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KON/김동혁] 정신병동 2514호 환자
W.클라이드
02
병원옥상에 있는 휴게소에 와서 난간에 팔을 올리고는 병원 주위에 있는 광경들을 쳐다봤다. 대학병원이라서인지 근처에 대학교도 있고 대학생들도 많이 보였다. 인기척이 들려 눈을 돌려 힐끗 쳐다보면 지원이였다. 담배꽁초를 물고 나랑 똑같이 팔을 난간 위로 올렸다. 멍하니 구경하다가 상체를 일으켜 뒤돌아 난간에 기댔다. 내 눈에 보인건 이곳에서 쉬고 있는 환자들이 보였다. 곧 이어 지원은 나처럼 뒤돌아 난간에 기대더니
" 담배 필래? "
" 됐거든. "
" 뭐야, 요새 왜 담배 안펴. 끊었어? "
갑자기 심란한 마음에 지원에게 담배 한개 달라고 하고는 지원이가 라이터를 키면 나는 담배를 가져가댔다. 그리고 허공에 연기가 피어올랐다. 지원은 한 모금 피고는 연기를 내뱉고나서 나를 스윽 쳐다보더니 어깨동무를 했다.
" 동혁인가. 그 아이 때문에 그래? "
" 응. 어떻게 그런말 할 수 있는지 궁금해. "
" 뭐라고했는데? "
" 왜 죽였냐고 물어봤는데 슬픈감정을 느끼고싶어서 죽였대. 근데 별거 아니였대. "
내 말에 지원은 아무말없이 담배꽁초를 바닥에 떨어뜨려 밟고는 주워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리고 내 입에 물고있던 담배를 들고가더니 자기 입에 갖다댔다. 나는 그런 지원의 정강이를 찼다. 지원은 짧은 비명을 내뱉고는 나를 죽일듯이 노려봤다. 그러다가 온순한 표정으로 돌아오더니 걱정되는듯 말하는 지원.
" 이왕 하는거 잘해봐. 도와줄거 있으면 말하고 "
" 남이사. 니 일이나 신경쓰세요. "
" 그리고 그 아이가 왜 그렇게 변했는지 이유가 있겠지. 세상에서 그냥이라는게 없어. 분명히 이유가 있을거야. "
라면서 내게 말하는 지원이였다. 그래. 분명히 이유가 있겠지. 과연 그 애가 나한테 말해줄까? 지원은 갑자기 웃더니 내 머리를 헝클었다. 난 신경질내면서 지원의 팔을 쳐냈다. 지원은 내게 가까이 다가오더니 나와 눈 마주치며 말했다.
" 아직 남자친구 없지? "
" 니가 알아서 뭐하게. 내가 있든말든 무슨 상관이야. "
" 아니, 혹시나 기억하고 있나싶어서. "
" .. 기억하고있어. "
갑자기 얼굴이 달아오를 것만 같았다. 김지원 이새끼. 왜 이런 이야기하고 지랄이야. 짜증나게. 난 지원의 얼굴을 보기싫어 반대편으로 돌렸지만 그쪽으로 오는 지원.
" 몇년도 안남았어. 2년 남았나? "
" .... "
" 난 빨리 2년이 지났으면 좋겠다. 얼른 너랑 결혼하게 "
지원은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담배꽁초를 끄고는 쓰레기통에 버렸다. 난 결국 얼굴이 달아올랐다. 일부러 그런거지라고 물어보면 그저 짓궃게 웃기만 했다. 나는 지원을 지나쳐 이곳을 나와 정신병동으로 갔다. 뒤에서 후다닥 뛰어오는 지원은 내 뒷통수를 퍽 치고는 앞지르더니 나를 향해 뒤돌며 깔깔웃었다. 개새끼. 진심 죽여버리고싶었다. 나를 보며 뛰다가 바닥이 미끄러운 탓에 넘어진 지원. 웃음이 나와 소리내어 크게 웃었다. 뭐 저런 새끼가 다 있나싶었다. 지원은 입시학원에서 알게 되었는데 처음에 모르는사이였다가 짝지가 되었을때 조금씩 말하다보니까 알고보니 나랑 같은대학교 같은과를 희망하는 애였다. 그래서 친해졌나. 어쩌다보니 대학동기가 되고 같은병원에서 일하고. 비글끼가 넘치는 아이였다. 그리고 대학교때 처음으로 사겼던 남자친구였기도 하고. 뭐때문에 헤어진거였지. 권태기? 맞아. 단순한 권태기였다. 지금은 아무렇지않지만. 예전에 지원이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서로 사랑하는사람이 없으면 28살때 결혼하자고. 나한테 프러포즈한다고 했었지. 벌써 2년이나 남았다. 정말 그렇게 되려나싶었다. 난 서둘러 2514호로 갔다. 그 아이가 있는 곳으로.
노크를 했는데 아무반응이 없어 그냥 들어갔다. 들어가면 창문을 열었는지 바람이 불었다. 서늘한 바람이. 조심스럽게 들어가면 텅텅 비어있는 공간이 보였고 우측에는 달랑 침대 하나만 있었다. 침대 위에는 구석에 앉아서 무언가를 하고있는 동혁이가 보였다. 느낌이 이상해 다가가면 이불에는 피범벅이였다. 난 그 아이에게 달려가 이불을 들췄다. 왼쪽손목에 보이는 칼로 여러번 그은 자국들이 보였고 오른손은 커터칼을 쥐고 있었다. 나는 주머니에 붕대를 꺼내 지혈했다. 동혁은 아무말 없이 나를 쳐다봤다.
" 자해 왜 하는건데?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면서. "
" 맞아요. 난 고통을 느낄 수 없고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조차도 공감할 수 없거든요. "
" .. 근데 왜? "
" 내 몸이 피로 물들여가면 비로소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
" .... "
" 내가 살아있음을 보여주잖아요. 내가 숨쉬고 있다는 그 희열감. "
천천히 웃는 동혁이였다. 난 뭐라고 해주고싶었지만 꾹 참고 피를 닦고는 붕대를 감았다. 그리고 간호사를 불러 침대시트랑 이불을 바꾸라고 말했다. 깨끗한걸로 바꾸고는 난 동혁이를 침대에 앉혔고 나는 보조의자를 들고와 그의 앞에 앉았다. 긴 침묵이 이어지고 나는 입을 떼며 동혁에게 질문했다.
" 자해하는거 한 두번 아니던데. 상처보니까. 그렇게 하면 희열감을 느껴? "
내 말에 동혁은 아무말하지않았다. 난 한숨을 살짝 쉬고는 머리를 쓸어넘기면서 동혁을 쳐다봤다. 어쩔 수 없었다. 김지원말대로 이왕 하는거 끝까지 해봐야지. 난 동혁에게 앞으로 나와 함께 해야할 일을 말했다.
" 매일 치료받을거고 일주일 두세번은 상담할거야. 그리고 너 치료할려면 몸이 버텨줘야되는데 몸이 허약보여. 그래서 운동도 할거야. "
" 그렇게 매일 하면 달라지는건 있나요? "
" .. 공감각증환자를 담당하는거 처음이지만. 확실한건 너의 의지만 있다면 나을 수 있는 병이야. "
" .... "
" 고통을 느끼는것도 별로지만, 감정만큼은 사람들에게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해. 사람들이 널 이해못하겠지만 나만큼은 이해하도록 노력할게. "
" .. 당신이 뭔데 나를 위하는 척해요? "
갑자기 날카로운 목소리에 당황했다. 나한테 점점 다가오더니 내 머리카락을 꽉 쥐어잡는 동혁이였다. 두피가 따가웠다. 하지만 참을만했다. 동혁은 내 눈을 마주보더니
" 어차피 뒤에서는 살인자라고 그렇게 말하고 다닐거면서 나를 위하는 척 하지마요. "
나는 참다못해 동혁의 가슴팍을 퍽 밀고 동혁의 멱살을 잡았다. 나도 가만히 있을 줄 알아? 사실 환자한테 이러면 교수님한테 혼나지만 오늘만큼은 해야될 것 같았다. 나는 동혁을 향해 비웃었다.
" 야. 착각하는 것 같은데 난 너를 위해서 하는거 아니야. 나를 위해서 하는거지. 난 의사고 넌 환자야. 작작해 "
" .... "
" 그리고 내가 널 무서워할 것 같아? 난 널 끝까지 책임질거야. 너의 담당의사로서 "
사실 조금 심장이 벌렁벌렁했다. 이렇게 말했는데 얘가 과연 가만히 있을까. 동혁은 벙찐 표정으로 나를 계속 쳐다보기만 했다. 그리고 천천히 입꼬리가 올라가더니 크게 웃기 시작했다. 뭐지. 내가 말한게 웃긴가. 자존심 상했다. 한마디 더 할려고 하는데 동혁은
" 그래, 당신. 약속했어. "
" .... "
" 날 끝까지 책임지기로 한거 잊지마요. "
그리고 갑자기 환자복 상의 단추를 위에서부터 천천히 풀어헤치는 동혁. 그리고 환자복 안에 보이는 동혁의 몸은 사람의 몸이 아닐 정도로 끔찍한 상처들이 보였다. 다 자기가 자해한건가 싶었다. 보기 힘들었다. 동혁은 일어서서 앉아있는 나를 향해 고개를 숙이더니 내 턱을 꽉 잡았다.
" 이런것도 감당해야되요. "
" .... "
" 책임진다고 했으니까. "
동혁은 내 반응이 웃겼는지 살짝 웃고는 침대에 앉아서 태연하게 단추를 잠궜다.
" 일단 제대로 이야기 듣고싶으니까 치료실로 가서 이야기하자. 치료도 할 겸. "
" 아니요. 오늘은 여기까지 할래요. 다 알려주면 재미없잖아요. "
" .. 그래. 알겠어 내일부터 하는거야. 운동도 할거니까 마음 단단히 먹고 난 가볼게. 무슨일이 있으면 나한테 오고. "
나는 의자에 일어나 문을 향해 걸어갔다. 문고리를 잡아 열려고 하는데 뒤에서 들려오는 동혁의 목소리. 난 뒤돌아봤다. 동혁은 침대에 앉아있더니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아까보단 더 누그러진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 그래도 날 이해해줄려고 하는거 고맙게 생각해요. "
그의 말에 아무말 없이 웃으면서 쳐다봤다. 그리고 내일 보자라고 말하고는 나갈려고 하는데 또 다시 동혁의 부름으로 인해 다시 뒤돌아봤다.
" 근데 미안해요. 내가 그쪽 생각을 전혀 공감 못해주겠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