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효원은 자기 편이 간절했던 무력한 아이였다.
외로웠던 것이다.
내가 이따금 그 시절을 회상하면 효원은 그랬느냐고 되묻는다. 마음을 오래 앓다 보면 기억이 얇아지는 모양이었다. 자신이 어떤 아이였는지 잘 기억하지 못하는 효원을 보며 효원의 의사는 너무 괴로운 기억을 뇌가 스스로 지우기도 한다고 했다. 조그만 효원의 머리엔 박박 문지른 흔적이 있는 반면, 나로선 아무 흔적이 없으니 전부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불안하고 두렵고 버겁단 이유로 효원을 다그치곤 했던 거나, 왜 나 같지 못하느냐며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마다 경멸하던 것도. 나는 언니이자 효원의 예비 엄마처럼 굴었던 게 틀림없고, 나 같은 언니를 두는 일은 어떤 일들을 자꾸 실패하게 만들었을지 모른다.
어제는 슬쩍 효원의 노트 필기를 보았다. 익숙한 글씨체가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 걸 볼 때마다 나는 울고 싶은 기분이 된다. 공부를 안 하는 애들이 자주 그렇듯 수험생 시절 나는 내용보다는 글씨체에 공을 들이며 공부를 했다. 효원이 그런 내 노트를 가져가 필체 연습을 한 건 나중에 알았다. 자매의 글씨체는 같다. 나를 미워하기 충분했던 시절부터 효원은 자기만을 미워하고 있었던 것도 같다. 그 애는 나를 늘 지독하게 짝사랑하고 있었다.
언니로 산다는 건 무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