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3 |
by.팊 “ 중국밥 먹고싶지 않아? ” 마주앉아서 덩치에 걸맞게 시원시원히 밥을 먹는 쑨양을 보며 말을 걸어보았다. 입안에서 밥을 우물거리며 쑨양은 고개를 들었고, 고개를 기우렸다. 사실 나는 중국음식이 딱히 입에 맞지를 않아서, 이곳에와서는 내 손으로 직접 음식을 다해먹었다. 물론 한식이나 양식으로‥. 나는 중국음식이 먹기가 힘들었지만, 쑨양은 중국인이고 중국음식이 더 잘맞을텐데 매일 불만없이 내가 해주는 밥을 맛있게도 먹었다. 보는 내가 배부를 정도로 맛있게 말이다. “ 다 잘먹어. ” “ 그런거 같기는 한데‥ 그래도 매일 먹던 맛은 아니잖아. ” “ 치료소에서 가끔 밥 먹으니까요. ” 치료소에 들러서 운동치료를 하고 난 뒤 식사시간이 겹쳐지면 치료소 사람들과 식사를 했다. 물론 나는 그럴때마다 먹지않고 거의 다른데 앉아있거나 진료실에서 잠을 자고 있어서 쑨양이 중국 음식을 먹는건 보지 못했는데 그때마다 종종 쑨양은 중국 음식도 먹은 듯 했다. 수영을 하지않으면서 섭취량이 점차 줄어든 나와 반대로 여전히 쑨양은 왕성한 섭취량을 자랑했고, 대부분 먹는걸 입에 달고 있었다. 수영도 안하고 그렇게 먹으면 분명히 살이찐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원래 먹던양이 있어서 줄이기 힘들어보였다.
오늘은 운동치료를 쉬는 날이라서 급격히 한가해진 관계로 설거지는 쑨양에게 넘기고 빨래를 하고 있는데 부엌에서 달그락 거리다가 쨍캉 하고 그릇이 깨지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손에 수건을 쥐고 있다가 고개를 돌려보니 쑨양이 바닥에 쪼그려 앉아있었다. “ 쑨양? 괜찮아? ” “ 나는 괜찮은데 그릇이‥ ” “ 만지지마! 위험해! ” “ 괜찮아, 내가 치울게요. ” 기다리라고 고무장갑을 끼고 해야한다며 두리번 거리는 사이 발 밑에서 아! 하는 외마디 비명이 들렸고, 시선을 내려보니 그새 쑨양은 손가락이 유리에 베여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놀란 나는 괜찮냐며 쑨양의 팔을 잡아당겼고, 생각보다 상처가 컸다. 당황해서 두리번 거리다가 손가락을 합! 하고 입에 물었더니 놀란 쑨양이 펄쩍 뛰었다. 바둥거리는 쑨양의 어깨를 찰싹 때렸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이내 얌전해졌다. “ 선생님, 괘,괜찮은데‥ ” “ 그므느 이쓰르느끄! (가만히 있으라니까!) ” “ 아니 그게‥ ” 입안에서 비릿한 피맛이 돌았다. 생각보다 입이 작은 나는 쑨양의 손가락이 조금 버거웠지만 입에 문채 피가 흐리지않도록 작게 빨아들이며, 시선을 굴려 지혈 할 것을 찾았다. 핸드타올이 눈에 띄어서 팔을 뻗어 잡아 물고있던 손가락을 놓고 꽉 눌러 지혈을 해주었다. 긴장해있던 쑨양의 어깨가 조금은 힘이 풀린듯 보였다. “ 그러게 위험하다고 했잖아. ” “ 이정도로는 안죽어요. ” 나는 그걸 말이라고 하는거냐며 다시 한번 쑨양의 어깨를 찰싹 때렸다. 아프다며 쑨양은 울상을 지어보였다. 그건 아프고, 이 손가락은 안아프냐며 또 다시 찰싹 때렸더니 이내 쑨양은 결국 징징거리며 방으로 도망가버렸다. “ ‥커다란 애키우는 기분이네. ” 미간을 감싸쥐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숨을 내쉬는데 입안에서 계속 비릿한 피맛이 돌았다. 고개를 들고 싱크대에 다가가 수돗물로 입안을 헹궜다. 대충 입안을 다 헹구고 난 뒤, 고무장갑을 찾아서 끼고 그가 깨놓고 도망간 그릇들을 하나씩 치웠다. *** 너무 쎄지않게, 너무 조심스럽지도 않게 문을 닫고, 문에 기대서 지혈 중이던 손가락을 꾹 움켜쥐고 벽에 기대섰더니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아버렸다. 심장이 이상한 박자를 유지하며 멋대로 날뛰는통에 자꾸만 숨이 턱턱 막혀왔다. 뜨거웠다, 손가락이. 상처 때문에? 아니 조금은 다른 느낌이였다. 아직 그 온기가 남아있는거 같아서 손이 떨린다. “ 미쳤다, 쑨양. ” 요동치는 심장을 주먹으로 쿵쿵 내려쳐보아도 좀처럼 심장박동은 사그라들지않았다. 피가 거꾸로 역류하는 기분에 눈 앞이 아찔거렸다. 쉿, 조용해. 제발 그만 날뛰어! 라고 심장에 속삭여보아도 심장은 말을 듣지않았다. 심장이 뛰지말라고 안뛰면 심장이 아니지‥. “ 선생님‥ ” 고개를 푹 숙인채 작게 웅얼거렸다. 사실 처음엔 반응이 너무 웃겨서 일부러 더 부르지말라는 선생님이란 호칭을 썼다. 내 눈치를 보던 그는 이젠 내가 선생님이라 부르는 소리에 적응을 한 듯 보였다. 조금 아쉬웠지만, 애매한 호칭이 정리되어서 나로서는 편했다. “ 자기 맘대로 컨트롤 안되는 심장도 고칠 수 있을까요, 선생님. ” *** 이른 아침에 언제나 그렇듯 눈을 떴다. 몸이 이상하게 묵직했다. 왜이러지. 뜻대로 움직여주지않은 몸이 거슬렸다. 끙, 앓는 소리만 내며 누워있었는데 갑자기 속이 뒤틀리기 시작하더니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무거워진 몸에 힘을 주어 퍼뜩 일어나 화장실로 달려가 변기통을 붙잡았다. “ 웁! ” 체한걸까? 전날 먹은 음식을 그대로 다 뱉어낸 후에야 겨우 속은 진정되었다. 물을 내리고 세수를 했다. 얼굴이 초췌해보인다. 이상하리만치 전날 너무 피곤해서 밥을 먹는둥 마는둥 하며 제대로 씹지않아서 탈이 난걸까. 미간을 짚고 벽에 기대서있었더니 화장실 문이 열렸다. “ 선생님? ” 느릿하게 고개를 돌리니 막 잠에서깬 비몽사몽 상태의 쑨양이 눈에 들어왔다. 멍하게 보고있었더니 쑨양이 다시 한번더 나를 불렀다. 아‥, 여전히 간질거린다. “ 잘잤어요? 기분은‥ ” “ 어디 아파요? ” “ 응? ” 내 질문에 쑨양이 다시 질문을 던진건 처음이였다. 나는 고개를 기우리며 그를 바라봤고, 그는 어째서인지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나를 보고있었다. 나는 다시 한번 거울을 봤다. 아파보이나?
“ 오늘 면담 나 혼자 가도되는데‥ ” 쑨양의 밥만 차려주고 거실 소파에 누워있었더니, 어느새 밥을 다 먹은 쑨양이 내곁으로 다가와 풀 죽은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나는 무거운 눈꺼풀을 힘겹게 다시 뜨고 그를 봤다. 아, 언제봐도 참 크다. “ 운동치료도 해야하니까. ” “ 그치만 아파보이는데‥ ” “ 안아파요. 조금 피곤해서 그래. ” “ 그치만‥ ” 나는 몸을 일으켜, 쑨양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그를 지나쳐 나갈 준비를 했다. 치료소에 도착하니 몸은 더 천근만근 무거워졌다. 면담중인 쑨양을 내 진료실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서늘한 느낌에 어깨를 움츠리고 창밖을 보았다. 몇일간 비만 퍼붓더니 날이 많이 차가워졌다. 작게 올라오는 기침에 감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 또 비오려나. 창문 닫아놔야겠다. ” 일어나서 창문을 닫고서 고개를 들었더니 갑자기 눈 앞이 핑-하고 돌았다. 어? 하는 사이 나는 균형을 잃었고 뒷걸음질치며 넘어지려했다. 폭- 하는 소리와 함께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쑨양의 얼굴이 보였다. 이번에도 넘어지려는 나를 쑨양이 뒤에서 안아 잡아주었다. 이 자세는 나도 나름 한덩치 하는 남자로서 조금은 창피하게 느껴졌다, 항상. “ 선생님? 괜찮아요? ” “ 쑨양 ” “ 선생님, ‥선생님? ” 괜찮다고 말하려 했는데 말이 나오지않고 눈앞이 어두컴컴해졌다. 아마도 그대로 정신을 잃은거 같았다.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가늘게 떴다. 우왕좌왕 안절부절 거리는 쑨양이 눈에 들어왔다. 다시 눈을 꾹 감았다가 떴더니 왕원장이 보였다. 뭐라 말을 하는데 웅웅거리는 귓가에는 닿지않았다. 눈을 또 다시 감았다. 소리는 들리지않고, 말도 할 수 없고, 볼 수 도 없었지만 촉감은 깨어있었다. 여러사람의 손길이 느껴졌다. 한참 후에는 익숙한 커다란 손길이 느껴졌다. 쑨양이였다. 쑨양은 내 손을 잡고 조물거리다가 뺨을 쓸었다가, 이마를 쓸어주었다가 또 손을 잡았다가 매우 바쁘게 움직였다. 불안한 어린아이처럼, 그렇게 안절부절 거리는게 느껴졌다. *** “ 선생님 괜찮은거죠? ” “ 음‥ ”
왕원장은 팔짱을 낀채 잠시 고민에 빠졌다. 나는 더 불안해져서 그녀에게 답을 요구했고, 이내 간호사가 입을 열었다. “ 원장님, 열이 계속해서 급격하게 올라가요. ” “ 왜 저러냐니까요? 왜 열이나요? 예? 원장님! ” “ 쑨양, 진정해요. 괜찮으니까 진정해요. 그렇게 안절부절 거리면 나도 정신이 산만해져요. ” 왕원장은 우선 나를 진정시켜놓고 간호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후 아이스팩 여러개를 가져와 태환의 몸에 나는 열을 식혔다. 좀처럼 식을 생각없이 오르던 열은 주춤거렸고, 이내 열은 조금 떨어졌다. 그러는 사이 태환은 몇 번 정신을 차렸다가 다시 잠들었고, 기침이 심해졌다. 왕원장은 독감 같다고 했다. 옮을 수 있으니 가급적 가까이 가지말라고 했지만 고열, 기침에 괴로워하는 태환을 보고 있으려니 속이 타서 다가가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 수건이 미지근해지면 다시 차가운 물에 적셔서 이마에 올려주었다. “ 환자를 놔두고, 태환이 아프면 어떻게합니까? ” 누워서 잠만 자는 그가 얄미웠다. 잠시 후 잡고 있던 그의 손가락이 움찔거리는게 느껴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몽롱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태환이 보였다. 괜찮냐며 벌떡 일어나서 내려다 봤더니, 침대가 흔들린다고 짜증을 냈다. 괜시리 미안해서 조심스레 다시 앉았다. “ 괜찮아요? ” “ 어지러워‥ ” “ 독감이래요. ” “ ‥옮으면 안돼. ” “ 뭐라구요? ” “ 저리가, 옮아‥. ” “ 그게 문제에요? ” “ 아프면 안돼, 너. ” “ 선생님은 아파도 되구요? ” “ 괜찮아, 나‥ ” 태환은 알고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지금 한국말과 중국어를 섞어서 말하고 있었다. 그만큼 아프서 정신이 없다는건데 왜 자각을 못하는건지 모르겠다. 속상해서 그냥 자라고 했더니 이내 태환은 눈을 다시 내려감았다. 1시간 쯤 지나서 콜록거리다가 다시 눈을 떴고, 물을 찾기에 떠먹여주고나니 집에 가고싶다고 했다. 이 몸으로 어딜가냐고 잔소리했지만 집에서 편하게 자고싶다고 계속해서 들뜬 숨을 내쉬었다. 한숨을 쉬며 보다가 왕원장에게 가서 말하고 나는 그를 등에 업었다. 태워주겠다는 왕원장을 뒤로하고 치료소를 나서니 날이 꽤 춥다. “ 이 날씨에 이렇게 입고 다니니까 다 커서 감기에나 걸리죠. ” “ 시끄러‥ ” 움찔이고는 시선을 굴려서 봤더니 여전히 눈을 감은채 들뜬 숨만 내쉬고 있었다. “ 안잤어요? ” “ 승차감이 별로야‥ ” 잠시 멈춰섰다가 다시 고쳐서 업고는 한걸음 한걸음 조심스레 걸었다. 태환의 몸 떨림이 느껴질정도로 웃고는 뺨을 내 등에 살짝 부벼왔다. 닿은 부분이 갑자기 화끈거리는거 같았다. “ 키만 큰게 아니네. ‥어깨도 넓고. ” 태환은 말 끝을 흐리며 조용해졌다. 아마도 다시 정신을 잃은거 같았다.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와중에도 말을 제대로 하는거보면 대단하기도 했고, 안쓰럽기도 했다. 혹여나 또 깰까봐 정말 누가보면 이상하리만치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집에 도착하자말자 잠시 고민하다가 내가 쓰고있던 원래 태환의 방에 그를 눕혀주었다. 등이 축축해서 봤더니 태환의 온몸이 땀범벅이였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나는 양손을 모아서 고개를 숙여 합장했다. “ 절대 나는 아무생각 없어요! ” 그리고 한숨을 크게 내쉰 다음, 땀에 젖은 태환의 옷을 하나씩 벗겼다. 왜인지 자꾸만 손이 덜덜 떨려와서 애꿎은 손등만 꼬집어댔더니 멍이들거 같았다. 사람 참 힘들게 하시네요, 선생님. ‥차마 속옷까지 벗기려니 뭔가 왠지 모르게, 왠지 모르게 죄짓는 기분이 들어서 속옷은 냅두고 마른 수건으로 땀을 닦아주었다. 태환의 방에 들어가 옷가지를 가져와 갈아입혀주었더니, 그는 뽀송해진 느낌이 좋았는지 잠결에 작게 웃으며 이불에 파고 들었다. “ ‥내가 땀으로 샤워를했네. ” 허리에 손을 두르고 한숨을 푹 쉬었다. 태환의 이마에 차갑게 적신 수건을 얹어주고 갈아입을 옷가지를 챙겨 욕실로 들어갔다. 머리를 감고 있다가 문득 계속 떠오르는 그 열에 들뜬 숨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샴푸가 뭍은 손으로 뺨을 찰싹 쳤더니 눈에 거품이 들어가버렸다. 오두방정을 떨며 눈을 씻어내고, 샤워를 다 끝내고 수건을 머리에 뒤집어썼다. 수건으로 얼굴을 톡톡 닦으며 열린 방문으로 힐끗 그를 확인했다. 다행히도 치료소에서 있던거보다는 편한 얼굴로 자고 있었다. 아파서 누워있는 그를 보고있자니 괜시리 내 어깨가 추욱 쳐졌다. “ 내가 그렇게 힘들게했어요, 태환? 감기도 잘 안걸릴만큼 튼튼하다더니‥ ” 이틑날 태환은 다행히도 열이 떨어져 가벼운 감기로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물론 그가 일어난 날 긴장이 풀린 내가 감기에 걸려서 앓아눕는 바람에 아직 감기가 다 낫지도 않은, 태환의 간호를 받아야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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팊.
얼른 쓰고싶어서 아침에 눈 뜨자말자 또 컴퓨터 투다다다 거렸네요 ㅋㅋ
항상 많은 응원과 칭찬은 감사하게 다 보고있어요ㅜㅠ
감격이네요 ㅠㅜㅜ 사실 댓글을 바라고 쓴게 아니였는데 매일
댓글 하나하나 달릴때마다 너무 신기하고 그래요 ㅋㅋㅋ
우와 내가 쓰는 글을 진짜 읽는 사람이 있구나 막 그럽니다 *u_U*
암호닉은 언제나 감사하게 받고있구요, 댓글 안주셔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ㅜ
#암호닉 스릉스릉 S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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