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그 불완전한 나이.
16
옆에서 울상이 되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친구를 보다가, 주먹을 꽈악 쥐고는 다시 반으로 들어갔다. 또 다시 나를 향하는 차가운 시선들. 그래. 이래서 다들 나를 그렇게 쳐다보고 있었던 거구나. 나는 애써 그런 시선들을 무시하며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아 가방을 정리하고 있는데, 내 짝꿍이 뒤에 있는 애들과 나에 대해 얘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태까지 나랑 말 한 번 섞어본 적 없던 애였는데….
"야."
"어, 어?"
"그거 아니야."
"뭐가?"
"지금 니네가 말하고 있는 거, 그거 다 아니라고."
어, 그래-. 애들은 내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다시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하며 깔깔대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보고 있자니 너무 화가 나서 눈물이 다 나올 지경이었다.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 나를 대놓고 무시하는 그 아이들에 나는 다시 한 번 말했다.
"최유진이 뭐라했는진 모르겠는데, 그거 다 사실 아니라니까?"
"에이, 뭘 아니야. 우리가 어제 다 봤는데."
"뭘?"
"어제 전원우가 너 보러 우리 반에 왔었잖아."
"그건…!"
"야. 됐고, 유진이한테 고마워하기나 해."
"뭐?"
"걔가 어제 자기가 내색 안하려고 했는데 너무 힘들다고, 이젠 도저히 못 참겠다고 막 울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울어? 최유진이?"
진짜 갈 데까지 가는구나. 뭐가 그렇게 힘들고, 뭐가 그렇게 못 참겠는데. 정작 못 참을 것 같은 사람은 난데. 내가 기가 차서 어이가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니 그 애는 나를 아니꼽게 쳐다보며 말했다.
"어. 울었어."
"언제?"
"어제 석식시간에. 너는 거의 야자 시작할 때쯤에 들어와서 몰랐겠지만."
아… 그냥 어제 일찍 교실에 들어올 걸. 알다시피 어제 너무나도 복잡한 일이 많았기에 그 상태로는 도저히 야자를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머리도 식힐 겸, 친구랑 야자 시작하기 전까지 운동장을 몇 바퀴나 돌았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없는 사이에 그런 일이… 일어났었단 말이지.
"그래도 애가 착한 게, 울면서 이야기 하다가 아차 싶었는지 실명 거론은 하지 말아달라고 그렇게 신신당부를 하더라. 그래서 우리 반 애들은 너라는 걸 알아도 다른 반 애들은 이 소문의 주인공이 너라는 건 모르니까, 유진이한테 고마워하라고."
"…와. 진짜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밖에 안 나오네."
"그런데 넌 왜 이렇게 뻔뻔해? 잘못은 니가 해놓고?"
"몇 번을 말해, 그거 아니라고!!! 그 소문 다 거짓말이라고!!!!!"
"소문? 어제 전원우랑 만나는 거 애들이 다 봤는데 그래도 소문?!"
"야, 야 그만해!!!!"
나와 그 아이의 언성이 점점 높아지자 옆에서 눈치만 보며 쩔쩔 매던 친구가 우리를 말리기 시작했다. 나를 위아래로 흘겨보며 '얘 진짜 웃기는 애네-.' 하고 말하던 짝꿍은, 갑자기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유, 유진아…."
"내가 말하지 말라고 부탁했잖아…."
"아니, 얘가 너무 뻔뻔하게 오히려 너를 욕하니까…!"
"…여주야."
정말 같은 사람이 맞는 건가 의심이 될 정도로 이 자리에는, 어제 그렇게 거만하게 말하던 최유진은 온데 간 데 사라지고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듯 위태로운 최유진만이 서 있었다. 그런 최유진의 얼굴을 보고 방금까지 나와 대판 싸우던 그 아이는 방정맞은 제 입을 자책하고 있었고, 최유진은 떨리는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미안해. 내가 진짜 참아보려고 했는데… 어제는 감정이 너무 북받쳐서 어쩔 수가 없었어."
"…뭐?"
"내가 참았어야 했는데. 내가 울어도 애들 앞에서는 울면 안되는 거였는데… 미안. 다 내 잘못이야."
울먹거리면서 이야기를 하다가 또 울컥했는지 입술을 꽈악 깨물어가며 울음을 참아내는 최유진. 몇몇 아이들은 괜찮냐며 최유진 옆으로 다가와 다독여주기 시작했다. 지금 이게… 뭐하자는 거야. 당황해서 아무런 말도 못하고 최유진만 쳐다보고 있는데, 고개를 푹 숙이고 잠시 말이 없던 최유진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여주야. 나 진짜 원우 좋아해…."
"……."
"원우가 이제 날 안 좋아하는 건 어쩔 수가 없는데… 그래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
"…갖고 놀지만 않았으면 좋겠어."
"야. 뭔 소리야, 내가 전원우를 가지고 놀아?"
"니가 이러면 이럴수록… 나랑 민규만 더 힘들다는 거 몰라?!"
그 말을 끝으로 최유진은 엉엉 울기 시작했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곤, 비련의 여주인공마냥 울고 있는 최유진에 애들은 얼른 휴지를 가져와서 건넸고, 옆에서는 등을 토닥여주며 울지 말라고 위로를 했다. 너무나도 말도 안되는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서 멍하니 서 있는데, 귀에서 들려오는 수근거림에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아이들은 이제 경멸의 시선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지금 그들에게는 이 소문이 사실이든 아니든,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최유진은 이미 많은 아이들 앞에서 나를 '남자친구도 있으면서 다른 애 남자친구를 뺏고 어장까지 치고 있는', 희대의 썅년으로 만들어 버렸으니까.
"나 잠깐 화장실 좀 갔다 올게…."
눈이 벌게지도록 울던 최유진은 잠시 화장실을 가겠다며 반을 나섰다. 최유진이 반을 나가자마자 아이들은 내게 손가락질을 하며 욕을 하기 시작했고, 친구는 옆에서 어떡하냐고 내 팔만 꽈악 붙잡고 있었다. 씨발년부터 시작해서 별의별 욕이 다 들려왔는데 나를 욕하는 것보다도, 내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주지 않는 아이들에 서러워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왜 이렇게 시끄러워!"
그때, 선생님이 앞문을 쾅쾅 두드리며 들어오셨다. 아까 다들 그렇게 한바탕을 하느라 시끄러워서 종이 울린 지도 몰랐던 것이었다. 선생님의 등장으로 아이들은 그제서야 자기 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출석을 하나 하나 부르던 선생님은 최유진이 자리에 없자 물었다.
"최유진. 최유진 안 왔어?"
"잠깐 화장실 갔어요."
화장실은 일찍 일찍 다녀라. 조금은 무서운 목소리로 말하던 선생님은 그 후로 출석을 다 부르곤, 반을 한 번 둘러보시더니 말했다.
"야자 빼주면 안되냐고 찾아오는 애들이 많은데, 너네 고3인 거 알고는 있는 거지?"
"……."
"야자는 3월 이후부터 빼줄 거니까 이제 야자 빼달라고 오지 마. 한 번만 더 오면 수능 볼 때까지 강제로 야자 시킬 테니까."
"네!"
"지금 회의가 있어서 잠깐 가봐야 되니까, 조용히 자습하고 있어."
그 말을 끝으로 선생님은 반을 나가셨다. 책을 피고 지문을 읽는데 글이 눈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어쩌면 그게 정상일지도 모른다. 아까 그렇게 한바탕했는데 지금 문제가 눈에 들어올 리가. 같은 문제에 몇 분째 샤프만 끄적이다가, 이렇게는 넘어가기엔 너무 억울해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에 모든 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긴 했지만, 나는 애써 무시하고는 반을 나가 화장실로 향했다.
"아, 미친. 아이라인 다 번졌네."
화장실에 들어가니 아까 펑펑 울던 최유진은 어디 가고 아무렇지도 않게 화장을 수정하고 있는 최유진이 보였다. 화장실 거울로 통해서 내가 들어온 것을 본 최유진은 피식 웃더니 말했다.
"어때? 기분이."
"…너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대체."
"그냥- 뭐 딱히 이유는 없고."
전원우랑 같이 있는 꼴이 보기 싫었다고 해야 되나? 얄밉게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하는 최유진에 나는 주먹을 꽈악 쥐었다. 어차피 걔가 나 가지고 노는 거라며. 그런데 이렇게까지 해야 될 필요가 있어? 내 말에 최유진은 '그래도 같이 있는 꼴을 보기가 싫은 걸 어떡해-.' 하고 말했다. …정말 이상한 애구나, 얘는. 화장을 다 마친 건지 손을 씻고 내게 다가온 최유진은 안됐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어쩌냐- 너 이제 학교 오기 좀 힘들겠다."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그러게 하나만 하지. 김민규도 있으면서 전원우까지 바라는 거, 너무하지 않아?"
"김민규 이름 꺼내지마."
"어?"
"김민규랑 아무 사이도 아니면서, 김민규 이름 들먹이지 말라고."
흐음-? 최유진은 약간 흥미롭다는 식으로 내게 물었다.
"너 김민규한테 물어봤니? 내가 걔랑 어떤 사이인지?"
"어."
"걔가 뭐래. 아무런 사이도 아니래?"
"너 모른대. 그러니까 김민규랑 아는 사이인 척 그딴 식으로 행동하지 마."
"음… 하긴. 김민규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도."
"뭐?"
"근데 너무하다.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다니."
알아듣게 설명해!!! 흑흑 우는 소리를 내며 우는 시늉을 하는 최유진의 어깨를 붙들고 소리쳤다. 어제부터 다들 알 수 없는 말만 하고 있는데, 진짜 사람 가지고 노는 것도 아니고…! 화를 주체할 수 없어서 최유진의 어깨를 붙들고 있는 손이 덜덜 떨려오자, 그 떨림을 느낀 건지 최유진은 픽 웃더니 내 손을 내치며 말했다.
"뭘 이렇게 흥분을 해. 진정 좀 해."
"너 같으면 진정하게 생겼어?!"
"원래 안 알려주려 했는데… 이제 욕이란 욕은 다 먹을 테니까, 불쌍하니까 알려줄게."
"……."
"내가 잘못한 게 좀 있거든."
잘못…? 눈을 동그랗게 뜨고 최유진을 쳐다 보니 최유진은 더 이상은 알려주지 않겠다며 말을 끊었다. 뭐라는 거야, 진짜. 대체 누구 말을 믿어야 되는 건데. 이건 정말 믿을만한 건가? 약간 의심스러운 듯한 내 표정에 최유진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믿든가 말든가 그건 네 자유고-."
"……."
"내가 애들한테 왜 실명 거론하지 말라고 부탁했는지 알아?"
맞아. 나를 썅년으로 만들려면 내 이름을 밝히고도 남았어야 했는데 최유진은 애들한테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었다. 무슨 꿍꿍이가 있을 것 같긴 했는데…. '왜.' 내 물음에 최유진은 내게 가까이 다가와 속삭였다.
"원래… 소문이란 게, 특히 남녀가 연관이 되어있을 경우. 확실히 피해를 보는 건 여자 쪽이거든."
"……."
"내가 이름을 말하지 말라고 부탁했으니까 처음에는 지킬거야. 그런데 소문이 퍼지면 퍼지지, 안 퍼질거라는 확률은 좀 희박하거든."
"……."
"소문을 들은 다른 애들은 궁금해서 물어볼 테고, 알고 있는 애들은 그러겠지. 아, 그냥 그런 애가 있어."
"……."
"그 말을 듣고 다른 애들이 아, 궁금해. 알려줘! 이러면… 과연 안 말하는 애가 몇이나 있을까?"
"……."
"이미 소문이란 소문은 다 퍼트리고 다녔던 애들인데."
…와. 정말 얘는 뭐하는 애일까. 내 옆에 있는 최유진이 이제는 소름이 끼치기 시작했다. 자기는 착한 이미지를 유지한 채, 나머지는 아이들에게 다 맡기겠다는 심산이었다, 이 아이는. 밑밥은 이미 우리 반 아이들에게 던져놨다. 만약에 나와 김민규, 전원우의 이름이 퍼져도… 자기는 분명 비밀로 해달라고 했는데 말한 건 아이들이니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말을 할 수 있는 구실을 만들어 놓은 거다, 최유진은.
"김민규나 전원우가 언급되는 일은 아마 거의 없을거야. 그 둘의 이름은 말하지 말라고 몇 번이고 얘길 했었고…."
"……."
"그리고 나도 연관이 되어있으니까, 함부로 쉽게 말 못할걸. 말해봤자 너 정도 선에서 그치겠지."
"……하."
"안됐지만, 넌 그냥…"
끝난거야. 최유진은 힘내, 하며 내 어깨를 툭툭 치고는 화장실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최유진이 나가자마자 나는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내가 주저 앉은 곳이 화장실 바닥인 것따위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도저히 서 있을 수가 없었으니까.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한 걸까. 아니,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나는 왜… 지금 이런 취급을 당하고 있는 걸까.
"흐으…."
너무나도 억울한 마음에 순간 울컥해서, 그제서야 참고 참았던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
반에 있는 시간은 고역이었다. 반 뿐만 아니라 복도를 걸어 다닐 때에도, 혹시나 내 얘기를 하는 건 아닐까 움츠러들곤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내 옆에 친구가 계속 있어줬다는 것이었다. 제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달라는 친구의 말에 나는 여태까지 있었던 일들을 다 털어놓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내가 전원우를 좋아한다는 것까지도. 친구는 잘못 걸려도 단단히 잘못 걸린 것 같다며 수업시간 제외하고는 내 옆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옆에 친구마저 없었으면… 정말 끔찍했을 것 같다.
아무렇지도 않게 '몬난아!' 를 외치며 우리 반에 오는 김민규를 잡아 끌고 반을 나서는 일도 고역이었다. 아직 김민규가 모르는 것 같아서 그것도 다행이었지만, 이렇게 불쑥 불쑥 찾아오면 반 아이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데에는 충분했기에 앞으로는 반에 찾아오지 말라고 말을 했다. '왜?' 내 말에 김민규가 의아하다는 듯이 묻길래, 나는 담임선생님이 우리 반 앞에 남자애들이 오지 못하도록 막으라고 했다는, 그런 말도 안되는 변명을 늘어뜨려야 했다. 하여간 그 쌤 마음에 안 들어. 구시렁대는 김민규를 보면서 나는 그저 씁쓸하게 웃어야만 했다. 그렇게 김민규랑 헤어지고 반에 들어오면 아이들은 다시 수근대곤 했다. 최유진을 동정하는 척 나를 까고 있지만, 사실 본질적으로는 공부에 지친 그들에게 '나'라는 가십거리는 재미난 유흥거리였다.
그리고 무섭게도 최유진의 예언은 정확히도 맞아 떨어졌다. 아이들의 입에서 '김민규' 라든가 '전원우' 라는 이름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전원우는 최유진 남자친구라고 아는 애들이 많아 전원우를 건드릴 시, 최유진도 같이 언급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걸 잘 알기에 애들은 웬만하면 남자애들의 이름은 말하지 않으려고 했다. 대신 나만 주구장창 까이는 거다. 계속.
아직 김민규가 별 말이 없는 걸 보면 모르는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나는 그를 만나기가 점점 꺼려졌다. 내 얘기가 아닌데도 내가 김민규랑 같이 있을 때 무슨 말소리가 들린다 싶으면, 나는 나도 모르게 병적으로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 버릇이 생겨버렸다. 그때마다 김민규가 왜 그러냐고 묻긴 했지만, 내가 뭐라 대답을 하겠는가. 내가 대답할 수 있는 건 오직 '아니야.' 라는 말 뿐이었다.
그리고 전원우는… 그때 이후로 보지 못했다. 내가 김민규한테 최유진에 대해 물어보러 12반에 갔을 때, 잠깐 눈이 마주쳤던 그날 이후로 그와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전원우한테서 연락이 안 오는 것도 있었지만, 나도 전원우를 찾아가거나 하진 않았다. 소문이 그렇게 퍼져 있는 상태에서 나는… 그를 만날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전원우한테서 연락이 안 오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나는 그렇게 전원우를 멀리 하려고 했다.
하도 여기저기 눈치를 보고, 신경을 써서 그런지 두통과 복통이 늘었다. 공부에 지장이 생길만큼 아파오는 머리나 배에 말도 못하고 끙끙 앓은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제 약을 안 먹고는 참을 수가 없어 진통제를 매일 가방에 넣고 다녔다. 욕이란 욕은 다 얻어 먹고, 나는 병까지 얻었는데 정작 나를 까던 애들은 공부를 할때는 또 열심히 집중해서 하곤 했다. 그건 최유진도 마찬가지였고. 그냥 나만 뒤쳐지는 거다. 이러면 안되는데… 또 다시 쓰려오는 속에 나는 약을 삼켜야만 했다.
오늘도 여기 저기서 눈칫밥을 먹고, 진이 다 빠진 상태로 집에 돌아왔다. 도어락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이번엔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요즘 너무 자주 아픈 거 같은데… 집에 들어가자마자 약을 먹어야겠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집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항상 텅 비어있던 신발장에 신발 하나가 놓여져있었다. 어….
"오빠?"
"이제 와?"
웬일인지 오빠가 집에 와 있었다. 요즘 힘든 것도 있고, 오랜만에 보는 오빠라 그런지 반가운 마음이 들어 나는 한달음에 달려가 오빠 옆에 앉아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내가 먼저 오빠한테 기대는 일은 정말 극히 드물어서 오빠도 잠깐 놀란 듯 움찔하는 게 느껴졌지만, 이내 그 큰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와… 이게 얼마만에 느껴보는 편안함이냐. 오빠의 손길에 나도 모르게 눈이 점점 감겼다.
"웬일이야. 집에 다 오고."
"오늘은 좀 한가해서. 너 잘 지내고 있나 보러 왔지."
"그렇구나…."
역시 가족은 가족인가 보다. 이렇게 한없이 마음이 놓이는 거 보면. 나는 그저 오빠가 내 옆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너무나도 큰 위안이 되었다. 그 동안 힘들었던 것들이 다 녹아내리는 기분이랄까. 오빠의 손길을 느끼며 오랜만에 마음의 안정을 취하고 있을 때였다.
"자. 이제 쉬었으면 들어가서 공부해야지."
"……어?"
"모의고사 일주일밖에 안 남았잖아. 이게 얼마나 중요한 시험인지 너도 잘 알고 있지?"
…아. 순간 눈이 번쩍 뜨이고, 나는 고개를 들어 오빠를 바라보았다. 그렇지. 오빠가 갑자기 이렇게 집에 올 리가 없지. 또 공부 얘기하러 온 거였구나. 잠깐 까먹고 있었다. 우리 오빠는 공부 말고는 다른 얘기는 안한다는 거. 바보같이 잠깐 잊고 있었어. 오랜만에 너무 편안해서, 너무 따뜻해서. 그래서….
"…응. 알지."
"그래. 씻고 얼른 공부해. 오빠 새벽에 다시 병원에 나갈거라서 아침 못 챙겨주니까 잘 챙겨 먹고 가."
그 말을 끝으로 오빠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 혼자만이 남겨진 텅 빈 거실. 그 뒤를 따르는 익숙한 공허함. 다시 지끈대며 아파오는 머리에 나는 부엌으로 달려가 가방에서 진통제를 꺼내 얼른 물과 삼켰다.
"…나 진짜 왜 이지경까지 된거냐."
나 원래 이렇게 약한 캐릭터 아니었는데. 아직도 믿어지지가 않는 현실에 조용한 집에는 내 헛웃음만이 작게 울려퍼졌다.
작가의 말 |
안녕하세요!!!! 작가입니다!!!!!! 그냥 여주 기분 = 제 기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최유진은 앞으로도 계속 ㅂㄷㅂㄷ 할겁니다!!!! 사이다는 음... 제가 분량을 어떻게 잡을 지는 모르겠지만 금방 나올수도 있고... 조금 더 걸릴 수도 있고 잘 모르겠네요 허허 죄송합니다. 아 그리고 가끔 나오는 저 오빠는 말이죠 2화에 잠깐 나왔던 여주 오빠입니다. 그 민규가 형님이라고 부르던 그 형님인데 저 인물에는 독자님들이 아무나 대입해서 읽어주세여!!!! 저는 쿱스를 생각하면서 쓰고 있답니다...♡ 사랑해요 최승철! 독자님들에 따라 영어 잘하는 지수 오빠가 될 수도 있고... 이쁜 정한이 오빠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찬이가 오빠가 될 수도 있고.... 독자님들이 원하시는 멤버로 상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핳 그리고 승관아!!!!! 생일 축하한다!!!!!!!!!!!!!!
암호닉 : 일공공사님, 여남님, 너누리님, 뀨뀨님, 아봉님, 꽃소녀님, 선뉴님.
암호닉 아니신 분들도 제가 항상 사랑합니다ㅎㅎㅎㅎㅎ♡ 오늘도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