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눈물까지도
W. 프리마돈나
"아버지.. 아버지..."
끔찍했다.
그 날의 기억이.
그리고 후회됬다.
그 날이.
내가 그 새끼를 하루라도 빨리 말렸더라면
내가 사랑하는 그가 그렇게까지 변하지 않았을텐데
이 모든 일들의 원인은 그 새끼한테 있다.
아니, 어쩌면 나한테 원인이 있을지도 모른다.
" 아버지.. 아버지... "
" 아버지.. 아파요.. 흑.. 살려주세요... "
그 일을 목격한건 칠년 전, 엄마의 기일이었다.
칠년 전 성종이의 나이 열살, 내 나이 열 다섯살때
엄마가 죽은지 삼년이 되는 날이었다.
엄마가 죽었을 때 성종이 나이 일곱살 내 나 이 열 둘.
심한 알콜 중독자에 의처증이 있었던 아빠는,
성종이와 나에게 맛있는 저녁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시장을 갔다 온 엄마를,
먹고있던 술병으로 죽였다.
아버지에 의해 살해되었던 엄마의 죽음은,
강도 살인으로 마무리 되었다.
그날 이후로 나에게 아버지란 그저 엄마를 죽인 살인자, 개새끼로 기억되었다.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 아버지는 알콜 중독이 더 심각해졌지만,
성종이와 나에게는 손찌검은 커녕 욕짓거리조차 하지 않으셨다.
그냥 무관심 그 자체였다.
학교를 다니면서 어렵게 어렵게 돈을 벌어야 했던 나였기에
집에 아버지와 같이 있는 성종이가 걱정이 되었지만
아버지는 성종이에게 손을 대지 않으셨다.
그런데 하필 그 날, 나와 성종이의 인생이 바뀐 일이 일어났다.
엄마의 기일에 말이다.
엄마의 기일 삼일 전부터 나는 굉장히 분주했다.
이것저것 신경써야 될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같이 어머니의 기일 준비를 했다면 훨씬 수월했겠지만,
아버지에게 그딴건 바랄 수 조차 없다.
항상 성종이와 아버지를 함께 놔두고 집을 나설 때마다 걱정이 되었지만,
오늘은 왠지 걱정이 되지 않았다.
아버지가 요즘 성종이와 나에게 굉장히 잘 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술도 잘 드시지 않고, 일도 알아보는 것 같고..
하지만 여전히, 엄마 일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도 않으시고 관심도 가지지 않으신다.
그래도, 아버지가 많이 바뀐 것 같아서 기분 좋은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엄마의 산소에 가려면 고속버스를 타고 몇시간은 가야된다.
원래 집 가까이에 묻어놨지만, 아버지가 저번에 한번 어머니의 기일에 어머니의 산소를
찾아가 난리를 피워놨기 때문이다.
다행히 엄마는 무사했다.
그 사건 이후 엄마의 고향에 엄마의 산소를 옮겼다.
열 두살 때부터 혼자서 엄마의 산소를 왔다갔다 했기 때문에 지금은 익숙하다.
엄마가 보고싶은 걸 꾹 참아서 주말에 가거나, 방학때 가거나,
혹은 시험이 끝나자 마자 바로 엄마에게로 갔다.
엄마는 살아서나 죽어서나 항상 내가 올때마다 나를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항상 엄마의 산소를 갔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혼자 숨죽여 울곤 했는데,
오늘은 울지 않았다. 아버지의 변화 때문인지 모르지만,
오늘은 기분이 굉장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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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 하아.... 흑...... 하악... "
오랜만에 아버지와 성종이가 좋아하는 닭볶음탕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기분좋게 마트에 들려 재료들을 사고 집에 돌아오는데,
이상한 신음 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린가 싶어 소리가 나는 아버지의 방으로 다가갔다.
계속되는 신음소리에 무슨 일이라도 난건가 싶어 문고리를 돌리려는 그 순간,
" 아버지.. 아버지... "
" 아버지.. 아파요.. 흑.. 살려주세요... "
성종이의 목소리다.
신음소리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던 살끼리 부딫히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성종이가 맞고있나 싶어 문을 살짝 열어보니,
아버지가 성종이를 탐욕스럽게 핥고 있었다.
계속 핥다가 다시 퍼퍽대며 허리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 보는 이 상황은 무엇인지,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당혹스럽고 당황한 나머지 문을 닫고 집을 나와버렸다.
방금 내가 본 상황은 무엇인가,
머릿속이 정리가 안된다.
아버지가 성종이를..........
집으로 돌아와 보니 아버지는 티비를 보고 있었다.
성종이가 걱정이 되 성종이와 나의 방에 들어가니 성종이는 울고있었다.
아버지는 성종이가 이렇게 울고 있는것도 모르는 눈치였다.
아까 전에 내가 본 상황이 꿈이 아니었다.
망치로 머리를 여러대 맞은 듯한 충격이다.
성종이는 그 뒤로 눈물을 그치지 않고 하염없이 울어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