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성용 ]
" 야. 너 뭐해!! "
" 좀 보자~ "
그렇게 오랜만에 만난 것도 아닌데 오랜만이라며, 누구랑 연락했는지 보자며 다짜고짜 내 휴대폰을 뺏어드는 성용이. 내가 다시 휴대폰을 가져오려고 아등바등 달려들자 코웃음을 치며 여유롭게 요리조리 피한다. 나쁜 놈…. 이런 걸 소꿉친구라고. 아무리 우리가 친하다고 해도 이건 사생활이잖아!!
" 한명, 두명, 세명… 뭐야. 너 왜 이렇게 남자가 많냐? "
" 니가 무슨 상관이야!! "
" 왜. 여자친구 남자 관리 좀 하겠다는데 문제 있어? "
여자친구? 여자친구? 내가 언제부터 기성용 여자친구였다고. 말이 헛나왔겠지?
그러면서도 얼굴이 빨개지는 게 느껴진다. 아 난 무슨 상상을 하는 거야 지금 !! ….
" 여…여자인 친구라고. 다른 생각 하지마. "
자기도 민망한지 급히 사태를 수습하는 성용이. 나도 민망하니까 그냥 휴대폰이나 돌려줘. 근데 기성용 당황하는 모습 되게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얼마나 귀여워. 그니까 내 앞에서만 당황해야 …잉?
" … 됐고 빨리 돌려주기나 해. "
돌려달라는 내 말은 쿨하게 무시하고 키득거리며 내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하는 성용이. 설마 앨범 보나? 불안해서 뭘 하는지 보려고 하니 또 요리조리 몸을 피해서 보여주지 않는다. 밉상아!!
한참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포기하려는 찰나에 성용이가 갑자기 내 휴대폰을 내 손에 쥐어주더니 화면을 톡톡 친다. 보라는 뜻이겠거니 하고 휴대폰 화면을 보니… 익숙한 번호가 남자친구라고 저장되어있다. 뭐 하는 거야…?
" 남자친구에 하트 붙이려다가 뻘쭘해서 말았다. 이제 나랑만 연락해 "
[ 조준호 ]
" 이게 낫나 저게 낫나 "
" 저거. "
옷을 골라달라고 나를 시내로 불러내는 준호. 한두번 부르는 건 이해하는데 너무 자주 부르는 거 아냐?! 귀찮다고 하면 삐칠까봐 안 나가지도 못하고. 내가 무슨 전속 코디네이터인가봐….
" 이게 괜찮지 않나. 색깔도 화려하고 좋네 "
내가 다른 게 낫다고 골라줬는데도 굳이 다시 한 번 이건 어떻냐고 물어보는 준호. 솔직히 그거 촌스럽거든….
" 저게 괜찮다니까. 이 누나 말 들어라? "
" 알았다. 누나 말 들어야지 어쩌겠노 "
나를 이렇게 귀찮게 불러놓고 내 말 안 들으면 다시는 안 나오겠다는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나의 살벌한 눈빛을 이해했는지 씨익 웃으며 내가 골라준 옷을 가지고 계산대로 가는 준호.
-
" 여자친구분 예쁘시네요 "
" … 예? 여자친구 아닌데 "
계산을 하던 와중 갑자기 준호에게 말을 건네는 점원. 여자친구 아닌데요….
그러니 둘이 잘 어울리니까 잘 해보라고 한다. 우린 친구일 뿐이에요. 친구!!
" 진짜 커플처럼 손이나 잡고 나가보자 "
나를 장난기있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다가오더니 내 손을 잡는 준호. 왜 이래.
…설레게.
[ 이용대 ]
" …? "
정신을 차려보니 용대 어깨에 기대서 자고 있었던 나. 내 머리가 얼마나 무거운데 어떻게 묵묵히 견디고 있었던 거야. 그냥 목이 꺾이든 창문에 머리를 부딪히든 가만히 내버려두지….
" 침까지 흘리면서 자더라. 많이 피곤했어? "
" … 나 잠 많은 거 알면서. "
피식 웃으면서 말하는 용대. 이상하게 차에 타면 흔들림의 세기가 일정하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잠이 온단 말이야….
" 그래. 너 잠 많은 건 알아줘야지. 옛날부터 계속 나한테만 기대서 잤잖아 "
맞아. 이상하게 너랑만 있으면 잠이 왜 이리 오는 건지. 전에 우리 짝이었을 때 내가 너한테 기대서 자다가 선생님이 둘이 연애하냐고 하셔서 난리났었잖아. 근데 친구한테 얘기 들어보니까 그 때 원래 내가 너한테 안 기대서 자고 있었는데 내가 불편해보였는지 니가 내 머리를 너 어깨에 기대게 했다고 하던데…. 너 혹시 이번에도 그런 거 아니지?
" 넌 어떡하냐. "
" 왜? "
" 내가 너 침 흘리는 모습부터 시작해서 추한 모습 다 봤는데 시집은 다 갔네. "
내 맨얼굴, 집에서 혼나서 쫓겨나는 모습, 좋아하는 친구한테 차였다고 엉엉 우는 모습…. 정말 추억 되게 많네. 근데 너도 나한테 추한 모습 많이 보였거든?!
" 나도 너 추한 꼴 많이 봤는데 넌 장가 어떻게 갈래? "
" …너한테 가면 되지 "
[ 이대훈 ]
" 대훈아. 나 술 사줘 "
" …술? "
남자친구에게 차였다. 다른 여자가 생겼다나 뭐라나. 왜 나한테 이런 시련을 주는 건데…. 울적한 마음을 달래려 대훈이에게 술을 사 달라고 했다. 평소에 술을 잘 마시지도 않고 뭔가를 사달라고 한 적도 잘 없었는데 내가 갑자기 이러니 대훈이는 말없이 내가 원하는 대로 해 줬다. 내가 따로 말하지 않아도 나를 이해해주는 대훈이.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라서 그런가.
" 그니까 그 놈이 …다른 여자 생겼다고 내가 매력없다고… "
" 그러길래 내가 뭐랬어. 그 남자 별로랬잖아 "
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이 화나는 건지 대훈이는 굳은 얼굴로 내 이야기를 듣는다. 그래도 그 때는 그 사람이 나만 사랑해 줄 줄 알았고 영원할 줄로만 알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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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대훈아. 너 나 아직까지 좋아하는 거 아니지? "
" … "
중학생 때 대훈이가 나에게 한 번 좋아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친구로만 생각하던 아이가 갑자기 좋아한다고 해서 당황한 나머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넘겨버려서 지금까지 왔다. 설마 아직까지 좋아하지는 않겠지?….
" 미안. 내가 술 취해서 정신이 없나보다. 괜한 걸 물었네 "
" 그래. 바보야 "
" …? "
" 아직 좋아한다고. 바람도 안 피우고 너만 좋아하는 사람이 여기 있는데 왜 못 알아보냐고. "
[ 구자철 ]
" 어 구자철 키 많이 컸다? "
" 넌 여전히 작네 "
" 뭐? 이씨…. "
오랜만에 동창회에서 아이들을 만났다. 중학교 때와는 달리 키가 쑥 커서 나타난 자철이. 그 땐 나랑 비슷했는데…. 전화통화로 자기가 키 크다고 자랑하는 걸 듣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자존심 상해. 야 어떻게 그렇게 컸어? 하고 묻는 아이들에게 우유에 밥까지 말아먹고 보약도 먹고… 하며 진지하게 말하는 자철이. 징하다 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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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얘들아 진짜 이건 아니야…. "
어느덧 자연스럽게 술을 먹는 분위기로 흘러가서 게임을 했는데 첫 번째 희생양이 내가 됐다. 나 술 못 마신단 말이야…. 근데 여기서 술 못 마신다고 하면 분위기 완전 싸해지는데. 어떡하지? 난처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마셔라! 마셔라! …도무지 봐줄 생각은 없어보이는 아이들.에휴. 어쩌겠어. 처음으로 마셔봐야겠다…. 나 취하면 너네들이 데려다줘야 돼!!
" 얘 술 못 마신단 말이야 "
그 순간 누군가가 한숨을 쉬며 잔을 들이키려는 내 손에서 잔을 빼앗아간다. 다름 아닌 자철이. 내가 술 못 마신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나보네…. 흘러가는 말로 했던 것 같은데. 그러니 자철이와 무슨 사이냐고 놀리는 아이들. 왜. 소꿉친구다. 부럽냐?
오글/똥손 콤보네요!!!!!!!!!!!!!!!!!!!!!!!!!!!!!!!!!!!!!!!!!!!!!!!!!!!!!!!!!!!!!!!!!!!!!!!!!
똥글이라고요? 알아요.. 죄송해요..
그래도 댓글 얼마 없으면 상처받을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