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세월이 흘러 너를 우연히 다시 만나니 나는 변하지 않았는데 너도 변하지 않았구나 그러니 우리 가까워지지도 멀어지지도 못하겠구나 사랑을 하여도 금세 이별하겠구나 수천번의 봄이 되풀이되고 수억의 꽃봉오리 피고 져도 내가 있는 풍경 속에서 너도 늘 그렇게 슬픈 거구나 -나는 하나의 레몬에서 시작되었다.황경신
2016년 1월 29일 오후8시 올림픽대로 근처 눈길 교통사고로인해 차량한대가 전복. 운전자는 큰 부상으로 앰뷸런스를 타고 근처 병원으로 이송중 과다출혈로인한 쇼크로 사망. 사망자 아이콘의 바비. 너는 그렇게 내 곁을 떠났다. 나의 세상을 빛을 잃었다. 더이상 살 이유도, 살고싶은 마음도 전부 사라졌다. 빛을 잃은 내 세상에서 어둡게 사라져갔다. 너의 사진을 끌어 안으며 나는 다짐 했다. '금방 갈게.기다려' 그리곤 너를 향해 발을 내딛었다. 온세상이 밝고 고통이없는 하늘로 너를 만나러 하지만 지금나는 시간을 거슬러 교통사고가 일어났던 날 로 딱 1년전 으로 돌아와 있다. 내눈 앞엔 네가 너무나 고맙게 살아있어줬다. 꿈만같았다. "지원아" 다시 너의 이름을 부를 수 있어. 다시 널 볼 수 있다. "응? 아 잠깐만 전화온다" 아마 신이주신 기회가 아닐까... 상황이 어찌됐든. 지금 내게 중요한건 딱 하나다. 1년뒤 너에게 일어날 사고를 무슨일이 있어도 막을 거라는것. 두번다시 너를 잃지 않을 거야. 시간을 거슬러 1년전 오늘에 있다는게 진심으로 감사했다. 지원이가 전화를 받으러 베란다로 나간사이 나는 일기장을 살펴봤다. 1년전 오늘 있었던 일이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오늘은 하루종일 지원이와 함께 시간을 보냇다고 적혀있었다. 특별한 일은 없지만 지금의 시간 일분 일초가 내겐 너무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일기장옆에 놓여져 있던 물에젖었던 사진. 이 사진을 끌어안고 울었던날. 너를 다시 볼 수없어 가슴이 찢어질듯 했던 그날이 생각나 괜히 코가 시큰 거렸다. 물에젖어 우그러진 사진을 다시 펴보려고 손에 올려놓았다. "너콘아. 나 가봐야겠다. 스케줄있던거 깜빡했어.그리고 너네 그만좀 싸워라 내가 중간에서 얼마나 눈치보이는 줄 아냐?" "...?..." "나 간다! 너 자존심 그만 세우고 전화해!!제~발 그만좀 싸워" 알 수 없는 말만 늘어놓더니 인사를 하고 나가버렸다. 뭐지...무슨소리를 하는 건지 도대체.. "사진 어디갔지?" 방금까지 손에 들고 있던 사진이 사라졌다. 떨어진것도 아니고 내려놓지도 않았는데 사진이 어디로 간거야. 미치겠네..이거야 말로 귀신이 곡 할 노릇이다. 분명히 내가 손에 들고 있었는데... "김지원이 가져갔나?" '여보세요?' '야 김지원.너 내 사진 가져갔어?' '사진?무슨사진?너 김한빈 한테 전화 했어?' '내가 왜?' '내가 자존심 그만 세우라고 했지.' '아니.너 지금 무슨소리 하는거야?아까부터 왜자꾸 전화를하래' '네 남자친구잖아!!둘이 화해해야지 언제까지 싸울래?!'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이게 무슨 소리야. 김한빈이 내 남자친구라니?내남자친구는 넌데? '응?너도대체 무슨소리를 하는거야'' '나 라디오시작한다. 암튼 꼭 전화해봐 한빈이 너 기다려' 그렇게 전화가 끊기고 나는 한참 그 자리에 서있었다. "참나 얘가 나를 놀리려고 하나 말이 안되잖아!!내 남자친구는 김지원 넌데!!!일기장에도 너랑 놀았다고 적혀..." 2015년 1월 19일 아까 전까지만 해도 빼곡하게 적혀있던 일기장의 글씨가 전부 지워져있었다. 내가 너무 놀라서 그런가 누구한테 명치를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머리도 어지럽고. "왜이래...뭐야진짜..다른 일기까지 다 날아간거 아니야?" '지이이이이이잉.지이이이이이이잉' "여보세요?" "나와.집 앞이야" "응?" 지말만 하고 끊어버렸다. 누군데 나오라 마라야 하곤 휴대폰 액정을 보니 〈한빈♡> 하트?하트?이게 웬 하트? 웬 하트? 설마설마하고 지원이를 뭐라고 저장해놨는지 찾아봤다. 원래대로라면 지원이 이름옆에 붙어있어야 정상인 하튼데....지원이는 〈김지원> 이름세글자 딱딱하게 적혀있었다. 시간이 돌아갔다. 너는 돌아간 시간 속에서 죽지않고 살아있었고, 나또한 살아있었다. 나와같이 시간을 거슬러 온 일기장의 오늘이 지워져있다. 그리고 김한빈이 남자친구라는 이상한 소리와 내핸드폰에 저장되어있는 한빈..하트....지금 나에게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건지... 그대로 의자에 주저앉아 한참을 생각했지만 명쾌한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김지원은 전화도 안받고...답답한 마음에 바람이나 쐬려고 외투를 걸치고 짚앞 놀이터로 나왔다. 놀이터엔 혼자 그네를 타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어디서 많이 보던? 모습이다. 그제서야 아까 김한빈이 나오라고 전화했던게 생각났다. 한시간은 된것 같은데... 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옆으로가서 나도 그네에 앉았다.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다시 땅바닥으로 고개를 내렸다. 혹시 화났나...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나는 지금 널 신경쓸만큼 여유롭지 못하니까
"너콘아 보고싶었어" 정말 환하게 웃었다. 이 추운날 밖에서 한참을 기다려서 손이랑 코가 빨간데 바보처럼 짜증한번 부리지 않고. 순수한건지 바보같은건지 김한빈은 그렇게 웃었다. 불이꺼지고 조용한 빈집. 일기장의 종이가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비어있던 종이에 무언가 쓰여졌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만 일기장에 무언가 쓰여질뿐. 그 일기가 현재를 나타낼뿐. 그리곤 나도 뭔가에 홀린듯 대답했다. "나도.나도 보고싶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