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신. 제 글은 PC용입니다, 이왕이면 PC로 즐겨주세요.
아무래도 들여쓰기를 모바일에서 보니까 굉장히 네...(할말하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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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하나, 남자친구 둘.2.B1.
변백현은 내 상처를 아는 유일한 이였다. 내가 처음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었을때, 그 후에 상처를 입어 앓을 때에는 항상 그가 나타나서 물었다. 오늘도 아파?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날 보며 그는 쓴 웃음을 지어보였었다. 왜, 아파, 나 걱정되게.
참 이상한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어째서 변백현의 집은 그렇게 잘 사는 편이 아닌데, 우리 동네같은 소위 부잣집동네라고 하는 곳에 꽤 오래전부터 살고 있었던 걸까. 그의 할아버지가 재벌이었나, 아무튼 난 잘 모르겠다.
난 변백현을 7살에 처음으로 마주했다. 본격적으로 내가 아버지의 손에 사교장으로 끌려다닐 때 말이다. 사실 처음, 아버지의 손에 사교파티에 등장했을 때의 나는 한없이 밝았다. 낯선 이들과 대면하는게 너무나도 행복한 일이었고, 나의 또래의 친구들이 정장이나 드레스를 입고 파티를 누비는 것이 너무나도 예뻐보였다.
그러나 그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같은 또래 남자아이들의 성적인 언어폭행ㅡ아직도 의문이다. 그 새끼들은 대체 어렸을때부터 무얼 봤길래 나한테 그렇게 섹스러운 말을 한 걸까ㅡ, 웃음을 잃어버리면 안된다는 아버지의 당부에 한껏 올라간 입꼬리는 너무나도 이질적이었다. 억지로 웃어본 기억이 많이 없었다, 그 전에는. 항상 내가 웃고싶을 때 웃고, 울고싶을 때 울었다. 그러나, 이젠 그것이 허락되지 않은 거다. 내 본능 따를 수 없게 되었다.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반항을 했다. 드레스를 가위로 자르며 소리를 질렀다. 안 가요, 안 갈거야!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는 날 내려다보며 아버지는 피식, 웃음을 지으며 나와 눈을 마주하셨다. 그리고, 아버지는 그렇게 얘기한 것 같다. 지랄 마, 미친년아. 그 이후의 말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난 그저 맞지 않으려 팔로 내 머리를 감싸고 있었다. 때리지마세요, 아빠. 죄송해요, 하지마요.
아버지의 발길질, 그리고 손찌검은 유모에 의해서 간신히 멈춰졌다. 아버지의 손을 꽉 쥐고 나에게 일단 달아나라는 유모의 외침에 무작정 밖으로 뛰어나갔다. 얇디 얇은 트레이닝 복으로 밖으로 나간 나는, 사실상 갈 곳이 없었다. 친구들의 집이라고 함은, 어차피 아버지 범주 안에 속해있었고, 그렇다고 모르는 사람을 잡고 날 데려가달라 할 수는 없었다. 결국, 나는 골목 끝으로 뛰어내려가 작은 슈퍼ㅡ슈퍼였나, 편의점이었나. 어쨌든 무언갈 파는 가게였다.ㅡ 앞에 앉아 무릎에 머리를 묻었다. 아무 소리 없이 눈물을 뚝뚝 흘려댔다, 내가 모르는 아버지는 생각외로 너무너무 무서웠다.
한참을 그렇게 울고있었을 무렵, 누군가 내 옆에 털썩 앉았다. 잔뜩 소리 나게 앉은 아이는 날 쳐다보는 듯 싶었다. 하긴, 이 뜨거운 여름날 몸에 잔뜩 빨간 자욱을 남기고 슈퍼 앞에 앉아 우는 아이는 흔치 않았을 거다. 이 부자 동네에서는 더욱 더.
눈물 자국을 잔뜩 묻히고 그 아이를 바라보자, 그 아이는 날 보며 씩 웃어보였다. 나보다 나이가 많으면 많았지, 절대 어려보이지는 않았다. 그 아이는 내 눈가에 손가락을 대고 천천히 눈물자국을 따라 손가락을 움직였다. 많이 울면, 안 예뻐. 다정한 아이의 목소리는 내 눈물샘을 자극하고 말았다.
다시 펑펑 울어대는 나를 보며 그 아이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요리조리 고개를 돌리며 내 안색을 살피기도 했고, 어색하게 날 살짝 품에 안기도 했다. 그러나 내 눈물을 멈출 줄은 몰랐다.
결국 그 아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슈퍼로 들어갔다. 그리고 슈퍼에서 새우깡을 하나 사들고 나왔다. 웬 새우깡이지? 눈물을 얼굴에 잔뜩 묻힌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 아이를 쳐다보자 그 아이는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 이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야.
"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 사줄테니까, 울지마. "
" 나 여자 우는거 되게 잘 달래는데, 넌 어떻게 달래야할지 모르겠어. 미안해, 울지마. 응? "
난, 더이상 참지 못하고 그 아이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려댔다. 아이는 안절부절 못하며 내 등을 토닥였다. 이거 먹자, 울지말고. 응?
새우깡에 집착하는 그 아이의 말에 결국 난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너 뭐야아! 내 물음에 그 아이는 방긋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나? 변백현인데? 생뚱맞은 대답에, 난 다시 웃음을 지었다. 그래, 넌 변백현이야!
그날의 만남은 그게 다였다. 곧, 눈가에 멍을 매달고 온 유모는 내 이름을 부르며 골목에서 내려오고 있었고, 난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를 내려다보며 인사를 건넸다. 잘가, 나중에 보자. 아이, 아니 백현이는 말없이 내 손에 새우깡을 쥐어주었다. 이거 갖고가, 선물이야. 고마워.
백현이가 준 새우깡 봉지를 품에 안고 유모에게 달려가자 유모는 웃으며 나를 안아주었다. 멀리 안 가셨네요? 응! 유모에게 대답하며 뒤를 돌아봤지만, 백현이는 어느새 내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나는 백현이의 얼굴을 그리며 유모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재잘재잘 유모에게 백현이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난 26살이 된 지금까지 꿋꿋이 변백현은 내 옆을 지켜주고 있다.
내가 아버지한테 맞고 항상 찾는 사람은 변백현이었고, 내 상처를 보듬아 주는 것도 변백현이다.
확실한건, 변백현의 역할을 어느 누가 대신 해줄 수는 없다. 박찬열도, 김종인도 내 상처를 모른다. 19년 동안 친구, 6년동안의 연애로 우리는 서로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아 줄 수 있게 되었다.
변백현은, 내가 놓을 수 없는 사람이다.
-
H.
회사 안, 내 사무실에 앉아 책상 위에 머리를 박는다. 아으, 진짜 피곤하다.. 어제는 야근이라고 거짓말을 치고 변백현하고 사무실에서.. 됐다, 이걸 내 입 밖으로 꺼내봤자 무슨 득일까. 결국 뒷처리 후 변백현을 돌려보내고, 나는 사무실의 소파에서 선잠을 잤다. 가장 먼저 출근한 인턴이 내 꼴을 보고 한숨을 쉬었지만, 뭐.. 다른 직원들은 익숙하니까.
한참을 책상에 엎드려 눈을 감고 있자, 똑똑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제법 익숙한 얼굴의 여직원은 커피잔을 내 책상 위에 올려두고 말을 건넨다. 사장님, 피곤해보여서요. 내가 고개를 돌려 그녀와 눈을 맞추자 그녀는 싱긋 웃어보인다. 이거 드시고, 피곤한거 푸세요. 저희 일까지 다 하셔서, 진짜 피곤해보여요.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손짓해보이자 그녀는 조용히 사무실 밖을 나간다.
여직원이 두고 간 커피의 뚜껑을 열어 안의 내용물을 확인한다. 아메리카노, 에라이, 진짜. 한숨을 쉬고 억지로 상체를 일으켜 기지개를 펴는데, 핸드폰의 알람이 울린다. 박찬열. 이라는 이름이 뜨자, 내 몸은 움직이기를 거부한다. 한참 경직된 자세로 기지개를 펴다 손을 내려 핸드폰을 쥔다. 여보세요? 좋지 못한 잠을 취한 탓에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 어디에요? "
" 회사에요. "
" 아니, 아침에 집에 안 들어오길래.. "
" 회사에서 밤 샜어요, 일도 많았고요. "
그리고 변백현이 날 놓아주지 않아서.
나도 모르게 나올 뻔한 진심에 입을 꾹 다문다. 상대도 아무 말이 없다.
이 정적의 끝은 박찬열이다. 그는 다시 밝은 목소리로 말을 꺼낸다. 그러면, 나랑 점심 같이 먹을래요? 딱히 사족을 붙이지 않고 그저 긍정의 대답을 덧붙였다. 그래도, 남편이니까, 남편이잖아 저사람은.
10분 후 회사 앞에서 기다리겠다는 그의 말에 시계를 쳐다본다. 12시 38분, 어느새 12시야. 곧, 그가 도착할 것이 뻔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코트를 집어든다. 어제와 똑같은 옷, 이라서 왜인지 거슬린다. 결국 파우치에서 향수를 꺼내 몸 여기저기에 뿌린다. 그래도, 예의는 갖춰야지.
옷을 차려입고 개인 사무실을 나가자 각자의 책상에 앉아있던 직원들이 모두 일어선다. 나 밥 먹고 올테니, 알아서 식사 해결해요. 내 말에 다시 직원들은 자리에 앉는다, 확실히 이 편이 훨씬 편하다.
천천히 엘레베이터로 걸어가 버튼을 꾹 누른다. 나가야지, 나가야지. 하는데. 나가기 싫다. 억지로 몸을 엘레베이터에 싣고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천천히, 느리게. 내 바램과 다르게 엘레베이터는 순식간에 1층에 도달했고, 난 다시 걸음을 옮긴다. 건물 바로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박찬열을 향해.
박찬열은 저의 차에 기대 손목시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대충 블랙으로 맞춘 그의 옷차림에 한숨을 쉰다, 그냥 저승사자야 저건.. 그에게 단걸음에 달려가 어깨를 살짝 치자 날 돌아보며 씩 웃는다. 언제쯤 저 미소가 사라지려나. 그를 올려다보며 한숨을 쉰다, 옷이 이게 뭐에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날 내려다보는 그를 보며 또 한숨을 쉰다, 넥타이가 이게.. 결국 내 손을 뻗어 잔뜩 흐트러진 넥타이를 고쳐 매어준다. 어긋난 거 몰랐어요? 비서 여자잖아요. 한참을 넥타이를 매만지며 말을 꺼내는 나를 박찬열은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그 큰 손을 내 머리에 올려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 내가 이러고 오면 네가 고쳐줄거잖아요. "
" ..네? "
" 그거 기대하고 온거에요, 여기. "
아, 이 사람을 내가 어떻게, 어떻게 해야할까.
저런 말을 입에 담고도 아무렇지 않은 그가, 참 나랑 안 맞는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이, 진짜 어긋난 넥타이인가봐, 아무도 고쳐주지 않는.
*
암호닉 받을게요.. 각자의 개성대로 암호닉을 신청해주세요(?)
솔직히 2편은 찬열이의 저 대사와, 넥타이를 쓸려고 쓴 글이기도 하고
여주의 과거를 드러내기 위해 쓴 과거이기도 하죠, 백현이를 놓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이니까요.
휴, 전 영화 보러 갈거에요. 3편, 이나 4편쯤 종인이가 나오지 않을까.
그리고 차차 아이들의 직업, 나이(아직 백현이와 종인이의 나이는 나오지 않았죠? 직업은 아무도 나오지 않았고.)
모든 것이 드러날겁니다.
사실 결말을 정말 어렴풋이 정하고 달리는 글이라, 참 보잘 것 없어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내가 아끼는 암호닉(곧 신청할ㅋㅋㅋ)분들도 사랑합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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