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그저 평소와 같이 생기 없던 하루를 보내며 출근한 날이었다.
전날 밤 먹었던 야식이 문제였던 건지, 체기가 가시질 않아 점심을 거르고 책상에 엎드려
잠시 눈을 붙였다 귓가에 지근거리는 낯선 목소리에 다시 눈을 떴을 때 여자는 생각했다.
'내가 드디어 과로로 사망했구나.'
눈앞에 보이는 현실성 없는 얼굴의 이 미남자는 나를 천국으로 데려다줄 천사인지
혹은 지옥의 구렁텅이로 끌고 갈 저승사자인지 알 수 없었지만
죽음의 첫 시작이 이런 것이라면 죽음이라는 것도 나쁜 것 만은 아닐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눈앞의 남자가 자신이 보이냐며 되묻기 전까지는.
" 내가 보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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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인간이 된지 햇수로 3년이었다.
처음 한 달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삶이 지겨웠고 피곤했으며 그저 쉬고 싶은 나에게 주어진 선물이리라 생각했다.
조금만 지나면 일어날 수 있겠지, 그저 지금은 의지가 없기에 일어나지 못하는 거라 그렇게 믿었다.
그 생각은 곧이어 자신의 오만이었음을 뼈저리게 깨달았지만.
살아있을 때 나에게 오던 많은 이들의 상냥한 말들과 웃음들은 그저 한낱 허울뿐이었다.
식물인간이 된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저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다른이들이 뱉어내는 모든 소리를 들을 뿐이었다.
그렇게 1년이 흐르고 모든 것에 무감각해지던 삶에도 작은 희망이 피어올랐다.
병실 밖 복도에서 누군가의 작은 목소리가 스치듯 들렸고 그 순간 칠흑 같던 어둠 속에 아주 잠시나마 미세한 따뜻한 빛이 스며 들어왔다.
처음 겪는 변화에 놀란 것도 잠시, 끝내 다시 어둠이 찾아왔고 그 순간부터 그 사람의 목소리가 다시 들리기만을 간절히 소망했다.
그로부터 아마 한 달쯤 지나서였을까 또 한 번 애타게 찾던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때처럼 잠시 스치는 것이 아닌 오랜 시간 동안 나긋한 목소리로 누군가와 말을 나누는 목소리가.
그리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 어둠만 가득했던 나의 공간이 커튼 자락 사이로 햇볕이 들어오듯 서서히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 사람의 목소리는
텅 빈 어둠 속 한줄기의 빛이었고, 굳어진 마음의 치유이자, 갇힌 나를 꺼내어준 구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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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프롤로그만 보면 무거운 내용인것 같지만
막상 이야기가 시작되고 나서는 조금 더 가볍게 진행할 예정입니다.
1화로 찾아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