게 많은데, 얘가 학기 초부터 고백 받은거 다 안받았거든?”
“어.”
“그래서 아 전정국이 공부하려고 고백을 안받는다고 하더라~ 라면서 카더라 통신이 생긴거지. 그런데 알고보니까 여주때문이었던거야.”
“..때문?”
“음 그니까 전정국이 그 전부터 여주에게 몇번 좋아한다고 했었데 - 아 그런데 나도 이거는 여주랑 초등학생때부터 친구였던, 어 그니까 전정국이랑도 잘 아는 사이인 슬기에게 들은거야 - 여주가 솔직히 전정국을 남자로 보지 않거든. 어렸을 때 부터 보던 사이라서. 게다가 장난인줄 안거지. 그래서 여주가 전정국에게 너가 똑같은 중학교 들어와서 누나 찾으면 그 때 받아줄지도 모르지. 라고 말한거야.”
“…아 헐”
승완의 말에 잠시 멍해졌던 지민이 피식 웃었다. 완전 순애보네? 지민의 말에 승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달 정도는 여주랑 애들이랑 같이 다니고 그래서 전정국이 여주를 못찾았나봐. 그런데 결국 한 달 정도 지났나? 여주를 찾았지. 그러고는 매일 쫓아다니고 누나 누나 거리니까 1학년들 사이에서는 전정국이 어떤 누나를 좋아해서 애들 고백 안받는다고 소문 아닌 소문이 퍼진거고. 전교생이 다 알껄? 너도 어제 봤잖아. 전정국 인기 많은거. 뒤에서 전정국 팬클럽이라는 애들이 그렇게 자기 음료수 받아달라고 하는데 여주보자마자 뛰어오고. 완전 순애보야. 진짜 대단한 애지.”
지민은 뒷 문을 열고 들어오는 여주를 보고는 조금 늦었다? 고 말하며 웃었다. 승완도 오늘은 조금 늦게왔네? 하고 여주를 보고 물었고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지민은 아무말도 하지 못한 채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정국이랑 같이 오느라.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다녀야 할지도 몰라.”
“스치면 인연 스며들면 사랑” 믿으면 내가 바보다! 그래 내가 바보다.
EP 03: 여주야 그거 알아? 스치면 인연이래
학교에서 아무일도 없다는 사실이 가장 행복했다. 윤기쌤도 몇번의 애원 끝에 문학소녀라는 별칭을 쓰지 않기로 했고 - 물론 쌤은 너를 부르는 내 애칭을 어떻게 싫어할 수가 있냐고 물었지만 - 정국이는 학생부와 방송부, 동시에 들어가면서 바빠질꺼라고 미리 내게 말해줬다. 얼마만에 맛보는 자유 - 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 인가 싶은 생각에 행복해져서 승완이와 손을 마주잡고는 웃었다.
“자리 바꾼다.”
윤기쌤의 말에 애들이 투덜거리면서도 일어나서는 책상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 나는 자리가 그대로였다. 자리는 좋으니 짝만 잘 걸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안녕?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박지민이 내 옆으로 오고 있었다. 여주야 잘 부탁해. 박지민에게 끄덕이며 웃어보이자 윤기쌤의 말이 들렸다. 1학기 기말고사 볼 때 까지 무조건 이 자리로 앉는다, 그리고 곧 중간고사니까 잘봐라.
***
“이거 알려줄 수 있어?”
박지민은 질문이 많았다. 내 뒤에서는 승완이가 김태형에게 열심히 역사 문제를 설명해 주고 있었다 - 내가 해봐서 알지만 김태형은 적어도 천만번은 들어야 외워지는 스타일이다. 진짜 하… 말이 안나올 정도다 - 그에 비해 박지민은 한번 말해주면 스스로 문제를 풀어나간다. 박지민이 물어보는 문제에 답을 해주면서 나 스스로도 공부를 했고, 그 결과 우리 반에서 유일하게 깨어있는 사람들은 박지민과 나, 손승완과 - 반쯤 졸고 있는 - 김태형이었다.
3학년이니까 그럴 수 있지 라며 허허 웃으시는 역사쌤은 애들이 자건 말건 열심히 예비문제집을 만들고 계셨고 - 아닐 수도 있지만 뭐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 박지민은 나에게 사건 순서에 대해 설명해 달라며 다시 책을 들이밀었다.
“너 공부 잘하잖아.”
찔러본건데. 박지민이 흠칫하더니 모르는게 있을 수도 있는거지 뭐, 하고는 웃었다. 박지민은 수학을 잘한다. 그거 하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모르는 수학문제가 있을 때 박지민에게 물어보면 웃으면서 아 이거, 라면서 설명을 해준다.
“이거 잘 모르겠어.”
“아 이거, 한번 알면 쉬운 문제야. 여주야 이거 보여?”
박지민은 목소리가 좋다. 한번 들으면 계속 듣고 싶다. 아 솔직히 박지민은 키가 큰 편이 아니다. 그냥 보통이다. 내 생각에는 그렇다. 박지민은 보면 볼 수록 더 알아가고 싶은 아이다. 목소리가 좋아서 멍하니 박지민을 바라보면 그런 나를 가만히 저도 바라보다 픽 웃는다. 내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면 들고있던 샤프나 펜으로 책을 툭툭 치면서 집중하세요 학생님, 하고 말하며 웃는다. 박지민이 웃으면 나도 웃는다. 왠지는 모른다. 그냥, 그래.
역사시간의 끝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으아 피곤해, 하고 말하고는 책상에 엎드리니 박지민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막내야!!!!! 반을 울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뒷문을 바라보면 - 이제 7반 학생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 애들이 들어온다. 가장 먼저 내 앞으로 온 거는 배주현이었다. 가스나 가스나 거리면서 발을 동동 굴리는데 이게 무슨 상황이지 싶은 마음에 뭔데? 하고 말하자 전정국이다 전정국, 이라며 내 손등을 찰싹 찰싹 때리기 시작했다. 손등이 아프다며 배주현에게 찡찡거리는 나를 책상에 엎드린 채 바라보는 박지민의 시선이 느껴졌다. 또 2반에서 온 여섯명으로 인해 열명이 모이게 되었다.
“손승완선배님”
“어?”
“3학년 부장선생님께서 이거 가져다 드리라고 하셨어요.”
뒷문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정국이었다. 우리반 반장인 승완이를 찾아온 듯 했다. 전정국 맞나 싶어 한번 얼굴을 보려 일어나려는 나를 막은건 박지민이었다. 나 이거 알려줘. 다음 시간인 국어 교과서에 있는 시를 톡톡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박지민이 나를 바라봤다. 자리에 다시 앉게 된 나는 얼떨결에 내 오른쪽 손목이 박지민에게 잡혀있다는 사실을 잊은 채 왼손으로 - 펜을 들지 않은, 그냥 손가락으로 지문을 짚어가며 - 박지민에게 열심히 설명해줬다.
“누나.”
“…어?”
“손.”
시는 총 4연이었다. 박지민에게 2연을 설명해주고 있는데 바로 앞에 누가 서더니 ‘손’ 한마디를 한다. 전정국이다. 정국이의 시선이 향한 곳은 박지민이 잡은 내 손목이었다. 멍해져서 어? 하고 반문하자 미간을 찌푸리며 선배님 손 놔주세요, 하고는 박지민을 바라본다. 아아 미안해 몰랐어 진짜야, 사람좋은 웃음을 지으며 박지민이 정국이를 바라보았다. 내 손목이 화끈거렸다. 박지민이 계속 잡고 있어서인지, 아니면 정국이의 시선 때문인지.
“누나, 이거.”
정국이가 내 책상에 올려놓은 것은 초콜렛이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벨모양 초콜렛. 다양한 맛으로 사온 걸 보니 웃음이 나왔다. 뭐야 언제 준비한거야? 내 물음에 정국이가 강아지처럼 헤헤 웃으며 말한다. 누나가 좋아하는 거니까 사왔어요. 책상 앞에 내 눈높이를 맞추며 앉은 정국이는 내 왼손을 슬쩍 잡으며 말했다. 오늘도 집에 같이가요, 누나. 그런 정국이의 모습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서야 정국이는 나중에 올께요! 하고는 뒷문을 향해 뛰어갔다. 누가 저 강아지를 들여보냈냐는 정호석의 말에 승완이가 웃으며 말했다. 여주에게 줄게 있다고 해서 잠시만 들어오라고 했지.
***
“너가 도데체 뭐가 좋아서 전정국은 그러는 걸까?”
정호석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도 아니까 그 입 다물라, 하고는 밥을 먹는데 슬기가 물었다. 그런데 왜 전정국 사람 차별해? 슬기의 물음에 나는 반문했다. 아닌데, 정국이 원래 되게 착하고 잘 웃는 애인데? 김태형이 그런 나를 보고는 혀를 한번 찼다. 아 왜 뭐, 내가 묻자 고개를 돌려버리는 김남준과 정호석이 보였다. 아니 다들 왜그런데? 우리 정국이가 얼마나 착하고 귀여운데?
“정국이 우리한테는 맨날 선배라고 하고, 너에게만 누나라고 하잖아.”
“그건 나랑 더 오래봐서 그런거 아니야? 정국이가 약간 낯가리는게 있잖아.”
“너가 전정국의 다른 모습을 못봐서 그래.”
“내가 못본 전정국의 모습이 뭐가 있어?”
내 말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사람은 보이는게 다가 아니니까, 박지민의 말에 한숨이 나왔다. 아 그 그 우리 이제 산책이나 하러 갈까, 응? 주현이가 쩔쩔매며 - 어쩔수 없는 듯한 웃음을 지으며 - 식판을 들고 일어났다. 나도 주현이를 따라 일어났다.
***
“아니 뭐 전정국 잘 모르니까 그럴 수도 있는거지 뭐 안그래 응?”
“그지, 안친하면 그럴 수도 있지 뭐.”
주현이가 내 옆에 팔짱을 끼고는 실실 웃는다. 나 어제 윤기쌤이랑 시내에서 만났는데 쌤한테 인사하니까 어, 너는 우리 문학소녀의 토끼? 라는거야! 주현이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에게 토끼가 뭐냐 안그래? 하고 물으며 찡찡거리는 주현이와 함께 간식을 들고 다들 먼저 나와 앉아있는 운동장 스탠드로 갔다.
“왜이리 늦게오냐 돼지야.”
정호석의 말에 주현이가 김남준의 어깨를 때렸고, 김남준은 아 왜 나를 때리는데!!! 라며 주현이를 툭 쳤다. 친구를 잘못 둔 죄다!! 하고 주현이가 외치며 수정이의 뒤에 숨자 김남준은 아 정수정 뒤에 숨으면 내가 너 못때리잖아! 나와! 하고는 둘만의 액션영화를 만들고 있었다. 정국이가 준 초콜렛을 - 사실 정국이가 작은 종이봉투에 채워서 준거라 봉투를 들고 나왔다 - 들고 앉아있는 내 옆에 박지민이 앉았다. 초콜렛 많이 좋아해? 물어보는 박지민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많이 좋아해.
“아 맞다 너네 그거 들었냐, 윤기쌤 모쏠이래.”
“아 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알았지롱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넨 몰랐으니 바보들이네”
“몰랐으면 김태형이지”
“아 왜 나가지고 그러는데!!!”
김예림의 한마디에 애들은 웃기 시작했고, 나는 이미 알고 있던 사실에 픽 웃으며 축구를 보고 있었다. 내일은 2반하고 7반하고 한다던데. 박지민이 내게 말을 했다. 2반이면 정국이 반이네, 속으로 생각하던 나는 나를 부르는 박지민의 눈을 마주보았다.
“정여주”
“…어?”
“나 내일 전정국이라는 애랑 축구하거든.”
“…아”
“넌 2반 응원하지 말고 7반 응원해야해. 알겠지?”
박지민을 멀뚱히 바라보자 박지민이 씨익 웃었다. 나 7반이잖아. 내가 말했지, 박지민은 이상하게 거부할 수가 없다고.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헐 2반에 호시기랑 남쥬니가 있는데 구로몬 안대지 아나여?”
“…아 정호석 진짜… 내가 널… 아.. 몇년을 봐도.. 아…”
“아잉 왜구대 호시기는 내일이 너어어어무 기대되는데염?”
정호석의 근본없는 애교에 강슬기는 결국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점심시간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에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남준의 빨리 시험공부하러가자는 소리에 다들 약간 신경질을 내긴 했지만 말이다. 운동장을 바라보니 아직도 애들은 축구를 하고 있었다. 아 맞아 오늘은 3반하고 8반이랬지, 정국이는 그 곳에 없었다. 빨리오라는 박지민의 목소리에 몸을 돌리는 순간 내 앞에 한 남학생이 서 있었다.
“…뭔데”
“와 누나 나 알아본거에요?”
익숙한 향기에 정국이라 확신을 하고 고개를 들었지만, 햇빛때문에 금방 고개를 숙여야 했다. 왜냐고? 난 햇빛을 정말 싫어하거든. 눈이 부시는 거도 정말 안좋아하고. 그런 나를 아는 정국이는 제 손바닥으로 햇빛을 가려주며 물었다. 이제 나 볼 수 있어요? 정국이의 물음에 응 보여, 하고 대답을 하자 정국이는 헤헤 하고 다시 웃었다. 누나 이제 종쳤으니까 빨리 가야해요, 하고는 정국이가 내 손을 잡고 뛰었다. 이미 애들은 반에 가 있는거 같았다. 누나 나 종례끝나고 바로 갈께요! 손을 흔들고는 먼저 가버리는 정국이를 바라보다 계단으로 발을 옮겼다. 정국아 도데체 내가 널 어떻게 해야할까.
##작가사담##
어째서... 어째서 지금 온거냐 물으시면 저는 지금 4화까지 끝냈어여!!!!! 와하하하하핳!!!!!!
오늘 진짜 제대로 달리는 구냐.....ㅎ......ㅇ헿ㅎ....... (정신 이상)
여러분.... 왜이리 사랑스러워여ㅜㅠㅠㅠ 진짜ㅠㅠㅠ
재미있다고 해주시니 제가 더 감사하고 ㅠㅠㅠㅠㅠ으어유ㅠㅠㅠ
암호닉 계속 받아여!!!!!!!! 으앙 ㅠㅠㅠㅠ 항상 고맙구여!!! 사랑해여!!!!
지민이랑 여주는 항상 대화하고 짝되면서 가까워진건데....
제 글에 잘 안나타나있을까봐 그게 제일 걱정이네요ㅠㅠ
여주가 지민이에게 마음을 많이 열었지만 표현을 안해서...
그게 걱ㅈㅇ.....ㅇ그래...여주야.....바뀌자........ (결심
@너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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