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어정쩡한 분위기 속에서 감정을 쌓아두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늘 분위기를 주도하던 녀석의 부재(엄연히 말하자면 그 놈의 웃음의 부재)는 영향을 꽤 많이 끼쳤다.
우르르 몰려다니며 웃고 떠들다가도 입 다물고 굳게 서 있는 우지호 때문에 분위기가 가라앉기 일쑤였다.
덕분에 다들 한 번씩은 인상을 쓰곤 했고, 우지호를 껄끄러워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같은 위태로운 분위기 속에 우리는 지내고 있었다.
우지호를 부탁해
04
우지호는 그 날 이후로 다시 건조해졌다.
니가 오징어도 아니고 왜 그렇게 말라붙냐, 라고 평소에 녀석이 치던 개드립을 되돌려주고 싶은 심정이다.
교실 맨 뒷자리에 앉아 이어폰을 끼고 엎어져 자고 있는 우지호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 때 내 앞으로 터덜터덜 걸어와 의자에 털썩 앉는 공찬식. '뭐야'하고 입모양으로 묻자 씩 웃으며 주머니에서 배춧잎을 한 장 꺼내보이며 웃는다. 녀석의 뜻을 이해한 나는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야, 우리 매점 갔다 온다."
"아, 개새끼들. 니들끼리 사먹냐?"
이태일이 얼굴을 확 일그러뜨리며 물었고 공찬식은 '전에 정진영한테 돈 빌린 거 있어서 그래'하고 횡설수설 떠들어댄다. 이태일은 '지랄하네'하고 시크하게 내뱉고는 가라며 손을 휘저었다. 공찬식이 먼저 교실을 나가고 나도 문턱을 넘어서려다가 살짝 뒤를 돌아보았다. 조용한 우지호를 등지고 서 있는 이태일의 표정이 굳어 있는 게 불안했다.
* * *
"이 씨발 새끼야!"
소란스러운 복도. 커피 우유를 손에 쥐고 '뭐지?'하다가 우리 교실로 달려가니, 세상에나.
"이태일, 뭐해!"
"씨발, 우지호 너 이 새끼야 오늘 니 죽고 나 죽는다 진짜!"
우지호가 부어오른 볼을 손으로 문지르며 이태일을 노려보고 있고 이태일은 보기 드물게 흥분한 얼굴 잘 쓰지 않던 사투리까지 써가며 우지호를 향해 달려드려 하고 있다. 그걸 붙잡고 있는 다른 놈들의 표정이 볼만하다. 공찬식이 달려가서 이태일을 붙잡고 다른 놈들에게 설명을 요구하는 표정을 짓자 이태일에게 머리라도 쥐어뜯겼는지 새집을 머리에 얹은 이정환이 낑낑대며 입을 열었다.
"아씨, 몰라. 이태일이 빡쳐서 우지호 때렸어."
"병신아, 그건 나도 알거든?"
난 천천히 우지호에게 다가가 속삭이며 '괜찮아?'하고 물었고 우지호는 그냥 고개를 대충 끄덕이는 것으로 대신했다. 뒤를 돌아보니 씩씩대던 이태일은 어느새 조금 진정했는지 숨을 몰아쉬며 자신을 붙잡고 있는 팔들을 하나하나 떨쳐내고 있었다.
"우지호, 니 존나 요즘 이상한 거 알지."
이태일의 말에 우지호가 고개를 틀어 이태일을 바라보았다. 이태일이 보기 드물게 화난 얼굴로 우지호를 바라보고 있는 걸 보니, 다들 내색은 안했지만 우지호가 이런 걸 느끼고 있었구나, 하는 게 절실히 느껴졌다.
"우지호 니가 그따구로 굴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되냐. 애들 다 불편해 하는 거 안 보이나? 느이 아버지 돌아가셔서 니 힘든 건 아는데 적당히 해야지, 이 지금 뭐하는긴데."
우지호가 쭉 찢어진 눈으로 이태일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태일은 기가 차다는 듯 웃었다.
"니 힘든 건 아는데 좀 고쳐야겠지 않냐?"
이태일이 생김새와 달리 성격 드러운 건 개나소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이렇게까지 막나가는 건 처음 봐서 다들 입만 헤 벌리고 있다. 나도 예외는 아니고. 우지호는 가만히 이태일을 바라보다가 열려있는 문으로 휙 나가버렸다.
"어? 야, 시발 우지호!"
순식간에 사라진 우지호. 그리고 다시 폭발해 광분해 소리를 지르는 이태일을 붙잡는 아이들.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핸드폰을 꺼내 전화번호부를 들어가 번호 하나를 검색했다. 항상 머뭇댔지만 이젠 물어봐야할 것 같다.
'박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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