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여전히 날 따라 웃지 않는 네게 손을 잡아 깍지를 끼자 뜸을 들이고 조심스럽게 말해
" 누나. 내가 연예인이 되면 어떨 것 같아? "
처음에 그 말을 듣고, 괜찮지. 너가 좋다면 누난 좋아라고 말한 내 입을 나는 지금 원망한다, 나에게 웃으며 고맙다고 말하는 네게 이쁘게 웃어줬다.
너 역시도 나에게 이쁘게 웃어줬고, 그렇게 너는 점점 나에게 멀어졌다. 어디냐고 문자를 보내면, 연습 중이라고 짧게 오는 답에 씁쓸했지만, 곧 빛날 너를 위해 참았다.
오늘도 피곤에 쩔어 있는 네 모습을 보고 손을 뻗어 머리를 흐트렸다. 어린 나이에 꿈을 향해 달리는 너 멋있다 찬아.
" 다. 칠봉 누나덕이에요. 얼굴 보면 힘 나요. "
네 말에 웃고 넘기며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는 너를 안아줬다. 토닥이는 손길에 울던 너는 괜찮다며 집으로 들어갔다.
많이 힘들구나 우리 찬이, 그래도 힘내. 곧 빛날 거야.
칠봉누나! 나 데뷔 날짜 잡혔어! 전화 너머 들리는 목소리에 같이 기뻐하며 방방 뛰었다.
누나 덕이야. 진짜! 네 목소리가 너무 기분 좋아보여 나역시도 기분 좋아졌다.
칠봉누나 무대 봤어? 내가 오늘 제스쳐도 따로 했는데 봤지?
" 응 봤어. 진짜 귀엽더라 찬아. "
그치? 무대가 장난 아니야. 함성 소리가 막 우와... 팬싸 오실거죠?
" 응. 가야지. 그럼, 찬이 나 알아 볼 수 있어? "
당연하죠. 어디 있든, 내가 누날 먼저 찾을게요. 그 자리에만 있어줘요.
" 누나. 내가 이렇게 찾아 오게 해야 해요? 왜 전화는 안돼요? "
" 오늘 사냥은 여기까지. 다 수고했소. "
여자보다 고운 얼굴에, 세자치곤 편한한 옷차림에 놀라 세자가 맞냐고 묻자 맞다며 가보라고 하는 박나인의 말에 쓰개치마를 쓰고 네 곁으로 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당황한 얼굴로 제 치마를 잡아 올리는 손길에 놀라 쳐다보자. 아. 아니, 밑에 뭐가 묻소. 라는 말에 수줍게 고개를 숙였다. 세자의 옥체가 더 중요하옵니다. 내 말에 웃으며 괜찮다고 제 치마를 들고 걸어가는 탓에 조심스럽게 옆에서 걷자 급히 박나인이 뛰어 와 치맛단을 잡는다.
" 아. 이름이 무엇이냐? "
" 소녀, 저 옆 나라의 공주 이서 김씨, 김칠봉이라고 하옵니다. "
" 이름도 얼굴만큼 예쁘구나. 그런데, 우리 어디서 본 적이 있지 않느냐? "
네 말에 수줍게 웃다가 모르겠단 얼굴로 쳐다보니 고개를 옆으로 젓더니 아닌데. 라며 혼자 중얼 거리다 앞으로 걷자 빠르게 너를 따라 갔다.
그러더니 뭔가 생각 난 듯이 확 돌더니 나에게 얼굴 가까이 다가오자 놀라 허리를 뒤로 젖히자 예쁘게 웃었다.
" 이래도 기억이 안나시오? "
" 아! 그때! 그... "
내가 여기에 온 뒤에 억지로 먹던 걸 밤이 되서야 아무도 몰래 다 토해내고 개울에 앉아 꽃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옆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놀라 쳐다보니 어린 남자였다.
나를 보며 씨익 웃곤 옆에 앉아 내 꽃 그림을 보며 웃어주던 너는 내게 엄지를 들어 보였다. 그리곤 붓을 뺏어 옆에 우스꽝스럽게 그린 모습에 나도 큭큭 웃자 따라 웃는다.
' 그림, 좋아하시오? '
' 그게 아니라, 아바마마와 헤어질 때, 마지막으로 그렸던 게 이 그림이오. '
' 아, 조국이 그립소? '
' 많이 그립습니다. 아직도, 눈 감고 아침이 밝아 일어나면 조국이고, 어마마마의 품이길 빕니다. '
' 미안하오, 내가 꼭 그 꿈을 이뤄드리겠소. '
' 말이라도 참 감사하옵니다. 근데, 누구신지...? '
' 비밀이오. 다음 번에, 내가 그대를 조국으로 보낸다면, 알려주겠소. 예쁜 꽃 같은 소녀여. '
그때 그 사내가 세자라니... 감히, 나를 사온 나라의 세자에게 조국이 그럽다고 말하다니, 제 치부를 들킨 것 처럼 얼굴이 빨개지자 웃으며 내 어깨를 톡톡치더니 지나친다.
세자와 얼굴을 알아간 뒤로 둘이서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너는 나에게 그 누구보다 조국을 생각하지도 못하게 행복하게 만들어줬다.
내게 쥐어준 꽃 반지를 어색하게 끼워주며 다음 번엔 더 좋은 걸로 해주겠소. 라는 말에 이 것만이라도 좋습니다 라고 받아치니 얼굴이 빨개진다.
그렇게 너와 나는 빠른 시일에 가까워졌고. 황제가 지병으로 인해 죽게 되자, 황제로 오른 너와 나의 혼인이 빠르게 준비 되었고 예복을 입는 내가 어색했다.
혼례가 거하게 이뤄졌다. 모든 국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혼례를 치뤘지만 네 표정은 좋지 않았다.
" 전하. 아바마마가 죽으셔서 힘드시옵니까. "
" 아니, 그게 힘든 게 아니다. "
" 네? 그게 무슨 말이 십니까? "
" 우리가, 끝까지 사랑 할 수 있을 거 같느냐? "
" 네? "
" 나는 황제가 된 이상, 하루 하루를 불안하게 살아야 한다. 누군가 갑자기 자고 있던 내 목을 쳐도 이상한 게 없다. "
" 제가, 제가 지켜드리겠습니다. "
" 그거 아느냐? "
" 뭘 말하시는 겁니까? "
" 나를 지키는 건, 나고, 너를 지키는 것도 나다. 네 잠자리는 항상 편안 했으면 좋겠다. "
네 말이 그 어떤 고백보다 달달하게 들려 애꿎은 예복을 만지작 대자 네 손을 잡고 입술에 짧게 입을 맞췄다. 후궁은, 나한테 없다. 나에게 오직 너 뿐이니라.
네 목에 팔을 감자 풀리는 옷고름에 눈을 감았다. 이런 황제라면, 내 모든 걸 주어도 행복 할 것 같았다.
그러나 이 행복도 오래 가지 못했다. 자꾸 옆에서 강요하는 임신에 스트레스를 받을 쯤, 누군가 급하게 침전에 들어와 내 눈치를 보다, 너에게 귓속말을 했다.
너는 여유롭게 고개를 끄덕이며 남자를 내보냈고, 내 손을 꽉 잡아줬다. 그리고 예쁘게 웃어줬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웃음을 단 채 말해
" 칠봉아. 조국으로 돌아 가고 싶으냐? "
" 예? 갑자기... "
" 너가 언제든지 원하면 그 곳으로 보내주겠다. "
" 아닙니다. 저는 괜찮사옵니다. "
" 아버지와 어머니가 보고 싶지 않느냐. "
" 보고... 보고, 싶사옵니다. "
네 말을 끝으로 네 품에 안겨 엉엉 울었다. 솔직히 부모님이 보지 않는 혼례를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이렇게 멋진 남편을 가져도 소개를 못하는 내가 초라해 울었다.
내 어깨를 토닥이던 너는 조금만 참거라. 라는 말을 중얼 거리며 달래주었다. 그때, 너가 이런 말을 한 게, 이뜻이라면 받아 드리지 말 걸 그랬었다.
전하! 어서 피하셔야 합니다! 전하! 김내관이 방 앞에서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방에서 나오지 않는 전하의 모습에 안절부절하다 문을 열었다.
여유롭게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있던 너는 나를 보며 웃었고 나는 네 앞에 무릎을 꿇었다.
" 전하. 가셔야 합니다. 왜 움직이지 않으시는 겁니까. "
" 나는, 기다리는 것이다. "
" 전하. 지금 적군이 문 앞까지 왔다고 하옵니다. 전하! "
네 외침에도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 모습에 눈을 감고 네 손을 꽉 잡았다. 전하. 같이 생을 끝내겠습니다. 제 말에 손을 겹쳐 잡은 정한을 봤다.
복도에서 들리는 소란스러움에 고개를 들고 쳐다보자 칼을 들고 문 앞에 온 검은 갑옷을 입은 남자들이 들이 닥쳤다.
그리고 그 중심엔, 우리 오라버니가 서 있었다.
" 잘 오셨사옵니다. 이서 김씨의 황제, 하종님. "
" 더러운 입으로 내 이름 부르지 말거라. 도망도 안 가고, 내 동생을 인질로 잡은 게냐? "
" 오라버니 그게 아니옵니다. 전하는! "
" 시끄럽다. 넌 그 옆에서 무엇을 하는 게냐! 당장 일로 오지 못하겠느냐! "
나에게 소리를 치며 칼자루를 쥐는 오라버니의 모습에 네 앞으로 기어가 무릎을 꿇고 빌었다. 이 사람은 아니되옵니다. 이 사람은 정말로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옵니다!
내 말에도 오라버니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인상을 쓰고 손을 들어 보이자 뒤에서 뛰어 오는 군사들이 내 팔을 잡아 일으켰고 나는 너를 지키기 위해 팔을 내치고 소리쳤다.
" 오라버니! 차라리 절 죽이시오! 이 사람은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오라버니는 제가 과부로 살 길 원하십니까! "
" 뭐하는 게냐! 당장 끌어 내지 못 하느냐?! "
" 오라버니! 저는, 공주이기 전에 이 사람의 부인이옵니다! 오라버니! 이거 놔라. 왜 아무 말이 없사옵니까. 전하! "
나에게 다가 오는 군사들을 무시한 채 가만히 앉아 있는 네 앞으로 가서 팔을 잡고 흔들어도 너는 그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공주의 조국이오. 말 못했는데, 나는 공주가 행복한 게 좋소, 사랑하오. 칠봉아.
네 말에 잡고 있던 손에 힘이 풀렸다. 이런 걸 원하지 않았는데... 힘이 풀린 순간 내 팔을 잡고 일으키는 남자들에 멍하게 끌려다가 칼을 뽑는 오라버니의 모습에 소리쳤다.
오라버니! 아니 되옵니다! 오라버니! 전하! 도망 치시옵소서! 전하! 이거 놔라! 제발, 이거.. 흐읍. 이거 놔라! 아무도 도와 줄 군사가 없느냐!
내 외침에도 궁궐은 조용했고, 궁 밖으로 나와 가마를 타는 순간까지 소리쳐도, 아무도 우릴 도와주지 않았다. 물론 궁을 나오는 순간까지 죽어있는 군사들에 숨어 있는 영의정과 좌의정, 김판서, 동지사가 보였다. 당신들의 황제가 죽어 가고 있소! 내 외침에 그들은 외면했다. 머리 속에 누굴 왕좌로 올릴지만 생각하지, 전하의 안보는...
궁으로 들어 와 나를 껴안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보고도 웃을 수가 없어서 쓰러지듯 품에 안겼다. 전하...
꿈 속에 나온 전하는 나를 보며 손짓했다.
' 조국은 어떴소? 편안하오? '
' 전하. 전하가 없는 세상 무엇이 편하겠습니까. '
' 칠봉이 너도, 부모의 곁으로 돌아가고. 나도 부모의 곁으로 간 것인데 뭐가 그렇게, 슬퍼서 우는 게냐. '
' 행복 하시옵니까? 제가 없어도 전하는 행복하시옵니까? '
' 너가 없어서 행복한 게 아니라, 너가 행복해서 내가 행복한 것이니라. '
' 전하... '
' 윤정한이다. 내 이름은 윤정한이다. '
' 예? '
' 정한이라고 부르거라. '
' 정한아. 가지 마... '
가야 해. 기다릴게, 내 입술 위로 짧게 맞춘 입술의 느낌이 생생해 눈을 뜨면 내 앞에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오라버니 얼굴에 벌떡 일어났다.
이게, 이게... 아. 오라버니 전하를 어찌 하셨습니까?
여기에 없는 사람이니, 이제 부르지 말고 새로운 사람과 혼인 하거라.
오라버니의 말에 손에 얼굴을 묻고 엉엉 울자 어머니가 꽉 안아주었다. 오라버니는 고개를 돌려 차마 날 보지 못했고, 아버지는 내 손을 잡아주었다.
그리고 천천히 말씀을 하셨다. 처음부터 우리의 이야기를, 내가 팔려 갔을 때부터 이를 갈고 있던 우리 조국에 먼저 교류를 하자고 한 건, 정한이였다고.
" 그곳에서 우리에게 먼저 손을 내 밀었다. 그리고, 너를 우리에게 넘기고 죽은 것이다. "
" 그게. 그게 무슨 말이십니까? 아바마마 저를 넘기다니, "
" 우리에겐 그 곳은 애증이고, 분노였다. 너를 데리고 간 조국이 먼저 손을 뻗다니 우리에겐 기회였고, 그 들은 우리 기회에 먹힌 것이다. 멍청 한 건지... "
멍청한 게 아니라. 네가 했던 말이 귓가에 맴돌았어. 멍청한 게 아니라, 날 위해 희생 한 거였어...
아. 아으... 앓는 소리를 내며 울다 결국 목청이 터지도록 크게 울었다.
" 너도 강아지 좋아해? 나도 좋아해. "
내 앞에 쪼그려 앉은 큰 덩치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앞에 배를 까고 누워 있는 강아지를 쓰다 듬었다. 주머니에서 이것 저것 꺼내던 민규는 소시지를 꺼내 까서 강아지한테 주자 강아지가 냄새를 킁킁 맡더니 받아 먹는다. 그 모습을 보고 웃는 너를 쳐다 봤다. 너 그렇게 안 생겨서 강아지 좋아하구나.
" 응. 나 귀여운 거 좋아해. 어? 너 앞머리 짤랐어? "
아. 앞머리를 짜르고 오던 길에 만난 민규라서 어색한 표정에 머리를 작은 손으로 감싸자 피식 웃곤 내 머리를 쓰다 듬는다.
귀엽다. 짧은 네 말에 얼굴을 붉히자 너는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굽혀 한 뼘 작은 내게 웃으며 학교에서 봐. 라고 말했다. 그게 내 첫사랑의 시작이였다.
수업 시간 고개를 돌리자 마주친 시선에 고개를 까닥이며 놀다 씨익 웃는 네 모습에 나 역시도 몰래 웃었고 우스꽝스러운 얼굴 표정을 짓는 널 보고 크게 풋 하고 웃자 선생님이 누구냐고 했고 입을 막고 널 보자 너 역시도 놀란 눈으로 입을 막았어. 그런 우리의 모습이 웃겨서 큭큭 거리면 너는 내게 앞을 보라고 손가락질을 했고 나는 끄덕이며 다시 칠판을 쳐다봤다. 뒤에서 들리는 웃음소리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 김칠봉! 하교 같이 할래? 내가 일부러 이것도 사왔는데. "
" 이게 뭐야. 나 이런 거 안 좋아해. 바보야. "
" 왜? 내가 좋아하니까 먹어. "
운동장에 앉아 있는 내 손에 쥐어진 레몬 맛 츄파츕스를 보고 인상을 찡그리자 직접까서 내 입에 넣어주려는 네 행동에 그저 입만 벌리고 있자 씨익 웃고 살짝 입 맞춰
놀란 눈으로 쳐다보자 다시 예쁘게 웃고 사탕을 내 입안에 넣는다. 상큼하게 터지는 레몬향에 고개를 숙이자 옆을 방방 뛰며 먼저 골목을 지나쳐 가는 너를 봤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아서 고개를 푹 숙이고 빠르게 너를 지나쳐 집으로 들어갔다. 나에게 뭔가의 할 말이 있는 것 같았는데, 지금 네 얼굴을 보면 얼굴이 터질 것 같아서 이야기도 듣지 못하고 방 문에 주저 앉았다. 눈을 감았다 뜨면, 제 옆에는 너가 앉아 있었다. 이게 뭐야? 고개를 돌리니 운동장이였다. 제 앞에 보여지는 레몬사탕에 인상을 찡그렸다.
" 김칠봉! 하교 같이 할래? 내가 일부러 이것도 사왔는데. "
" 이게 뭐야. 나 이런 거 안 좋아해. 바보야. "
" 왜? 내가 좋아하니까 먹어. "
뭐지. 이 익숙한 느낌은? 아닌가. 레몬 맛 츄파츕스를 손으로 밀어내자 직접 자기 손으로 까서 내 입에 넣어 주려는 네 행동에 그저 입만 벌리자 제 혀에 닿는 상큼한 향에 기분이 좋았다. 아니, 사실 기분은 좋은데 뭔가 허전한 느낌이 어깨를 으쓱이고 널 보자 그냥 제 어깨에 팔을 두르며 빨리 가자고 하는 너에 덩달아 웃으며 말했다. 그래 가자.
그 뒤로 자꾸 드는 이상한 기분에 혼자 뭘 생각하다 책상에 얼굴을 묻었다. 왜 똑같은 일이 너무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레몬 사탕을 따로 사먹은 적이 없는데... 책상에 머리를 콩콩 박는 중, 푹신한 느낌에 고개를 들어 보면 내 앞에서 웃고 있는 널 봐. 에, 뭐야! 손 치... 야 민규야. 나 신기한 일이 있었어. 내 말에 흥미롭다는듯 앞 자리에 앉는 네게 짐짓 진지한 표정을 짓고 말해
" 너 나한테 레몬 사탕 준 거, 처음 아니지? "
" 뭐? 그게 무슨 말이야. "
" 아니, 나 그러니까... 예전에도 똑같은 일이 있던 거 같아서. "
" 그런 적 없어. 나 간다. "
아님, 아닌 거지 왜. 정색을 하고 그래... 내 말에도 무시하고 자리에 주저 앉은 너는 뭔가를 생각하다 밖으로 뛰쳐 나가. 나 역시도 너를 몰래 따라 나가다 갑자기 계단으로 막 뛰어 올라가는 모습에 나 역시도 뛰어 올라가 숨이 차도 널 놓치면 안 될 것 같아서 더 빠르게 뛰었던 것 같아. 옥상으로 올라간 너를 보다 문 앞에서 숨을 고르며 눈을 감았다 뜨니, 내 앞에 있는 건, 수학 선생님이였다. 고개를 돌려 널 보면 너는 나를 보고 우스꽝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까닥인다.
이 거, 이 장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고개를 돌려 다시 널 쳐다봤다. 너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날 봤고, 나는 그런 너를 보고 웃었다. 내 웃음 소리에 선생님이 누구냐고 했고 입을 막고 널 보자 너 역시도 놀란 눈으로 입을 막았어. 그런 우리의 모습이 웃겨서 큭큭 거리면 너는 내게 앞을 보라고 손가락질을 했고 나는 끄덕이며 다시 칠판을 쳐다봤다. 잠깐, 이것도 어디에서 많이 본 장면 같아. 고개를 돌려 다시 널 보자 너는 놀란 눈으로 앞을 쿡쿡 찔렀고 나는 뭔가 싶어 쳐다보니 선생님이 나를 쳐다 보고 있었다.
" 너랑 눈 마주친 애랑 복도로 같이 나가. "
" 김민규에요. "
" 어? 쌤 저 아니에요. "
" 시끄러워 나가. "
정확하게 너를 찍고 나오라고 했고, 울상을 짓고 나를 따라 나와 머리를 장난스럽게 흩트리는 네게 짐짓 진지하게 물어 사실 이것도 어디서 본 장면 같아.
" 김민규. 너 뭐야? "
" 나? 김민규지 "
" 나 이 장면 본 것 같아. "
" 뭐? "
" 너 나한테 레몬 사탕 준 거, 처음 아니지? "
" 야. 김칠봉. 너. "
놀란 눈으로 쳐다 보던 너에 갑자기 머리에서 팍 하고 터지는 기억에, 네가 내 입술에 입을 맞췄던 일, 집에서 부끄러워 눈을 꾹 감았다 뜨면 다시 그 운동장으로 변한 일, 내가 너에게 레몬 사탕을 묻자 빠르게 옥상으로 뛰어가서 숨을 고른다고 눈을 감았다 뜨면 수학시간이 되었던 일 다 기억이 나서 너의 팔목을 잡고 옥상으로 무작정 올라갔다.
" 야, 김칠봉. 너 지금 뭐하는 짓이야. "
" 나 여기서 뛰어 내릴 거야. "
" 그게 무슨 짓이야. "
" 다시 돌려서 나를 살려줘 민규야. "
말을 끝내고 옥상 난간에 서서 눈을 꾹 감고 몸에 힘을 풀고 발을 내딛었다. 그때 내 팔을 잡는 손길이 느껴지고 같이 떨어지는 느낌에 눈을 꽉 감았다. 귓가에 들리는 목소리에 붕 떨어지는 느낌이 멈춰지고 눈을 떳을 땐, 바닥에 부딪히기 전, 공중에 떠 있는 나와 김민규를 봤다. 너... 너. 다리를 내려 바닥에 내딛고 주위를 둘러보면 날아가던 새들도, 운동장에 공중으로 올라 간 축구공도 다 멈춰 있었다.
" 왜, 너한테는 먹히지 않는 거야. "
" 뭐? "
" 타임 리프. 시간이 왜 너한테는 먹히지 않냐고, 시발. "
" 타임 리프... "
내 말에 와이셔츠를 급하게 풀더니 쇄골에 적힌 숫자를 보여줬다. 01... 이게 뭐야? 자리에 주저 앉은 민규는 머리를 거칠게 흩트리더니 입술을 꾹 깨물고 말했다.
" 나는 미래에서 왔어. 안 믿기겠지만, 미래의 너를 지켜주지 못해서 온 거야. 과거의 너는 얼마나 예뻤나 싶어서. "
" 그게 무슨 말이야. 미래라니? "
" 칠봉아. 너는 지금의 너가 미래의 너보다 더 예쁘다. "
" 자꾸 못 알아 듣는 말만 하지 말고... 응? "
" 시간을 조종할 수 있어. 나는, 근데 말이야. 너한테 들켜 버려서 이제 가야 해. 원래 있던 곳으로. "
" 왜? 안 가면 되잖아. 그냥 여기서 나랑 살자 응? "
내 말에 웃던 너는 내 머리를 쓰다 듬고 울려고 하는 나의 뒷목덜미를 잡아 입을 맞춰.
따듯하게 감겨 오는 입술에 눈을 감자 살짝 떼지는 입술이 곧 코, 볼. 이마 눈까지 입을 맞추다 귀에 속삭였어.
" 원래 첫사랑은 안 이루어 지는 거래. 너한테 이젠 난 없는 존재야. 안녕, 잘 지내. 사랑해. "
네 말에 눈물이 흘렀고 네 이름을 부르며 눈을 떴을 땐, 아침이였다. 새 학기가 시작 된 지금, 평범하게 여중을 나와 고등학교는 남녀공학을 진학해 그저 그런 생활을 했다.
귀엽다.
귓가에 들리는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렸다. 분명 누군가가 나를 보고 그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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