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그 사람이 건넨 캔커피를 그냥 가만히 손에 쥐고 있을 때, 그 사람이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나한테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어.
그냥 되게 내가 굳이 알려줘야 하는 것들이었는데도 나는 술술술 말했엌ㅋㅋㅋㅋㅋㅋㅋ
" 퇴근은 언제해? 맨날 여기서 일해? 딱봐도 내 또래같아보이는데 몇살이야? "
" 퇴근은 곧 해, 11시. 주말만. 그리고 또 뭐였지? "
" 나이. "
" 아, 열여덟. "
" 뭐야 왜 말이 짧아졌냐? "
" 당신이 먼저 놨잖아. "
그래, 뭐. 그럴 수 있지. 핸드폰을 한 번 슬쩍 보더니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나를 계속 쳐다보는거야
민망함에 일단 뭐라도 해야할 것 같아서 유니폼을 벗어서 개어 서랍에 넣어놓고 겉옷을 챙겨입었어
그리고 타이밍 잘 맞춰서 나랑 교대하는 사람이 온거야 속으로 개나이스타이밍 외치면서 정산을 하고 그리고 나왔어
근데 그 사람도 따라나와서는 계속 내 뒤를 밟는거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 사람이 정말, 하면서 뒤를 돌았는데 내 뒤에 바짝 붙어있었는지 내 얼굴이 그 사람 가슴팍에 퍽 하고 친거야
내 코.. 나 코 아파 죽는 줄 알았어.. 나 가뜩이나 콧대도 없는데.. 코를 쥐면서 아아아 아프잖아!!!!! 소리치고 빠르게 지하철 입구로 내려가는데 끝까지 따라오는거야
심지어 이번에는 계속 웃으면서 따라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까 그 아저씨보다 이상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스크린도어에 우리 모습이 비치잖아 상당히 가깝더라고
누가보면 친한사인줄; 속으로 퉁명스럽게 궁시렁거리고 있을 때 스크린도어에 시선이 고정된 채 그 남자가 말했어
" 왜 하나도 안 물어봐? "
" 뭘 "
" 뭘 바라냐. 구준회, 열아홉. 너보다 한 살 많다 맞먹지마 "
" 한 살 많은 게 무슨 대수라고 "
" 야 "
" 왜 "
유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을 때 지하철이 들어왔지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자리가 없는 거야 그래서 결국 서서 갈 수 밖에 없었어.. 내 다리..
지하철에서는 그냥 이어폰 꽂고 핸드폰 하더라고. 내가 막대한 게 기분 나빴나? 싶으면서도 아니 자기가 먼저 그랬는데 내가 뭘 잘못한건가 싶기도 한거야
그래서 이번엔 내가 뚫어져라 쳐다봄
입 밖으로 차마 꺼내지 못하고 그냥 마음으로 구준회, 구준회? 구준회.. 거리면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변태같다.. (맞음
그리고 내 시선을 뒤늦게 눈치챘는지 나를 보고 어디서 내리냐고 물어보는거
그래서 안알려줄건데? 이러고 시선을 거뒀어
얼마안가서 내가 내릴 때 되서 진짜 조용하게 그 사람 눈치도 못채게 내리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 사람이 먼저 내리는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람
따라 내린 나를 내려다보더니 뭐냐, 넌. 이러는거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 다 어이없어서 빵터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나 집갈껀뎈ㅋㅋㅋㅋㅋㅋ "
" 어딘뎈ㅋㅋㅋㅋㅋㅋ "
" 나 붉지오 사는데 너는 "
" 야 맞먹지 말라고 오빠라고 꼬박꼬박 불러라 나도 붉지오 사니까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게뭐람
왜 우리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같은 아파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너무하지 않니.. 구준회 진짜 처음에도 별로였는데 끝까지 별로다 정말
그리고 우리는 유치한 말싸움을 하기 시작했어 둘 다 버스타고 갈까말까 하다가 무슨 버스냐며 걸어가기로 했지 걸어서 15분?
바람이 겁나 부는거야.. 나는 후드집업 하나 밖에 안입었거든
근데 지는 패딩 모자 뒤집어쓰고 지퍼 끝까지 올리면서 아 겁나 따숩네 이러는거
순간 올라온 딥빡을 누르고 내가 먼저 그 아파트 살았다느니, 내가 밥 공기 더 많이 먹었을 거라느니 막 이런 얘기하다가 학교 얘기가 나온거야
내가 막 놀렸거든 고3주제에 빨빨거리고 돌아다니기나 한다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학교가 얼마나 쓰레기면 고3이 이러고 놀고 있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랬더니 와지고를 다닌다는거 와지고=우리학교
..나는 말 안했어 자꾸 어디다니냐고 물어보길래 그냥 근처에 있는 여고 이름 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랬더니 딱봐도 여고처럼 생겼대 좀 꾸미래
" 우리 오늘 처음 만난 거 맞는지 의문 "
" 아님 어제 만남 "
" 뭐래 "
그러더니 핸드폰 시계보여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12시 1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장난하나진짴ㅋㅋㅋㅋㅋㅋㅋㅋ
둘이서 한참 웃다가 아파트 도착해서 빨리 들어가라고 그랬더니 자꾸 몇동이냐고 자꾸물어보는거.. 그럼 누가 대답해줄 주 ㄹ알았지 대답을 했지
" 105동 "
" 가자 데려다줄게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혹시 105동 사세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절망적이지않니? 그렇다면 개학하면 같이 마주칠 수도 있고 또 교복이 같을거고 또 나는 고나리 당할거고 또 학교에서도.. 구준회랑.. 또.. 아 내 골..
다행히 층은 달랐어 정말 행복했어 정말 너무너무 행복해서 합정 방향으로 절하고 싶었어 (도대체 왜
그리고 그냥 엘베에서 우리는 헤어졌어 내가 먼저 내렸어 그리고 집으로 들어가서 피곤했는지 딥슬립..
내일 또 알바가야한다는 사실에 난 정말 ㅂㄷㅂㄷ..
진짜 제가 생각해도 노잼인데 댓글 안달아주셔도 돼요 그냥 제 사랑만 가져가서ㅔ우어ㅠㅓ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