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란실바니아 ; TRANSILVANIA
루마니아의 서북부 지방으로 예로부터 음침하고 어두운 속설이 많이 전해 내려옴.
뱀파이어의 기원을 설명할때 자주 등장하며, 엘리자베스 바토리의 고향으로 유명하다.
*** 두개의달-Eridanus
하얀 저택이 웅장했다. 백현이 살짝 웃곤 그저 그 저택만을 향해서 돌진했다. 앞으로 갈수록, 더 가까워지기는 커녕 멀어지는 것만 같은 느낌에 눈을 흘긴다.
" 이럴리가 없는데…"
집은 한채도 없는 마을의 휑한 모습이 의문이였다. 있는 집이라고는 고작해봐야 저 하얀 저택뿐인데, 잠시 숨을 고르고는 돌진하는 백현의 모습이 사납다. 평소의 백현의 성격이라면 상상할수도 없는 적극적인 행동들이였다. 분명 앞으로 나아가면 좀 더 가까워져야 하는 것이 사실인데. 결계라도 쳐 있는 듯 다가가기 어려운 집의 풍채에 백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상하리만큼 하늘이 어두워졌다. 휴대전화에 적혀있는 숫자들은 4시가 채 넘지 않은 시간이였지만 그 집 주위 만은 어두웠다. 곧 안개와 검은 구름이 끼더니 비가 주륵주륵 내렸다. 이제서야 집이 조금씩 가까워지는 듯한 모습에 백현이 미소지었다. 그럼 그렇지. 중얼거리는 백현의 모습이 날이섰다. 어느샌가 눈앞에 지독하게도 하얀 대문이 펼쳐져 있었다. 딩동! 경쾌한 초인종 소리가 딱 떨어지고 마중나온 사람은 처음 보는 사람이였다.
"누구신지."
"저기…, 저."
"……"
"내가 초대한 인간이야."
집 안쪽에서 백현이 그토록 듣고 싶었던 저음이 흘러나왔다. 그 남자가 고개를 씰룩이며 안쪽으로 비켜섰다. 백현이 들어가자 보이는 것은 천장에 매달린 크리스였다.
"이젠 남자도 홀리나?"
"내가 그랬니? 뭐. 쟤가 다 나좋다고 따라오는거 아니겠어. 그나저나 이제 이것 좀 풀어주지? 모양빠지게시리…."
웃음을 참지 못하는 듯한 크리스가 배를 잡으며 천장에서 내려왔다. 집안에서 펼쳐진 광경은 백현의 눈을 더 동그랗게 만들었다. 마치 천장부터 바닥까지 연결된 투명실이라도 있거나 보이지 않는 투명벽이 존재하는 것도 아닌데 크리스는 자연스럽게 착지까지했다. 크리스와 신경전을 벌이던 그 남자는 백현을 아니꼽게 쳐다봤다. 그러자 그에 맞서 백현도 쇳빛 눈을 부라렸다.
"여기는 어떻게 들어온거지? 결계가 있었을텐데."
그 남자가 백현에게 다짜고짜 물었다. 백현이 당황스럽다는 표정으로 크리스에게 구조요청을 했으나 크리스는 천장만 계속 쳐다봤다. 얼버무리는 백현에게 계속하여 몰아부치는 종인이때문에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어이, 그만해. 하던 이야기나 하지. 꼬마 인간, 여기는 카이."
"한국 이름은 김종인."
아아, 카이. 고개를 끄덕인 백현이 거실 한가운데에 위치한 고딕풍의 빨간 소파에 앉았다. 다리를 꼬고 앉은 백현이 이제는 집안 구경에 나섰다. 빨간 소파, 빨간 테이블…. 여긴 아무나 못오는 곳인데. 운이 좋군. 킬킬 웃는 종인이 마음에 안들었다. 심지어는 종인도 자주빛의 벨벳 가디건을 걸치고 있었다. 그 둘은 심각한 이야기를 하는 듯해 보였다.
가끔 들려오는 난폭한 욕설에 의해서 그 둘의 사이가 좋지만은 않은 것같았다. 백현은 다리를 흔들기도 하고 눈알을 이리저리로 굴리면서 심심한 시간을 달래보려고 애썼다. 내가 지금 뭘하고 있는 거지. 백현이 한숨을 쉬었다. 아니, 여기와서 뭘 어쩌자고…. 가방안에 넣어둔 휴대폰은 아까전부터 계속 울리고 있었다. 백현이 벌떡 일어났다. 발목 부근에서 간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루이!"
아까 보았던 도마뱀이였다. 어느새 한뼘만해진 도마뱀이 백현의 다리를 혀로 쓸어내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재롱을 부리는 듯 해서 귀여웠다. 백현이 도마뱀을 들어올리자 한창 종인과의 이야기에 빠져있던 크리스가 외쳤다. 루이. 이름이 루이인가 보다. 생각한 백현이 루이를 감싸안았다.
"루이…."
"……"
"당장 루이에게서 손떼!"
마주한 크리스의 눈이 붉게 타올랐다. 깜짝 놀라 백현이 감싸안은 루이를 놓았지만 이 바보같은 도마뱀은 백현이 마음에 들었는지 꼭 달라붙어있었다. 이젠 얼굴도 붉게 타오르기 시작한 크리스가 괴성을 질렀다. 그 고함이 집을 채로 흔들 정도여서 팔짱을 끼고 눈쌀을 찌푸리고 있던 종인도 뒤돌아보았다. 크리스가 종인을 흔들며 어떻게 좀 해보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종인은 그저 어깨만 으쓱할 뿐이였다.
"나한테 뭘 어쩌라고."
"너 잘하는 거 있잖아! 아까 나 들어올리듯이 염력으로라도 어떻게 좀 해봐!"
"…글쎄…."
루이가 이빨을 치켜올렸다. 그러자 크리스가 이제는 끝이라며 털썩 주저앉았다. 크리스가 날카롭게 세운 이빨로 백현의 팔뚝을 세게 물었다. 아직도 상황파악을 못하고 있던 백현이 급습해오는 따가움에 루이를 놓쳐버렸다. 붉은 피가 팔뚝을 뒤덮고 그제서야 종인이 백현을 공중위로 들어올렸다. 크리스처럼 천장으로 솟아오른 백현은 무명실로 감싸진 것처럼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려있었다. 회색빛으로 물들었던 눈동자가 본래의 흑갈색빛을 띄고 정신을 좀 차린 듯한 백현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전한 빨간색 소파와 빨간색 테이블, 붉은 장미빛의 벽지와 넘실대는 넓은 마루.
창문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고작 손바닥 만했던 루이가 커지기 시작했다. 날카롭고 단단한 이빨과 거대한 날개, 금빛의 타오르는 듯한 비늘은 흡사 용을 연상케 했다. 어쩌면 용일지도 몰라. 그 커다란 생물체에게 도마뱀이라는 수식어는 어울리지않았다. 크리스가 루이를 향해 뛰어갔다. 거실의 반을 꽉 채운 루이에게 올라탄 크리스가 루이의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울부짖으며 출발하는 루이는 크리스와 함께 검은 구름 너머로 사라졌다. 백현은 정신이 없었다. 루이와 크리스가 사라진 후, 매달려 있던 천장에서 내려왔지만 몽롱한 기분은 여전했다. 이제서야 시간이 천천히 굴러가고 있었다.
말도 안돼. 패닉이 된 얼굴로 연신 중얼대던 백현이 소파에 올려두었던 가방을 들쳐매고 집을 나왔다. 아까전부터 계속 울려대던, 한국에 오면 같이 하숙을 하기로 한 친구의 서른 번째 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백현이 떨리는 손길로 한자 한자 자판을 치기 시작했다. 나 좀 살 려 줘… 그 제까지만 해도 팔짱을 끼고 웃음을 머금은 채 바라보기만 했던 종인이 핏빛 와인을 들이켰다. 어느 샌지 백현의 앞에 와있는 종인 덕분에 백현이 휴대폰을 놓쳐버렸다.
"안녕, 꼬마 인간."
"…비켜요."
"너 지금 이 상태로 나가면 개죽음이야."
"……"
"사람들이 괴물이라고 할껄?"
너스레를 떨며 깜짝 놀라는 행동을 취해버린 종인이 백현의 팔을 끌었다. 놔요! 소리치는 백현에게 종인이 귓속말 했다.
"너, 저 용가리 이빨에 어떤 독이 있는 줄 알아?"
"……"
"절대 못나가. 결계를 뚫을 수 있다면. 상관없지만."
"당신은…, 누구예요."
"나?"
한참을 망설이며 고민하던 종인이 대답했다. 뱀파이어. 유치한 판타지 로맨스영화에나 나올 듯한 그 이름에 백현이 말도 안됀다는 표정을 지어뵜다. 깔깔거리며 배를 잡고 웃던 종인이 표정을 굳히며 질문했다. 오는 것이 있으면 가는 것도 있어야지. 넌 이미 내 이름도 알잖아? 그치.
"네 이름은 뭐니?"
"…변백현… 24살."
좋아 백현아,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 하자. 종인이 백현의 팔을 잡아끌었다. 용가리 주인이나, 용가리나… 중얼거리는 종인의 표정은 계속 웃음을 참지 못하는 것 같았다. 못내 미덥다는 표정으로 종인에게 백현이 질질 끌려갔다. 정말 어쩔 수 없다. 백현은 그렇게 생각했다. 저 미친 사람도 절대 믿지 않을꺼야. 다시 돌아온 그 집은 생각 보다 어마어마하게 컸다. 밖에서 보면 그저 오래된 하얀 현대풍의 저택이였지만 안은 핏빛과 검은색이 조화를 이룬 어두침침한 집이였다. 무슨 귀신의 집도 아니고…. 백현이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까 보았던 붉은색 소파에 백현이 앉았고 종인이 테이블에 걸쳐 앉은채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 용가리 이빨에 있는 독이 얼마나 어마어마하냐면…"
"……"
백현이 침을 꼴깍 삼켰다.
"크리스는 용의 신의 오른팔이야. 아주 충실한 심복이지. 글쎄… 난 뱀의 신의 여의주 조각중 하나이고. 어때, 좀 멋있어?"
백현이 고개를 절레 젓자 종인이 눈을 흘겼다. 줄 곧 손에서 놓지 못하던 와인잔에 담긴 액체를 한모금 더 마시곤 말을 이어 나갔다.
"넌 루이의 이빨에 물렸으니, 언제 용의 신의 원혼이 튀어 나올지 몰라. 아까 봤지? 또 니가 회색빛 눈동자로, 붉은 눈동자로. 각성할지 모른다는 거야. 지금으로써는 니가 얼마나 위험한 지는 모르겠지만 후에 우리한테 안좋은 영향을 안 미칠 꺼라는 것도 장담 못해."
종인이 들고 있던 반지를 와인잔에 던져 넣었다. 푸른 청록색이 아름답게 빛나던 반지가 와인잔안에 들어가자 마자 붉게 변해버렸다. 백현은 밀려오는 소름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금방이라도 몸안에 침식되어있는 용의 신의 원혼이 깨어날 것만 같았다. 터질 것같은 심장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몇번 숨을 고른 후에나 비로소 원래의 빠르기를 찾은 심장이었다. 바닷가에 온 듯 멍해져 가는 귓가에 종인이 속삭였다. 되돌아가기전까지는 여기서 지내도록 해. 짐도 가져왔네.
"제가 해를 끼칠수도 있는데 왜 절 가만히 두시는 거죠?"
백현이 또박또박하게 물었다. 음… 약간 고민하던 종인이 대답했다.
" 글쎄…. 넌 우리한테 필요한게 있잖아. 피!"
"……"
"그래도 말안들으면"
"……"
"콱 물어버릴꺼야."
종인이 송곳니를 날카롭게 세우며 이야기했다. 놀란 백현이 딸꾹질을 두어번 했다. 종인이 백현의 등을 두드려 주고는 설명해주었다. 2층 세번째 방을 쓰도록 해. 낮에는 햇빛 들어오는 걸 싫어하니깐 왠만하면 커튼을 열지는 말고.
"혼자 사시는 거예요?"
"아니. 내일 쯤 두명이 더 올꺼야."
"…설마 걔들도 뱀파이어예요…?"
백현이 물었다.
"응. 한명은 로얄 뱀프, 하나는 진액요괴."
"진액요괴?"
보면 알아. 종인이 키덕대곤 1층에 위치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한참 넋을 놓고 있던 백현에게 다시 문을 열고 고개를 내민 종인의 말이 들려왔다.
"한명은 너랑 동갑이야. 변종이라서 시간이 멈춰버렸거든. 불쌍한 놈."
"……네…."
"잘 자."
시간이 흘러 밤이 많이 늦었지만 백현은 잠에 들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한숨을 쉬며 캐리어를 끄질었다. 계속 전화해오던 친구에게는 어떻게 말하지. 2층에도 많은 방이 있었다. 계단에서 부터 세번째에 위치한 자신의 방은 새까맣게 꾸며져있었다. 마치 자신이 이 곳으로 오는 것을 예상했는지 자신에게 딱 맞는 아늑한 침가구도 있었다. 내일 짐을 풀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백현이 이불속으로 푹 잠겼다. 루이와 크리스가 사라진 창밖은 지독히도 검었다.
DAL'EN | |
요즘 글쓰는 것보다 비지엠 고르는게 더 힘들어요 루ㅗ마ㅣㅗㅇ라... 힝..추천좀!!! 이렇게 트란실바니아2편이 끝났네요! 3편부터는 또 다른 남자주인공 찬열이와 진액괴물이 나오겠네죵..ㅎㅎ 커플링 질문 많이 하시는데 아마 공커.. +카백클백 정도 나옭듯.. 사실 곧 시험인데 시험기간때 자주 올지는.. 못오면 공지는 꼭 띄워드릴께요!!! 일주일 후에 뵈요~ 독자님들 하트하트♥
**암호닉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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