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윌 (feat. 다비치) - 니가 하면 로맨스
지이이잉.
갑자기 핸드폰이 마구 울려댔다. 너였다. 왠일이지?
내가 알바하는 시간에는 따로 전화를 잘 하지 않는 너였다. 무슨 일 있나?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여보세요?"
[선배!]
"어. 왜?"
[선배 지금 알바하고 있죠?]
"그렇긴 한데... 왜?"
[기다려요! 저 금방 가요!]
어제도 봤는데 오늘 또? 방학이라 학교에서 본 것도 아니고 진짜 그냥 데이트 하려고 만났었는데...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지...
연하랑 연애하는 법
04
w. 복숭아 향기
'넌 질투라는 건 하냐?'
언젠가 윤기 선배가 나에게 했던 질문이었다. 그 때 아마 너가 다른 여자 동기들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걸 보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때 나는 그랬지.
'그런 걸 왜 해요'
사실 지금까지 연애라는 걸 해본 적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럴 때마다 수도 없이 들었던 질문이었다. 도대체 너는 질투라는 걸 하기는 하냐고. 그럴 때마다 내가 했던 대답은 저것과 똑같았다.
나 역시 남사친이 없는 것도 아니었고 남자랑 여자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말에 그다지 반대하는 편도 아니었으니까.
솔직히 말하면 질투한다는 거 자체가 좀 쪽팔리가도 하고 말이다. 막말로 그러면 내가 남자친구를 믿지 못하는 거 일수도 있는데?
아니면 누군가를 질투할 정도로 아직까지 누구를 좋아해본 적이 없었다는 게 옳은 대답일 수도 있었다.
지금까지 했던 연애라는 건 그냥 만나서 밥 먹고 헤어지고 영화 보고 헤어지고 그러다가 조금 질리면 우리 그만 만나자 빠빠이 이런 정도였으니까.
근데. 그런데 말이다.
지금 그렇게 말했던 나를 미친듯이 죽여 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알고 있었다. 너가 인기 많은 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게 이상했다. 너의 동기들은 물론이고 내 동기들까지 너에게 눈독을 들이는 사람은 꽤나 많았으니까.
하지만 너에게 직접적으로 들이대는 사람은 많지 않았었다. 문제는 우리 둘이 사귀고 나서부터였다.
우리 둘이 사귄다는 소문이 학교에 퍼지고 퍼지고 또 퍼져도 너에게 들이대는 썅년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임자 있는 사람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는 그런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지껄이는 썅년들도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넌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면 그냥 여자들이 달라붙는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건지 나만 보면 꼬리를 흔들며 달려오곤 했지만.
그래도 짜증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저기..."
카페에 왔으면 시킨 음료나 곱게 처마시고 나갈 것이지 왜 생판 모르는 사람한테 굳이 말을 거는 걸까.
지금 저 여자만 해도 세번째 너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아니. 혼자 명동 한복판에 서있어도 따이기 힘든 번호를 방학 시즌이라 사람도 많지 않은 학교 앞 카페에서 세 번이나 따이냐고. 그것도 같은 사람한테.
저 여자애? 내가 알고 있는 여자애였다. 모를 리가 없지.
어제까지만해도 나한테
'이름아. 너 혹시 김남준이라고 알아? 나 걔 소개시켜주면 안돼?'
이런 지랄을 떨었던 애니까. 그렇다고 해서 저 애가 나랑 너의 사이를 모르느냐. 그건 또 아니었다. 우리 학교에서 우리 커플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리가 있나.
같은 과에 같은 동아리에 너가 뻑하면 나 어디 있냐고 내 동기들한테 물어보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으니까.
저건 분명히 알면서도 일부러 저러는 것이었다. 임자 있는 남자가 임자 없는 남자보다 훨씬 매력적이라는 그딴 개소리를 앞장 세워서 말이야.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모든 게 거슬리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옷은 왜 또 저렇게 잘 입고 온건지... 지난번에 나한테 사진으로 보냈던 그 분홍색 티셔츠나 입고 올 것이지...
머리는 또 언제 까맣게 염색한 거야. 어제 집 들어가자마자 했나보다. 탈색 했을 때도 잘났었지만 검은색으로 염색하니까 인물이 더 살잖아.
저 머리를 다 뽑아버릴까. 평소라면 오늘도 내가 좋아하는 대로 잘 입고 나왔네 하고 뿌듯해 할 일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잘생겨보이니까 더 불안하잖아. 나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샷잔을 꽉 움켜쥐었다.
너는 저 썅년이 말을 걸던 말던 신경도 쓰지 않고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네가 이어폰을 끼고 있다는 것이었다. 저 이어폰마저 없었으면 또 다른 썅년이 나타나서 말걸고 그랬을 거야.
이어폰 덕분에 너는 저 썅년이 말을 거는지 마는지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다.
평소 한가지에 집중하면 다른 쪽에는 관심도 주지 않는 네 성격이 오늘따라 너무나도 고마웠다. 그것만 아니었으면 난 지금쯤 저 둘 사이를 미친듯이 갈라놓고 있었겠지.
마음만 같아서는 이 년이고 저 년이고 다 들러붙지 못하고 깽판이라도 치고만 싶었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야. 나는 콜드잔에 샷을 부었다.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정말 빌어먹게도 지금 나는 알바생의 신분. 고로 을이었다. 젠장.
-
"선배."
"왜."
"선배 알바 몇 시에 끝난다고 했죠?"
"7시."
"그럼 같이 저녁 먹어요."
"그래."
"그게 다에요?"
"뒤에 손님 기다려."
그럼 핫초코 한 잔만 몰래 타주면 안돼요?
뒤에 CCTV있거든.
너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자 네 뒤에 있던 그 썅년의 얼굴이 나타났다.
아... 아까 카라멜 마끼야또 처마셨으면 그냥 갈 것이지 왜 여기까지 와서 또 음료수를 사려고 할까.
음료수가 목적이 아니라는 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지만 애써 아무것도 모르는 척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썅년을 바라보았다.
"주문하시겠어요?"
"이름아."
"메뉴판 보면서 천천히 골라주세요."
"아. 그러지 말고... 응?"
"뭐."
"나 쟤 번호 알려주면 안돼? 응? 진짜 내 스타일이란 말이야... 제발 한 번만."
"싫어."
"왜 싫은데? 응? 나 진짜 이렇게까지 너한테 뭐 부탁한 적 없잖아."
안친하니까 안부탁한 거지 썅년아. 난 니 이름도 모르거든.
이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역시나 또 참았다. 아까도 다시 한 번 상기했던 거지만 난 지금 을이야. 을이다... 알바생이야...
눈을 감고 잠시 심호흡을 한 후에 다시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썅년을 바라보았다.
속눈썹을 뭘로 붙였는지 존나 거미같이 생겼네. 마스카라는 다 뭉치고 섀도우는 색깔 저게 뭐니...
이 와중에 네 이상형을 맞춘답시고 나름 섹시한 옷을 골라입은 거 같은데... 존나 추워보인다. 무슨 젖소부인 콘테스트라도 나가나봐.
섹시한 여자와 헐벗은 여자의 차이를 모르는 걸까.
"주문 안하실거면 잠시만 비켜주실 수 있으세요? 뒤에 다른 손님 먼저 주문 받을게요."
"아니, 아니, 아니. 그... 허니 브레드 하나 주세요. 휘핑크림 빼고."
"허니 브레드 하나 맞으시죠. 휘핑크림 많이 올리는 거 맞으세요?"
"휘핑크림 빼고. 살찐단 말이야."
"손님."
그럴거면 허니 브레드를 처먹지 마.
"허니 브레드 하나에 1100칼로리 입니다."
"..."
"휘핑크림은 칼로리가 200칼로리 언저리에요."
"..."
"휘핑크림 빼드릴까요?"
"많이 줘..."
네. 손님. 6000원 입니다.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지껄일거면 다시는 여기 오지마. 내 번호는 어떻게 알고 카톡했던 거지? 동기 톡방 그냥 나갈 걸 그랬어.
머릿속으로 별의별 생각을 다 하며 썅년을 바라보았다. 썅년은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려는지 손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한 번 더 말해줘야지.
"손님. 6000원 아직 안내셨어요."
그니까 빨리 돈내고 처먹고 나가.
-
거스름돈을 썅년의 얼굴 위로 뿌리고 싶은 마음을 애써 꾹꾹 누르며 허니 브레드 위에 휘핑크림을 마구 퍼부어댔다.
살이나 뒤룩뒤룩 찌라는 의미를 가득 담아서.
나중에는 그냥 많이 달라고 말을 한 것을 보아 단 거를 꽤나 좋아하는 썅년인 것 같았다. 음료 시킨 것도 봐. 카라멜 마끼야또잖아.
나는 달아서 절대절대절대 못마시는.
그리고 아까 너가 만들어 달라고 했던 핫초코도 하나 만들었다. 아까 하나 사먹기는 했는데 나 기다리는 동안 이거라도 마시라는 의미에서.
너는 창가 쪽에 앉아서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열심히 무언가를 적어내리고 있었다.
보지 않아도 무엇인지 대충 알 수 있었다. 요즘들어 취미랍시고 가끔 가사를 써내리곤 했던 너였으니까. 이번에도 그 가사를 적는 듯 했다.
'뭐 쓰는 거야?'
호기심에 한 번 몰래 노트를 보려고 했던 적도 있었다. 그 때 너가 절대 못보여준다고, 다음에 보여준다고 펄펄 뛰면서 노트를 꼭 끌어안아서 결국 무산이 되어버렸지만.
그 정도로 너는 노트를 애지중지 여겼다. 가끔 윤기 선배한테는 보여주는 거 같던데. 솔직히 조금 서운했다.
"주문하신 허니 브레드 나왔습니다."
썅년의 쟁반은 대충 카운터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따로 만들어놓은 핫초코를 들고 너에게 다가갔다.
너는 내가 오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가사를 써내려가고 있었다. 나는 네 앞에 머그잔을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그제야 너는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았다.
"어..."
"마셔. 내가 사는 거야."
"괜찮은데..."
"줄 때 마셔라. 안그러면 그냥 내가 가져간다."
"아니에요! 잘마실게요, 선배."
너는 배시시 웃어보이며 두 손으로 머그잔을 살포시 감싸쥐었다. 내가 들고 있을 때는 꽤나 커보였는데 네 손 안에 들어가니까 왜 사이즈가 좀 작아보이지.
네가 손이 크긴 크구나.
나는 턱을 괴고 가만히 너를 바라보았다. 다른 손님도 없고 시간대도 한가할 때니까 조금 쉬는 건 괜찮겠지.
다행히 사장님도 그렇게 빡빡하신 분도 아니고 말이야.
"여기 있어도 괜찮아요?"
"응. 괜찮아."
"그럼 저기 안가면 안돼요?"
"그건 아니야."
"선배. 나 오늘 여기 왜 왔는지 알아요?"
"몰라. 왜 온 거야?"
"안 알려줄 거에요."
"그럴 거면 왜 물어봤어?"
"선배 궁금해 하라고."
그게 뭐야.
이따가 알려줄게요.
너는 갑자기 작게 한숨을 내쉬며 테이블 위에 풀썩 엎드렸다. 한 손은 내 손에 깍지를 끼고 다른 한 손은 머그잔을 감싸쥔 채로.
무슨 일 있었나? 나는 조심스레 네 머리를 쓸어내렸다.
너는 작게 꿍얼거리면서도 내 손을 놓지 않았다. 어린 아이 취급하는 기분이 든다고 내가 머리를 쓰다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너였다.
그래도 귀여운 걸 어떡해. 나는 늘 너가 묘하게 오빠 같다가도 한 번씩 이렇게 새삼 연하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곤 했다.
깨달을 것도 없지. 너는 연하니까.
"이름아."
기분 좋은 시간도 잠시. 썅년이 다시 다가왔다.
나는 절로 찌푸려지는 인상을 애써 곱게 다잡으며 고개를 돌렸다. 썅년은 머쩍은 표정으로 바닥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 년의 손에는 버터가 처 발라져 있는 걸까. 아까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허니 브레드가 왜 바닥에 고꾸라져 있는 거지. 게다가 휘핑크림도 범벅인 채로.
난 분명히 위에다가 곱게 뿌리기만 했는데.
"먹다가 흘려서..."
"..."
"진짜 미안..."
미안하다면서 은근슬쩍 옆자리에 앉으려는 저 제스처는 뭐니.
나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을 꾹꾹 누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엎드려 있던 너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선배 어디가요?
라고만 물어보는 것 같았다.
"저거 치워야 해."
"저거?"
"손님이 흘렸어."
"진짜 미안해..."
미안하면 꿇어.
썅년은 내 눈치를 보다 슬쩍 네 옆자리에 앉으려 했다. 너는 뒤로 물러나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네 반응은 예상치 못했던 것인지 썅년은 조금은 당황한 눈빛으로 너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네 미간은 찌푸려져 있었다.
"선배."
"응."
"내가 여기 왜 왔는지 그냥 말할래요."
"나 저거부터 치워야 하는데..."
"아씨. 동기 톡에 자꾸 다른 새끼들이 여기 알바 이쁘다고 막 그러는 거에요. 내껀데..."
"응?"
"선배 감시하려고 나왔거든요. 안그래도 선배 소개시켜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도 겁나 많아서 짜증나는데... 우리 사귀는 거 모르나? 선배 막 이름표 달 생각 없어요?"
그냥 평소에 있을 때도 내 껀지 알 수 있게 이름표 다는 거 어때요? 네? 네?
옆에 누가 앉던 말던 신경도 안쓰고 내 손을 꼭 그러쥔 채로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하는 너를 본 썅년은 다시 슬쩍 자리에서 일어나 지 자리로 돌아가버렸다.
위태롭게 휘청이는 힐에 겨우 몸을 의지한 채로 최대한 아무렇지 않다는 듯,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나는 작게 코웃음을 치며 다시 네 앞자리에 앉았다.
저거 조금 있다가 치우지 뭐.
너는 여전히 꿍얼꿍얼 투덜거리며 내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선배 감시하려고 왔는데 그거 알아요? 아까 그 아메리카노 사간 그 남자. 그 남자가 선배 뒷모습 계속 바라본 건 알아요? 선배는 좀 조심할 필요가 있어요.
나 아니었으면 지금쯤 그 남자 계속 여기 있으면서 선배 번호 물어보고 막 그랬을 걸요?
진짜로. 나 앞으로 가사 쓰는 거 여기서 할 거에요. 선배 알바하는 시간에 그냥 여기 있을 거야. 공부도 여기서 하고 가사도 여기서 쓸 거에요.
그리고 나랑 같이 저녁 먹고 그 다음에 들어가요. 선배. 선배 지금 내 말 듣고 있어요? 네?
'넌 질투라는 건 하냐?'
네. 선배. 존나 하는 거 같아요. 겉으로 티는 잘 안내지만.
그리고 딱히 질투할 필요는 없는 거 같아요. 똥강아지 질투가 생각보다 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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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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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주의 혼잣말이 좀 격하네요.
속으로는 무슨 말을 못하겠어요.ㅋㅋㅋㅋㅋ 사실 여주 성격은 제 성격과 매우 비슷합니다. 알바 할 때는 그렇게 착할 수가 없어요. 속으로 별의별 말 다 하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
연하랑 연애하는 법 은 에피소드 형식으로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스토리가 전체적으로 이어져 있기는 해도 1편 다음에 2편 이렇게 이어져 있지는 않아요. 한 스토리는 한 회에 끝내는 그런 진행방식으로 갈 예정이에요.
그래서 분량이 좀 들쑥날쑥 할 수도 있어요.
암호닉은 다음 편에서 추가로 받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암호닉을 신청해주신 분들 중에서 2화부터 4화까지 댓글을 한 번도 달지 않으신 분들은 암호닉 명단에서 제외할 예정입니다.
암호닉만 신청해놓고 댓글도 아무런 반응도 없으시면 암호닉 신청한 의미가 없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항상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