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진정해. 내가 죽어? 그냥 감기야. 계속 야근해서 그런가봐. 괜찮으니까 나가봐.”
“그래도..”
“쓰읍-”
나가라는 무언의 우현의 표정에 결국 호들갑만 떨다 나와 버렸다. 아무래도 점심시간에 성열이랑 명수랑 약국에 들려 종합 감기약을 사와야 할 노릇이다.
*N
팀장 인수인계 받고 일주일 내내 야근을 한 탓일까. 안 걸리던 감기에 걸린 것 같다. 김성규한테 큰소리 뻥뻥 쳤지만 생각보다 상태가 좋지 않다.
“회의 시작합니다.”
요번 회의의 안건은 새 브랜드 영업 부진. 김팀장이 지인의 브랜드라며 무턱대고 들여온 것이 화근. 왜 일은 김팀장이 치루고 뒷수습은 내가 해야하는 건지.. 따박따박 하나하나 집어가며 시비를 거는 저 못된 인사부 팀장놈. 내가 한 일이 아니라는 걸 뻔히 알면서 내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계속해서 딴지를 거는 꼴이 영 아니꼽다.
신팀장이 이렇다 저렇다 이 돈 어떻게 매꿀것이냐- 등등 말들 사이로 김성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신팀장님도 아시겠지만 이번 안건에 관한 주 인물은 남우현 팀장님이 아닌걸로 알고있습니다. 김팀장님께서 해외로 발령 받기 전에 자신의 지인의 브랜드라며 팀원들과의 상의 없이 브랜드를 올린것인데 그게 왜 남팀장님 탓인지 모르겠습니다. 그 브랜드의 영업 부진이 마음에 안드시는 거라면 제가 기꺼이 김팀장님과 연결 시켜드리겠습니다.”
저 화상..
“야!!...아니 성규씨 왜그래!!..”
옆에서 김명수가 말리거나 말거나 하고 싶은 말을 끝맺은 성규는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연신 씩씩거린다. 아이고 성규야..
“김성규 인턴. 아마 무역 회사에서 일을 했었다고? 그런 인재가 왜 백화점 따위에, 그것도 인턴으로 들어온건가? 직장이 장난인가?”
얼굴이 발게진 채 차마 직장 상사라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김성규의 모습을 보자니 한숨이 나온다. 꼭 저렇게 자기 화에 못 이겨 이야기를 해놓고 뒷수습을 못했단 말이야.
“신팀장님. 그만 하시죠. 김성규 인턴 교육 다시 시키도록 하겠습니다.”
“흠 교육이 잘못된걸 알긴 아는구만.”
“하지만 신 팀장님. 인턴이라지만 엄연히 저희 팀원입니다. 김성규 팀장이 사정이 있어 우리 회사로 온 것인지 어쩐지는 신 팀장님이 신경 쓰실 부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니..지금..”
“또한”
“......”
“회사에 애정 없으신가 보내요. 고작 백화점 따위라고 말씀하시는 거 보니. 오늘 회의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의미없었네요. 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우물쭈물 신팀장의 눈치를 보다가 회의실을 나서는 나를 따라 박대리가 박차고 나오니 우리팀원들이 하나 둘씩 나온다. 하나 둘 나오는 팀원들을 사무실에 보내고 인턴들이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어째서인지 나오질 않는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성규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그게..”
“성규님, 아무리 화가 나셔도 그렇지 그 상황에서 나서시면 어떻게요. 성규님도 정직원 되셔야하는데 벌써부터 이런 일로 눈도장 찍어봤자 좋은 일 하나도 없어요.”
“성열아아..”
“말꼬리 늘리지마세요 하나도 안 예쁘니까.”
“성열..”
“김성규씨? 잠깐 저 좀 보시죠.”
이성열 앞에서 말꼬리나 늘리고. 나이차이 적지 않게 나면서 한마디도 안하고 서있는건 무슨 심보야?
“아아.. 아파 우현아.”
잡은 성규의 손목이 빨게진걸 보니 아팠던 머리가 더 지끈거리는 기분이다. 그러게 누가 이성열이랑 그러고 있으래? 우현아 왜그래? 많이 아파? 너 때문에 아프다 이 자식아.
“왜그러냐니까..”
“하..앞으로 나서지마. 괜히 너만 힘들어져. 알겠어? 김유진 팀장건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넌 네 일이나 열심히 해. 이성열이랑 그만 노닥거리고.”
“노닥거리다니..성열인 나 걱정해준건데..”
성열?성열이? 언제부터 둘이 그렇게나 친하셨다고 말까지 놓으셨네-
“가 봐. 나 머리 아파. 김팀장이 넘기고간 자료 정리해서 오늘 안에 가져와.”
“에에? 그 많은걸 언제 다 정리해..”
“이성열 인턴이랑 김명수 인턴이랑 같이 하면 되잖아.”
김팀장이 넘기고간 자료가 한두개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자료가 굉장히 두서없고 정신 없다는 것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팀원들이 모두모여 정리해도 모자를 판인 자료를 인턴 세명에서 정리하라고 했으니 아마 오늘 야근을 해도 끝내지 못할거다. 괘씸해. 어디한번 오늘은 잠못자고 같이 야근이나 해보라지? 근데 나 왜 이러지. 아파서 정신이 없나보다.
나가라는 소리에도 자료 정리가 마음에 걸렸는지 손가락만 꼼지락 거린 채 정수리를 보이며 서있는 성규에게 나가라고 말하니 우물쭈물 하며 팀장실을 나선다.
“하..언제 다 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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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는 월,목,(일) 에 우현 성규 우현 성규.. 순으로 이루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