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국대 기성용/손흥민/구자철] ´새벽에 먹히는 도시´
written by jjj
bgm. 비정(非情)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도 나질 않는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새벽만되면 집에 있는 문이란 문은 죄다 철을 덧대어 단단히 막아내리기 시작했다.
국가에서는 총기소지를 허가했으며, 심지어 총기를 의무적으로 소지하게끔 국민들에게 지급하기까지 했다. 장총 하나, 권총은 가족 구성원 수에 맞춰서….
급기야 새벽이 아닌 때에도 ´특수괴생물퇴치원´이라는 단기간에 모집/육성된 경찰들이, 완전무장을 한 채로 수도권ㆍ지방 할 것 없이 전국의 모든 곳곳에 여섯명 씩 한 팀을 이루어 돌아다녔다.
등교하는 길에 마주치는 그들은 늘 냉철한 눈으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동태를 살폈다. 사람인지 일명 ´새벽의 악마´인지 구별하기 위해서 그들은 늘 철저했다.
…등교길에 마주치는 것은 그들뿐만이 아니였다.
아침에 길을 걷다보면 꼭 한번씩은 ´처리요원´이라는 스티커가 붙어있는 큰 컨테이너 박스 같은 트럭을 보곤했다.
커다란 트럭 차창 너머로 보이는 트럭 운전수의 표정은 늘 어두웠다. …한 번도 본 적 없었지만 트럭 안에 있을 다른 요원들의 표정도 뻔히 그려졌다.
그들이 ´처리´한다는 것이 새벽의 악마들에게 습격당한 사람이나 짐승의 시체라는 것 쯤은, 모른척 하고있을 뿐이지 모두가 다 알고있는 사실이였다.
학교에 가면 1교시엔 의무적으로 권총을 다루는 법을 배웠다. 수업이 끝나면 A4용지가 주어졌고, 거기에 그 날 배운 것을 빼곡히 써야했다.
어제는 ´*위버 그립´을 배웠다.
[*위버 그립 : 다리를 어깨넓이로 벌리고 선 후 주로 쓰는 손으로 총을 쥐며 앞으로 내밀고, 나머지 손으로 권총을 쥔 손을 감싸 안으로 당기고 총을 쏘는 법.
밀고 당기는 힘의 균형을 통해서 총을 잡고 반동을 제어하는 그립.]
필기를 배운 후 2교시엔 강당을 개조해 만든 사격장에서 실전 연습을 했다. 학교 사격장에 서있는 사람모양의 과녁은 보통 사격장에 있는 것과 달리 점수판이 머리에 그려져 있었다.
심장이 아닌 뇌로 움직이는 것으로 추정되는 그들은 머리를 맞춰야 죽기 때문이었다.
다행스러운 것이 있다면, 아직 나는 새벽의 악마를 실제로 마주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가끔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끔찍한 울음소리를 듣는 것 빼곤….
호기심에 새벽에 창문 틈새로 몰래 그들을 봤다는 친구들의 말에 의하면, TV나 인터넷을 통해 모자이크 처리 된 채 보도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하였다.
직접 본 그들은 좀비영화에서 나올법한 흉측하게 뜯겨진 사람과 비슷한 나체의 몰골에 생식기는 없고, 양 관자놀이에 뭉툭한 뿔이 솟아있다고 하였다.
또, 흰자는 붉은 핏빛이고 그 안의 노란 눈동자는 파충류의 그것처럼 얇고 긴… ….
…곧 죽어도 마주치고 싶지 않다.
그들은 새벽이 되면 열리는 하늘에서 우수수 쏟아져 온 세상을 누볐다가 동이 틀 때 쯤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
유명한 철학자들이나 소설가들은 부패한 세태에 분노한 신의 심판에 의해 움직이는 사신들이 온 것이라 주장했고, 그에 과학자들은 신이 보낸 사신이 인간이 만든 총에 맞아 죽을 수 있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하지만 과학자들도 그들에 대한 이렇다할 정의를 내리지 못했다.
총으로 쏘아 죽인 그들의 시체를 수거해 연구하려고 해도 아침이 되면 살아있는 것이든, 죽은 것이든 흔적도 없이 사라지니까.
과학자들이 발견해낸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이 있다면 ´점점 해가 짧아지고 있다는 것.´
언젠가 뉴스에 비친 미국의 한 과학자가 「지금, 온 세계가 새벽에 먹히고 있다.」라고 말한 것을 들었던 것도 같다.
점점 해가 짧아진다.
…점점, 새벽이 길어진다.
[축구국대 기성용/손흥민/구자철]새벽에 먹히는 도시
written by. jjj
˝엄마, 왕자님 왜 안 와?˝
˝그러게…오늘 좀 늦네. 문자 한 통 없이 늦는 애 아닌데….˝
왕자님은 나랑 한 살 차이나는 연년생 남동생의 별명이다. 얼굴도 잘 생긴데다가, 공부도 잘 하고 성격마저 좋아서 우리 집안의 왕자님.
세상이 미쳐버린 후 전국적으로 야간 자율학습이 폐지되고 모든 고등학교가 오후 다섯시면 하교를 하는데, 여섯시가 다 되도록 동생이 집에 들어오질 않는다.
사내자식이 겁은 많아가지고 학교가 끝나자마자 후다닥 달려나가서 같은 학교에 다니는 나보다 먼저 집에 도착해있곤 했는데…무슨 일이 있는건가.
불안한 마음에 카톡만 계속 확인하는데 드디어 남동생과의 채팅창에 1이 떴다.
[왕자님 : 누나. 나 오늘 좀 늦을 거 같다. 6:12]
ㅡ왜 늦는데? 6:12
[왕자님 : 학교 끝나고 집 가는길에 왠 꼬맹이가 울고있길래 가서 물어보니까 엄마를 잃어버렸다하네.ㅋ 같이 좀 찾아주다가 경찰서에 보내던지 해야겠다.ㅎ 6:13]
ㅡ미친놈ㅗㅗㅗ지금이 어떤 땐데. 어차피 경찰서도 여덟시면 문 닫잖아. 꼬마는 꼬마네 부모님이 찾으러 오시겠지. 그냥 집에 들어와 엄마 걱정하셔. 6:13
[왕자님 : 병신아 나도 무서운거 알거든ㅋ 근데 누나 말대로 지금이 어떤 땐데 어떻게 그냥 지나쳐가냐.ㅋ 아직 시간도 꽤 있고 금방 들어갈테니까 나 올때까지 문에 철 덧대지 말고 있어. 6:13]
ㅡ몰라 병신아. 6:14
[왕자님 : ㅋㅋㅋ엄마한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놔줘.ㅋ 6:14]
´알았어.´라고 보내야하는데 차마 전송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엄지손가락만 허공에 빙빙 굴렸다. 걱정되서 죽겠는데 알았어는 얼어죽을….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전송하지 않고 핸드폰 홀드버튼을 눌러버렸다. 순식간에 카톡창이 사라지고 까만 화면이 가득 들어찼다.
…….
˝어떡해…어떡해…어떡해….˝
일찍 저녁을 먹고 나른해져서 깜빡 잠이들었는데 누군가 흐느끼는 소리에 부스스 깼다. 주섬주섬 침대에서 일어나 쭉 기지개를 하며 거실로 나가 시계를 보니 밤 10시 50분.
밤이 짧아졌으니, 아마 이 시간대에도 새벽의 악마들이 한 둘은 돌아다닐 것이다. 그나저나….
˝…엄마 왜 그래? 왜 울어? 아빠, 엄마 왜 저러셔?˝
˝어떡해…어떡해…우리아들 어떡해, 여보….˝
두 손 가득 핸드폰을 쥐고 실신할 듯 울고계신 엄마와 그런 엄마의 어깨를 가만히 쓸어주시는 아빠의 모습이 낯설다. …무슨 상황이지?
당황해서 눈알만 굴리다가 아무래도 동생한테 물어봐야겠다 싶어서 동생을 불렀다.
˝왕자님! 왕자님 뭐해, 나와봐!˝
˝…˝
˝…야!!˝
˝…안 왔다.˝
˝…네?˝
˝네 동생…아직 안 들어왔다고.˝
덤덤한 아빠의 말에 몇초간 멍하니 굳어있다가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풀썩 주저앉았다. 내가 잘못 들은 건가…? 동생이, 아직 안 왔다고…?
애써 다리에 힘을 주어 방으로 뛰어가 핸드폰을 확인했다. 부재중 0, 문자 0… 동생에게선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덜덜 떨리는 손에 억지로 힘을 줘서 카톡에 들어갔다.
마침, 동생한테 온 카톡이 두개 있었다.
[왕자님 : 뭐야, 씹냐ㅡㅡㅋ 무튼 그렇게 알고 있으라고~ 6:29]
[왕자님 : 누나 나 좀 늦을 것 같다;;;ㅋ 7:02]
왜. 왜 늦는데. 그리고 늦어도 좀 늦는다면서…지금이 열한신데…너 어디서 뭐하는거야…? 떨리는 손 때문에 한참만에 동생의 번호를 입력하고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들려오는 건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안내음성….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리고, 하얘진 머릿속에 아까 학교에서 가져와 책상 서랍속에 넣어 둔 권총과 총알이 떠올랐다. 보통 대다수의 학생들이 학교에 권총을 놓고다니는데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습관처럼 꼭 챙겨오곤 했다.
…처음으로 그런 내 습관에 감사함을 느꼈다.
생각을 오래 할 시간이 없었다. …짧은 순간동안 마음을 굳게 먹고 서랍속에 넣어둔 권총을 꺼내 미리 총알을 넣어 장전을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동생방에 들어가 책상 서랍을 열었는데 역시나, 총이 없다. 총도 없이 이 시간까지 밖에 있는 것은…자살행위다. 정말 위험하다.
시간을 지체하면 할수록 총까지 없는 동생이 살아 돌아 올 가능성이 적어진다. 가슴이 울렁이고 요동을 쳤지만, 학교에서 위급할수록 침착해야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이라고 배웠다.
애써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여분의 총알을 몇개 더 챙긴 후 오른손에 권총을 꽉 쥔채 현관으로 향했다.
무작정 나가기 전에 슬쩍 거실을 보는데 엄마는 실신해 쓰러져 계셨고, 그런 엄마를 조용히 안고있던 아빠가 놀란 눈으로 날 쳐다보고 계셨다.
˝너…어디가려는거야!˝
˝…왕자님 찾으러요.˝
˝…너 미쳤어! 제정신이냐! 가도 내가 간다. 너는 여기서 엄마 보살펴 드리고 있…˝
˝아빠 얼마전에 수술하셨잖아요! 그 몸으로 어딜 나가신다는 거에요!˝
˝그럼 자식 둘 다 위험해지려는 걸, 애비가 되서 두 눈 뜨고 지켜보라는게냐!˝
˝걔 지금 총도 없이 밖에 있다구요!!˝
˝…!!!˝
˝…몇달 내내 학교에서 총 쏘는 법이랑 그것들에 대처하는 방법만 집중적으로 배웠어요. 사격시험보면 A+이나 A 맞아요, 나.˝
˝…하….˝
˝…근처만 잠깐 살펴보고 바로 들어올게요.˝
˝…˝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두통이 오신 듯 이마를 짚으시는 아빠를 뒤로 한 채 후다닥 밖으로 나왔다. 쾅, 닫히는 문소리가 오늘따라 크게 느껴진다.
닫힌 문 뒤로 집전화가 울리는 소리가 난다. 따닥따닥 붙어있는 복도식 아파트라 이 시간에 문소리가 난 우리집이 의아해 옆집 사람들이 우리 집으로 전화를 거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너무 깜깜하다…. 핸드폰을 꺼내 살짝 빛을 내어 아파트 복도 끝을 살폈다. 간간히 그것들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지만, 소리가 작고 울리지는 않는 것을 보니 아파트 밖 조금 먼 곳에서 나는 소리다.
…해가 눈에띄게 짧아졌다더니, 정말 이 시간에도 돌아다니는구나….
총이 장전됬는지 마지막으로 한번 더 확인한 채, 신발 앞코를 바닥에 두어 번 두드려 발에 꼭 맞게하고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학교 끝나고 집 가는길에 왠 꼬맹이가 울고있길래 가서 물어보니까 엄마를 잃어버렸다하네.ㅋ 같이 좀 찾아주다가 경찰서에 보내던지 해야겠다.ㅎ」
경찰서… 경찰서로 가보자.
[기성용] 24.옆집오빠/경찰서 가는 길 pt.1
아파트 현관문을 밀고 권총을 얼른 가슴께로 끌어 잡았다. 사람이라고는 정말 아무도 없다. 눈치없는 풀벌레소리만 고요한 적막 위에 날카롭게 흩어지고 있었을 뿐….
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 오렌지색의 빛을 내는 가로등이 비추는 길을 따라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 새벽의 악마는 이 근처에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1시간 정도 후엔 이곳 전체가 온통 그들로 뒤덮히겠지. …정말 시간이 없다.
최대한 보폭을 넓게하고 몸을 낮춰 걸었다. 낯선 밤공기에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도르륵 흘렀고, 그것을 따라 금새 소름이 돋아났다.
권총을 쥔 손에 꾹, 힘을 실었다.
가로등 빛만을 의지해 한참을 걷다가 길이 끝나는 마지막 블록에 있는 정육점을 막 지나치려는데, 무언가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발이 멈췄다.
그리고, 보았다.
정육점 문이 열려있던건지, 정육점 안에서 고기들을 보관하는 유리문을 열고 생고기를 꺼내 게걸스럽게 먹고있는 두 마리의 악마를….
그 혐오스러운 모습에 넋이 나가버려 바보처럼 손에 쥐고있던 권총을 떨어뜨려버렸다.
탁-
권총을 떨어뜨리는 소리가 아무도 없는 거리에 확성기를 댄 마냥 크게 울렸고…, 순식간에 악마들의 눈이 날카롭게 내 쪽을 향했다.
먹긴 먹어도 흉측하게 뚫려있는 위장과 겉가죽을 통해 바닥으로 흘러나오는 고기를 주워 다시 입에 쳐넣는 것을 몇번 더 반복하던 그들이 당혹감과 두려움에 잔뜩 굳어버린 내게 느릿한 움직임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난, 난 끝났다. 총이 떨어지는 소리에 번쩍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총을 주워 괴상한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그들을 향해 겨누긴 했는데, 벌벌 떨리는 손 때문에 좀처럼 머리께로 조준이 되질 않는다.
침착해야하는데 내 손을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총구는 그들의 머리를 한참 벗어난 텅 빈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필기는 못해도 실기엔 자신있었는데… 막상 그들을 눈앞에하고 방아쇠를 당기려니 맘처럼 잘 되질 않는다.
결국, 될대로 되라지 식으로 하늘을 향해 조준된 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캬아아아아악!!!
세 발 정도의 소리가 났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악마들이 정확히 옆 관자놀이가 뚫린 채 내앞에 쓰러졌다.
˝…어디다 대고 쏘냐.˝
낯익은 목소리에 돌아본 곳엔, 옆집에 혼자사는 오빠가 한 손은 바지 주머니에 꽂고 다른 한 손엔 총구에서 연기가 나는 권총을 잡은 채 서있었다.
…악마들은 내 것이 아닌 이 사람이 쏜 총에 맞아 죽은 것이였나. …나 정말 큰일 날 뻔 했구나. 감사한 마음에 제정신이 아닌 채로 허겁지겁 허리를 굽혔다.
…그런데 이 사람은 이 시간에 왜 나와있는걸까?
집에있다가 금방 나온건지 간단한 후드티 한장에 츄리닝 바지를 입은 그는 능숙하게 빈 총알을 털어내고 새 총알을 장전하며 내게 다가왔다.
˝이 시간에 너네집 문소리가 나더라고. 이상해서 전화해봤는데 너희 아버님이 우시면서 방금 나간거 내 딸이라고…염치없지만 사격 기술이 있다면 좀 따라가달라고 하시더라.˝
˝아…˝
˝딱히 할일도 없고. 잠도 안 오던 차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따라나왔다. 뭐…동생 찾으러 간다며. 어디 짚히는데 있어?˝
아무렇지도 않은 듯 평소같은 표정과 말투로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무는 그.
…고맙긴한데, 두렵지 않은건가…? 너무도 태평하게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이고, 권총의 방아쇠 부분을 손가락에 낀 채 빙빙 돌리면서 장난을 치고있는 그에게 물었다.
무섭지 않아요…? 평소에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어색하게 눈인사 하는게 다인 나를 위해 왜 이런 자살행위까지 해주시는거죠…?
˝별로…무서운 건 없어. 어릴때부터 취미가 사격이여서…. 혹시 올림픽 봤어? 거기서 사격 금메달 딴 김장미선수 있지, 걔가 내 사촌 친구야. 나랑도 엄청 친해.˝
˝…아.˝
˝따라나온건 건 말해줬잖아, 봉사하는 마음이라고. 그리고, 야…자살행위라니. 해가 짧아졌다곤 하지만 이 시간대엔 악마새끼들 별로 없어. 스피드도 존나 느리고.˝
˝…아.˝
멍청히 ´…아´만 반복하는 내 얼굴을 큰 키로 내려다보며 혀를 한번 쯧, 차보인 그가 장난스레 내 등 뒤로 가더니 잔뜩 움츠러든 내 어깨를 두 손으로 잡아왔다.
그에 깜짝 놀란 내가 뒤를 돌아보려하자 재빨리 한 손을 내 머리 위에 얹고 꾹 힘을 주어 돌리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그가 내 귀에대고 한 자, 한자 힘을 주어 말해온다.
˝머리 비워라.˝
˝저…아무래도 오빠 괜히 위험….˝
˝쉿. 지체할 시간 없어, 얼른 앞장이나 서. 더 늦으면 저 새끼들 숫자, 스피드…진짜 감당 안돼. 지금이 11시니까 적어도 50분 내로 짚히는 데 몇군데는 돌아봐야 할 것 아니야.˝
정신 똑바로 차리고.
권총 단단히 쥐고.
절대 뒤돌지 말고 머릿속으로 동생이 있을만한 곳만 생각하고, 그 쪽으로 움직인다. 할 수 있지?
…네, 해볼게요.
[손흥민] 19.같은 반 문제아/경찰서 가는 길 pt.2
겉옷 주머니에 넣어 둔 총알을 확인 차 계속 만지작 거리며 아파트에서 벗어나 경찰서로 향했다.
가끔 곁을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길고양이에 놀라 아까운 총알을 몇 번 날려버리긴 했지만, 나름대로 침착하게 잘 행동하고 있었다.
아파트 골목을 빠져나와 숨을 죽이며 큰 길로 들어섰다. 대학로 길이라서 예전이라면 휘황찬란했을 거리가 가로등 불을 빼고 암흑이다. 사람 또한, 단 한명도 없었다.
큰 길을 계속 따라가려는데 왼쪽 작은 편의점 옆에 샛길이 눈에 들어왔다.
…저 곳으로 간다면, 좁고 어둡긴 하지만 블럭 하나를 가로지르는 것이기 때문에 경찰서로 가는 시간이 제법 단축할 수 있다.
짧게 고민을 했다. 조금 위험하더래도 저 지름길로 갈까, 아니면 큰 길을 타고 빙 돌아서 갈까….
시계를 보니 11시 20분. 아침이라면 금방 도착했을텐데 이곳저곳 살피며 걷느라 시간을 꽤나 지체했다. …많이 잡아도 30분 밖에 남지 않았다. 12시 이전엔 돌아가야 하는데….
판단이 여기까지 미치자 내 두 발은 망설임없이 빠르게 샛길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허름한 옛날 골목길 형태를 하고있는 샛길엔 가로등의 개수가 눈에 띄게 적었다. 괜히 이 길로 왔나 싶어 두 손으로 쥔 권총을 입술 밑까지 바짝 치켜들었다.
낡은 벽에 등을 딱 붙이고 게처럼 옆으로 슬금슬금 걸어 움직였다. 가끔 내가 지나온 샛길을 따라 무슨 소리가 나는 것도 같았는데, 아까 길고양이들이 걷는 것과 소리가 비슷해 크게 신경은 쓰지 않았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여진 검은 쓰레기봉투 위를 조심조심 넘어가며 꿀꺽, 마른 침을 삼켰다.
그렇게 얼마나 더 걸었을까…. 샛길의 끝을 알리는 희미한 가로등 빛이 조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새어나오기 시작했고, 가슴이 탁 하고 놓였다.
이제 이 샛길을 벗어나면 큰 길이 나오고, 그 건너편 블럭에 경찰서 주차장이 있다. 그 주차장을 조금 걸으면 경찰서가 보이고, 경찰서 근처를 살피면 동생 또한 어딘가에 몸을 숨기고 누군가 도와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부디 있었으면 좋겠다.
주머니 안의 총알을 다시한 번 확인한 후, 식은땀이 흐르는 이마를 손등으로 닦아내며 막 걸음을 옮기려던 그 때였다.
바스락-
˝…아아악!!!!!!˝
탕! 탕!
바로 등 뒤에서 난 작은 소리에 고함을 지르며 뒤로 돌아서자마자 바로 두 발을 쏴버렸다. 제법 가까운 곳에서 난 소리였는데…!! …눈을 감고 쏜 터라 어디를 향해 쐈는지도 모른다.
심장이 터질듯이 뛰어 온몸에 오한이 들기 시작한다. …입술이 차게 식는 느낌이다.
총을 쏘고 조금 시간이 지난 후 꾹 감았던 눈을 슬며시 들어올리자, 하얀 연기가 나는 총구 밑에 왠 고양이 한마리가 쓰레기봉투 위에 잔뜩 겁을 먹은 채 떨고있는 것이 보였다.
…뭐야, 또 고양이네…. 휴, 짧은 한숨을 쉬고 살짝 허리를 숙여 벌벌 떨고있는 고양이를 살폈다. 많이 놀랐는지 주먹만큼 커진 눈이 불안하게 흔들리고, 등의 털은 바짝 서있다.
괜히 겁을 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는데…이 녀석.
…다리 한 개가 없다.
그것도 방금 당한 일인 듯 아무렇게나 뜯겨진 곳에서 울컥울컥 피가 솟아오른다. …느낌이 좋지 않다. 두려움에 지끈, 현기증이 나 눈앞이 살짝 돌았다.
비틀비틀 고양이에게서 몇 걸음 떨어지자 등이 바로 벽에 닿았고, 그 길로 온몸에 힘이 쫙 빠져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앉은 상태에서 벌벌 떨리는 손으로 권총을 단단히 잡고 내가 지나 온 어둠이 가득한 샛길을 향해 조준했다.
탕!
…캬아아아악!!!!!!!!!
어둠 속으로 한발을 쏘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아무데나 쏜 총알이 악마의 신체부위 중 한 곳에 맞았는지, 찢어지는 괴성과 함께 무언가 바닥에 고꾸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쓰러졌나…이제 끝인가…?
캬아아악!!!! 캬악!!!!!!!
크아아아아아아악!!!! 캬아악!!!!!!!
캬악!!!!!!!! 크아아아아악!!!!!!!!
총알을 장전하며 안심할 찰나에 귓속을 찢어놓듯 와 박히는, 적어도 대 여섯은 되어보이는 그들의 목소리에 그나마 붙잡고있던 정신마저 놓아버렸다.
가로등 밑에 주저앉아있는 날 향해 어둠 속에서 막 빠져나온 그들이 아직은 느린 속도로 어기적 어기적 다가왔다.
…신체부위가 나가 떨어졌다, 라는 말로는 표현이 안 된다. 폭격을 맞은 듯 잔뜩 터져버린 몸을 한 그들의 역한 모습에 턱까지 올라온 구역질이 목울대를 싸하게 감돌았다.
진정 되지 않는 마음을 억지로 다잡고 그들의 머리를 향해 쏘는데, 내 머리가 내리는 명령과 땀으로 진득해진 손의 타이밍이 맞질 않아 손가락이 방아쇠 위에서 자꾸 헛돈다.
…안 돼…안 돼…!
탕! 탕! 탕! 탕! 탕! 탕! 탕! 탕!
… ….
…거의 스무 발은 쐈는데, 여섯 중 하나밖에 쓰러뜨리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총알도…이제 다 떨어졌다.
혹시 모를 기적을 기대하며 권총을 계속 철컥거렸지만, 하면 할수록 빈 총알갑의 느낌만 더욱 생생히 느껴질 뿐이였다.
…파충류처럼 빛나는 그들의 눈동자가 오롯이 나 하나만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이제 정말 끝인가.
총알이 떨어진 빈 권총을 아무렇게나 내던지고 몸을 막 웅크리던 그 때였다.
˝…어떤 사격호구가 하늘에 대고 총질이야!!?? 불꽃놀이 하냐, 씨발!!!!˝
탕! 탕! 탕! 탕! 탕!
거짓말처럼 어디선가 사람의 말소리가 들렸고 곧이어 정확히 다섯발의 총성이 났다. 살짝 고개를 들어 본 곳엔, 내게로 다가오던 악마들이 하나 둘 머리 한 쪽이 크게 날아간 채 쓰러져있었다.
처참한 몰골로 쓰러진 그들을 흔들리는 눈으로 하나하나 살피는데 울컥 눈물이 차올랐다.
…살았다.
잔뜩 웅크렸던 몸을 풀며 벌벌 떨리는 몸으로 엉엉 울음을 터뜨리는 내 맞은 편 가로등 밑에, 쓰러진 악마들 뒤로 낯익은 교복을 입은 누군가가 서있었다.
그가 눈을 작게 하며 내 얼굴을 꼼꼼히 살피더니, ´너 우리반 독서부장이지?´라고 물어왔다. 의외의 상황 속 의외의 인물에 나는 고개를 크게 끄덕여보였고, 그에 그가 헤- 하고 입을 벌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뭐야, 역시 독서부장이였냐? 근데 총 존나 못 쏜다 너…. 실기 꽤 하는 것 같더만 실전은 병신이네.˝
거친 말투와 짜증난다는 듯 제 머리를 잔뜩 헝클어뜨리는 그의 얼굴을, 두 눈 가득 찬 눈물을 닦아 내고 나서야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손흥민이다. 우리 반은 물론 학교 전체의 문제아로 아주 악명높은 녀석…. 그런 그가 쓰러진 악마들 위를 휙휙 넘어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내 팔뚝을 붙잡아 날 일으켰다.
그리고 돌연, 당황해서 어버버 거리는 나를 질질 끌고 아까 내가 지나왔던 길 그대로 샛길을 빠져나갔다.
다시 큰 대학로길…. 길의 한복판엔 그의 것으로 보이는 바이크가 시동이 걸린 채 서있었다. 내 총소리를 듣고 급하게 달려왔는지 헬멧은 아무렇게나 굴러 떨어져있었다.
´아 헬멧 기스 쩔겠네….´ 작게 중얼거린 그가 떨어진 헬멧을 주워 내 앞으로 내밀며 입을 열었다.
˝지금 11시 45분이다. 이 시간에, 그것도 여자가 겁도 없이 싸돌아다니긴…. 너 OO아파트 살지? 우리집 바로 그 뒤에 있는 주택이니까 가는길에 집앞에 내려줄게. 타.˝
˝…아, 안 돼, 난…난…경찰서…경찰서에….˝
˝…경찰서? 경찰서는 왜.˝
˝동생이 아직 집에 안 왔는데…거기에 있을지도 몰라서…. 걔 총도 없….˝
˝그래서. 지금 이 시간에 경찰서에 가시겠다고…?˝
말도 안되는 말을 들었다는 듯 자조적인 웃음을 띄며 내게 물어오는 그에게 덤덤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자 허, 하는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낸 그가 제 권총을 철컥거리며 날 어이없다는 눈으로 쳐다본다. 그런 그의 눈을, 피하지 않고 계속 마주쳤다.
…구해준건 너무 고마운데…바보 같겠지만, 경찰서에 꼭 가봐야해.
먼저 시선을 돌린 그가 마지막으로 느릿하게 권총을 한번 철컥거리더니, 작게 욕을 읊조리며 날 지나쳐 제 바이크에 올라탔다.
그리고, 탁 소리나게 바이크의 받침대를 걷어내었다.
…집에 돌아가는거구나.
조심히 가라고 말을 하려 입을 벙끗거리는데 잔뜩 짜증섞인 그의 목소리가 조금 더 빨랐다.
˝아 씹, 뭐해! 빨리 타!˝
˝…저…난 경찰서에….˝
˝그니까 타라고! 내가 같이 가준다고!˝
실전 병신이 혼자서 뭘 어쩌겠다고!! 시간 없으니까 잠깐이라도 돌아보고오게 빨리 타!!!
넋놓고 있다가 떨어진 그의 불호령에 깜짝 놀라 바이크 뒷자리에 부랴부랴 어설프게 올라타고 그의 교복 끝자락을 양손 가득 붙잡았다.
…그런데 그가 뭔가 맘에 들지 않는 듯 미간에 잔뜩 힘을 준 채 날 돌아본다.
˝…병신아 그러다 떨어질래? 팔로 허리 감아!!˝
갑작스런 그의 고함에 화들짝 놀라 그의 허리를 두팔로 꽉 감았고 곧, 굉음을 내며 바이크가 출발했다.
나와 그를 태운 바이크가 빠른 속도로 경찰서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구자철] 25.특수괴생물퇴치원/경찰서 근처
내가 어떻게, 무슨 정신으로 여기 경찰서 주차장까지 왔는지 모를만큼 난 거의 패닉상태였다.
오는 길에 어디서 나타났는지 썩은 피에 물들어 너덜거리는 다리를 질질 끌며 날 따라오던 새벽의 악마 한 마리를 어떻게든 따돌려 내었다.
되도록 총소리를 내지 않고 떼어내려 이리저리 많이 뛰어다녀서 그런지 가뜩이나 달리기도 잘 못 하는 몸인데 허벅지 안 쪽이 뻐근하다.
총을 바싹 말아쥐고 아직은 아무것도 없는 넓은 경찰서 주차장을 빠르게 가로질러 경찰서 입구 계단까지 도착하였다.
˝헉,…헉, 헉….˝
계단 앞에 허리를 숙여 무릎을 짚고 여태껏 참아 온 숨을 한꺼번에 몰아쉬었다. 미칠 것 같은 긴장감에 자꾸만 호흡이 흔들린다.
…안 돼. 벌써부터 이렇게 나약해지면 안 돼…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그나마 여건이 괜찮은 이 때, 동생이 숨어 있을만한 곳을 짧은 시간 안에 샅샅히 뒤져야한다.
지금껏 쉴틈없이 뛰어 가빠진 숨을 대충 고르고 막 계단 근처를 들여다보려는 그 순간.
ㅡ철컥.
별안간 등 뒤에서 철컥,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바로 뒷통수에 서늘한 총구가 닿아왔다.
그 차가운 금속성의 생생한 느낌에, 순식간에 온몸이 딱딱하게 굳고 오금이 저려온다.
…누군가 내 뒤를 밟고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내 뒤에 있는 이 사람, 뭐 하는 사람일까.
˝보통의 사람이라면 오른손.˝
˝…˝
˝부득이하게 새벽의 악마의 혈액을 섭취했거나, 그들의 치아에 의한 신체 외상이 있다면 왼손을 들어 주십시오.˝
얼음처럼 차갑고 딱딱한 목소리가 내 귀에 떨어졌다.
극도의 긴장감에 불규칙적인 숨소리가 턱을 계속 두드린다. …심지어 오른손, 왼손마저 구분이 되지 않았고, 내 뒷통수에 닿은 총구가 악마만큼 두려웠다.
두려움에 몽롱해진 정신으로 한참을 오른손과 왼손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문득 내가 오른손잡이라는 것을 생각해냈고 부들부들 떨며 총을 쥔 손을 들어보였다.
그러자 곧바로 스륵, 하고 내 뒤통수에 닿았던 총구가 내려갔다. 그에 아까부터 계속 후들거리던 다리에 완전히 힘이 빠져버려 나도 모르게 주저앉으려는 걸, 뒤에 있던 사람이 내 양 겨드랑이에 팔을 넣어 위로 끌어올려 일어설 수 있게 해주었다.
˝많이 놀랐죠, 미안해요.˝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의외의 따뜻한 목소리에 빠져나갔던 정신이 다시 돌아오는 기분이 들었다.
뒤돌아봐요, 나 봐봐요. 그가 내 겨드랑이에 꼈던 팔을 빼내어 바로 내 어깨 위로 얹히더니 살짝 날 그 쪽으로 돌려세운다.
천천히 올려다 본 곳엔, 군청색 베레모에 군청색의 군복을 입고, 한 쪽 어깨엔 긴 장대총을 멘 선한 인상의 그가 내 눈을 부드럽게 맞춰오고 있었다.
˝겁먹지 말아요, 이상한 사람 아니니까. 난 특수괴생물퇴치원소속 구자철이에요. 근데 여성분이 이 시간에 왜 혼자 돌아다녀요. 다음 주부터 국가에서 새벽외출금지령 내릴텐데, 그 때는 나한테 걸리면 벌금 물어야해요.˝
˝…˝
˝무슨 일 때문에 여기까지 찾아왔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친절한 그의 목소리에 결국, 참았던 눈물이 터져나와 그대로 그의 가슴에 안겨 내가 여기까지 오게 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남동생이 11시가 다 되가도록 총도 없이 집에 돌아오지 않은 것부터 시작하여 동생이 꼬마를 경찰서에 데려다주겠다고 한 카톡이 동생과의 마지막 연락내용이였다는 것까지, 모든 것을 들은 그의 표정이 무겁게 변하였다.
묵묵히 내 얘기를 듣던 그가 ´그럼 동생을 찾으러 나오신 거에요?´라고 물어왔고 난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무거운 표정으로 왼손을 들어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더니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뭔가를 골똘히 고민하는 듯, 손에 쥔 권총을 느릿하게 몇 번 쓸더니 이내 두 눈에 힘을 주며 입을 열었다.
˝요즘은 외근부서도 저녁 8시면 퇴근을 하죠. 우리는 이렇게 위험하게 미쳐버린 세상 덕에 특수괴생물퇴치원으로 급하게 모집된 직업군인이에요. 그렇게 모집이 된 후 약 한달 간 특수훈련을 마치면 각 서마다 12명이 투입되고 그 12명이 A팀, B팀으로 반반씩 나뉘는데, 비교적 실적이 좋지 않은 군인들을 A팀으로 넣어 아침에 근무하게 해요. 아침은 새벽보다 위험요소가 적으니까. 그들도 요새의 보통 경찰들과 같이 8시에 퇴근을 하죠. 제가 속한 B팀은 그들이 퇴근한 8시부터 11시 30분까지 짧게 근무를 하고 완전무장 된 서에 들어가서 잠을 자다가 아침에 경찰들 출근 시간과 맞춰서 교대를 해요.
물론 A팀이든 B팀이든 이곳에 있는 이유는 직업군인이 아닌 주민을 지키는 특수괴생물퇴치원으로써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에요. …내가 한 말 중에 핵심은, 우리는 주민을 지키기 위해 여기 왔다는 거에요.˝
˝…아.˝
˝이걸 말하는 이유는…마음을 다잡기 위해서에요. 나는 경찰이다, 경찰이다, 하고 주문 외우는 것보다 이렇게 내가 왜 여기에 있고, 내가 맡은 일이 무엇인지 곱씹으면 권총의 그립감이 더 좋아진다고나 할까요.˝
˝…네?˝
˝동료들은 3시간 30분 동안의 긴장을 끝내고 잠이 들었고, 이제 28분 정도 후면 본격적으로 하늘이 열릴거에요. …나도 많이 무서워요, 근데.˝
그가 웃옷 주머니를 뒤지더니 은색 카드를 꺼냈고, 그 카드를 가만히 내 손에 쥐어주었다.
이 카드가 뭐냐고 묻기도 전에, 그가 빠르게 말을 덧붙인다.
˝내가 그 쪽 사정을 들은 이상 도저히 그냥 서에 갈 수가 없네요. 일단 이 카드로 서에 들어가셔서 2층에 올라가세요. 그러면 오른쪽 벽에 완전무장 버튼과 암호문 버튼 이렇게 두개가 있을거에요. …그 쪽 동생분 데리고 들어가야하니까 암호문 모드로 설정해놓고 계세요.˝
˝…무슨…!! 저도 같이 갈게요!!! 저 학교에서 사격 등급도 괜찮아요! 저도 같이…!˝
˝…하하…아까부터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그 쪽 총 쥐는 법부터 틀리셨어요. 그리고….˝
돌연 첫만남 때의 목소리처럼 차갑게 변한 그가 빙글 주차장 쪽으로 돌더니, 주차장 입구에서 오른쪽 줄 두번째 칸에 주차된 경찰차 쪽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그리고,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빠르게 방아쇠를 당겼다.
탕!
캬아아악!
깔끔한 한발에 이마 정 가운데를 관통 당한 악마가 경찰차 위로 진득하게 나뒹굴었다.
…주차장 쪽을 향해 있던 나도 눈치채지 못했는데, 심지어 그는 주차장이 아닌 경찰서 쪽을 보고있었는데 어떻게 새벽의 악마가 저곳에 있다는 것을 알았지…?
놀라움에 입이 벌어진 날 내려다보며 피식 웃은 그가 권총을 고쳐 잡으며 말했다.
˝이 정도 움직임도 눈치 못 채시는 분이랑 움직이려면 제 마음이 불편해요.˝
˝…˝
˝저 믿고 들어가계세요. 되도록 12시 안에 돌아갈테니.˝
내 어깨를 두어번 두드린 그가 고쳐 쥔 권총을 한번 흔들어보이더니 빠르게 경찰서 주차장 입구쪽을 향해 내달렸다.
걱정되고 미안한 마음에 그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계속 쳐다보았지만 이미 그는 떠났고, 부른다고 돌아 올 것 같지도 않다.
…두 눈을 질끈 감고 그의 지시를 따라 경찰서 입구의 계단을 빠르게 올랐다.
마지막 두 계단을 남겨두고 잠깐 멈춰서서 달빛을 받은 은색 카드를 두손에 움켜쥐고 그가 동생과 함께 무사히 돌아오길 기도했다.
부디…부디 무사히….
새벽에 먹히는 도시
written by. jjj
jjj's)
헐...완전 오랫만에 왔는데 내용 병맛이라 데둉합니다...또르르....
[박주영]32.택시기사/동생도착확인. 집으로 돌아가는 길 버젼도 있었지만…그럼 너무 스크롤 압박이…ㅠㅠ
언젠가 제 글을 원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또 메일링을 하게 되면 그 때는 박주영선수 버젼도 같이 끼워 드릴 생각이에요!
이걸 마지막으로 진짜 수능 끝나고 돌아올게요. 부족한 글 읽어주시고 댓글 남겨주시는 소중한 독자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