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419] 그 입술의 주인은 누구인가
언제?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 회식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던 길에. 어디서? 집 앞 놀이터 그네에서. 무엇을? 입술을 덮쳤다. 어떻게? 앞에 앉아서 눈높이를 맞추던 남자의 멱살을 잡고. 왜? 취해서, 라고 말하면 비겁하고 잠깐 미쳤었던 건가.
다른 건 다 선명하게 기억이 나는데 딱 하나 상대방만 기억이 안 나서, 여주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자기 머리를 두들겼다. 머리 나빠져, 출근이나 해- 하는 엄마한테 나 퇴사할래, 했다가 등짝을 얻어맞고 겨우 나선 출근길이.... 원래 이렇게 짧았었나? 가기 싫다니까 오히려 더 빨리 도착해 버리는 건 무슨 경우인지.
괜히 주차장에서 스트레칭 하면서 출근을 늦추고 있는데, 김건우가 다가옴. “안녕하세요, 김건우 선수-” 하고 인사했더니 깜짝 놀라서 잔뜩 굳은 채로 머뭇머뭇 다가오는 모습이... 김여주는 ‘혹시... 어제 제가 덮친 그분이세요?’ 묻고 싶은 마음을 애써 삼키고 “어제는 잘 들어가셨죠?” 무난한 인사를 건넴.
“예, 팀장님 덕분에 한숨도 못 잤지만요.” 하는 김건우의 대답 덕분에 김여주 마음에 쿵 하고 돌덩어리가 떨어짐. “왜 못 주무셨어요?” 물으면 대답은 못하고 수줍게 눈치를 보는 얼굴에 김여주는 조금 확신을 했음. 취향이다 싶더니 저지르고 말았구나, 하고. 모르는 척, 하지만 약간의 미안함을 담아서 인사만 하고 사무실에 올라왔는데,
자리에 앉자마자 찾아온 나제로가 “속은 좀 괜찮으세요?” 하면서 책상에 숙취해소제를 올려놓는 거. 뜻밖의 친절에 “고맙습니다, 잘 마실게요.” 하니까 머리를 긁적이더니,
“저기 팀장님 어제는... 아니, 아닙니다.” 하고 도망치듯 뛰쳐나가는 바람에 김여주 머리 위에는 다시 물음표가 떴음. 설마? 설마 막 고등학교 졸업한 나제로 선수랑? ...에이, 그럴 리가.
이래저래 착잡한 마음을 정리하려고 자판기에 가서 커피를 뽑는데, 백승빈이 자판기에 기대섰음. “안녕하세요.” 하니까 해야 할 인사는 안 하고 대뜸
“팀장님 취하니까 의외로 대담하시던데요?” 하는 바람에 김여주는 손에 든 커피를 엎을 뻔 했음. 정색하고 “무슨 말씀이세요?” 물으니까 “에이, 알았어요! 지금 좀 그러면 퇴근 후에 얘기해요!” 하고 가버려서... 오, 이건 또 뭐지 싶은 김여주. 키스를 한 사람은 한 명인데 의심스럽게 구는 건 세 명이라면, 무슨 몰래카메라 같은 건가 생각하면서 머리를 쥐어뜯을 수밖에.
개인사는 개인사고, 오전 내내 열심히 일한 여주가 점심 먹으러 가는데 최유빈과 마주침. 평소처럼 허리 굽혀서 인사하는 최유빈한테 “네, 점심 맛있게 드세요.” 말한 후에 지나치려는데 팀장님, 부르며 붙잡더니 여주 머리에 붙은 종이를 떼어주는 거. “감사합니다” 하니까
“어제는 계속 죄송하다고 하시더니,” 하고 웃는다. 설마 저 입술에 입을 맞추고 사과를 한 걸까..... 아니야, 사람이 취하면 죄송할 일은 많은 법이지...... 어려워서 말도 자주 못해봤는데, 취했다고 사람이 그렇게 대담해질 리가.... (백승빈 : 취하니까 의외로 대담하시던데요)
머리에 생각이 둥둥 떠다녀서 밥은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복잡한 마음으로 단장실 들어가서 이런저런 보고하는 동안, 끄덕거리면서 잘 듣고 사인해 주는 최주환. “무슨 일 있습니까?” 하길래 “아, 아뇨, 아닙니다.” 대답하고 나가려는데 최주환이 평소와 같은 말투로 “어제는 왜 그랬습니까?” 하는 거. 예? 하고 되물으면
“어제 키스는,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도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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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우제로케빈노아 = 야구선수 / 최주환 = 단장 설정입니다!!
여주랑 러브샷하고 밤새 잠 못 이룬 김건우
흑기사 자청하면서 우리 나제로 선수 술 약하단 말이에요~ 하던 여주한테 설렌 나제로
취한 여주가 드세요! 발렌타인데이잖아요! 하면서 주머니에서 꺼내준 초콜렛에 의미부여한 백승빈
넘어질 뻔한 여주 안아들듯이 붙잡았다가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소리만 오백 번들은 최유빈
그리고 그들이 삽질하는 동안, 여주 집까지 잘 데리고 가서 그네 타겠다는 고집도 다 받아주고, 언제 친해지냐는 투정도 다 받아주고, 멱살도 까짓 거 잡혀주고, 키스도 (순순히) 당해준 최주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