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KON/김진환] 화양연화(花樣年華) (부제: 코드네임_ KJH0207)
W.클라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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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로 며칠이 지났다. 윤형이랑 준회는 사진 속에 있는 사람들을 찾으러 다니러 간다고했다. 내게 연락처를 건네주고는 그렇게 떠났다. 엄마아빠도 제발 무사했으면 좋겠다. 쉬는시간종이 울리고 다음 시간표를 확인하는데 반장이 오더니 선생님이 날 부른다고 말했다. 그래서 다음 시간표를 확인하고 교과서를 책상위에 올려놓고는 교무실로 갔다. 교무실로 가면 앉아있는 담임선생님. 의자에 앉았다. 선생님은 내생활기록부를 보더니
" 아직 진로희망 안 적어서 불렀어. 지금도 없니? "
" .. 뭐, 딱히 없어요. "
" 그래? 부모님은 연구원이라며? 성적이 이 정도면 K대나 Y대정도는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
" .. 아. "
" 정해놓은 과도 없니? 의예과나 공대쪽으로 괜찮을텐데 "
결국은 뻔한 말이였다. 나는 시시콜콜한 이야기 듣기 싫었다. 듣는척하면서 선생님 넘어서 있는 창문을 쳐다봤다. 역시나 오늘도 파랗다. 진환이는 잘 있겠지. 그때이후로부터 항상 진환이가 걱정이됐다.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되지. 눈 살짜 감으면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덕분에 눈을 다시 떴다.
" 듣고있니? "
" 네 "
" 일단 아직 1년 남았으니까 그때동안 성적 더 올려봐. 그럼 S대도 가능할 수 있어. 선생님은 너만 믿는다. "
전 그런거에 관심없거든요. 라고 말하고싶었지만 억지로 미소짓고 네라고 대답하고는 교무실로 나왔다. 답답하다. 학교가 이렇게 답답했었나. 교실로 들어갈려고 하는데 모르고 발 헛디뎌서 넘어질려고 하는 순간, 내 손을 잡으며 허리를 감고 날 일으키는 사람. 한빈선배였다. 한빈선배는 당황하더니
" 괜찮아? "
" .. 괜찮아요. 어, 교복입었네요? "
" 응, 오랜만에 입으니까 어색하다. 아, 그리고 이거 부탁한거 "
한빈선배는 복도 창가에 기대더니 쇼핑백을 건네줬다. 나는 그걸 받고 안에 뭐있는지 확인했다. 교복이였다. 난 웃으면서 고마워요라고 했다. 한빈선배는 아무말 없이 나를 쳐다보더니 기분안좋아보이네라고 말했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벽에 기댔다.
" .. 아까 교무실 갔다왔는데 진로희망 안적었다고 뭐라해서요. 그것도 있지만 내 꿈을 맘대로 정하는 선생님때문에 기분 별로고 "
" 그러니까 태권도하랬잖아. "
" 그러게요, 후회된다. 어, 종쳤다. 선배 가봐요. 그리고 이거 진짜 고마워요! 깨끗하게 쓰고 돌려줄게요 "
종쳤다. 한빈선배는 가고, 나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들어오는 국어선생님. 인사를 하고 수업을 하려하는데 선생님이 분필로 수업내용 적다가 아차하더니 우리를 쳐다봤다. 약간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 내가 아까 휴대폰으로 기사 보고왔거든? 우리동네는 아니지만 제법 가까운 곳인데 거기서 살인사건 일어났다더라 "
" 헐 진짜요? 왜요? "
" 나도 그건 모르겠다. 죽은사람은 모 연구소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던데 총 쓴 흔적이 있단다. 이래서 총은 위험한거라니까 쯔쯧 "
그 말듣고 웅성거리는 교실. 그 소리듣고 잡고있던 샤프를 떨어뜨렸다. 모 연구소. 어쩌면 엄마아빠와 연관될 수 있는 이야기. 나는 가만히 있다가 손 들고 배아파서 보건실 가겠다고 말하고 나왔다. 그리고 후드집업 주머니에 휴대폰을 꺼내서 전화했다. 계속 신호음만 들리고 전화를 안받았다. 나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 제발 좀 받아. 순간, 신호음이 끊기고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이 떨려왔지만 전화기를 꽉 붙잡았다. 내가 전화한 사람은 윤형이였다.
" 윤형아, 너 혹시 기사 봤어? "
" 봤어 "
" .. 혹시 아는 사람이야? "
" .. 불행하게도 "
제발 아니길바랬지만 들려오는 대답. 불행하게도. 이 말은 아는 사람이라는거겠지. 보건실에 도착했지만 선생님이 보이질않았다. 침대 위에 앉아 휴대폰만 붙잡고 있었다. 서로 아무말 없었고 긴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 휴대폰 넘어서 들려오는 윤형의 목소리.
" 결국에 남는건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걱정하지마. 우린 죽을 일 없으니까 "
" ... 윤형아 "
" 조한이 언제 온다고 했어? "
" 조만간 온다고했는데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어 윤형아.. "
" 걱정하지마. 우리도 그때쯤에 찾아갈게. "
그렇게 윤형이랑 통화를 끝내고 나는 침대에 누웠다. 조용했다. 아무것도 들리지않았다. 그래서 더 무서웠고 눈물 날 것만 같았다. 나는 휴대폰을 다시 꺼내서 엄마한테 문자했다. 연락해줘. 짤막한 한마디를 보냈다. 답장 안올거라는거 알지만 그래도 희망이라는 단어가 생각이 났다. 우리에게 희망이 있기를. 시간이 지나면 더 나은 삶이 되기를.
학교 마치자마자 바로 집으로 뛰어갔다. 도착하면 소파 위에서 책 읽고 있는 진환이가 보였다. 난 허겁지겁 신발을 벗고 진환이 앞에 섰다. 진환이는 책 덮고는 갸우뚱거리면서 나를 쳐다봤다. 나는 웃으면서 쇼핑백을 건넸다. 뭐냐는듯 쳐다보는 진환이
" 비록 학교에서 경험할 순 없지만, 그래도 값진경험이 될거야. 얼른 갈아입어! "
" .. 뭔데? "
" 뭐긴! 교복이지. 얼른 갈아입고 교복데이트나 하자! "
진환이는 살짝 동그랗게 눈을 뜨고 갑자기 설렌다는듯 쇼핑백을 가로채더니 방에 들어갔다. 나는 소파에 앉아서 콧노래를 부르면서 진환이를 기다렸다. 영화보고 밥먹고 뭐하지. 오락실이나 갈까. 진환이가 게임을 좋아하니까 가면 좋아하겠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교복을 입은 진환이가 보였다. 흰와이셔츠에 교복바지입고 엉성하게 넥타이를 맨 모습이였다. 나는 다가가 넥타이를 똑바로 매줬다. 교복을 입으니 정말 고등학생같았다. 교복을 입은 진환이를 보니 갑자기 울컥했다. 몇십년간 연구소에서 있었던 진환이가 나처럼 평범한 삶을 누리지 못했다는 안타까움때문이였을까.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꾹 참고 애써 웃었다. 잘 어울린다고 칭찬을 하고 가방에 필요없지만 그래도 책 같은거 넣고 진환이에게 줬다. 난 진환이 손잡으면서 말했다.
" 오늘은 진환아 니가 하고싶은거 다~ 하자. 나 돈 있으니까 마음껏 써도 되거든! "
" .. 내가 하고싶은거? "
" 응응. 일단 영화 보러가자. 예매해놨어! "
가까운 시내에 나갔다. 조금 어두워지고있지만 사람들도 많고 진환이에게 좋은경험이라고 생각났다. 힐끗 진환이를 쳐다보면 반짝이는 눈으로 두리번거리는 진환이였다. 나는 그런 진환이를 힘겹게 끌고와 영화관으로 왔다. 팝콘이랑 콜라 사고 들어갔다. 로맨스영화니까 진환이가 좋아하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로맨스영화는 개뿔. 존나게 슬펐다. 계속 훌쩍이면서 보는데 휴지가 없어서 미칠 지경이였다. 여주인공이 죽는다는게 너무 슬펐다. 눈물 그렁거리면서 스크린을 보는데 조심스럽게 내 손을 잡는 진환이. 살짝 진환이를 쳐다보면 진환이는 나를 보며 속삭였다.
" .. 울지마 "
" 슬프잖아. 안슬퍼? "
" 슬프긴 한데, 내가 경험하는게 아니잖아. "
" 그래도.. "
" 저 여자가 너였다면 난 울었겠지. "
진환이 말에 딱꾹질이 나왔다. 진환이는 아무일없었다는듯 내 손만 잡고 스크린을 쳐다보고있었다. 기분이 이상했다. 무슨느낌이였더라. 난 결국 영화를 끝까지 집중못했다. 영화는 다 봤고 이제 길거리구경해볼까싶었다. 진환이랑 손잡고 길거리구경하다가 포장마차를 발견했다. 진환이를 데리고 그쪽으로 가서 떡볶이랑 순대를 주문했다.
" 이거 떡볶이라는건데 맛있다? 매운것도 있고 달콤한 것도 있어. "
" 떡볶이? "
" 응, 이건 순대라는건데.. "
아주머니가 접시에 떡볶이랑 순대 한가득 담아서 우리 앞에 놔뒀다. 내가 포크로 떡을 콕 찍고는 진환이 입 앞에 갖다댔다. 진환이는 아무말없이 쳐다보다가 냉큼 먹었다. 나도 한 입 먹고 진환이를 쳐다봤는데 살짝 매운듯 얼굴을 구기더니
" 스읍, 매워. "
" 매워? 매운거 못먹네 "
" 물 줘 물. "
난 웃으면서 종이컵에 오뎅국물을 담아 진환이에게 줬다. 진환이는 호호 부르면서 한모금씩 마셨다. 그래놓고 맛잇는지 계속 먹는 진환이. 나는 그런 진환이를 계속 쳐다봤다. 진환이는 나를 보더니 안먹어? 라고 했다. 됐어. 배불러. 대답하고는 진환이가 먹는 모습만 바라봤다. 이때, 아주머니가 우리를 보더니 지방에서 살다 오셨는지 사투리를 쓰셨다.
" 아따 고것참 훈훈하네~ 내가 본 학생커플중에서 니네들이 훈훈하다! "
" 아, 아니에요. "
" 뭘 아니긴! 어이, 너 여자친구 많이 좋아하는가?~ "
" 아니, 아주머니 저희는 그런 사이 아니라.. "
아주머니가 깔깔 웃으면서 진환이를 가르키더니 물어봤다. 나는 당황해서 해명했지만 진환이는 오뎅국물을 마시다가 아주머니를 쳐다보더니 태연하게
" 네. 좋아해요. "
" 그래? 그럼 있을때 잘혀~ "
" .... "
" 있을때 잘해란말이여. 잃고나서야 그 사람의 소중함을 깨닫는단말이여. 그러니께 후회하기전에 잘혀! "
아주머니 말에 나는 아무말 하지못했다. 후회하기전에.. 난 멍하니 포크만 잡고 있었을까. 진환이는 나를 부르더니 다먹었어! 라며 나를 쳐다봤다. 나는 이제야 정신차리고 돈 내고는 그 포장마차에 나왔다. 길거리 구경하면서도 자꾸 아주머니의 말이 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자꾸 들리는 말. 나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진환이랑 같이 길거리구경했다. 진환이한테 뭐 사주지.
" 진환아 너 마음에 드는 거 발견하면 말해. 사줄게! "
진환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천천히 길거리를 구경하더니 무언갈 발견했는지 내 손을 잡고 쪼르르 그 곳으로 갔다. 악세서리 파는 곳이였다. 유독 반짝이는걸 좋아하는 진환이는 그저 눈으로만 쳐다보기만 했다. 그리고 반지를 집더니 쳐다보다가 나한테 보여줬다.
" 이거 살래. 이쁘다. "
" 이거? 알겠어. 얼마에요? "
젊은 남자한테 물어봤더니
" 커플아니에요? 여자분도 하나 하지! 커플하면 이니셜 박아주는데! "
" 아.. 아닌데. "
" 아, 아니에요? "
슬쩍 진환이를 쳐다보면 멀뚱멀뚱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뭔가 해야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한숨을 쉬고는
" 아, 그러면 제것도 하나 해주세요. 저희이름이니셜로 해주는거에요? "
" 네네.
결국 했다. 나는 오른손 검지손가락에 끼었다. 나름 이쁜 반지였다. 안에 들여다보면 내 이니셜이 적혀있었고 진환이꺼는 진환이이니셜이 적혀있었다. 반지 끼니 마냥 기분이 좋았다. 진환이도 기분 좋았는지 헤헤거리면서 웃고 있었다. 그리고 진환이는 입김을 내면서 말했다.
" 이 곳 사람들에게는 정이 있구나. "
" .. 그렇긴 하지. 한국인들이 정만큼은 많지. "
" 여기에 있으면 좋은추억들만 쌓이는 것 같아. "
진환이는 반지만 계속 쳐다보기만 했었다. 반지 사서 그렇게 기분 좋은가. 난 머리를 긁적이면서 진환이를 데리고 여기저기 들렸다. 목도리도 사고 장갑도 사고 장난감인형도 샀다. 이렇게 쇼핑을 하다보니 어느새 어두컴컴했었다. 이제 집에 들어가야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이대로 집에 들어가기엔 너무 아쉬웠다. 길 걷다가 발견한 그 곳. 스티커사진 찍는 곳이였다. 나는 진환이를 데리고 그 안에 들어갔다. 분장하는것도 있지만 그냥 나답게 진환이답게 교복만 입고 스티커사진기 안에 들어가 500원 여러개 넣었다. 배경이랑 뭐 이런거 선택했다. 진환이는 정직됐는지 가만히 서있었다.
" 진환아 저거, 중앙에 있는거 보이지? 저거 보고 막 포즈 지어! 브이하거나 뭐 그런거! "
카운트 세는 소리가 들려와서 난 당황한 나머지 진환이랑 팔짱끼고 브이했다. 진환이도 얼떨결에 브이했다. 막 어깨동무도 해보고 진환이 때리는 시늉도 해보고 진환이를 쳐다보다가 얼떨결에 찍혔다. 망했다. 마지막 기회가 주어졌을때 나는 진환이한테
" 웃자! 웃으면서 쳐다보자! "
라고 말하고는 나는 진환이 손 잡고는 정면을 향해 웃었다. 셔터소리가 나고는 이것저것 고르고 나와서 꾸미기하는 곳으로 갔다. 진환이는 꾸밀줄 모르니까 나 혼자 힘겹게 꾸미다가 마지막 사진을 발견했다. 진환이랑 내가 손잡으면서 웃는모습이 보였다. 정말 사람들한테는 우리가 커플로 보이는건가싶었다. 잘 어울리는것 같기도.. 나는 얼른 꾸미고나서 스티커사진을 받고는 사진을 잘라서 공평하게 나눠가졌다. 진환이는 신기한듯 계속 쳐다보기만 했다.
" 사진이라는거야. "
" .. 사진? "
" 응. 남는건 사진밖에 업거든 "
" 왜? "
" .. 모든 추억들은 사진 속에 있으니까. 아무리 사람들이 잊어도 사진만큼은 잊지않으니까. "
내 말에 진환이는 알듯말듯한 표정을 짓었다. 이제 너무 늦어서 진환이랑 겨우 막차를 타고 집에 도착했다. 진환이는 가방을 던지고는 그림일기를 가져와 소파에 엎드렸다. 나는 진환이 옆에 앉았다. 난 고민하다가 결국 말하기로 했다.
" 김진환. "
" 응 "
" .. 있잖아. 너 나 좋아하는거 티내더라? "
" .... "
" 정말 나 좋아해? "
" 응 "
" ... 사실 "
진환이에게 말하고싶었다. 내 마음도. 그러면 진환이가 좋아할 것 같았다. 말할려고 하는 순간 벌떡 일어서더니 내 두 팔을 잡고는 날 쳐다봤다. 그리고 살짝 망설이더니 이내 말하는 진환이.
" 사랑이라는거 내겐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랑 지내나고나니까 나도 사랑을 할 수 있다는걸 알았어. "
" .... "
" 그리고 니가 죽으라고 하면 정말로 죽을 수 있어. "
" 야 김진환 왜 갑자기 그런소리 해 "
" 그러니까. 너는 이미 내 전부야. "
" .... "
" 그래도 난 니가 나로 인해 슬퍼하거나 힘들어하는일 없었으면 좋겠어. "
갑자기 손이 떨렸다. 진환이가 이런 말을 해서 겁이 났다. 난 계속 진환이를 쳐다봤다. 진환이는 내 얼굴을 살짝 잡더니 고개를 돌리고는 내게 다가왔다. 키스하려는건가싶었지만 진환이는 멈칫하더니 그 가까운거리에서 나와 눈 마주쳤다. 그리고 고개를 푹 숙이다가 살짝 고개를 들더니 쓸쓸하게 웃는 진환이였다.
" 그냥 나만 사랑하게 해줘. 넌 그냥 받기만 해. 제발 부탁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