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군인물/윤기/태형] Army of one. 01 (부제: 김태형 중위님)
Written by. 구닌이.
"귀관은 상관한테 인사도 안 합니까 이제?"
"...남자친군지, 상관인지 헷갈려서 말입니다. 미리 말씀해주시면 참고하겠습니다."
"아직도 화났습니까?"
"상사께는 화난 거 없습니다. 하실 말씀 없으시면 이만 가겠습니다. 바빠서요."
결국 전정국이 중동으로 파병을 떠났다.
난 도저히 민윤기를 이길 수가 없었다, 말로도 직급으로도 무엇하나 이길 수가 없었다.
정말 이번엔 어떤 말로 나를 달래건, 어떻게 손을 쓰던 정면 돌파해서 파병을 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내 두 손을 맞잡고 내가 가면 자긴 죽는다고 말하는 민윤기는, 낯설었다.
원체 티를 안 내는 사람이다. 좋아한다는 감정도, 힘들다는 감정도 무엇 하나 보여지 않고 철저히 자신을 속에 가두는 그런 사람.
그런 성격 탓에 우린 사귀고, 또 지금에 오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런 그가 약한 모습을 내보였다. 내가 가면 자긴 죽는다고, 불안해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고, 제 시야에 있어달라고.
사실 지금까지 꽤 여러번 싫은 티를 내긴 했었다.
내가 독일 육사에 가서 교육을 받는다 했을 때도, 내가 미군 연합작전에 참여했을때도.
그러나 그런 경우는 직접적으로 본인의 힘을 이용해 말리진 않았었는데 그토록 바래왔던 해외 파병은 족족 무산시켜왔다.
해외 파병은 위에 상관들이 그동안의 실적을 보고 여러 면에서 적합하다고 생각되면 지시가 내려온다.
그만큼 인정받는다는거지, 난 그걸 쭉 바래왔고. 민윤기도 안다.
윤기는 자신의 능력 외에 배경으로 일 처리 하는 것을 싫어한다.
아무래도 윤기 할아버님, 아버님의 명예에 누가 될까 조심하는 것이기도 하고 원래 독립심이 강하기도 하니까.
윤기가 군에 들어와서 유일하게 자신의 배경을 이용한 것이 내 해외 파병을 막는 일이었다.
그만큼 끔찍히 싫어한다는 걸 , 그 이유도 알고 있지만 포기가 되지 않는다.
늘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고, 보여주고 싶고, 보여줘야 했고 난 그런 인생을 살아왔으니까. 지금도 여전하고.
그러나 결국 난 이번에도 민윤기에게 넘어갔다. 두 손 두 발 다 든거지 또.
그래서 지금 소심한 반항중이다, 뒤끝 작렬하기, 연락 무시하기, 빈정거리기 등등. 물론 무서워서 세게 나가지도 못한다.
"그럼 남자친구한테는 화난 게 있습니까?"
"어디 그게 겨우 화났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남자친구가 많이 무서우니까 좀 봐달라는데 말입니다."
"그 분 여자친구가 언젠간 기필코 갈거랍니다."
"한 마디를 안 지네요. 인천 조심히 잘 다녀오세요. 김탄소 상사."
*
"씨이 진짜, 민윤기 그 새끼가 내 출셋길 다 막고 있어. "
"해외 파병 민대위님 담당도 아니신데 언제 또 보셨대 그걸."
"그니까 지가 담당도 아닌데 왜 나를 까냐구우우!"
"야. 넌 그대로 있다가 민대위님이랑 결혼하는게 네 최고의 출셋길이야."
"너나 해 결혼. 그래서 내일 몇시 출발인데 우리,"
"새벽 7시 출발. 가서 또 장부 정리하고 인계 받고 어휴, 기 쪽쪽 빨리고 오겠구만~."
"거기 이번에 담당자 개또라이로 바꼈다며. 박지민이 죽을라고 한다던데."
"아 맞아, 김 뭐라고 했는데 하여튼 지는 설렁설렁한데 또 아래 사람은 잘 쪼인대. 어느 장단인지. 가기 싫어 죽겠네 아주."
"난 차라리 거기가 나아. 민윤기보면 얄미워서 말도 곱게 안 나가는데 뭘."
*
'난 차라리 거기 나아. 민윤기보면 얄미워서 말도 곱게 안 나가는데 뭘.' 이라고 말했던 나란 년을 매우 치고 싶다. 격렬하게 치고 싶다.
박지민이 엄살이 심해서 김태형을 과소 평가했던 나의 어리석음을 이제 몸소 깨닫고 있다.
군수 물품 계획서와 그 장부 정리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작은 숫자 하나라도 잘못 계산하면 위에서 '이러니까 국방비가 다 새어나가는거다.' '담당자 불러와라' 난리브루스를 피우고 그럼 우린 왕창 깨지는거다.
깨진다는 말로는 부족하지, 먼지가 된다고 하는 편이 더 적합하겠다.
국방비가 이거 때문에 샜냐, 니네 뒷주머니 털면 새어나간 국방비가 다시 돌아오겠구만.
이런 말 마음 속으론 백번천번 되뇌이는데 절대 입 밖으로는 꺼낼 수가 없다.
어쩌겠나, 까라면 까는게 아랫 사람이지.
근데 내가 살다살다 저런 담당자는 처음 본다.
지금 다들 열 몇시간 째 눈알 빠지게 일하는데 지는 혼자 반쯤 드러누워서 핸드폰을 보면서 낄낄 웃거나 과자를 먹거나 나갔다 들어온다.
그리고 와서 하는 말이 '일을 왜 이렇게 효울성있게 못 합니까아아ㅏ~' .
그러는 너는 효율성있게 일 하셔서 그 돈 받고 여기서 과자먹습니까?
참아야지, 참아야지 하면서도 입에 힘이 들어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우리 부대 유명한 꼰때 원사와도 서글서글 잘 지내는 호석이의 낮빛이 검은 색으로 변한 건 아마 세 시간 좀 넘었을거다.
내 맞은편엔 박지민이 눈을 감은건지 뜬건지, 살아있는건지 죽은건지 모를 표정과 함께 기계적으로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아, 난 원래 지금쯤 비행기에서 막 내려야 하지 않나. 여긴 어디이고 난 누구인가.
"자 다들 밥은 먹고 합시다. 한 시간 뒤 다시 모이세요."
"아 그리고 김탄소 상사는 나랑 같이 식사하죠."
"...저 말이십니까?"
"네, 너요."
*
"윤기 형이랑 만나는 사이죠?"
"...네, 그렇습니다."
"말 딱딱하게 할 필요 없어요. 윤기 형 나랑 친해요."
"친하셔도 전 여기 사적으로 나온 게 아니어서 말입니다, 말 높이겠습니다."
"그냥 여자 민윤기네. 난 딱딱한 사람 재미 없어서 안 좋아하는데."
"맘에 안 들어서 죄송합니다."
"근데 우리 탄소씨는 맘에 드네. 아주 맘에 들어요."
"..감사합니다."
"지금 속으로 미친 새끼라고 생각했죠?"
"아닙니다."
순 또라이 새끼네 이거.
한 시간 안에 모이자더니 먹는데 족히 두 시간은 걸릴 코스요리를 나한테 맥이는 또라이 새끼, 아니 김태위 중위다.
차에서 내릴 때 차문을 열어주고, 의자를 빼주고, 날이 추우니 직원에게 부탁해 물수건을 데워오는 등 난 부담스러울 정도의 대접을 처음 만난 상관에게 받고 있다.
남자친구인 민윤기도 안하는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에피타이저로 나온 스프를 한 스푼 뜨는데 귀신같이 김태형 입에서 민윤기란 이름이 나온다.
예상치 못한 언급에 빤히 김태형을 쳐다봤다. 애가 어떻게 민윤기를 알지?
그러자 김태형은 아, 나 빤히 보면 부끄러운데. 라는 미친 소리와 함께 민윤기와 친하다고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윤기에게서 김태형이란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썩 믿음이 가진 않는다.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자라는 마음으로 고개를 음식에 파묻을 기세로 먹기만 했다.
나중에 물어봐야지. 이 또라이를 어떻게 아느냐고.
"파병, 추천받고도 못 갔던데. 아쉽겠어요."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뭐 어떻게 알았던간에. 나 같아도 아쉽겠네, 좋은 기횐데. 그쵸?"
"...괜찮습니다, 전 제게 주어진 일에 충실할 뿐입니다."
"오, 방금 그 말 멋졌어요. 어디 적어둬야지."
어디서 이렇게 주워 듣고 온 게 많은지, 아니면 일부로 찾아낸건지.
나에게 샐러드를 덜어주면서 파병 얘기를 꺼낸다.
생긋생긋 웃으면서 아예 자기 앞에 있는 그릇들을 옆으로 치우고 턱을 괸 채 물어온다.
민윤기 얘기야 친하니까 나왔다 치고, 내 일과 관련된 부분까지 알고 있는 김태형 중위가 상당히 거슬린다. 불쾌하다.
직속 상관도 아니고 오늘 처음 본, 그리고 앞으로 하루 더 보고 올해 볼 일 없는 그런 사람이 내 일을 알고 있는 건 당황스러움과 동시에 짜증나는 일이다.
아까부터 불편했던 자리가 이젠 짜증나는 자리로 한층 더해져있었다.
더 이상 김태형 중위를 앞에 두고 밥을 먹기가 싫어서 일어나려던 찰나였다. 식사 다 하셨으면 저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파병, 내가 보내줄까요?"
"...예?"
"내가 보내줄 수 있는데. 갈래?"
김태형 중위님 등장! & 암호닉 ♥ |
프롤로그엔 민대위님이, 1화엔 김중위님이 나오셨네요! ㅎㅎㅎㅎ 김중위님이 파병 보내주신다니....탄소들 (동공지진) (탄들짝) 윤기가 정석 군인이라면 태형이는 군인 같지 않은 군인이죠? ㅎㅅㅎ 아 그리구 호석이와 지민이는 모두 같은 직급인 상사로 동료에여! 셋이서 삼총사! 그거때매 민대위님이 질투를 많이 하시지만 ㅠ 그래도 후임들 워낙 잘챙기시는 민대위님은 인기쟁이~ 앞으로 남은 멤버가 석진이 남준이 그리고 아직 직접적으로는 안 나온 정국이가 남았네요! ^-^ 그럼 다음 화도 어떻게 될 지 기대해주세요! 프롤로그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어두웠던거같아요 1부까지는 적당히 어두움과 밝음을 오갈 예정입니다 ㅎㅎㅋㅋㅋㅋㅋ 2부부턴....(먼산) 아 그리고 암호닉 신청은 항상 감사히 받습니다! ^-^ * 이 부족한 글에 암호닉 신청해주신 여군 탄소* [가을, 0103] 감사합니다 @-@ (감동) (눈물) (주먹오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