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를 시작하는 감사한 표지입니다:)
아이됴님께서 주신 감사한 이름표입니다:)
Ep 19. 너에게 닿기를 by 백현 + 찬열
BGM) 너에게 닿기를: Alex
-찬열이요? 글쎄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찬열을 찾아가는 길이 만만하지는 않겠단 생각이 들었다.
일단 지하철역에서 내리는 것까지는 크게 어렵지 않겠지만 무슨 학교가 지하철역이 2개나 되도록 큰데다가
그 사이에 캠퍼스도 3군데로 나뉘어져 있다고 했다.
막연하게 학교에 도착해서 '박찬열을 찾습니다- 찬열아~ 찬열아~' 하고 부르고 있으면
어디선가 소문을 전해들은 녀석이 나타날 것이라 생각한 것이 통할 리 없었다.
결국 종인에게 '찬열이한테 전해줄 것이 있는데 어디로 찾아가야 만날 수 있어?' 하고 물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예상과 조금 달랐다.
-요즘 저도 그 자식 잘 못봐요.
빠져갖고는 수업 잘 안들어오거든요.
거기다 와도 맨날 무슨 신입생 여자애한테 질질 끌려다니던데...
"...여자애...?"
-네. 입학할 때부터 찬열이는 애들이 많이 따라다녔거든요.
그 자식이 겉으로 보기엔 그래도 멀끔해서요.
수화기 너머 시큰둥한 종인의 말에 고개를 가만히 끄덕이면서도 입이 삐죽 나왔다.
그 날 이후 찬열이 맥빠지게 땅을 파고 지냈으면 좋겠다,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처럼 찬열도 언제 만날지 모르는 자신을 기다려주길 바란 것일까.
'그래도 목요일 2시 수업은 갈 거예요- 중요한 전공이거든요.'하는 종인의 말에 얼른 학교 가는 길이며 강의 듣는 건물을 꼼꼼히 들어두긴 했는데...
...고 놈 참, 잔망스럽긴.
찬열의 그 덩치에 어울리는 단어는 아니지만, 어쩐지 딱 어울리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뭐-?
여자애?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휙 가버렸으면서.
날 이렇게나 기다리게 해놓고, 내 전화도 씹고, 문자도 씹고, 연락도 안하더니.
그 동안 혼자 여자놀음을 하고 있었겠다?
'짜식- 하여튼 귀여운 짓은 혼자 다 골라서 하네.'하고 백현은 애써 웃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한 번 덜컹인 마음 한 켠이 스물스물 가라앉는 기분이다.
애써 좋은 음악을 틀어놓기도 하고 팔 걷어붙이고 청소도 해보고 화분 정리도 해봤지만 기분이 이상했다.
그러니까...
나쁜 것도 아니고 좋은 것도 아닌- 꼭 울렁이는 바다 위에 덩그라니 누운 것 같은 느낌.
결국 다 손에서 놓아버린 채 '에라 모르겠다-' 하고 자버렸다.
아침이 왔을 때는 다행히 평소와 같았다.
어지럽던 머리도 가뿐해졌고 한숨 푹 자고 나니 몸도 가벼웠다.
덕분에 대문을 나서는 한 발 한 발마다 기분이 좋아졌다.
선선한 가을 바람이 걸음마다 몽실몽실 밟혀오는 것만 같았다.
찬열이 두고 간 책과 노트를 담은 백팩 끈을 꼭 쥐고 학교로 향하려니 마음도 붕붕 들떴다.
찬열의 학교까지 오는 길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익숙한 동네 지하철역에 들어서서 한 번만 환승을 하면 종인이 말한 역에 도착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몇 번 나가는 출구나 방향을 묻긴 했지만, 처음 오는 길 치고는 원활한 시작이었다.
무뚝뚝하기 그지 없는 말투였지만 그래도 군말없이 로드뷰까지 펼쳐놓고 꼼꼼하게 하나하나 일러준 종인 덕이었다.
보이지 않는 길을 찾아갈 때는 알아야 할 것들이 조금 다르다.
길 반대편의 키가 큰 건물, 빨간 지붕 집, 유명한 은행 이런 것들은 아무 의미가 없다.
오히려 길모퉁이에서 갓 구운 빵 냄새가 나는 베이커리, 하루종일 유행하는 가요들을 틀어둔다는 핸드폰 대리점,
커피향이 솔솔 풍겨나는 작은 카페 같은 것이 더 중요하다.
인터넷과 기억을 샅샅이 더듬어 알려주면서 '제가 모시러가면 좋은데, 그 날은 일이 있어서..'라고 미안해하던 종인이 새삼 더 고마웠다.
상점가를 지나 캠퍼스 안으로 들어선 후에는 지나가는 학생들을 붙잡고 무조건 물었다.
'죄송한데 사범대 건물이 어디예요?'하고 물으면 처음엔 '저~기로 쭉 가시다가...'로 시작해서 잠시 깨달음의 침묵이 흐른다.
몇몇은 '제가 바빠서...'하고 가기도 하고 몇몇은 솔직하게 '제가 어떻게 도와드리면 될까요?'하고 물어오기도 했다.
그 반응 하나하나에도 그저 웃음이 났다.
처음 만난 시각장애인을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몰라 서툴게 응해오는 갖가지 반응들이 귀여웠다.
남에게 순수한 악의를 가지고 다가오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저 우리 모두 처음 겪는 일에 서툴고 생각해보지 못한 일에 익숙하지 못할 뿐이다.
받아들이기 나름이었다.
녀석도 처음에는 그랬다.
어색하게 팔꿈치를 내어주는 서툰 손길이 좋았던 것은 녀석의 손에 잡힌 애플 제라늄에서 피어오르던 싱그런 사과향 때문이었을까,
여름 햇살이 따스했기 때문이었을까.
만일 그 날 내가 아주아주 기분이 나쁘고 모든 일이 엉망으로 돌아가는 그런 날이었다면, 나는 깨어진 내 화분 때문에 너에게 화를 냈을까?
...아니.
그래도 난 니가 좋았을거야.
너랑 같이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니까.
아무리 엉망인 날이라도, 너 때문에 결국 웃었을거야.
마지막에 만난 사람은 마침 자신도 사범대로 수업을 들으러 가는 길이라며 백현에게 아무렇지 않게 제 팔을 내어주고 함께 가 주었다.
처음 만나는 사람인데도 어찌나 말이 재잘재잘 많은지, 어떻게 왔냐, 오는 데 어렵진 않았냐, 하나도 안 보이시는 거냐- 어디로 가냐-
남들 같으면 눈치보느라 묻지 못할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마구 물어왔다.
그 악의없는 솔직함에 백현도 덩달아 신이 나서 대답을 해주다보니 제가 11학번 김종대라며 막 악수를 해왔다.
'어? 11학번이면- 박찬열이라고 알아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으니 '오오옷- 그 사범대 남신 박찬열이 찾아오신 거??' 하고 괴성을 지르며 반갑다고 난리가 났다.
남신...? 휘황찬란하기까지 한 표현에 갸우뚱 하면서도 처음 만난 사람에게서 들은 찬열의 얘기에 괜시리 백현의 마음이 더 뿌듯해졌다.
"06학번이요? 진짜?
우와- 완전 동안이시네?"
자기보다 나이가 많다는 소리에 그 때부터 형 소리가 입에 붙은 종대는 오르막길을 걷는데도 숨 한 번 찬 기색 없이 수다를 멈추지 않았다.
따라걷는 백현은 오르락내리락하는 길에 헥헥거리느라 대답도 제대로 못하는데도 아는지 모르는지 연신 중얼중얼, 궁시렁궁시렁-
찬열에게 그렇게 듣고 싶어서 난리를 치던 형 소리를 생각지도 못하게 여기서, 처음 만난 사람에게 듣는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이런 곳이 찬열이 다니는 학교구나, 찬열이는 이런 친구들이랑 같이 공부하는구나- 하는 마음에 즐거운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무슨 용기로 여길 혼자 찾아올 생각을 한걸까.
종대를 만나지 못했다면 영 모르는 남의 학교에서 미아가 될 뻔했다.
한참을 걸어 도착한 건물 앞에서 백현은 숨을 고르며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닦았다.
'여기가 사범대예요- 2110호라 그랬죠?' 하고 강의실까지 당당하게 앞장서는 종대는 이제 혼자 찾아갈 수 있다는 백현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들어선 건물 안은 서늘해서 경사진 길을 올라오느라 헥헥대던 호흡이 이내 차분히 가라앉았다.
'맨날 집에만 있어서 그런가... 나 운동부족인가봐.' 생각하며 열심히 한 층을 올라섰을 때였다.
"어, 박찬열!!"
반쯤 앞서나가던 종대의 외침에 우뚝, 그 자리에서 몸이 굳어버렸다.
낯설고 먼 길을 신경을 곤두세우고 찾아온데다가 가쁜 숨도 고르지 못하고 바삐 따라오느라 쉴 틈이 없었던 두 다리로 피로가 순식간에 몰려들었다.
나른해진 두 발 아래 단단하던 바닥이 스르륵 물러지는 것 같았다.
나들이 나온 사람처럼 그저 룰루랄라 왔는데, 막상 찬열의 이름을 듣자 정신이 바짝 긴장됐다.
저도 몰래 손이 떨려와서 백현은 한 손에 잡은 종대의 팔과 반대편의 지팡이만 꼭 움켜쥐었다.
"여기 형이 너 찾아오셨다는데-?"
막 수업이 끝난건지 주변은 왁자지껄한 소음으로 차올랐지만 그 사이 어디에서도 찬열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어디쯤 서있는걸까.
어떤 얼굴로.
어떤 표정을 하고?
놀랐을까? 반가워할까? 아니면...
"누구야, 오빠?"
...곤란해할까?
녀석을 찾아오면, 아무렇지 않게 깜짝 놀래켜주고 아무렇지 않게 '너 왜 우리집 안와?' 라고 모른 척 놀려줄 참이었다.
그러다가 녀석이 당황하거나, 미안해하거나, 쑥스러워하면 그 때는 어른스럽게 네가 싫지 않다고- 그렇게 다독여주고 기분을 풀어줄 생각이었다.
자신이 모른 척 일상을 즐기고 있는 동안 마음앓이를 했을 녀석에게 그렇게 소소하게나마 사과하고 싶었다.
알지 못했을 뿐, 둘 모두가 같은 마음이라는 것만 확인하게 되면- 그럼 그 다음은,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혹시나, 더 이상 우리가...
같은 마음이 아닐 수도 있는...거지?
"오빠, 아는 사람이야?"
찬열를 향해있는 것이 분명한 앳된 목소리는 달콤했다.
종종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을 자신에게 한 것으로 착각하는 때가 있긴 하지만, 이번만은 분명 달랐다.
맑고 어린 목소리 뒷켠에 담긴 호감어린 감정과 순수한 의문은 백현이 찾아온 그를 향해있는 것이 확실했다
시원한 건물 안의 공기에 차분하게 가라앉았던 숨이 조금씩 다시 차오르는 것만 같아서, 백현은 일부러 한 번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 순간에도 백현이 며칠 동안 듣고 싶었던 찬열의 다정한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알 수 있었다.
지금 이 앞에, 틀림없이 녀석이 있다.
...누군가와 함께.
다른 사람을 통해 들었던 말과 직접 들려오는 현실의 소리는 다르게 다가왔다.
종인에게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잠시 심장이 덜컹하긴 했지만, 하룻밤 푹 자고나니 아무렇지 않게 괜찮아졌었다.
그만큼 찬열과 함께 보낸 시간들이 백현에게 진솔한 믿음을 주었다.
우리 둘 사이는 네가 내 마음만 알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 난... 당연히 너도 날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확신한걸까...?
"...왜 온거예요."
왜 난...
네가 날 처음 만나면, '여기까지 어떻게 왔어요? 오느라 힘들지 않았어요? 다친데는 없어요? 괜찮아요? 보고 싶었어요...'
그런 말을 건네며 날 반가워할 것이라고 확신했을까?
아니면, 쑥스럽고 미안한 마음에 우물쭈물 말을 더듬거나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를 것이라고만 생각했을까?
왜 난 네가-
이렇게 덤덤한 말을 던지면서 멀리서 날 바라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까?
네 마음을 알면서도 모른 척 한 건, 널 힘들게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잠시나마 네가 전해주는 애정을 몰래 즐기고 싶어서였는데.
그냥... 점점 네가 주는 감정과 닮아가는 내 모습이 좋아서- 그 느낌이 따뜻해서...
그런 네가 얼마나 힘들어하고 있는지, 지쳐가고 있는지...
내가 못되고 미련하게 무시해버린걸까?
...너도...
내가 준면이랑 있을 때 이런 느낌이었을까...?
말로는 한 마디도 꺼내지 못한 복잡한 마음이 슬픔과 서운함, 미안함, 원망 같은 묘한 감정의 모습으로 뒤죽박죽으로 변해갔다.
이렇게 한꺼번에 몰려오는 감정은 익숙하지 않았다.
그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라 당황했다고 하기에는 뭔가 더 벅차고 울컥하는 느낌이었다.
나는 은연 중에 우리의 결말이 당연하게 정해져있다고 생각했을까.
멍하니 선 백현의 머리 속이 하얗게 비어왔다.
"오빠아-"
아무 말 없이 선 두 사람의 침묵에 답답함을 느낀 건지, 갈 길을 재촉하듯 찬열을 부르는 그 목소리에 백현은 종대의 팔을 놓고 돌아서버렸다.
'어? 어?' 당황한 듯한 종대에게 고맙단 말도 할 수 없었다.
목이 꽉 메인 것처럼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다급하게 지팡이로 앞을 더듬으며 종대와 함께 걸어온 길을 빠르게 돌아나왔다.
'어머... 저 사람, 시각장애인인가봐...?'
뒤에서 들려오는 나즈막한 여자의 말에 처음으로 보이지 않는 제 자신이 부끄럽고 초라해져서-
낯선 비참함에 백현은 입술을 꼭 깨물었다.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는 계단은 총 18개.
버릇처럼 헤아리며 올라간 계단을 다급하게 돌아 내려왔다.
몇 번이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어깨를 부딪혔지만 아무도 연신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는 백현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다.
그것이 어쩌면 초점없는 시선과 한 손에 빛 대신 들려진 흰 지팡이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에 당장이라도 이 곳에서 도망치고 싶어졌다.
왜? 나 왜 이러지?
여태까지 난 잘 살아왔어.
열심히 살았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하고 즐겁게 살았어.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잘은 모르겠지만, 늘 행복하고 즐겁기만 한 건 아니더라.
가끔은 서운하기도 하고, 밉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고...
그런 게 좋아하는 거더라구.
햇살 따뜻하던 어느 오후,
준면이 담담하게 해주던 그 날의 이야기가 불현듯 떠올랐다.
기억 속에 남아있던 그 말이 이제서야 가슴 한가운데에 와박혔다.
그런거구나.
널 좋아한다는 건- 이렇게 비참할 수도 있는거구나.
한 번 무너진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쓰러져갔다.
정처없이 흔들리는 지팡이로 간신히 앞을 더듬으며 발걸음을 서두르던 백현은 그래서 건물을 나서면 높다란 계단이 있었다는 사실도 기억해내지 못했다.
급하게 뻗은 지팡이와 한 쪽 발이 허공에서 휘청였을 때, 그제서야 아차- 하는 생각에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저 눈을 꼭 감았다.
그리고 그 순간, 허리를 감아온 따스하고 단단한 팔의 주인이 '위험하잖아요.' 하고 말을 걸어왔을 때는 참았던 눈물이 터져버렸다.
.
.
.
며칠이 지났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백현의 집에서 돌아온 후에는 억지로 먹었던 저녁에 쑤셔넣은 햄버거까지 얹혀서 며칠을 제대로 앓았다.
물만 먹어도 토하고 열까지 올라서-
놀란 어머니는 두 남매가 모두 유독 건강하게 자란 탓에 어릴 때도 안해보신 병간호를 다 하셨다.
누나와 아버지도 덩치에 안 어울리게 무슨 짓이냐-
한 마디씩 거드시면서도 걱정이 되는지 새벽녘에 한번씩 와서 이마를 짚어보고 이불을 끌어올려주고 가셨다.
그리고 어느 정도 나았을 때에는 더 이상 백현의 집에 찾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차라리 당장 그 다음날 모른 척 찾아갔더라면 없었던 일처럼 굴고 넘겨버렸으면 될 것을,
시간이 지나는 동안 마음에 쌓인 두려움이 발목을 옭아맸다.
날 어떻게 생각했을까.
힘으로 잡아챘던 손목과 밀어붙여진 채 놀라서 동그래진 까만 눈을 생각하면 스스로가 혐오스러웠다.
마주했다고도 할 수 없었던 입맞춤은, 할 수만 있다면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 버려버리고 싶다.
어리숙해서 부끄러운 제 모습은 가릴 수도 없어서 시간이 갈수록 초라해져만 갔다.
모든 생각은 결국 그 날의 기억으로 이어져서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으려고 눈만 뜨면 다시 잠을 잤다.
깨어있는 시간에는 온통 멍하게 억지로 사고를 멈추려고 애를 썼다.
그러다보니 강의가 있는 것도 잊어버리고 넘기기가 일쑤였고 며칠이 지나자 '에라 모르겠다-'하는 생각에 막나가기 시작했다.
이번 학기는 장학금을 목표로 처음부터 신경써서 학점관리를 하겠다 다짐했건만,
차곡차곡 잘 쌓아왔던 시간의 블록들이 와장창 모두 무너진 듯한 기분이었다.
그 잔해 속에서 웅크리고 앉아있으려니 떠오르는 것은 모두 어두운 생각들 뿐이었다.
그렇게 혼자 삽질이란 삽질을 다 하던 어느날,
멍하게 앉아 유리창 속 제 모습과 눈이 마주쳤을 때는 스스로가 한심해졌다.
그 동안 헬쓱해진 뺨이며 눈매가 자신이 알던 것과는 달리 지치고 날카로워져있었다.
순간, 자신이 백현으로 인해 지쳐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정신이 들었다.
아무 잘못도 하지 않은 그는 찬열 자신으로 인해 기억 속에서 지치고 힘겨운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렇게 영영 그를 만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쯤은 찬열도 알고 있었다.
언젠가는 그게 사과이든 순서가 뒤바뀐 고백이든- 도망치고 있을 수만은 없다.
하지만 만일 마주한 그 장소에서 백현이 '너 실망이야.'라던가 '그러니까 니가 어리다는거야.' 같은 비난의 말을 뱉는다면...
사실 그 비난은 모두 찬열 자신이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는 화살들이었지만,
아무리 인정하고 있는 것이라 할지라도 만일 백현을 통해 듣게 된다면 재기할 수 없을 것 같은 공포가 용기를 거두어갔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비겁하게 물러서있을 수는 없다.
너무 소중하기에 놓치고 싶지 않아서 도망치고 있었지만, 이대로라면 결국 그에게는 철부지 어린애의 치기로 기억될 것이고
자신에게는 함부로 손도 댈 수 없던 소중한 그가 힘겨웠던 과거가 되어버리고 만다.
분명-
그 동안 우리가 함께 해 온 시간 속에서 자신의 설렘과 기다림이 조금은 그에게 닿았을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만일 그렇지 않다고 해도- 함께 쌓아온 기억들은 잘 마무리해서 언제 꺼내보아도 기분좋은 것들로 남고 싶다.
...늦긴 했지만, 남자답게 당당히 고백하자.
그렇게 애써 마음을 다잡고 나왔다.
오늘은 수업을 끝내고 꼭 그의 집에 찾아가리라.
그 동안 수없이 받지 않고 애써 무시했던 전화도, 문자도 모두 미안하다고- 내가 비겁했다고 사과하리라.
그저, 당신이 너무 좋아서- 그런데 어떻게 해야 당신을 소중하게 대할 수 있는지 방법을 몰라서- 내가 잘못했다고.
그렇지만 어리고 서툴러도 당신을 좋아한다고.
그 마음은 진지하다고- 꼭 고백하리라.
수업이 끝나고 요즘 자꾸만 쫓아다니는 1학년 후배에게 한쪽 팔을 잡힌 채 남은 한 손으로 서둘러 백현에게 문자를 쓰던 참이었다.
뭐라고 첫 말을 꺼내야할까- 옆에서 뭐라고 종알거리든 말든 들리지도 않았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금 집이예요?' 라고 보내면, 너무 뻔뻔스러워보일까?
'미안해요'라고 보내면, 너무 가볍게 보일까?
'형-' ...? ...진짜 그렇게까지 해야하나?
어쩌면 그 한 글자만으로도 백현이 자신의 마음을 다 알아채진 않을까, 하는 마음에 머뭇머뭇 한 자를 썼을 때-
"야, 박찬열!"
동기인 종대의 부름에 고민하던 얼굴 그대로 시선을 돌렸을 때-
먼 발치에 서있는 그의 모습은 몇 번이고 눈을 꿈뻑여도 사라지지 않아서 더 거짓말 같았다.
이제 진짜 한계가 왔구나, 박찬열.
그렇지 않고서야 저 사람이... 저 사람이 왜 지금 보이겠어?
분명 여기 자신이 서있다는 것을 볼 수 없을텐데도 그는 곧은 시선으로 이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시선이 마주친 것만 같아서, 그래서 더 현실 같지 않았다.
내가 지금.. 제대로 보고 있는 게 맞는거야?
정말 그 사람인거야?
"여기 형이 너 찾아오셨다는데-?"
그래. 그 사람이 맞다.
방금 자신이 서툴게 문자에 쓰고 있던 그 어색한 호칭의 주인공.
아직 그 다음에는 뭐라고 써야할지 정하지 못했는데- 이런 상황은 상상조차 못해봤는데...
당황한 찬열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게 서있는 동안,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던 후배녀석이 팔을 잡아끌며 말을 걸어왔다.
"누구야, 오빠?"
...내가 마음에 다 담지도 못할만큼 좋아하는 사람.
분명 백현은 보지 못할텐데, 표정을 읽을 수 없는 그 얼굴이 붙잡힌 팔을 빤히 응시하는 것만 같았다.
그 고요한 시선에 괜히 가슴이 뜨끔한 찬열이 제 팔에 매달린 후배녀석을 후다닥 밀어냈다.
갑작스런 반응에 멋모르고 물러났던 녀석은 가만히 백현 쪽을 바라보고 있다가 또다시 찬열의 팔짱을 끼고 매달려왔다.
아... 여자들은 정말,
눈치가 빠르다.
"오빠, 아는 사람이야?"
이런 모습을 혹여나 백현이 알아차릴까, 떨어지라는 말도 하지 못한 채 한 사람은 밀어내고 한 사람은 자꾸만 매달리는 소리없는 다툼이 이어졌다.
그런 둘의 모습을 입을 헤 벌리고 재밌다는 듯 바라보는 종대에게 구원의 눈빛을 날렸지만 저 어리버리한 자식이 알아먹을 리가 없다.
그나저나... 저 사람, 진짜 여기 어떻게 온 거야.
우리 동네에서 여기까지 거리가 얼만데, 혼자 온거야 설마? 팔에 끝없이 들러붙는 야무진 손을 떼어내며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백현 주변에 딱히 일행으로 보이는 사람도 없었다.
김준면 씨는 대체 어디가고 사람을 저렇게 막 혼자 돌아다니게 만들어. 위험하게!
재빨리 백현의 모습을 훑어보니 다행스럽게도 특별히 이상해보이는 곳은 없다.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에 슬슬 뿔이 났다.
이렇게나 내가 안절부절 못하는 건, 알기나 해요?
아주 남의 심장을 들었다놨다-
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이 사람 때문에, 이 사람에 대해서는 내 맘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내 마음 때문에-
정말 환장하겠다.
"...왜 온거예요."
걱정스러운 마음 반, 원망스러운 마음 반이 담겨 생각보다 무뚝뚝하게 나간 목소리에 찬열도 조금 놀랐지만
그 말에 더 신나서 매달려오는 이 손길부터 일단 처리해야했다.
귀찮아서 그러거나 말거나 놔뒀더니 눈치도 없이 왜 이러냐, 너- 쫌!!
눈을 부릅뜨고 사납게 노려보아도 '오빠아-'하고 부르며 더 몸을 베베 꼬는데 이걸...
여자애를 확 밀칠 수도 없고 어쩔 줄 모르고 있는 사이,
지금까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있기만 하던 백현이 휙 돌아서서 걷기 시작했다.
제 팔을 놓고 가버리는 백현의 모습에 남겨진 종대도 당황한 듯, 찬열과 백현의 뒷모습을 번갈아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아씨... 진짜, 미치겠네.
"어머... 저 사람, 시각장애인인가봐-"
눈치도 없이 옆에서 중얼거리는 후배녀석의 한마디에 결국 말그대로 빡이 돌았다.
마음이 급한 찬열의 사정을 알 리 없이 빠르게 사라지는 백현의 모습을 쫓아가려니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은 녀석도 졸졸 쫓아왔다.
멍하게 선 종대에게 팔에 붙은 녀석을 던지듯 휙 밀어붙이니 얼떨결에 넘겨받은 녀석도, 밀려난 녀석도 '으엑!!!' 하고 빽 소리를 질렀다.
'걔 좀 어떻게 해봐' 해놓고선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 백현을 찾아 계단을 달려내려가는 뒤로 원망섞인 두 녀석의 부름이 점차 멀어져갔다.
다음 수업시간을 앞두고 건물 안에는 오고 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바삐 이어졌다.
몇 번이고 이리저리 부딪히며 두리번거리던 찬열의 시야에 저멀리 백현의 뒷모습이 들어왔다.
내가 미쳤지.
제 입장이 사실 이렇게 배짱 부리고 원망할 처지였던가.
미안하다고 코가 땅에 닿게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미쳤다, 미쳤어.
표정은 알 수 없지만 앞서가는 그의 불안한 발걸음이 자신에게 더 상처가 되어 돌아왔다.
비틀비틀- 빠른 걸음을 옮기던 그가 계단 위에서 휘청이던 순간에는, 날았던 게 분명했다.
꽤나 높은 이 계단에서 넘어진다면 다쳐도 보통 크게 다치는 게 아닐 것이다.
간신히 기우뚱- 중심을 잃고 넘어가는 백현의 허리를 낚아채며 다른 손으로 난간을 움켜잡았다.
두 사람의 무게를 갑자기 지탱한 오른쪽 손목이 욱씬하고 아파왔지만
끌어당긴 품안으로 느껴지는 체온과 보드라운 머리칼은 오랜만에 느껴보는만큼 감격스러워서 통증도 잊게 만들었다.
"위험하잖아요-"
그리고- 다친 곳은 없는지 살펴보려 돌려세운 백현의 뺨에 가득한 눈물을 발견했을 때에는 당황해서 할 말을 잃었다.
뭐... 뭐야, 우는거야? 지금? 왜?!
역시... 나한테 욕하려고 왔던건가? 변태자식이라고?
아..아니면, 아까 역시 내가 너무 쌀쌀맞게 굴었나?
아니면, 어디 다쳤나? 아픈가? 놀랐나?
...왜 우는데?!
"...누구야!"
"...예?"
눈물만 주륵주륵 흘리던 백현이 바락 소리를 질러서 이번에는 멍한 기분이 되어버린 찬열이 얼빠진 소리를 냈다.
"저기... 저... 찬열인데요..."
"그 여자애 누구냐고!!"
...네?
"누구야! 이 나쁜 자식아,
너도 남자라고 오빠 소리 들으니까 좋냐?!"
...아니요, 저기-
저도 당연히 남자죠- 너도 남자라니, 그게 무슨...
"쟤 누구냐고! 누군데 너, 너, 이 나쁜 놈아!"
그러니까... 쟤가 누군지 저도 이름이 기억이 잘...
아니, 변백현 씨 그러니까-
"후..후배예요, 과 후배-"
"후배면 후배지 왜 너보고 오빠라고 그래!"
아... 예전부터 생각했지만, 이 사람에게는 형이라든가 오빠 같은 호칭들이 찬열은 알 수 없는, 어떤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게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왜 이렇게 집착하는거야-
주변에 지나가는 사람이 있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는 듯, 백현은 눈물을 펑펑 흘리며 소리를 질러댔다.
동기들이나 선후배, 교수님까지 지나다니는 길이라- 캠퍼스 내에서는 보기 힘든 구경거리에 슬금슬금 모여드는 사람들 속에 아는 얼굴이 꽤나 많았다.
저기요, 변백현 씨- 일단 여기 말고 딴데서 우리 얘기 좀...
"이 나쁜 자식!!
니가 감히 내 문자도 씹고, 전화도 씹고, 그렇게 가놓고선 여기서 이렇게 여자나 끼고 놀고 있어?!"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아니, 미안한 마음에 죄스러워서 연락 안하고 전화도 문자도 받지 않은 건 소심한 내 탓이지만 여자를 끼고 놀다니-
그게 무슨... 사랑과 전쟁에 나올만한 엄청난 소리예요-?
"아.. 저기, 변백현 씨 왜 이래요- 자..잠깐만.."
"형이라고 부르랬잖아, 이 자식아!!"
이 사람. 열받으면 이렇게 되는건가.
이미 눈물로 범벅이 된 두 뺨도, 발갛게 물든 눈가도, 달아오른 코 끝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는 백현의 포스에 눌린 찬열이
그렇게나 둘이 아웅다웅했던 것은 잊은 채 '알았어요, 형- 형, 됐죠? 형-'하고 몇 번이고 불러주었다.
백현은 그제서야 쌕쌕 숨을 고르며 가만히 훌쩍이기 시작했다.
넋이 빠진 찬열이 얼른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 얼굴을 닦아주는데 그 손도 밀어내고 제 손을 들어 쓱쓱 뺨을 문질러 닦는다.
그런데도 자꾸만 눈물이 나서 소용이 없어보였다.
"...왜 그래요- 왜 울어요-"
진짜... 맘 아프게 왜 그렇게 서럽게 울어요.
진짜 울고 싶었던 건 나였는데-
기세 좋게 소리를 질러대던 것이 거짓말처럼 어느새 잔뜩 풀이 죽어 축 처진 어깨로 훌쩍이고 있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묵직하게 아파왔다.
"좋단 말이야..."
...에?
"나도 좋단 말이야, 너..."
...뭐?
이 사람...
방금 뭐라고 한 거야.
울먹울먹 꺼내놓은 말에 이어 또 눈물샘이 터진 백현을 찬열은 그저 멍하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온 몸의 신경이 마비된 듯, 근육이 녹아버린 듯 힘이 빠졌다.
얼어버린 찬열 대신 어느새 구경꾼들 사이에 흥미진진한 얼굴로 서 있던 종대가 '오오오-'하고 환호를 해댔다.
머리 속이 텅 비어있다가, 그 방정맞은 소리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방금 제 귀에 들린 말을 곱씹고 또 곱씹었다.
한 번, 두 번- 그렇게 다시 돌이킬 때마다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하더니 이내 귓가가 새빨갛게 불이 붙은 듯 화끈거렸다.
뭐야, 이거...
이거...
털썩-
쾅-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아버리는 찬열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린 종대 녀석이 '얼레리 꼴레리~' 초딩도 안할 소리를 해댔지만
주변으로 점점 크게 쿵쿵 울려대는 심장소리에 금세 가려졌다.
"찬열아... 찬열아..."
요령없이 주저앉다가 난간에 부딪혀서 크게 소리까지 났는데 아픈 줄도 모르겠다.
그 엄청난 소리에 오히려 백현이 더 놀란 듯 했다.
울먹이며 자신을 찾는 백현의 손을 마주잡았을 때, 손 끝에 닿은 것은 그렇게나 가지고 싶었지만 가지기엔 너무 소중했던 것이라-
긴장된 마음에 저도 몰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말없이 맞잡은 손을 잡아끌자 데구르르- 백현의 손에서 떨어진 흰 지팡이가 바닥을 굴렀다.
주저앉은 찬열의 앞에 이끌려온 백현과 눈높이를 맞추자 물기가 어린 채 반지르르 빛나는 까만 눈동자에 제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얼빠진 표정 그대로, 세상에 다시 없을 머저리 같은 얼굴로.
...당신이 이런 바보 같은 표정, 보지 못해서 다행이예요...
"왜 그래, 찬열아-"
...이렇게나 맑은데...
이렇게나 예쁜데...
정말 여기 내가 있어도 되는 거예요?
"...너무 좋아서요."
'으어어어어-'
'꺄아아악'
주변에서 들려오는 야유인지 환호인지 알 수 없는 소리들은 지금 이 순간 중요하지 않았다.
제 입에서 나왔다고 하기엔 너무 소름돋게 달달한, 하지만 이 순간 그 이상은 떠오르지 않는 한 마디에
핑글핑글- 물기가 멤돌던 백현의 눈가가 다시 젖어들어갔다.
결국 그 자리에서 엉엉 울어버리는 백현을 보면서도 자꾸만 웃음이 났다.
"미안해, 찬열아- 미안해- 흐어엉-"
뭐가 미안하다는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가 불러주는 제 이름은 여전히 너무 좋아서-
찬열은 울고 있는 백현을 자꾸만 품에 끌어다 안았다.
두 사람이 함께 소나기를 맞던 그 날처럼 따스하게 어깨가 젖어들었다.
백현은 더 목을 놓아 우는데, 찬열은 자꾸 베실베실 웃음이 났다.
그가 울음을 그치면- 자신이야말로 미안하다고 꼭 사과해야겠다고, 찬열은 생각했다.
그리고 꼭, 고맙다고 말해야지.
나에게 와줘서.
당신에게 닿기를 간절히 바라던 내 마음을 알아줘서.
그리고- 그런 당신이, 나도 너무 좋다고.
+주저리주저리
...에헷.
아..안녕하세요(_ _);;;;;
주말에 온다고 거짓말을 해서 제 코가 이렇게 길어졌나봐요.. 쿨럭...-ㅠ-;;;
주말 내내 환절기 감기에 걸려서 침대와 일심동체가 된 채로 19화를 쓰는데... 그런 느낌 아시나요...? 뇌에 콧물이 가득 찬 느낌...ㅠㅠ
...식사 중이신 분 계셨다면 혐오스러운 표현 죄송해요;;
뇌가 제기능을 못해서인지, 감성이 콧물로 변해서인지(-ㅠ-;;) 찬열이 부분에서 딱 막혀버려서 조금 이리저리 헤매느라 늦었습니다ㅠㅠ
다시는 언제 뵙겠다고, 섣불리 인사드리지 말아야지ㅠㅠㅠ 하고 다짐하게 된 19화였습니다...ㅠㅠ..
아아... 아득한 지난 편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찬백이들은 저에게 늘 넘기 힘든 특상급 과제군요..ㅠㅠㅠ
사실 이번 편은 다른 BGM을 듣고 써서 막판에 노래를 갈아치운터라;; 더 확인 키를 누르기 떨리고 막 망설여지는 그런 편인 것 같습니다;;
종종 이럴 때가 있더라구요- 백현이 부분이랑 찬열이 부분이 느낌이 조금 달라서 고민이 되는?;;;ㅎㅎ
19화의 마지막까지 함께 해준 커피소년의 '사랑이 찾아오면'을 과감히 버리고, 지난 주에 피처링으로 함께하신 알렉스 님의 곡을 쏘쿨하게...는 아니고
100번 정도 망설이다가 선택했습니다;;ㅎ (커피소년 노래, 다 너무 좋아요-! 욕하면서 듣게 되는 칼로리 송만 빼구요(?);;;ㅋㅋㅋㅋ)
아- 이 두 녀석 감정은 정말 따라가기 힘듭니다;;ㅎㅎ 아무래도 이런 경험이 없어봐서일까요-
그래도 나름 한번쯤 백현이처럼 당연히 날 기다리고 있는 줄 알았던 사람이 어느 날 급 '내가 좋아하는 애가 어쩌고 저쩌고...'하고 연애상담을 해와서...
...괜찮아요, 옛날 일이니까:) ......쳇-_-
하여튼, 그랬던 옛 시절도 있었는데-
아마 그 때 일은 기억에서 말끔하게 지웠거나 별로 큰 충격이 아니었거나, 그랬을까요-
유독 이번 편은 오래 고민했네요;;ㅎ
이번 편에 약속드린 암호닉 정리와 지난 편 댓글들은 오늘 새벽 쭈우욱~ 이어지겠습니다!
일단 약속드린 날짜가 또 하루 늦춰져서 코가 더 길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확인 키부터 누르고!!;;ㅠㅠㅠ 스리슬쩍 암호닉을 추가하고 모른 척 답글들로
찾아뵙겠습니다;;ㅎㅎ
...저 아무리 봐도 날이 갈수록 게을러지고 있죠? 절 마구 치셔도 좋아요...흡...
그..그래도 여전히 요즘 가을을 맞아 찾아온 사춘기와 학구열에 불타시는 교수님의 아름다운 선물들 때문에 다음 편도 천천히...(ㅠㅠㅠㅠ) 찾아뵙겠습니다ㅠㅠㅠ
그래도... 사과의 첫 시작부터 한 편 당 이야기 하나씩!이 목표였는데, 짤막짤막 자를 순 없...ㅠㅠㅠㅠㅠㅠ....
그나저나 이번 편 쓰다보니, 어쩌면 사과의 사과는 정말- 먹는 사과가 아니라 미안해의 사과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퍼뜩 드네요;;ㅎㅎ
백현이도, 찬열이도, 그리고 종인이와 경수도- 심지어 사과를 쓰는 저 조차도 매일매일 미안하고 죄송할 일만 넘쳐나니까요;;;
누가 지었는지 참... 제목 한 번 미래지향적으로 지었었구나...*-ㅅ-*;;;
...늘 게으르고 느리고 소소하고 비루하고 별 것 없는 이야기들, 기다려주시는 천사같은 분들ㅠㅠㅠ
이번 한 주도 화이팅이예요!!
특히 날이 선선해지면서 마음도 서늘서늘하실 고3 독자님들- 늘 응원하고 있어요-!
만일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고 계신다면 우리 같이 하루를 3일처럼 쓰도록 해요- (저..저도 9월 말과 11-12월 경에 중요한 시험이... 콜록..)
지금은 힘들고 부담스러우시겠지만, 밤 늦은 시간 독서실을 나서는 여러분을, 꿈을 위해서 달리는 여러분의 모습을 자랑스럽게 떠올릴 날이 꼭 있을거예요:)
만일 '난 솔직히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았어..'라고 자책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그 마음으로 우리 지금부터 더 열심히 시작해요:)
...왜냐면, 저도 그 중요한 시험을 그렇게 열심히 준비하지 않았거든요;;;; 막 동감동감..ㅠㅠㅠ
여러분이 지금 보내고 있는 시간은 남들과 비교할 수도 없을만큼 보람되고 소중하니까요-
그 시간에 문제를 얼마나 더 풀었든, 고민에 빠져있었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어깨 축 처진 모습보다는 우리, 마지막 순간까지 밤도 꼴딱 새고 아침해를 보는 뿌듯함도 느껴보고- 반대편 아파트에 불이 다 꺼진 걸 보면서 스탠드 켜고 공부하는
우월감도 느껴보고- 그렇게 마지막 날까지 쿨하고 멋지게 한 번 해봅시다:)
남들 한 번 보는 수능을 두 번 보면서 힘들었지만, 그렇게 밤을 새보고 새벽 공기를 마셔보고- 그랬던 순간들은 성적을 떠나 좋은 기억들로 남아있으니까요-:)
그리고 환절기 감기는 독해요- 꼭 건강관리 잘 하시구요-
...맨날 글보다 주저리가 더 길어..ㅠ
늦게 온 주제에 '이게 뭥미..' 싶은 이야기도 여기까지입니다. 그래도 늘 너그러운 마음으로 반겨주시는 여러분, 모두모두 사랑해요 ㅠㅠㅠㅠ
...전 그럼 이만 모기 한 마리 잡고 약속했던 일을 이어가야겠습니다;; 다음 편에서 뵙겠습니다:)
+암호닉 남겨주신 감사한 분들
감동 님, 감동그자체,도경수 님, 공작새 님,
광수 님, 김첨지 님, 꼬리빗 님,
꿀꿀이 님, 꿈이뤄21 님, 낑깡 님,
니포 님, 달자 님, 더덕 님,
도넛츠 님, 도됴 님, 도로시 님,
도블리 님, 돌고래 님, 동동 님,
됴덕후 님, 됴르르 님, 똑순이 님,
리미 님, 리카 님, 링세 님,
메이링 님, 멜론 님, 모모니 님,
모카 님, 몽글몽글 님, 방구 님,
버거킹 님, 버블티 님, 봉봉 님,
비너스 님, 비오 님, 빙수 님,
사과꽃 님, 삼각김밥 님, 새우 님,
서랍 님, 수니 님, 슈엔 님,
쉬림프 님, 스티치 님, 시안 님,
썬크림 님, 쏘쏘 님, 아이됴 님,
아이엠벱 님, 아켁 님, 야부님,
여명 님, 앵그리버드 님, 에이크 님,
엘딘 님, 오미자 님, 오탁구 님,
이불익이니 님, immiran 님, 지나가던 행인 님,
찬사 님, 캐슈 님, 코아 님,
코코볼 님, 키다리아저씨 님, 타루 님,
톡톡 님, 티슈 님, 풍 님,
평형상수 님, 피카츄 님, 하하하하하 님,
헤헷 님, 호독자 님, 호박잎 님, 힝힝 님
혹시나 제가 혼을 놓고 또 빼먹었다거나 오타를 냈다거나 기타 등등 정신 나간 짓을 했거들랑
주저마시고 호통을 마구 쳐주세요ㅠㅠㅠ
그건... 그건 아마... 지금 싸우고 있는 모기 때문일거예요!!ㅠㅠㅠㅠㅠㅠㅠ
아악 암호닉 정리하는 동안 제 피를 두 방울 더 빨아먹고 갔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
암호닉 남겨주신 감사한 분들, 그리고 늘 댓글 남겨주시는 천사같은 분들과 한 편 한 편 읽어주시는 사랑하는 독자님들ㅠㅠㅠ
늘 감사합니다- 사랑해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