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소중한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언제나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이죠. 하지만, 이제 그 사람을 놓아줘야 합니다.
"경수야."
"응?"
"백현이한테 잘 말해줘."
나, 이제 너의 곁을 벗어나야 겠다고…, 경수는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 병실을 나가버린다. 주르륵, 빗소리만 나는 병실 혼자 병을 이겨야 하는 난, 변백현 널 놓아야 할 거 같다.
내 남자친구에게
부제 : 사랑해라는 한마디
오늘은, 퇴원하는 날이다. 내 병은 호전이 되지도 않았고, 의사도 놓아버린 곳에 나 혼자 있는 건 아니라는 듯, 나의 하나뿐인 오빠이자 친오빠인 김준면. 난 묵묵히 병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데, 내 짐을 하나하나 넣는 모습이 처량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어릴 때부터 허약체질로 나와서 매번 오빠의 손길을 스친 적이 많았는데…. 다시는 오빠의 미소를 뺏지 않기로 했는데, 미안해. 오빠.
"오빠. 이제 가자."
"응. 가자."
내 손을 꽉, 잡는 오빠의 손길이 너무나 따뜻하다. 몇 달뒤엔, 내가 죽고 없는데…, 오빠 나때문에 여자조차 만나지도 않았는데 학교 다닐때 소개나 시켜줄껄. 학교를 자퇴한지 2달이나 지났다. 퇴원하는데… 하늘은 참 맑다.
"택시 왔다. 뭐해? 가야지."
"응? 응!"
최대한 밝게 웃었다. 오빠한테 피해를 주기 싫어서, 그냥 싫었다. 19년동안 폐만 끼친 여동생인데, 밝은 모습이라도 보여줘야지 오빠가 힘을 내고, 걱정 안할테니까. 택시는 유유히 집까지 가는 동안 다시는 보지 못할 수 있는 풍경을 내 눈에 담았다. 하나하나 사진을 찍듯이, 오빠는 나의 모습에 안타까웠는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아마 내가 못 들을 거라고 생각으로 했지만, 내 귀엔 들렸다. 미세하게.
택시는 집에 도착하고, 집으로 들어가는 데 순간 심장이 조여오는 느낌이 들어 손을 꽉 쥐고 참았다. 퇴원하기 1시간 만에 아픈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 절대로. 그리고 벨소리가 나서 내 폰인줄 확인했더니 '내 꺼' 라고 화면에 뜬다. 백현이다. 내가 오빠 다음으로 제일 보고 싶은 사람…. 내가 두달동안 병원에 있을 때, 백현이가 나 어디로 갔냐고 물어보고 다녔다고 했다. 내 하나뿐인 남자친구인데 말을 못 했다. 하나뿐이라서, 아니 변백현이라서. 깊게 심호흡을 하고 들어서자, 왜 이제야 들어오냐고 오빠가 뭐라고 했지만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웃으며 내 방 구경을 했다. 먼지 한톨 없이 깨끗한 풍경을 보자 내가 여기에 오기 전날에 얼마나 닦고 했을 오빠의 행동이 생각나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진다.
"밥 먹자."
뒤에서 들려오는 오빠의 말에 옷소매로 눈물을 닦고 우렁차게 응!! 하고 대답을 했다. 책상 위에 고스란히 놓여있는 사진들 보다가 수학여행때 백현이와 같이 찍은 사진이 있었다. 저 땐 행복했는데, 좋았는데, 이젠 추억으로 남아져버린 기억이 너무 싫다. 백현이 생각에 우울해졌지만, 몇 달 뒤면 이 생활도 없다. 그러니 잘 생각하자. 부엌으로 가서 오빠가 해주는 밥을 먹었다. 간호사의 말에 내가 좋은 음식들로 했다. 왜, 나 때문에 내 주변사람들이 힘들게 되는 걸까. 잠시 오빠가 어디 갔다온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 채 꾸역꾸역 음식을 먹었다. 그러자 테이블에 뚝, 하고 떨어지는 눈물. 그러자 비가 오듯 눈물이 주르륵 흘렸다. 입에 눈물과 음식이 섞여서 들어갔지만, 맛있어서 너무 좋아서 행복해서 먹었다.
늦게 들어온다는 오빠의 문자를 받자마자 소파에 앉아 멍하니, 티비를 보았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무의미하게 넘어가는 이 시간들이 너무 싫었다. 그런데 순간 쾅쾅, 소리가 들리고 누구세요 라고 묻기도 전에 누가 울면서 말을 한다.
"OO아."
"……."
"보고싶다. 어디에 있는거야…."
"……."
"도경수가 그러더라. 너가 날 버렸다고 잊으라고. 거짓말이지? 그렇지?"
현관문 사이로 들려오는 백현의 말이 너무 구슬프다. 밝고 명랑하던 백현의 목소리가 목이 잠겨 억지로 내는 목소리.
"하…. 보고싶다…."
네가 너무 보고싶다. 라고 끝으로 들려오지 않는 목소리. 그제서야 난 현관문 앞에 앉아 눈물을 흘렸다. 백현이가 그랬다. 자기가 울때는 너가 떠났을 떄라고, 그러니 제발 내 옆을 떠나지 말라고 그랬었는데 내가 백현이를 울렸다. 그래 내가 울렸다. 백현아 나 나쁜년이야. 널 버린 년이라고, 왜 날 찾아왔어. 바보멍청아.
하아, 하아…, 심장쪽에서 부터 목이 뜨거워지고 빨리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가 변기에 얼굴을 묻고 모든걸 토해버렸다. 하지만, 피로 얼룩진 물을 내려버렸고, 벽에 기대서 아무말 못하고 멍하니 내 신세를 탓했다.
"나도 보고싶어…백현아…나 무서워…, 나 죽을까봐…무섭다고…백현아…"
나 죽기 싫어. 나 죽기 싫은데…죽는데, 살 희망이 없데. 너랑 에버랜드도 가서 놀고 싶고, 학교에서 남들 부럽게 손잡고 웃으면서 이야기도 하고 싶고, 나중에 우리가 결혼을 하면 아기를 낳아서 오손도손 행복하게 살고 싶었는데, 그게 안된다.
"OO아!!!"
온 몸에 힘이 없어지고, 이제 집에 들어온 오빠가 놀라서 나에게 달려오고 그 때 난 기절을 하고 말았다.
쨱쨱, 참새소리가 들려 눈을 뜨니, 내 방 침대에 누워 있었고 내 옆에 자고 있는 오빠. 내 손을 꽉 쥐고 놓지 않았다. 그리고 오빠의 눈가엔 울었는지 눈물이 맺혔다. 부드럽게 정성스럽게 오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안해, 오빠 못난 동생이지? 그렇지? 나만 없었으면, 오빠도 행복하게 잘 살았을텐데. 부스스하게 눈을 뜬 오빠가 날 보더니 일어나 내 이마에 손을 얹으며 열은 없는 지 체크를 한다.
"열은 없네."
"응."
"왜그랬어 어젠?"
"…그냥, 모든걸 토했어."
모든걸, 아픈걸, 슬픈 걸 다 토했어. 오빠. 내 말에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오늘 경수온다고 하던데?' 그 말에 고개를 들어 오빠를 쳐다봤다.
"그러니까, 그런 차림으로 볼려고?"
내 꼬라지를 보니, 어제 그대로 입은 상태였고 내가 싱긋 웃으며 '나 옷 갈아입는다?' 라고 하니 바로 방으로 나가버리는 오빠. 그리고 책상에 가자, 약과 물이 있었다. 아마도 먹으라는 심보겠지. 약을 10개정도 먹어서 이젠 습관이 되었다. 습관 무섭다던데. 옷장을 열고 최대한 밝은 색깔로 입었다.
수근수근, 거리는 소리가 들려 경수가 왔나 싶어 밖으로 나가보니, 오빠와 싸우고 있는 백현이. 그 뒤엔 난감하게 머리르 쓸어넘기는 경수가 보였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친 백현은 오빠를 밀치고 나에게 다가오더니 울음이 섞인 표정을 하고 날 안아버린다. 내 귀에서 '보고싶어. 보고싶었어'만 반복하는 백현이. 이젠 너도 속이지 못하는 구나. 눈을 감은 채, 등을 쓸어주었다. 울지마라. 행복해져라 우리 백현이. 라고 작은 소원을 빌면서.
나에게 멀어진 백현이, 내 얼굴을 감싸며 아픈 곳 없느지 확인을 한다. 내가 슬쩍 경수를 보니, '다 알았어' 라고 한다. 어제 우연히 학교에서 내 얘기가 나왔는데, 어떤 한 아이가 날 병원에서 보았고, 큰 병이라고 말을 하는걸 백현이가 우연히 들었고 그걸 경수한테 말을 하니, 더이상 숨길 수 없었던 경수가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럼 나 몇달 못 사는 것도 아는 걸까.
"이제 다 나았어?"
"……아니."
"그럼 왜 퇴원한거야?"
걱정이 묻어나오는 백현의 말에 순간 긴장을 했던 내 몸이 힘이 풀려 백현이한테 안겨버렸다.
"왜그래?"
"긴장이 풀렸나봐…"
"……."
"난 변백현이 없으면 안되는 가봐."
나도, 백현아 미친듯이 너만 찾았다? 수술을 하는 내내, 너만 생각하고 꿈에도 너만 나왔어. 근데 그 꿈에서 나랑 행복한 꿈이 아닌 다른 여자와 행복하게 사는 꿈을 꾸었어. 그래서 난 괜찮더라. 너가 날 죽어도, 나 때문에 다른 여자를 만날 수 없을 줄 알았거든. 백현이 어깨에 기대어 편안하게 있으니, 오빠가 '그럼 잘 봐줘' 라는 말과 함께 내 손을 한번 잡고 나가버린다.
"OO아 오랜만에 볶음밥해줄까?"
"응…."
매번 우리집에 올때마다, 나에게 해주던 볶음밥을 해준다는 경수의 말에 대답을 했고, 경수는 부엌으로 가서 준비를 한다. 백현과 난 아무 말 없이 손을 꽉 잡으며 둘의 체온을 느낀다.
"너가 없는 날이 의미가 없었어."
"…."
"미친듯이 너만 찾았어."
"…."
"그리고 너가 아팠다는 소식을 듣고 힘들어 죽을 뻔 했어."
"…."
"근데 그 모든 생각들이 너가 내 눈 앞에 있으니까, 사라졌어."
알아, 다 알고 있어 경수한테 다 들었어. 그러니까 힘겹게 그런 말 하지마. 백현아. 그리고 날 품에 안는 백현은 다시는 날 벗어나지 못하도록 만들려는지, 꽉 안았다. 경수가 볶음밥을 다 했다는 말에 백현이 내 손을 잡아 이끌었고, 숟가락을 잡으려는 내 손이 순간 힘이 없어져 바닥으로 추락해버렸고, 그 모습을 본 백현과 경수는 놀랐고 난 이런 게 일상이 되었던 터라, 조심스럽게 숟가락을 잡아 씻고 다시 자리에 앉았는데, 또다시 숟가락이 떨어졌고 백현이 볶음밥 한숟가락을 떠서 나에게 먹여준다.
"아니야, 내가 먹을 수 있어."
"아."
"…아…."
이제 내 손도 힘이 없어진다. 의사 쌤 말로는 점점 힘이 없어진다고 하던데, 그게 말이 맞는 갑다. 쓸쓸하게 먹고 있는 나에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란 후라이를 한 경수가 조각조각 내서 내 숟가락 위에 올려준다. 그걸 또 백현이가 나에게 먹여준다.
볶음밥을 다 먹고 치운다는 경수에게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하면 그릇들이 다 깨질 거 같았다.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온 몸에 힘이 없어지는 날에는 내가 죽는 순간인걸까? 죽기 싫은데…아직 할일이 남았는데.
"OO아."
"…어?"
"나만 봐."
"…."
"나만 생각해. 아무 생각 하지마."
오빠가 백현한테 말해준 약을 꺼내 나에게 먹이는데, 순간 약에 혐오감이 들었는지 욱, 하는 소리와 함꼐 화장실로 들어가버렸고, 변기에 다 또 토했다. 나에게 달려오는 경수와 백현을 보고 문을 잠궈버린다.
"OO아!! 문열어!!!"
"문열어!!!OOO!!!!."
"혼자…혼자 있을게…제발."
이런 모습까지 너희들한테 보여주기 싫어. 내가 꼭, 죽어가는 사람 같으니까. 미안해. 정말 미안해…. 몇 분뒤에 화장실에서 나와 방으로 들어갔고, 난 애들한테 '혼자 있고 싶어'라는 말과 함께 이불을 머리 끝까지 올려버렸다. 그러니, 가버렸는지 조용했고 폰을 켜서 확인해 보니 백현이한테 카톡이 와 있었다.
큥 ( 자장자장 우리 OO ) 오후 3 : 01
큥 ( 잘도 잔다. 우리 OO ) 오후 3 : 01
큥 ( 나쁜 생각하지 말고 내 생각만 해 ) 오후 3 :02
큥 ( 사랑해 ) 오후 3 :02
나도, 나도 사랑해 백현아. 몇일이 지나도 호전되는 기미는 보이지 않았지만, 경수와 백현이 사이에서 웃으면서 지냈다. 이런 기회를 다시 있지 않겠지 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가 좋았고 행복했다. 그러나, 사건은 터지고 말았다. 오빠와 나만 단 둘이 살던 집에 새어머니가 들어오셨고, 내 상태를 보더니 뺨을 때렸다. 그냥 죽지 왜 아직도 살아서 너네 오빠를 괴롭히냐고, 그런 말을 듣자 머리가 하얗게 질려버린 상태가 되었고, 그걸 본 오빠가 새어머니에게 고함을 질렀고, 둘이 싸웠다. 한번이라도 내가 아프다고 할 때 오지도 않고 전화도 하지 않던 아버지, 날 놓고 돌아가버린 엄마. 그리고 날 죽도록 싫어하고 괴롭히는 새어머니. 그리고 날 지켜주고 아껴준 오빠. 그리고 그 사이에 껴 있는 나.
머리가 지끈하고, 속이 않좋다. 그래서 물을 먹으러 갈려고 컵을 쥐었는데 손이 떨리더니 컵이 떨어졌고, 소리를 지르던 두사람도 내 상태를 보더니 굳어버렸다. 그리고 아무 생각없이 그 위를 올라가버렸고 발이 이상하게도 아프지 않았다. 오빠가 달려와 날 안아들더니 소파에 앉히고 발에 있는 컵 조각들을 하나씩 떼었다.
"오빠… 나 감각이 없어…."
"…아니야. 감각있어…."
"나 죽는거야?"
"…아니야. 아닐거야. 그런말 하지마…."
난 멍하게 새어머니를 바라보았고, 내 상태가 엄청나게 안좋다는 걸 꺠달았는지, 입을 감싸더니 집밖으로 도망가버린다. 그래도 한번이라도 봐서 다행이네요. 내 발에 붕대를 두르고 날 안아 침대 위에 눕혔다.
"아무 생각하지마."
"…오빠. 그거 불러줘."
"…."
반짝 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빛추네. 서쪽 하늘에서도 동쪽 하늘에서도…. 오빠의 노래가 끝날 떈 내가 잠이 들었지만, 마지막에 울음이 섞인 노래가 들렸지만 미소를 잃지 않고 잠이 들었다. 시간은 점차 흐르고, 피를 토하는 건 일상이 되었다.
"백현아."
"…어?"
"나, 없으면 어떻게 할거야."
"…."
"난 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런 말 하지마."
"백현아."
"하지말라고!!"
소리를 지르며 나를 바라보는 백현이. 눈빛엔 슬픔이 가득하다. 그런데 백현아 어쩔 수 없어. 이게 진실이야. 난 백현의 얼굴을 감싸며 키스를 했다. 마지막이 될수 있는 키스를, 정적만 가득한 거실은 우리의 미세한 소리만 났다. 입술을 떼고 백현을 바라보자, 내가 언제 눈물을 흘렸는지 내 눈물을 닦아주는 백현이.
"…변백현이 내 옆에 있어줘서 감사합니다."
"…."
"날 사랑해줘서 감사합니다."
"…."
"끝까지, 날 사랑해줘서 고맙습니다."
* * *
몇 일뒤, 난 다시 병원에 갈 수 밖에 없었다. 밤에 갑작스런 발작으로 이송된 병원에서는 이제 내가 눈을 감을 일만 남았다고 오빠에게 말을 했는지, 소리를 지르며 '의사가 할말이야?!' 라고 소리를 지른다. 난 손을 귀를 막으며 듣지 않으려고 한다. 몇달 전만 해도 죽을 준비를 했는데 막상 죽으려고 하니까 듣기가 싫다.
오빠가 병실에 들어오고, 내가 자는 줄 알았는지 힘없이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울음을 터트린다.
"내가, 못난 오빠라서 미안해."
"…."
"내가 못난 오빠라서 널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
"사랑하는 내 동생…, 어떻게 하면 너가…너가…."
살 수 있을까, 그 다음엔 들리지 않았다. 아마 병실을 나간 듯 했다. 다음날은 참 웃긴 날이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오지도 않던 아빠가 내 앞에 나타났고, 새어머니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난 경계된 눈빛으로 아빠를 보았다. 그러니 나에게 다가와 살포시 안는다.
"아가, 우리 OO이."
"…."
"이렇게 아팠니? 몰랐네, 난 전혀 몰랐단다."
"…."
"너의 새엄마가 그저꼐 말해주더구나, 너가 아프다고 가보라고… 난 일 핑계로 몰랐단다. 미안하구나."
목이 매였다. 아빠가 몰랐다니, 날 보기 싫어서 그런게 아니였단 말인가? 한번도 날 찾아온 역사가 없었다. 아파도, 바쁘다고, 내가 40도를 넘겼을 때도 회식이 있다고 오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내가 아파도 오지 않던 아빠가 내 앞에서 눈물을 흘리신다. 거의 5년만에 만난 아버지는 초라해 보인다. 난 미소를 지으며 아빠의 눈물을 닦았다.
"고마워요. 이제라도 와줘서."
* * *
아빠의 말씀대로 마지막 수술을 해보자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몇 일뒤면 가망이 없었다. 그러니 한번이라도 더 수슬을 해보자고 했고 오늘이 그수술의 날이다. 경수도 백현이도 나에게 다가와 말을 한다.
"경수야, 잠시만 나가줄래?"
"어? 어."
경수가 나가고 백현의 손을 꽉 잡았다. 마지막일수도 있으니까.
"백현아."
"응…."
"나 너한테 3가지만 부탁할게."
"…."
"첫번째, 내가 수술에 실패를 해도 책망하지마. 너때문이 아니니까."
"…."
"두번쨰, 나말고 이쁘고 좋은 여자 만나. 난 너랑 만난 2년이 헛된 세월이 아니야. 행복했고…소중했어…."
"…."
"세번째, 이건 이기적일수도 있는데…, 다른 여자를 만나도 날 잊지말아줘… 백현아…."
내가 너한테 이만큼이라도 이기적으로 대할게.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백현이. 내 손에 작은 키스를 했고, 이제 수술 준비를 한다며 날 백현과 떼어놓았고, 수술실로 들어서는 문앞엔 오빠와 아버지, 그리고 날 싫어하는 새어머니까지. 그리고 난 최대한 세상에서 행복한 표정으로 보았다.
"오빠, 날 지켜줘서 고마워. 아버지 미안해요 이런 딸이라서. 새어머니…아버지 잘 부탁드릴게요. 그리고 오빠도…."
이 말을 끝으로 오빠와 손이 스쳐갔고 난 수술실로 들어갔다. 산소호흡기를 입에 대었고, 하얀 천장은 뿌옇게 흐려져 갔다. 그리고 그 꿈에서 백현이를 만났다. 백현이는 세상에서 행복한 남자가 되어있었고, 새하얀 자신의 아이한테 이름을 부를 때, 난 행복하게 웃었다.
"OO아. 너의 이름은 소중한 이름이야."
"아빠 왜?"
"나에게 제일 소중한 이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