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만남 Season2 chapter 3.
* 허각 - I need you ( Feat.지아 )
첫만남 Season2
written by.기성용대는사랑이다
" 안내면 갔다오기 가위,바위,보! "
" …아, "
" 아싸!용대형 갔다오세요. "
가위 바위 보 결과를 보고 난 예상 했다는듯,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진짜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면서 모든 운을 다 쏟아버린것 같다.아침에,기성용과 모닝인사를 나누고
선수촌으로 들어와 연습을 시작했다.살짝 어깨가 뭉친 상태라,무리 하지 말라는 감독님의 말씀에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애들을 보는데 가만히 있는 내가 심심해 보였는지,
애들은 실실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형,우리 진 사람이 아이스크림 사오는거 해요.그래서 세판 했는데,세판 다 말끔히 졌다.애들이 실실 웃을때부터 심상치 않더니,설마.
" 야,니네 짰지?어? "
" 에이,형은.우리가 설마 짰겠어요? "
" 니네라면 가능해,자식들아. "
" 형,흥분 하시니까 또 사투리 나오시네요. "
내가 사투리가 나오던,표준말이 나오던.고향이 전라남도 화순인지라,사투리는 고쳤지만 이 억양은 잘 고쳐지지 않는 것 같다.음의 높낮이라고 해야하나.무튼,나는 내가 꽤
표준말을 잘 한다고 자부했는데 나랑 대화하는 사람들 마다 고향이 전라도시죠?하고 꼭 물어봤던 것 같다.…스트레스.물론,내가 그 말을 세상에서 3번째로 싫어하는 걸 알고
기성용은 한번도 말 하지 않았지만.우리가 설마 짰겠어요,날보며 얄밉게 실실 웃곤,등을 슬쩍 미는 후배놈들을 샐쭉 노려봐주었다.아무리 봐도 짠 것 같은데.
" 에이,아니라니깐요!세판을 어떻게 짜요.형이 뭐 낼지도 모르는데 "
" 얀마,설마 내 기억 읽고 그런건 아니지? "
" 형은 무슨.무튼 짠거 아니니까 약속대로 다녀 오세요. "
형 어깨 아픈거 알지?응?웃으며 나를 선수촌에서 쫓아버리려는 후배들을 최대한 불쌍한 눈초리로 쳐다봤다.아,어깨 너무 쑤시는데.진짜 가려니까 안그래도 쑤시는 어깨가 더
아픈것 같아,살짝살짝 주무르는데 애들의 대답은,엄살 말구요.…매정한 자식들이네.지들이 재성형도 아니고 엄살이란 말을.나중에 아프면 내가 어떻게 대하나 보자.잘 다녀
오세요.진짜 아픈데,신경도 안쓰고 웃으며 내게 손을 흔드는 녀석들에게 뭘 바라리.저절로 나오는 한숨에 푹,내쉬곤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겼다.10000원이면 되겠지 뭐,
" 파워에이드 3개요! "
" 용대야,난 레몬에이드! "
" 임신 하셨어요?신거 되게 좋아하네. "
" 이용대 못하는 말이 없네,자식아.갔다 오기나해. "
용대야,하는 말에 어떤 자식이 반말 하나,고개를 홱 돌렸는데 그곳엔 성현형이 있었다.레몬에이드 부탁해,어이없다는듯 쳐다보는 내 눈길에,형은 실실 웃으며 손으로 하트를
그려왔다.…아프다고 연습 늦게 오신다고 하더니,타이밍도 안좋게.형 아프다고 하시지 않았어요?이제 괜찮아,뭐.이용대 넌 형이 아팠으면 좋겠냐.그건 아니구요.형은 어제
하루를 롯데월드에서 불태우고 온 나보다,훨씬 건강해 보이셨다.오히려 혈색이 예전보다 좋은거 같은 느낌.얼른 가,믿었던 성현형 마저 나를 무참히 내쫓는 모습에,나는 푹
한숨을 쉬곤 선수촌을 빠져나왔다.옛날엔 정은 누나한테 셔틀 당했는데,이제 벗어나나 했더니 후배놈들한테 까지 셔틀이다.내 팔자야.
" 아!구자철 얼른 주라고! "
" 야,니 스토커냐?용대씨한테 말한다? "
" 아오,진짜 죽을래? "
오늘따라 기성용이 미워보이네.선수촌에서 나와 터덜터덜 걷는데,운동장에서 축구 선수들 무리가 보였다.한달정도 뒤면,있을 우즈벡전 한국에서 연습한다고 하더니 선수촌
에서 완전히 사는구만.단연 축구 선수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건 기성용이었다.키도 크고,항상 봐왔던 얼굴이라 먼저 눈이 간다는 이유도 있지만 제일 나대고 있는것도 기성용
이기에.…애인은 지금 후배들한테 셔틀 당하는데 혼자 좋단다.괜히 기성용이 미워지는 기분에,슬쩍 노려보고는 구석으로 걷는데 구자철 선수 목소리가 들려왔다.용대씨한테
다 말한다?왜 내 이름이.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을땐,종이 쪼가리로 보이는걸 들고 구자철 선수는 도망가고 있었고,기성용은 구자철 선수를 잡으려 안간힘 쓰고 있었다.
" 진짜 말할까?어? "
" 아,진짜 내놓으라니깐?이거 이용대가 보는 순간 나 얻어터져 "
" 그걸 바라고 말하는건데? "
아오,시발 새끼.기성용 저거 또 욕하네.둘은 정말 덤앤더머인것 같다,어쩜 바보 같은것도 저리 똑같은데.분명 싸우지 말라고 어제 밤에,불과 10시간정도 밖에 안된 일인데
다 까먹고 벌써 싸우고 있고,욕 쓰지 말라고 누누히 말했건만 이 탁트인 곳에서 시발놈이란 욕까지.저런 둘을 보다간 안그래도 생긴 화병이 더 커질것만 같아,고개를 돌렸다.
청용씨도 고생이 많으시겠네,고개를 들려도 크게 들려오는 둘의 목소리에,고개를 설레설레 젓고는 주머니에 손을 넣는데,구자철 선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용대씨!
" 용대씨! "
" …하하,네? "
" 이용대,어디가? "
저 눈치없는 구자철 선수.또 아는척 했다간 스트레스 받을건 나일것 같아 조용히 선수촌을 빠져나가던 참이었다.용대씨,날 부르는 활기찬 구자철 선수의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추었다.머릿속에 급속도로 스며드는 불안감과 함께.용대씨,내가 못들은지 알았는지 큰소리로 한번 더 내 이름을 부르는 구자철 선수의 목소리에,작게 한숨을 쉬고는 슬쩍
고개를 돌렸을땐 날 보며 실실 웃는 구자철 선수와,멀뚱히 날 쳐다보는 기성용이 보였다.안녕하세요,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까딱,숙이자 두 사람은 내게 다가왔다.
" 어디가세요,용대씨? "
" 저는 뭐,그냥 뭐 좀 사러?하하,연습 안하세요? "
" 감독님 안계셔서 몰래 놀고 있는거죠. "
계산적인 놈들,감독님 안계신다고 나이 많이 먹은 것들이 땡땡이나 치고.저러면 후배들이 뭘 배우겠냐,물론 말하고 싶어,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말을 꾸역꾸역 삼키고는 슬쩍
웃으며 말했다.그럼 계속 열심히 노세요,기성용 좀있다가 끝나고 전화해.내 말에도 멀뚱히 날 쳐다보는 기성용의 모습에,손 모양으로 전화하라고 제스처를 취하자,기성용은
그제서야 알아들은듯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하여간 이해력은 엄청 느려서.시간을 너무 지체한것 같아,대충 인사하고 걸음을 떼는데,구자철 선수는 그런 내 팔을 잡고는 씩
웃으며 손에 들린 종이 쪼가리를 흔들어댔다.용대씨 이거 뭐게요.웃으며 종이를 흔드는 구자철 선수를 멀뚱히 쳐다보며 말했다.그게 뭔데요?
" 이게 뭐냐면요. "
" 봐도 되요? "
" 아오,구자철 그만 하랬지? "
" 뭔데요? "
뭔데요,하며 궁금해하는 모습에 구자철 선수는 종이를 내밀었다.이게 뭐냐면요.얼핏 보니 폴라로이드 사진인 것 같은데.대충 뭔지는 알겠지만,뒤집어 있어서 어떤 사진인지
형체는 보이지 않았다.봐도 되요?내 말에 구자철 선수는 기성용을 보며 실실 웃고는,고개를 끄덕 거렸고 그 모습에,흘끗 구자철 선수를 쳐다보고는 사진을 뒤집으려고 하던
참이었다.아,구자철 그만 하랬지?그런 내 모습에,기성용은 멀뚱히 우리를 보다,화들짝 놀라며 뒤집으려던 내 손을 덥썩 잡았다.뭔데 그래.
" 뭔데 그래? "
" 아,그게.무튼 안돼.구자철 진짜 너 죽는다? "
" 아,왜 용대씨 사진을 용대씨가 봐야지. "
" 도대체 뭔데 그래요,자철씨? "
내 사진이라니.사진 딱히 찍어준적 없었던것 같은데.그냥 조용히 넘어갔으면 그러려니 하겠는데,뒤집으려는 손길에 화들짝 놀라는 기성용이나,재밌다는듯 실실 웃어보이는
구자철 선수를 보자니 궁금즘이 증폭되었다.원래 궁금한건 못 참는 성격이라,잔뜩 빨개진 얼굴로 구자철 선수를 노려보는 기성용의 모습에 이때다 하고 사진을 넘기려 하는데
얼레,그런 내 손을,기성용은 아까보다 더 강한 힘으로 제지해왔다.물론 구자철 선수를 노려보는 눈빛도 더 강해지고,아.도대체 무슨 사진 이길래 난리법석이야.
" 기성용 뭔데?어?뭔 사진이길래 난리야. "
" 아,이용대 좀 가면 안돼,그냥? "
" 궁금해서 그래.좀 보자, "
답답한 마음에,손을 꽉 쥐는 기성용을 샐쭉 노려보고는,손을 풀려고 하는데 그런 내 모습에 기성용은 손을 더 꽉 잡아왔다.이용대 그냥 가면 안돼?그 사진을 꼭 보고 말겠단
내 눈빛을 읽었는지,기성용은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그니까 누가 날 부르래,구자철 선수 실컷 탓해.사진을 자기쪽으로 더 끌어 당기는 기성용의 모습에 질 수 없다,
란 심정으로 나도,내 쪽으로 강한힘으로 끌어 당겼다.아,이용대.그런 내 모습에 기성용은 울듯한 표정으로,내 쪽으로 끌어당겨진 사진을 끌어 당겼다.
" 아,이용대 이러다가 찢어진다니깐?찢어지면 안되는데. "
" 그니까 좀 보자고,무슨 사진인데 그래? "
" …무튼,그런게 있어.나중에 보여줄게. "
" 나중은 개뿔,그냥 보여주지 그래?용대씨 바빠 보이는데,빨리 보여주고 가시라고 하지. "
구자철,죽기 싫으면 닥치고 있는게 좋을거야.엄청 대단한 사진이긴 한지,손부터 나갈 기성용은 끝까지 사진을 사수하며 얄밉게 놀리는 구자철 선수를 노려보기만 했다.그런
기성용 모습에 구자철 선수는 좋다고 실실 웃고 있고,저러다가 한대 맞으셔서 이청용 선수한테 이르는거 아닌가 모르겠네.여기서 내가 포기하면 좋지만,내 사진이라는데 내가
봐야지,궁금해 죽겠는데.구자철 선수를 노려보며 살짝 힘을 뺀 기성용의 모습에,이때다 하고는 씩 웃으며 사진을 확 빼앗았다.칙,소리와 함께 사진이 찢기는것도 동시에.
" 야!!!!!아오,그거 찢겨지면 안되는데. "
" 모퉁이 조금 찢겨졌네, "
" 구자철,아 시발새끼.넌 진짜 이용대 가면 죽어? "
" 아,됬고 용대씨 얼른 보세요. "
칙,소리와 함께 사진의 모퉁이가 찢겨져 나갔다.폴라로이드면서 종이 소재라 그런가 잘도 찢겨진다,이딴건 누가 만든거야.아,찢겨지면 안되는데!모퉁이가 잘라져 떨어지는
동시에 기성용의 악에 바친 목소리가 들려왔다.조금 찢겨졌네.뭐,시발놈아?기성용은 정말 화난건지,내 앞에서는 잘 하지 않던 별 욕을 짓껄이며 금방이라도 구자철 선수의
멱살이라도 잡을듯,빨개진 얼굴로 씩씩거렸다.내가 니 때문에 몰랐던 욕도 다 배운다,자식아.얼른 보세요.기성용 놀리기로 마음 먹었는지,뚫어질듯 노려보는 기성용의 등을
툭툭,두드리던 구자철 선수는 내게 말했다.아,안된다니깐.사진을 뺏으려는 기성용의 손길에,슬쩍 옆으로 비키고는 사진을 뒤집었다.…이게 뭐야,
" …이게 뭐야. "
" 푸핫,용대씨 반응 봐.그니까 성용아,내가 이딴 사이코 같은 행동 접으라고 했지? "
" 아오,나쁜 새끼.저거 보고싶을때 혼자 보려고 했는데.구자철 새끼야,내 주머니를 뒤지긴 왜 뒤져?어?니야말로 도벽증있냐? "
" 말을 똑바로 해.지가 다 보라고 사진 반정도 꺼내고 갔더만,누가 도벽이 있대. "
새끼들이 내 옷위로 옷 올려놓다가 꺼내졌나보네,무튼 구자철 너도 죽일거야.아,왜 나한테 지랄이야.그냥 쿨하게 사과하고 화해하면 될걸,꼭 초딩들 같이 잘잘못 따져가면서
씩씩거리는 둘을 보자니 한숨이 나온다.…무튼,그게 문제가 아니라,기성용이 그토록 숨기고 싶어했던 사진은,침대에서 자고 있는 내 모습이다.그것도 쪽팔리게,손까지 모으고
잘 자고 있는 모습을.아니,이 자식은 자란 잠은 안자고,소름돋게 남 자는걸 찍고 난리야.이거 뭐야,목소리를 깔고는 노려보는 내 모습에 기성용은 내 눈치를 살살보며 말했다.
" 아,그게…어제 자다가 일어났는데 너 찍고 싶어서. "
" …그니까 이런걸 왜 찍냐고. "
" 아니,그냥 보고 싶을때 보려고 그랬지. "
그런거면 제대로 된걸 찍지,왜 자는걸 몰래 찍고 난리야.이게 제일 귀여워서.머리를 긁적이며 발그레한 얼굴로 실실 웃으며 날 바라보는 기성용의 모습에 픽 웃었다.남 자는
사진 가져가서 무슨 생각을 하시려고.찍는다고 쳐도,이런걸 들고 다니는 기성용이나 이런 사진으로 놀리는 구자철 선수나,다 똑같다.이젠 화도 안나고,심지어 날 생각하려는
기성용의 모습에 설레는 나도 같이 미친것 같고.완전 닭살,팔을 살살 쓰다듬으며 실실 웃는 구자철의 머리를 팍,때리며 노려보는 기성용을 슬쩍 보고는,웃으며 말했다.
" 아,그만하고 얼른 가져가. "
" 주는거야? "
" 그래,이미 찍은거 니 가져. "
내 사진까지 찍어서 직접 들고 다니는 기성용한테 화 낼수도 없고 뭐,사진도 꽤 괜찮게 나왔으니까.기분좋게 웃으며 사진을 내미는 내 행동에,기성용은 살짝 놀란듯 보였다.
주는거야?그래,싫음 말고.다시 사진을 주머니에 넣으려는 내 손을 제지하고는,누가 훔쳐갈까 가방에 꼭꼭 숨겨넣는 기성용을 흐뭇히 쳐다봤다.이젠 제대로 넣고다녀,알았어.
가방에 넣느라,쭈구린 무릎을 피고는 고마워,하며 내 머리를 쓰다듬는 기성용의 등을 아프지 않게 툭,쳤다.다시 한번 또 찍으면 엽사 찍어버릴거야,
" 이젠 허락맡고 찍어도 되지? "
" 몰라,됬어. "
" 와,기성용 놀리라고 한건데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낼줄이야. "
용대씨 화 안내세요?우리가 싸우고 투닥거리는걸 맨날 봐왔고,또한 원했던건지 우리의 살가운 반응에 구자철 선수는 투덜거리기 시작했다.우리가 이런것 같다가 싸우겠냐.
응,자주 싸웠잖아.…이건 자철씨 말이 맞네.예전에는 아이스크림 콘 하나 가지고 이틀동안 말도 안하고 지냈는데,이런일로 안 싸운거보면 우리도 철 들었나보다,구자철.씩
웃는 내 모습에,기성용는 눈웃음을 짓더니 구자철을 보며 거만하게 웃었다.그땐 그때고,이제는 우리 잘 안싸우거든.
" 지랄,어제 엄청 투닥댔잖아. "
" 아오,이 멍청아.싸우는거랑 투닥거리는건 엄연히 달라,한국말이나 제대로 배우시지. "
" 그거나 그거나,또 시비냐?기라드 저번에는 영어 못한다고 난리를 치더니,그래 인마.너 졸라 똑똑해서 부럽다. "
그치,부럽지?또 싸우려는건지,반어법 잔뜩 쓰는 구자철 선수의 말에,실실 웃으며 받아치는 기성용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역시,너가 철이 들긴 개뿔이.기성용을 때리는
습관은 좀 사라졌는데,오늘 다시 한번 습관이 튀어나올것 같은 느낌에 올라가려는 손을,꽉 붙잡았다.야,나 갈게.정신없는 틈에 까먹고 있었는데 음료수 사러 가야 하는걸 이제
생각해냈다.늦었다고 애들한테 욕먹고,감독님께 더블콤보로 욕 받아먹겠네.여전히 투닥거리는 두 선수를 흘끗 보다가,대충 말을 내뱉고는 서둘러 발걸음을 떼었다.잠시만,
" 왜,어디가는데? "
" 그런게 있어,어여가서 연습해,그만 까불고.알았지?끝나고 전화해,나 간다 "
" 야야 잠만,같이 가. "
" 어딘줄 알고,얼른 가라니까?감독님한테 한번 더 까이고 싶냐. "
기성용 대책 없다.내가 어딜 가는줄 알고 따라간다는 거야.벙찐 내 모습에,기성용은 웃으며 손에 들려있는 음료수를 구자철 선수에게 전해주고는 내 팔을 잡아 끌었다.감독님
오시면 어쩌려고,배 째.우리를 보며 당황한듯,소리치는 구자철 선수의 물음에 기성용은 대충 대답했다.오면 진짜 죽어,너.아,그러든가 말던가.기성용 이 자식은 해를 거듭할
수록 들라는 철은 안들고 반항심만 생기는 것 같다.이제 축구 좀 했다 이거냐,내 팔을 세게 잡아끄는 기성용의 모습에,다른 손으로 나를 이끄는 기성용의 손을 잡았다.왜,
" 너 죽는대잖아,들어가. "
" 괜찮아,머리 아파서 약국 갔다왔다고 하면 되지. "
" 과연 구자철 선수가 가만히 있을지 난 모르겠는데? "
" …그건 나중에 생각할 문제고.어디 가는건데? "
편의점.내 말에 기성용은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걸었다.어디 가는지도 모르면서,사람 끌고 간거야?예나 지금이나 대책없는건 같다니깐.지금 들어가라고 해봤자 갈 것 같지도
않고 솔직히,편의점 가는데 5분도 안걸리긴 하지만 심심한건 맞기 때문에 슬쩍 내 손을 잡는 기성용의 행동에도,말 없이 걸었다.일요일이라서 교복 입은 학생들도 별로 안보
이고,사람도 없으니까 몰래는 괜찮겠지.슬쩍,주위를 둘러보고는 손을 더 꽉 잡는 내모습에,기성용은 웃더니,날 보며 말했다.이제 가만히 있네.
" 왜,때리던 내가 아쉬워? "
" 응,좀? "
" 한대 때려줄까? "
" 아니아니.괜찮아. "
때리는게 아쉬운건지,날 보며 웃는 기성용을 향해 번쩍 손을 들자,기성용은 반사적으로 내 손을 잡았다.아니,그렇다고 때려달라는건 아니고.내 손을 잡고 슬그머니 내리는
기성용의 행동에 픽,웃었다.뭐야 때려 달라는식으로 말해놓고선.기성용 잠시만,기성용과 나란히 손을 잡고는 횡단보도 앞에 섰는데,가디건 안에서 울리는 진동 소리에
잡고 있던 손을 푸르고는 핸드폰을 봤다.발신인 성현형.…왜 전화 안하나 했다.누군데,한숨쉬는 내 모습에 기성용은 멀뚱히 날 쳐다보며 말했다.아,성현형.잠시만,
" 네,형. "
" 어디야?음료수 만들러 갔냐?자식아,얼른 와. "
" 아는 사람 만나서 얘기하다 지금 거의다 왔어요,파워에이드랑 레몬에이드 사면 되죠,딴거 필요 없으세요? "
" 응,얼른 와.감독님이 빨리 오라고 하신다. '
네,끊을게요.역시 간결히 말하는 형의 전화방식에 힘없이 슬쩍,웃고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왜,음료수 사러 가는거야?다시 내 손을 잡으며 묻는 기성용에게 대충 고개를
끄덕거렸다.물론,기성용이랑 만난건 좋지만 내가 살짝 불쌍해져온다.런던 올림픽 이후에 내기에서 항상 졌던것 같다.진짜 왕따 이런거 아닌가,한숨을 내쉬며 착잡한 표정을
보이는 내 모습에 기성용은,덩달아 심각한 표정으로 조용히 물어왔다.왜 딴 후배들 많은데 너가 음료수를 사와,
" 가위바위보 했는데,졌거든. "
" 그런거야? "
" 아,근데 아무래도 이상하다니깐.걔네 다 똑같은거 내고 나 혼자 다른거 내고.우연이라고 쳐도,이 자식들이 형 어깨 아프다는데 엄살 피우지 말라하고. "
너 왕따지.나를 심각하게 바라보며,내 말을 경청하던 기성용이 뱉은 첫 말이었다.…니가 그럼 그렇지,이렇게 진지한 모습은 처음이라서 기대했는데,기대한 내가 바보다.진지
하게 말을 뱉는 기성용이 한심하기도 하고,이런애랑 연애하는 내가 초라해지는 기분에 잡은 손을,거칠게 푸르고는 바뀐 신호등을 빠르게 걸었다.아,미안해.장난이야!그런
내 모습에,기성용은 실실 웃으며 내게 뛰쳐와서는 어깨동무를 했다.미안하면 다냐,어딜 나한테 왕따래.어깨동무한 손을 홱,치자 기성용은 웃음기 있는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 내가 혼내줘? "
" 뭐라고? "
" 내가 가서 몇대 때려줄까?새끼들 안되겠네. "
" 야,됬거든? "
니가 제일 얄미워,기성용.아까 왕따니 뭐니,실실 웃으면서 말할땐 언제고 나 삐졌다고 편들어 주는척 하는 기성용은 생각보다 더 얄미워 보였다.얘가 나랑 연애를 하더니 이젠
나에 대해 다 파악한것 같다.화내다가도 편 들어주면,금방 웃으며 푸는 그런 내 특성을.됬거든,슬슬 웃으며 말하는 내 모습에 기성용은 주먹까지 불끈 쥐며 자기딴에는 무섭
다고 생각하는 표정을 지으려는지,인상을 잔뜩 찌푸렸다.이렇게 하면 다 쫄아서 너한테 뭐라고 못하겠지,
" 등치만 커서는,꼭 짜장면 뺏긴 애 같은데. "
" 뭘 모르네,등치도 크고 이런 표정까지 지으면 분명 걔네 쫄걸. "
" 됬다,됬어.주름 생기겠다.인상이나 피시지. "
왜,진짜 때려줄게.때리면 너도 니네 감독님한테 맞겠지만,나는 그냥 초죽음이거든.인상을 찌푸리며 의지에 찬 눈빛을 지어보이는 기성용을 한심스럽게 쳐다보고는,기성용
얼굴로 손을 가져다대서 잡힌 주름을 하나하나 펴주었다.인상 쓰지마.내 말에 기성용은 웃으며 끄덕 거렸다.인상 쓰지 말라는 내 말은 한쪽 귀로 흘려버리고,얼굴에 닿는 내
손길에 그저 좋아서 실실 웃는것 같았지만.다왔다,언제 도착한건지 기성용 말에 고개를 돌리자,눈 앞에 편의점이 보였다.언제 다왔데,
" 그니까,완전 빨리 도착했네,들어갔다와. "
" 같이 가,날씨 쌀쌀한데 괜히 밖에서 기다리지 말고.옷도 반팔 입어서 추울거 아냐, "
" 지금 내 걱정 하는거? "
" …됬다. "
꼭 곱게 안들어오고 저렇게 물어보는게 습관이 됬나.나 감동 먹었어.같이 편의점 들어가자는게 뭐가 그렇게 감동인지,혼자 감동에 젖은 눈빛으로 날 쳐다보는 기성용은 이제
너무나 익숙하다.그니까,저런 바보스러운 면.됬다.나를 쳐다보는 기성용의 모습에,작게 한숨을 쉬고는 편의점 안으로 들어서는데 기성용은 내 팔을 잡고는 같이 들어왔다.
…그니까 처음부터 이렇게 순순히 들어오면 얼마나 좋아.레몬에이드는 여기있고,파워에이드 어딨지.요리조리 주위를 살피는 모습에,내 뒤에서 알짱 거리던 기성용은 고개를
돌리고는 내게 말했다.뭐 찾는거 있어?어,파워에이드 병으로 된거 있잖아.1.5L말고,어딨지.
" …어,여깄네.몇개 줘? "
" 3개면 될걸. "
" 여기, "
" 고마워,아 한개 더 줘. "
파워에이드 어딨지.내 말에 기성용은 주위를 둘러보다가,손을 뻗어 파워에이드를 살짝 흔들어댔다.기성용한테 가려서 안보였던거였네.몇개 줘?3개.내 말에 3개를 내미는
기성용에게 웃어보이고는 계산대로 향하는데 문득 생각났다.여기까지 따라왔는데,기성용도 하나 사줄까.운동하러 가면 이온음료 많이 마셔야 되는데,하는.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내 뒤를 따라오는 기성용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말했다.한개만 더 꺼내줘,알았어.한개는 내가 들게,파워에이드를 꺼내 계산대로 향하는 기성용의 모습을 흘끗 쳐다
보고는 계산대에 음료수 5개를 내려놨다.7000원입니다.봉투 드려요?
" 아니요, "
" 네,10000원 받았구요,여기 거스름돈 3000원입니다. "
" 네, "
감사합니다.나를 보며 슬쩍 웃어보이는 여자 알바생에게 고개를 까딱이고는 시식대로 향했다.왜 여기로가,안가?시식대에 가서 음료수를 꺼내는 내 모습에,기성용은 멀뚱히
날 쳐다보며 말했다.어차피 기성용도 땡땡이 치고 온거나 마찬가지고,나는 어차피 아파서 운동 못하니까.이렇게 둘이 있을 기회 많이 없는데,좀 이기적이긴 하지만 음료수는
천천히 갖다 줘야겠다.이거 너 마셔.파워에이드를 내밀며 실실 웃는 내 모습에,기성용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내민 파워에이드를 손에 쥐고는,나와 파워에이드를 번갈아 봤다.
" 이걸 나 왜 줘? "
" 음료수 4개면 되는데,너 따라 왔으니까 하나 산거야.마셔,마시고 들어가자. "
" 아,내꺼였어?고마워.너는 안마셔? "
하도 물을 마셔서 그런가,별로 안땡기네.고마워.파워에이드 뚜껑을 열고는 목말랐는지,벌컥벌컥 들이마시는 기성용을 흐뭇하게 쳐다봤다.기성용은 음식이나,음료수나 무튼
먹는건 잘도 먹는다.꼭 한편의 CF찍는것 처럼,얜 카드광고가 아니라 음식 광고를 찍어야 되는데,그러면 그 음식 대박 나는건 순식간일거고.음료수를 원샷할듯,벌컥벌컥
마시다가 더이상 한계인듯,내려놓는 기성용을 보며 실실 웃었다.터프하게도 먹네,입술에 물기 잔뜩 흘려놓고선.
" 뭘 그렇게 급하게 마셔,다 묻었네. "
" 어디? "
" 가만히 있어봐, "
어디,손으로 대충 물기를 훔치려는 기성용의 행동을 제지하고는 휴지를 조금 뽑아 입 언저리에 갖다대고는 닦기 시작했다.손으로 닦으면 찝찝할텐데,역시 기성용은 행동도
거침없다.내가 닦으면 되는데,입술쪽을 집중해서 쳐다보며 살살 닦는 내 모습이 민망했던건지,기성용은 휴지를 빼앗으려 했고,나는 그 손을 제지하고는 계속 닦았다.가만히
좀 있어봐,왜 이렇게 안절부절 못해.물기를 다 닦고는,휴지를 더 뽑아서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닦기 위해,얼굴을 더 가져다는데,기성용이 숨을 참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 "
" …왜그래. "
" …야,너무 얼굴이. "
간간히 들려오던 숨소리가 들리지 않자,이상함에 고개를 들었을땐 살짝 빨개진 얼굴로 내 입을 쳐다보는 기성용이 보였다.좀 얼굴 치워봐.내 얼굴 위치가 내 입술을 쳐다보게
했나,기성용도 무지 민망한듯 보였다.얼굴이 너무 붙어있긴 하네.…하하,미안해.그럴려고 한건 아닌데.더듬으며 말을 뱉는 기성용의 모습에,어색히 웃고는 급하게 얼굴을
떼,괜시리 편의점을 둘러봤다.다행히 알바생은 뭔가 열심히 정리하는듯 보였다.아,왜이렇게 덥지.아까는 춥게 느껴졌던 편의점이 유독 덥게 느껴진다.난방을 켰나.얼굴도
달아오르고 가슴도 뛰는게,사귄지 꽤 오래 됬어도 이런 느낌은 아직 남아있는듯 하다.덥지,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리는 기성용도 마찬가지이고,
" 하하,덥네. "
" …그니까. "
" …어,전화 오는거 같은데?너 핸드폰 확인해봐.나는 아닌데, "
" 내꺼야?…감독님이네.나 죽었다. "
더워지는 느낌에,반쯤 마신 기성용의 파워에이드를 한입 크게 들이마시곤 멍하니 밖만 쳐다보는데 어디서 진동소리가 울리는듯 보였다.징징,크진 않지만 희미하게 들리는
소리에,주머니에 손을 더듬거렸지만 핸드폰은 잠잠했다.…내 핸드폰이 아닌가 보네.기성용 핸드폰 확인해봐,멍하니 밖을 쳐다보던 기성용은 내 말에 급하게 바지 주머니를
뒤졌고,핸드폰을 꺼냈다.징징,기성용꺼 맞네.…감독님이네.그러니까 내가 따라오지 말랬잖아.웃으며 말을 꺼내는 내 모습에,기성용은 푹 한숨을 쉬고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 자식아,너 어디야! "
" 아,감독님.왜 소리는 지르고 그러세ㅇ… "
" 너 지금 운동중이야?아직 선수촌 아닌데 니가 너무 의심스러워서. "
당연히 선수촌이죠.나를 보며 실실 웃고는 쉿,하는 포즈를 취하는 기성용의 행동에 웃었다.어이없어서.거짓말이 날이 갈수록 폭풍진화 하는구만.옛날엔 당황이라도 했지,이젠
아무렇지 않게 전화받고 능글능글 거리면서 변명하고.익숙한게 제일 무서운 거라니까.나를 보며 웃는 기성용의 모습에 팔짱을 끼곤,그 모습을 쳐다보는데 딸랑-소리와 함께
편의점 문이 별컥 열었다.안녕하세요,세븐일레븐 입니다.알바생의 활발한 목소리에 흘끗,문을 쳐다보자 거기엔 예상치 못했던 사람이 기성용을 노려보고 있었다.이자식!
" …헐,가,감독님.그,그게 "
" 뭐?선수촌?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어?자식이 거짓말만 늘어서,어?이렇게 노닥거릴 시간이 있어? "
" 음료수 하나 마시러 온건데,누가 말했어요? "
" 자철이가 자식아,이용대 선수랑 같이 갔다길래 배드민턴 선수들한테 물어봤더니 편의점 갔다고 하더라.노는것 처럼 이렇게 축구도 열심히 하면 얼마나 좋아, "
아오,하여간 구자철 새끼.툴툴 거리며 말을 뱉는 모습에,감독님은 기가 차신듯 허,하고 웃으시더니 기성용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귀를 세게 잡으셨다.아아,감독님!왜,자철이가
옳은짓 한거지.귀를 잡고 기성용을 쳐다보시는 감독님이나,그 손을 떼네려고 안간힘을 쓰는 기성용이 왜 이렇게 부자 같던지,은근 닮은것 같다.아,이용대 어떻게 해봐.슬쩍
웃는 나를 퉁명스럽게 쳐다보며 외치는 기성용에게 한쪽 입꼬리를 올려보였다.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닐뿐더러,이렇게 될줄 알았으니까.안녕하세요,나를 쳐다보시는
감독님께 웃으며 고개숙여 인사하자,감독님도 웃으시며 아까와 다르게,친절한 목소리로 내게 물어오셨다.이용대 선수,이번에 경기 있다고 하던데.
" 아,네. "
" 잘되길 바랄게요. "
" 감사합니다.꼭 얘네도 이기길 바랄게요.기성용 너도 까불지 말고 잘 해, "
" 와,이용대…감독님은 왜이렇게 차별이 심하세요?나랑 말할때랑 완전 달ㄹ…아아,좀 살살 잡으세요! "
기성용 저러다가 한대 맞을거 백대 맞지.말해봤자 욕만 더 먹을거,괜히 패기 넘치게 따졌다가 더 세게 잡혀 낑낑 거리는 기성용을 보고 있자니 살짝 불쌍한것 같기도 하다.
감독님보다 등치랑 키는 훨씬 커서는 저렇게 잡혀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거 보니까 괜히 웃기면서 신기하고.나이만 먹었지 영락없는 애라니깐.기성용 좀 데려갈게요.
아,네.저는 천천히 나갈게요.내게 웃어보이며 조심스레 묻는 감독님의 모습에 똑같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 거렸다.이용대 뭔데,물론 내 행동에 기성용은 억울한듯 보였지만,뭐.
" 같이 가! "
" 같이는 무슨,기성용 넌 잔말말고 따라와! "
" 아아,알았어요,알았다구요!이용대 끝나고 전화해,알았지? "
" 응,알았어.이거 음료수 들고가고. "
시식대에 올려진 파워에이드를 손에 쥐어주자,기성용은 귀 잡히고도 뭐가 그리 좋은지 실실 웃으며 내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하나도 안 멋있어 보이거든,다 큰게 동네 창피
하게.아,감독님 살살!무차별적으로 기성용 귀를 잡고는 질질 끌고 가시는 감독님의 행동에,짤랑- 거리며 문이 열리는 소리 후,기성용이 희미하게 보이는 순간 까지도 소리는
크게 들렸다.옆에서 말하는 것 처럼.기성용 진짜 여전하다니깐,저 멀리서 웃으며 끝까지 손 흔드는 기성용의 모습에 씩,웃고는 세차게 손을 흔들어줬다.되게 정신없다,글쎄.
" 여보세요. "
" 야,인마.너 어디야?음료수 사러간지 1시간 됬는데도 안와,왜? "
" 가고 있어요. "
" 만들어 오는것도 아니고,아픈거 뻥이냐? "
약속이라도 한듯,기성용이 나가자마자 오는 감독님의 전화에 작게 푹,한숨을 쉬었다.나도 뭐라 말할 처지는 아니네,우리 둘다 철이 들긴 무슨,반항심만 늘었나보다.진짜.
첫만남
w.기성용대는사랑이다
" 형,내일 아침 9시에 모이는거 맞죠? "
" 어,늦지 말고.알았지? "
" 형이나 아프시지 말고요,저 갈게요. "
" 잘가! "
밤 9시,드디어 저녁운동이 끝났다.원래 같았으면 12시에 끝났겠지만,감독님 찾아뵐분 있으시다고 일찍 가셔야 되고,애들도 지쳐 보이길래 조심히 말씀 드리자,감독님은
흔쾌히 가도 된다는 허락을 하셨다.심심해 죽는지 알았네,애들 배드민턴 시합하고 그러길래 슬쩍 낄려고 했는데 어깨 무리간다고,하지 말라는 감독님의 말씀에 꼼짝없이
10시간 정도 정말 앉아만 있었던 것 같다.물론,무리하면 안된단걸 내 자신이 더 잘 알지만.우리,놀러가자.기성용은 끝났으려나,가방을 어깨에 매고는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하려는데,정은누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네?애들이랑 다같이 놀러 가자고.
" 성현아,너 되지. "
" 아,네. "
" 딴 애들도 놀 수 있다 하는것 같던데,오랜만에 어디가서 뭐 먹고 놀자,어? "
놀러간다면 기성용 난리 칠텐데.그것도 정은누나랑 같이,보나마나 나 좋아하는거 맞냐고,실망이라고 툴툴 거리겠지.그렇다고 정은누나와 성현형 말을 씹고 가기에는 욕 엄청
먹을것 같고.이러다가 진짜 왕따 될지도 모르겠다.갈거야?어?우물쭈물한 내 모습에 정은누나는 웃으며 큰 소리로 말해왔고 난 그런 누나의 모습에 어색히 웃어보였다.아,진짜
어떡하지.기성용한테 우선 전화 해야겠다 싶어 잠시만요,하고는 통화 버튼을 누르려는데,띠링-소리와 함께 메세지과 왔다는 창이 떴다.수신인은 기성용.벌써 끝났나,
" 용대야, "
" … "
" 이용대! "
" 아,네.누나. "
" 정신을 어디다 두고 있어,갈거야 말거야? "
누나 정말 죄송한데 잠시만요,애들한테 먼저 연락하고 계시면 안되요?알았어.미안한듯,슬쩍 웃는 내 모습에 누나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애들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역시 쿨하시다니깐,그런 누나를 보며 씩 웃고는 핸드폰을 봤다.이용대 너…끝났…어,그냥 별 내용 없는 문자에,표정없이 읽는데 마지막 문장을 읽고 주체할 수 없이
웃음이 터졌다.푸핫,이게 뭐야.기성용 진짜.왜그래?혼자 미친놈처럼 실실 웃는 내 모습에,누나는 멀뚱히 날 쳐다보셨고 난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아무것도.
[ 이용대,끝났지?선수들 나오는거 같은데.선수들이랑 놀 생각말고 오늘은 나랑 놀다가 들어가자.안그러면 성용이 삐질거야! ]
[ 성용이 삐질거야는 무슨.뭐 할것도 없잖아.]
…기성용 진짜.축구선수들도 끝났는지,선수촌 밖이 시끌벅적한 것 같다.방금 끝났는데 고세 보냈나보네.기성용 생긴건 진짜 애교따위 저멀리 던져 버렸을거 같이 생겨서 무지
애교 많다.어쩌면 나보다 더,여자취급 당해야 할건 기성용인듯 싶다.물론,등치와 큰 키 때문에 그렇게 못하지만.성용이 삐질거야 라니,잘도 노네.날 이상하게 쳐다보다 고갤
돌리고는 성현형과 얘기하는 정은누나를 보며 슬쩍 보고는,실실 웃으며 답장을 써내려갔다.뭐 할것도 없잖아.아마 오늘 누나 형이랑 못 놀것 같네.이렇게 애교를 부려오는데
뭐라 할 수도 없고.띠링 - 문자 보낸지 얼마나 됬다고 띠링,하며 알림음이 울려왔다.문신이네,문자의 신.
[ 에이,밥 같이 먹고 노래방이나 갈까?오랜만에 비밀번호 486 부르고 싶은데 아님 해피 바이러스. ]
[ …성용아,그건 자제하자^^그냥 밥먹고 돌아다니자,제발..]
[ 뭐,알겠어.그럼 노는거다!지금 밖으로 나와.기다릴게 뿌잉뿌잉 ]
뿌잉이라니,그나마 참고있던 웃음이 빵 터졌다.뿌잉뿌잉,하며 귀여운척 하는 기성용을 상상해보자니,이건 개그다,개그.수습할 수 없이 터진 웃음에,새빨개진 얼굴로 입을
막고선 끅끅 거리는데,내 모습이 웃겼던건지 정은누나는 웃으며 내 어깨를 툭 쳤다.누구랑 문자를 했길래 그렇게 좋아해,아무것도 아니에요 누나.애인이라 말 할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 문잘 보여줬다간 일주일동안 삐질 기성용이 떠올라,그냥 웃으며 고개를 젓는데 누나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며,조용히 말했다.애인이지?
" 네? "
" 애인이지? "
" …애인은 무슨,그냥 친구에요.친구,하하 "
" 친구랑 문자 하는데 이렇게 좋아해?용대 벌써 애인도 생기고,누구야? "
친구긴 하죠,남자친구.누구냐고 묻는 누나에게 사실대로 대답할 순 없고 그냥 친구라고 둘러댔는데,누나는 역시나 못 믿는 눈치였다.누군데,말 하지 않으면 절대 안 보내줄
듯이 내 옷깃을 잡고는 물고 늘어지는 누나의 모습에,조용히 말했다.나중에 말씀 드릴게요.누군데 그래.뭐,나중에 밝히게 되면 저절로 알게 되시겠죠.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어깨에 가방을 제대로 들쳐매고 나서야,나를 보며 슬쩍 웃는 누나에게,최대한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누나,저 오늘 못 놀것 같은데요.
" 왜,애인이랑 놀러가? "
" 그런건 아니고,그냥 피곤해서요.하하, "
" 무슨.못노는게 아니라 안노는거지.그래,애인이랑 잘 놀고.그대신 나중엔 우리랑 노는거다? "
" 알았어요,누나.고마워요! "
용대 아파서 먼저 가봐야 된대,나랑 조용히 대화하던 누나는 성현형에게 말했고,성현형은 고개를 끄덕이곤 내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그럼 어쩔수 없지,가서 푹 쉬고 내일보자.
재밌게 놀다 가세요,형.형에게 고개를 꾸벅이고는,나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쳐다보는데,정은누나는 성현형 몰래 고개를 돌려,내쪽으로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이셨다.누나 짱
이지.네,누나가 짱이에요.입 모양으로 짱이지,하는 누나의 모습에 실실 웃으며 똑같이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자,누나는 만족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다 연습장을 나가셨다.
다들 쿨해서 좋다니깐,기분 좋은 느낌에 조금 가벼운 발걸음으로 운동장 쪽으로 나왔다.이용대,여기야!저기,가까운 곳에서 웃으면서 손 흔드는 기성용의 모습에 더 기분 좋고,
" 미안해!놀자고 하는데 그거 변명하고 오느라 힘들었어. "
" 괜찮아,뭐라고 변명했어? "
" 정은 누나가 눈치 챈거 같더라고,그냥 잘 놀라고 보내 주셨어. "
정은인가 그 여자가 방해할지 알고 걱정했네.날 보며 웃는 기성용의 모습에 픽 웃었다.정은누나가 왜,지금 애인도 있는거 같더만.나랑 정은누나가 같이 운동한지 몇년인데,
이미 서로 남자여자로 느껴진건 백억년전 일인 것만 같다.처음에 같이 연습한다고 했을때 떨렸던것 빼고는.얼른 밥 먹으러 가자,배고파.역시 이용대,밥이 먼저지.사람이 밥
먹고 살아가는건데 당연히 밥이 먼저지.걷다가 내 가방을 자기 손으로 가져다대는 기성용의 모습에 그냥 별 말 없이 넘겨주었다.달라고 해봤자,됬다고 가져갈게 뻔하니깐.
하도 많이 겪어봐서 앞 일이 예측까지 된다.우리 뭐하고 놀까?차마 선수들이 많아,손은 못 잡고 대신 어깨동무를 하는 모습에,기성용 쪽으로 고개를 돌리곤 웃으며 말했다.
" 그러게,영화 한편 볼까? "
" 요즘 볼게 뭐있지. "
" 로맨틱코메디 영화 하나 나온것 같은데,한번 볼까? "
" 그래,그거 보자. "
한번 웃고 가는 영화도 좋지,뭐.선수들도 다 각자 간건지,갈수록 희미해지는 선수들 소리에,기성용은 슬쩍 내 손을 잡았다.역시 기회만 있음 이런다니까,가을이 오긴 하는지
몸을 스쳐가는 선선한 바람에 기분이 좋아졌다.공기도 오늘따라 맑은것 같고,나무로 덮여져서,울창한 숲 같은 길에 말 없이 손만 잡은채,지나다니는 차를 멍하니 보는데
잠시만,하는 기성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전화 좀 받아봐.징징,거리는 기성용의 핸드폰 소리에 기성용을 쳐다봤을때,기성용은 손에 짐이 많아 어쩔줄 몰라하는듯 보였다.
내가 받을게.왼쪽 주머니에 있어.꺼내기 쉽도록 내 쪽으로 몸을 기울여 주는 기성용을 보곤 슬쩍 웃고는 전화기를 꺼내 발신인을 확인했다.…발신인 어머님인데?
" 엄마? "
" 응,내가 받아? "
" 우선 받아봐,별말 없으실거야. "
근데 난 왜이렇게 불안하냐.어머님은 이제 나한테 잘 해주시는데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아버님 때문인가,사실 아버님이 귀국 하신다는 2달,이제 좀 넘었고.워낙 바쁜지라
잊고 살았는데 다시 되살아나는 기분이다.괜찮아,별말 없으실거야.불안해하는 내 모습에 기성용은 풀어주려고,씩 웃으며 말했고 나는 올라가지 않는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고개를 끄덕거렸다.괜찮아,하는.통화버튼을 누를까 말까,몇번 망설이다 나를 바라보는 기성용의 모습에,푹,한숨을 쉬고는 통화버튼을 누르곤 전화기를 귀에 가져다대었다.
" …여보세요? "
" 용대군?왜 용대군이 받아요? "
" 아,오늘 운동 있었거든요.그거 끝나고 같이 집에 가는중이에요.손에 짐이 많아서 제가 받는거구요. "
그렇구나.한 마디 뱉으시고는 대답없는 어머님의 모습에 전화기를 귀에 댄채 가만히 있었다.불안감이 몸을 스며들었다.직감적으로 느꼈다.아버님 얘기구나,하는 그런.여자의
직감이란게 있다고 하던데,얘랑 연애하다 보니까 이런쪽으로 직감 잘 된다.왜그래?날 멀뚱히 쳐다보며 조용히 말을 내뱉은 기성용의 모습에,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무것도
아니야.…그래,어차피 겪을일인데.이게 마지막이길,이런 불안감도 마지막이길.…용대군.한숨을 쉬고는 조용히 말씀 하시는 어머님에게 대답했다.네,말씀 하세요.
" 어차피 용대군이나 성용이한테 둘다 관련된거니까 그냥 용대씨한테 말할게요. "
" 네,편하신대로 하세요. "
" 성용이한테는 잘 말해줄거라 생각할게요. "
" 네,잘 말할게요. "
용대군도 내가 무슨 말 할지 대충 짐작하는것 같은데,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네.…역시 맞구나.아니길 바랬는데,그냥 지나가길 바라는 내가 이기적인거겠지.요즘 너무
바쁘게 살뿐만 아니라,기성용이랑 너무 행복하게 보내서 이런 상황따위 다시 있을거라고는,깜빡 하고 있었는데.말씀하세요.심호흡을 크게 하는 내 모습에,기성용도 심각한걸
알았는지 심각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내가 받을까?아냐,괜찮아.전화기를 꽉 부여잡자,어머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성용이 아빠,내일 귀국한데요.어머님의 목소리에 입술을
깨물고는,두 눈을 질끈 감았다.…진짜 올게 왔구나,정말.준비도 못했는데 이렇게 벌써 오시다니.
" …내일요? "
" 나도 몰랐는데,오늘 전화해서 무턱대고 말하더군요.아마 눈치 챈것 같은데,함부로 말을 못 꺼냈어요.내가 막았어야 하는데,미안해요.용대군. "
" 어머님이 죄송하실게 뭐가 있어요.그럼 내일…찾아뵈면 될까요? "
" 지금 집으로 올수 있어요?둘다 힘들건 아는데,우선 얘기 해봐야 할 것 같네요.자세한 얘기는 만나서 해요,우리. "
그이,말투가 엄청 화난것 같았어요.잘 화 안내는 타입인데,성격이 꽤 있어서 화나면 물불 안가리는 성격이거든요.어머님의 말씀에 감은 두눈은,더 꽉 감았다.얼마나 화내실까.
가슴에 못 박은 우리에게 얼마나 모진 말씀을 뱉어대실까,그런 모습에 한마디 못하고 고개 푹 숙이고선,죄송하다는 말만 연신 뱉을 우리를 생각하니까 가슴에 뭔가 막힌듯,
답답해져왔다.어떻게 견뎌야할까.알겠습니다,지금 갈게요.조용히 말하는 내 목소리에,어머님은 그럼 좀있다 봐요,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으셨다.…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는
전화기를 붙잡고선 눈을 감고 얼마나 있었을까,내 등을 쓰는 손길에 눈을 떴을땐,나를 보며 웃는 기성용이 보였다.웃는게 웃는게 아니였지만,잔뜩 불안해보이는 모습으로,
" 아…빠 오셨대? "
" 응,내일 귀국하신다네. "
" …성격도 급하셔,벌써.내일 언제 뵙기로 했어. "
" 확실히는 모르겠고 우선 지금 집에 가봐야 할 것 같아.어머님이 오라고 하셨어. "
결국 데이트는 물 건너 갔네.불안함을 떨치려고 억지로 웃어보이며 뱉은 내 말에 기성용은 슬쩍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괜찮을거야.걱정 하지마,이용대.기성용 자기도 무서
우면서 또 내 걱정한다고 억지로 웃어보이는데 얼마나 안타까운지,별 일 없을거야.우리가 죄 지은것도 아니고,그냥 둘이 행복하게 조용히 살겠다는데,폐 안끼치고.괜찮을
거야.맞잡은 손을 더 꽉 잡으며 말하자,기성용은 바람에 흩날리는 내 머릿칼을 다정하게,넘겨주고는 말했다.
" …아빠,엄청 반대하실거야.엄마랑 비교도 안되게,아빠 엄청 보수적인 분이시거든. "
" …알아,이미 어머님한테 여러번 들었는걸. "
" 그래,우리 이번만 진짜 힘내자.아빠한텐 내가 말씀 드릴게.그니까 이번엔 너가 나한테 양보해, "
나,너 맞는거 진짜 싫어.저번엔 어쩔수 없이 맞았다고 했지만,이번엔 내가 다 맞을게.지금은 다 아물었지만,그런 내 볼을 살짝 어루만지며 기성용은 말했다.아빠가 때리려고
하면 피하고,알았지.그걸 어떻게 피하냐,그러다가 우리 둘다 한국에서 추방 당할수도 있을거 같은 느낌이 드는데,웃으며 등을 툭툭 두드리는 내 행동에,기성용은 볼을 어루
만지던 손을 치우고는 내 손을 잡으며 걸었다.우리 걸어갈까,
" 별로 안먼데,그냥 마음 정리할겸 걸을까? "
" …그래,데이트 하는걸로 치지 뭐. "
" 우리 다음엔 진짜 근사하게 데이트 하자. '
" 아버님…이랑 잘 풀리면 가족들 다 초대해서 레스토랑 한번 가고.예전에는 너무 울고 불고 하느라 정신 없었던 것 같네. "
" 그래,꼭 그러자. "
나를 보며,희미하게 웃어보이는 기성용에게 똑같이 웃어보였다.그런 날이 오겠지,여기까지 오면서 서로 의심 안하고,믿으며 잘 버텨왔다고 말 할수 있으니까.그런 날이 오길
기도해야지.아직도 다 안마셨어?한 손으로 아까 먹다 남은 파워에이드를 들이키는 기성용의 모습에 웃으며 물었다.아까워서 천천히 먹었지.내 물음에 씩 웃으며 날 바라보는
기성용의 모습에,잡은 손을 더 꽉 잡았다.이런 애라면 더더욱,놓치고 싶지 않으니깐.손을 더 꽉 잡는 순간,향긋한 풀냄새를 풍기는 선선한 바람이 내 볼을 스쳐 지나갔다.
작가의 말** |
독자님들 스릉흔드ㅠㅠㅠㅠㅠㅠ너무 늦게왔네요♡ 맨날 연재한다고 자부했던 제가!4일만에 글을.......죄송해요 흑흑 이번편도 너무 오랜만에 써서 그런지 별로인것 같지만, 사실 맨날 별로이긴 하지만요^^.. 그래도 열심히 썼으니까 예쁘게 봐주기!
스릉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