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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뀰 전체글ll조회 3609l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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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최초의 기억은 무엇인가. 놀이터에서 해맑게 뛰놀던 기억, 가족들과 어딘가로 여행을 갔던 기억. 혹은 어딘가에서 홀로 울고 있던 기억.


그러나 여주는 가이드 센터에서 센터장으로부터 애정어린 꾸지람을 듣던 것이 그녀의 첫 기억이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보통 센티넬과 가이드의 발현 시기는 16세에서 18세 정도이다. 그러나 여주는 기억도 나지 않는 그 어린 시절부터 가이드로 발현해서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센터에서 살아왔다.


한국 센터는 국방부의 소속 아래 3개의 센터로 나누어져 관리되고 있다. 센티넬 센터, 가이드 센터, 그리고 의국. 이 세 센터는 서로를 마주본 원형의 형태로 건물이 지어져있으며 가운데에는 이들이 사용하는 공원과 숙소가 존재한다. 센터장은 각 센터마다 한 명씩 존재하며, 가장 상위에 있는 국방부 장관이 모두를 관리한다. 사실 처음부터 센티넬과 가이드가 국방부 소속은 아니었다. 약 20년 전, 자신의 능력을 사랑하던 센티넬이 반정부군에서 일으킨 대폭동 진압 임무에 나간 적이 있었다. 자신의 동료들이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처한 센티넬이 폭주를 일으켰다. 안타깝게도 그곳은 민간인의 터전이었으며, 가이드조차 의식을 잃은 상태라 그 센티넬은 그곳에서 폭주를 하다 차가운 죽음을 맞이했다. 그 뒤로 민간인들은 센티넬에 대한 반감을 가지게 되었으며, 이러한 이유로 에스퍼(센티넬과 가이드를 통칭하는 의미로 쓰인다)와 민간인은 분리 조치되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민간인은 에스퍼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      *      *



여주는 어릴 때부터 가이드 센터에서 자라왔다. 아무리 어려도 15세의 청소년부터 센터에 들어왔기 때문에 교육시설이 마땅하지 않았으며, 또래의 에스퍼도 존재하지 않았다. 여주에게 연민을 느꼈던 가이드 센터장이 어머니처럼 여주를 돌봐주셨으며 이는 점차 깊은 유대관계로 발전했다. 언제나 '우당탕탕'이라는 음성어처럼 살던 여주를 지켜보다 못한 센터장으로부터 살아가면서 필요한 지식들은 모두 가이드 센터장으로부터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주야, 이건 그렇게 하면 안 된다니까? 계란 후라이를 냄비에! 그것도 참기름으로 부치는 애가 어딨니"

"아니... 그냥 해먹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나름 뭐라도 해보려고 한 건데"

이처럼 사소한 요리와 관련된 것부터

"......"

"여주야, 이건 무서운 게 아니야. 드디어 네가 성장했다는 증거란다. 나는 네가 오늘을 혼란스럽고 무서운 날로 기억하지 않으면 좋겠어."

여성으로서의 날이 시작된 날도,

"아니 밥은 먹어야지 응? 너 이러다가 굶어 죽을 거야?"

"저번에 의국 센터장님이 저보고 통통해졌다고 했단 말이에요! 오늘부터 다이어트 결심했어요"

"뭐? 선호 걔가 그랬어? 아니야 우리 여주가 얼마나 지금이 예쁜데."

다이어트를 결심할 때도 모두 가이드 센터장이 여주의 어머니와 같이 애정을 주었다.

실제로 센터에서 가이드 센터장은 일명 '여주 맘'으로 불렸으며, 시도때도 없이 여주에게 장난을 치는 의국 센터장은 '여주 막내삼촌'이라고 불렸다. 여주는 비록 어릴 때부터 센터에서 외롭게 자랐지만, 이들이 있음으로써 외롭지 않을 수 있었다.



*        *        *




여주가 18세가 되던 해였다. 다른 날과 다름없이 가이드 센터장실로 향하던 중에 심상치 않은 센터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평소와는 미묘하게 다른 분위기, 무시할 수는 있지만 무시가 안 되는 묘한 느낌이 들었다. 오늘 센터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센터장에게 말해줘야겠다고 생각하며 센터장실의 문 앞에 선 순간, 안에서 들리는 언성 높은 목소리가 여주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그 아이는 아직 어립니다. 고작 18살이라고요. 어딘가에 소속돼서 임무를 나가기엔 너무 어리고, 여립니다."

"그래도 그 능력치를 가지고 있는데, 당연히 국방부 소속인 아이 아닙니까. 지금 국가에서 인재가 필요한 시기인데, 이대로 감추시겠다고요?"

"...그치만, 제가 있는 한 그 아이는 남들과 똑같이 20살부터 팀에 천천히 소속될 겁니다. 제가, 가이드 센터장인 한 여주는 지금부터 팀에 소속되지 못하게 할 겁니다."

"제가 이런 식으로 하라고 그 자리에 앉혀둔 건 아닐 텐데요. 고작 그 아이 하나가 뭐라고 센터장님께서 이러시는지 모르겠군요. 무려 SS급 가이드입니다. 언제까지고 기한을 드릴 순 없어요. 당장. 지금 당장 알파팀에 합류시키겠습니다. 알파팀이 위험하다는 걸 아시면서 이러시는 건 센터를 배반하는 반정부적 행위라고 확대해석이 될 수도 있어요, 잘 생각하세요."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며, 가이드 센터장과 국방부장관의 언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가이드 센터장이 본인 때문에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멈칫했다. 지금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가. 가이드 센터장, 당신의 신념을 지킬 수 있도록 뒤돌아 도망쳐야 하나, 아니면 당신을 지키기 위해 내가 당장 팀에 들어가겠다고 해야하나. 가만히 서서 이도저도 하지 못할 때쯤, 다시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내일 팀 가이드로 배정하겠습니다. 센터장님께서도 동의하신 거라 믿고, 이만 나가보도록 하죠. 손님이 오신 것 같네요."


천천히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지더니 문이 열리고 국방부장관이 나왔다. 굳어있는 여주를 본 그는 잠시 멈춰서서 인자해보이는 미소를 지은 뒤, 여주의 오른쪽 어깨를 두 번 가볍게 두드리고 유유히 멀어졌다. 이건 잘 부탁한다는 격려였을까, 너는 아무것도 하지 못할 테니 가만히 있으라는 위협이었을까. 멍하니 서서 의미를 해석하다가 바라본 센터장실은 엉망이었다. 서류는 흩날려있으며, 센터장은 울음 가득한 미소를 짓고 여주를 맞이했다.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여주야, 이리 와서 한 번만 안아볼까?"

여주를 안고 있는 센터장은 무언가 초조하고 불안해보였다. 팀에 합류하게 되는 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가. 어찌하여 센터장은 울고 있으며, 나를 보내지 않기 위해 이리도 애를 쓴 것일까.

짧지만 긴 포옹을 끝낸 센터장은 무언가를 다짐한 듯한 눈빛이었다.


"잘 들어. 물론 가이드가 팀에 합류한다는 건 좋은 의미야. 여주 너는 높은 등급의 가이드인 만큼 더 높은 팀에 합류할 수 있을 거니까. 아마 우리 여주를 지켜주고 예뻐해주는 팀원들도 생기겠지. 그치만 현장은, 매우 위험하단다.

어두운 잿빛 도시가 너를 집어삼킬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을 거야. 어쩌면 충격적이겠지. 여주는 등급이 높은 만큼 고위험 임무를 맡게 될 텐데 나는 그게 걱정이란다.

그래도 우리 여주, 늘 건강하겠다고 이젠 팀을 만나 안정을 찾을 거라고 그렇게 믿고 있을게. 그래도 괜찮지?"



고개가 천천히 자동적으로 끄덕여졌다. 지금 자신이 그렇다고 대답하지 않으면, 센터장이 불안해할 것 같았다. 항상 나의 안위를 걱정해주는 당신을 위해, 당신의 안위를 위해 내가 이젠 센터를 위해 일하겠다는 다짐을 내보였다. 가이드 센터장은 누구보다도 센티넬의 가이딩 문제에 민감하고 신경을 쓰는 사람이었다. 직접 앰플을 주기적으로 추출할 정도면 말은 다 했다고 본다. 그런 그녀를 위해 여주는 가이드로서 센터에서 일하게 된 것이 나름 뿌듯했다.



*       *       *




"인사해. 이쪽은 알파팀, 그리고 이쪽은 가이드 김여주."


[방탄소년단/센티넬] 빌런 가이드 01 | 인스티즈

"안녕하세요. 팀장 김남준입니다. 21살 사이코키네시스고요."





[방탄소년단/센티넬] 빌런 가이드 01 | 인스티즈

"정호석. 팀장이랑 동갑이고, 빙결. SS급이에요. 잘 부탁해요"




[방탄소년단/센티넬] 빌런 가이드 01 | 인스티즈

"리커버리 박지민. 아픈 곳 있으면 언제든 와요."


"안녕하세요. 팀 가이드 김여주입니다. 열심히 할게요."


그들의 다정하면서도 무정했던 첫 만남이었다.



*        *        *




생각했던 것보다 일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었다. 인사를 가볍게 나눈 뒤, 원래 가이드 전용 숙소에 있던 짐을 알파팀 숙소로 옮기기까지 2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지금껏 내가 살아온 가이드 전용 숙소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알파팀의 숙소는 호화로운 저택 느낌이었다. 인원이 총 4명밖에 안 됨에도 불구하고, 각 방에 개인 화장실이 하나씩 있었으며, 큰 TV와 빔 프로젝터가 따로 설치된 넓은 거실. 그리고 요리를 잘 하지 못하는 여주의 눈에도 탐이 날 만큼 깨끗하고 정돈된 부엌 그리고 다용도실까지. 그저 40평대의 가정집을 생각했던 여주를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70평의 호화로운 저택을 상상하도록 만드는 집이었다.


[방탄소년단/센티넬] 빌런 가이드 01 | 인스티즈

"방은 여기 사용하시면 돼요. 저희도 하루 전에 통보 받은 입장이라... 다른 준비는 못 해뒀어요. 필요한 거 생기시면 언제든 편히 말해주세요."

"아, 네. 감사합니다. 혹시 그럼 다른 팀원들 방 위치는 어떻게 될까요? 가이딩하려면 알아야 하니까요."

"현관이랑 가장 가까운 방이 호석이, 여주 씨 앞이 제 방 그리고 옆은 지민이 방이에요. 이건 팀 가이드 전용 워치니까 언제든 차고 계셔야 해요. 그럼 쉬세요."

"...저기 팀장님!"

"..."

"말 편하게 해주세요. 빨리 적응하고 싶기도 하고..."


[방탄소년단/센티넬] 빌런 가이드 01 | 인스티즈

"그럴게, 여주야. 얼른 쉬어. 내일 일어나서 보자."



우습게도 말 하나 편하게 하자고 말하는 게 그리도 어려웠다. 지금까지 센터에서 홀로 외톨이로 자랐던 여주였기에 누군가와 함께 살고, 함께 무언가를 공유한다는 일이 꽤나 큰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었다. 아무리 가이드 센터장이 여주를 챙긴다고 해도 부모의 역할과 또래의 역할은 엄연히 다른 것일 수밖에 없었다. 여주는 그저 알파팀에서 자신을 받아들여주기를, 자신 또한 알파팀의 진정한 일원일 수 있기를 바라며 남은 짐을 풀어냈다.

여주를 맞이한 알파팀의 상황도 여주와 다를 바가 없었다. 능력의 등급이 높지만 그들을 뒷받침해줄 가이드가 존재하지 않아 꽤나 골머리를 앓던 차에 센티넬 센터장이 가이드를 팀에 합류시키겠다고 하루 전에 통보해왔다. 희소식을 안고 간 차에 마주한 가이드는 많아야 18살 정도 되어보이는 작고 어린 여자 애였다. 고작 3살 차이라도 그 나이 때에는 마치 10살 차이처럼 느껴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들은 너무 어린 여주를 보곤 약간의 거부감과 걱정이 들었다. '저 어린 애가 뭘 한다고. 어려운 현장을.'과 같은 생각이었다. 누군가는 여주가 적응을 잘 할 수 있기를 빌었고, 또 누군가는 여주가 자신들과 가까워지지 않기를 바라며 잠에 들었다.

그렇게 같은 곳에서, 서로 다른 걱정을 안은 채로 밤은 흘러갔다.


PROFILE: TEAM ALPHA

[방탄소년단/센티넬] 빌런 가이드 01 | 인스티즈

NAME: 김남준, 팀장

CODE: RM

AGE: 21

ABILITY: 사이코키네시스 SS+

손을 대지 않고 물체를 움직이는 현상, 능력의 총칭으로 에너지, 물질 등을 조절할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 에너지를 조종해 방어막을 구축할 수도 있으며, 반대로 순간적인 힘을 이용해 염력으로 공격을 할 수 있다. 상위 능력자 센티넬일수록 능력 사용이 자유롭고 무한하며, 이들은 방어를 할 수도 공격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방탄소년단/센티넬] 빌런 가이드 01 | 인스티즈

NAME: 정호석

CODE: JH

AGE: 21

ABILITY: 빙결 SS

말 그대로 액체를 비롯한 물질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든 것을 냉각시킬 수 있다. 능력 제어가 안 될 시, 주변이 얼어붙거나 추워질 수도 있으며 주로 자연계 센티넬에 속한다. 상위 능력자 센티넬일수록 더 넓고, 더 광범위하게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방탄소년단/센티넬] 빌런 가이드 01 | 인스티즈

NAME: 박지민

CODE: JM

AGE: 20

ABILITY: 리커버리 SS

살아있는 것들의 회복이나 재생을 돕는다. 상처를 치유하거나 시든 식물을 살아나게 하는 등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치유계 센티넬이다. 아무리 능력치가 높아도 죽은 사람을 다시 살리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들의 능력은 오직 '살아있는 것'에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위 능력자 센티넬일수록 더욱 빠르게 치유할 수 있으며, 치유 시에 상대방은 따뜻한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방탄소년단/센티넬] 빌런 가이드 01 | 인스티즈

NAME: 김여주

CODE: JOO

AGE: 18

ABILITY: 가이드 SS+

현재 대한민국에 속해있는 가이드 중 가장 높은 능력치를 지닌 인물. 가이드는 가이딩을 통해 센티넬의 안정을 찾도록 도우며 그들의 폭주를 막을 수 있다. 센티넬은 가이드가 없을 시, 그저 방전되어 가는 건전지에 불과하다. 가이드마다 가지고 있는 파장이 달라 센티넬과의 상성이 맞을 수도,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상위 능력자 가이드일수록 그들의 가이딩을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으며, 가이딩을 채워주는 것만이 아니라 뺏어오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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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귤뀰입니다 :)

요즘 센티넬 세계관에 빠진 탓에 자급자족 해보고자 글을 쓰게 되었어요. 부디 여러분께도 기억에 남는 글 중 하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지만 아직은 성급한 바램인 것 같네요.

너무 늦어지지 않게 연재 텀을 잘 조절해서 들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5화 정도가 넘어가면 다른 곳에서 연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램도 있습니다.

그럼, 다들 부디 안온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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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8.145
왁 작가님 저도 최근에 센티넬 세계관 처도리가 되어가지구..! 넘 기대됩니당 앞으로 올리실 글도 기대할게요 오늘 넘 재밌었어요!!💖
3년 전
귤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도 센티넬 버스 진짜 좋아해요! 다음에도 자주 뵈면 좋겠어요 XD
3년 전
독자1
우연히 발견했어요
센티넬물 처돌이지만 필력 딸리는 글은 읽기 어렵던데 이 글은 술술 읽혀요
너무 기대됩니다.

3년 전
귤뀰
우연히 마주쳤다니 다행스러우면서도 기분이 좋네요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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