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익쁜이들!
고기 2인분 먹는 바람에 늦게 왔어 ㅠㅠ 미안해ㅠㅠㅠ 이해해줘...♡
앞에서 걸어가는데 자꾸 뒤가 신경 쓰였어.
고은이가 하는 말도 귀에 잘 안들어오고 그 오빠가 뭘 하는지 무슨 얘기를 하는지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지.
오랫동안 못봤으면서 잊어버리기로 했으면서도 계속 그 오빠 생각을 하는 내가 싫었어.
그 오빠 한테 나는 아무것도 아닐 텐데 말이야.
차라리 내가 뒤에서 걸으면 이렇게까지 신경 쓰이진 않을텐데 지지리 운도 없다 싶었어.
그러다 성당을 나오고 언덕을 내려가는데 언덕 끝에는 길이 세 갈래로 나 있었어.
세 갈래 길로 들어섰을 때 더 이상 그 오빠 때문에 불편하기 싫어서 돌아 가더라도 다른 방향으로 가야겠다 생각했지만
초등학생 때 항상 집에 같이 갔었기 때문에 우리 집이 어딘 지 아는 고은이가 너 왼쪽이지? 우리도 왼쪽으로 가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같은 방향으로 가게 됐어.
그렇게 고은이 말에 대답하며 걸어가다가도 뒤에서 그 오빠 목소리만 들리면 정신을 집중했어.
참 웃기지만 은주 언니와 그 오빠가 뭐라 뭐라 얘기하며 웃는 소리가 들리면 질투 할 입장도 아니면서 괜히 꽁기꽁기했었어.
왼쪽길로 쭉 가다가 또 두 갈래 길이 나왔고 길이 가까워 오기 전에 고은이에게 언니 오빠들 어느쪽으로 가냐고 물었더니
언니 오빠들은 왼쪽으로 가고 자기는 오른쪽으로 간다고 하길래 다행이다 싶었어.
그리고 그 때 은주언니와 남희오빠가 남매라는 것도 알게 됐어.
갈래 길에 다다르고 은주언니와 남희오빠가 우리에게 잘 가라고 또 보자고 인사를 했어.
나랑 고은이도 인사를 하고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그 오빠가 은주언니와 남희오빠에게 전화 할게 라며 손을 흔들었어.
은주언니와 남희오빠도 당연하다는 듯 인사를 받아주었어.
고은이가 오빠 일로 가? 하자 그 오빠는 너네 데려다 주고 다시 갈거야 라며 웃었어.
그렇게 셋이서 걸어가는데 얘기하는 건 나와 고은이, 고은이와 그 오빠 이렇게만 이었고 나와 그 오빠는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어.
한참을 그러다 고은이가 왜 둘이 아무 말도 안하냐며 그 오빠에게 나 모르냐고 물었어.
그 때 차라리 아무 말 없이 가는게 더 편했던 난 고은이가 너무 미웠어.
그 오빠는 나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어 보였었고 날 기억도 못하는 것 같아서 괜히 나만 더 비참해질 것 같았어.
그런데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그 오빠가 내 이름을 말했어.
난 그 오빠 이름도 모르고 있었는데 말이야.
그 오빠가 날 보며 ㅇㅇ 잖아 하고 웃는데 정말 심장이 그렇게 쿵쿵 거리는 기분을 처음 느꼈어.
그 때 더 이상 안 좋아 하겠다고 다짐했었던 마음은 눈 녹듯이 사라져버렸지.
고개를 숙이고 후끈거리는 얼굴을 식히고 있는데 고은이가 이번엔 내게 넌 오빠 이름 아냐고 물었어.
모른다고 대답하고 살짝 곁눈질로 그 오빠를 보니 좀 실망한 것 같아 너무 미안했었어.
정말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 이름도 몰랐던 내가 참 바보같았어.
그래도 덕분에 그 날, 그 오빠의 이름을 알게 되었고 얘기도 몇 마디 나눌 수 있었어.
그렇게 몇 분을 더 걷다가 우리 집에 도착 했어.
고은이에게 잘 가라고 손을 흔들고 그 오빠에게도 꾸벅 인사 하고 들어가려는데 오빠가 날 불러서 돌아 봤더니 번호좀 하며 핸드폰을 내밀었어.
두근두근 하며 떨리는 손으로 번호를 누르다가 몇 번을 틀리고 다시 썼는 지 몰라.
취소를 두 번 눌러서 당황해 하기도 하고 그랬었어.
번호를 다 찍고 핸드폰을 돌려 주고서 주머니를 뒤적여 내 핸드폰을 찾아서 내밀었지만 문자 하겠다고 했고 그렇게 내 핸드폰은 거절당했지..ㅋ
떨리는 마음으로 집에 들어가서는 학원 안 간 죄로 엄마에게 불려 가 혼이 났지만 혼나면서도 그 오빠 생각에 자꾸 웃음이 나서 배로 혼났어.
씻고 방 안에 들어가서는 문자가 언제 올까 계속 핸드폰을 만지작 거렸어.
밥 먹으면서도 컴퓨터 하면서도 숙제 하면서도 자기 전까지도 핸드폰을 붙들고 있었지만 그 날은 끝끝내 문자가 오지 않았어.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문자는 안 왔어.
그 날 이후로 혹시나 만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미사할 시간 쯤 학원에 쉬는 시간 되면 성당까지 뛰어 가서
그 오빠 있나 미사 보시는 분들 살펴보다 뛰어 온 적도 있고 주말미사, 어린이 미사에도 가 봤지만 고은이와 은주언니만 보고 그 오빠는 만날 수 없었어.
그러다 이대로 더 이상 그 오빠를 못만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창피함 무릎쓰고 고은이에게 그 오빠 전화번호를 물어봤어.
참 낯가림 많고 쑥쓰러움 많은 나 였는데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 지 모르겠어.
문자 보내려다가도 내가 먼저 하면 좀 부담스러워 할까? 좀 더 기다려볼까? 지금 보내는게 적당할까? 저녁 때 쯤 보내야 금방 확인할까?
하는 이런 저런 생각에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결국 학교 점심 시간 때 쯤 문자를 보냈어.
ㅁㅁ오빠 안녕하세요? 저 ㅇㅇ에요. 혹시 바쁘세요?
참 멋 없는 첫 문자였지.
문자를 보내고 0.1초도 안되어 후회했었어. 잠깐 도깨비에 홀려 나도 모르게 문자를 보낸 것 같은 기분이었어.
내가 써놓고도 내가 쓴 문자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들여다 봤어.
그렇게 한 시간 두 시간 지나고 학교가 끝났어.
오늘은 여기까지 쓸게 ㅎ
읽어줘서 고마워!! 내가 정말 정말 많이 ♡하는 거 알지?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