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환:꿈과 환상 그길로 한달음에 그사람을 찾아갔다. 숨이 차 가쁜숨을 내쉬었다. 금방이라도 터질것 같은 울음을 참으며 앞으로 한걸음씩 다가갔다. 그사람 옆엔 저번에 마주친 그 사내가 있었다. 나를보고 반가운듯 인사를 하려는듯 하다 심각해보이는 내표정을보고 손을 내렸다. "무슨일로 찾아오셨습니까" "금혼령이 내려졌습니다. . ." "알고있습니다" 구준회는 너무나도 평안해 보였다 "어찌 아무렇지도 않으십니까?저희는 혼인을 약속한사이입니다. 그런데 "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조선의 법도가 그런것을. 또한 약속은 아버님들께서 하신것이지 저는 그런약속을 그대에게 드린적이 없습니다" 언제나 차가운 표정 그 말투로 구준회는 또 나를 울렸다. 그래 혼인은 아버님들께서 하신 약속이었고, 그를 향하는 마음은 나혼자. 혼자의 마음이니까 그저 나의 꿈이고 헛된 환상일뿐이었다.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눈물만 흘린채 걸음을 돌려야했다. 바보같아. 나와의 혼인을 달가워하지 않는걸 뻔히 알고있었으면서. . .오히려 금혼령이 내려진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할도 몰라 "금혼령이 내려진것이 그리 싫으십니까?" 어느새 따라왔는지 구준회옆에 서있던 그사람이 나에게 물었다. 원래같으면 왜 저를 따라오셨습니까 하고 따져물었겠지만 괜시리 내 마음을 툭 털어놓고싶었다. "싫습니다." "왜 싫어하십니까?" "아버님들끼리 결정하시긴 했어도 저는 준회도련님과 혼인을 약속했습니다. 또. . . " "준회를 연모하십니까?" 순간 흠칫했지만 이내 수긍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사람을 좋아했다. 처음 그사람과 혼담이 오고갈때 궁금증을 참지못하여 몰래 얼굴을 보러간적이있었다. 무슨 좀도둑이 된것마냥 담장을 기웃거리다 그사람을 보았었다. 무슨 즐거운 일이 있었는지 아주 환하게 웃고있는 모습이었다.
"그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참 솔직하십니다." "좋아하는것을 숨길필요가 없지않습니까" 내말에 그사내는 작게 웃어보였다. 나또한 그날의 모습이 떠올라 자연스레 웃음지어졌다. "헌데 준회도련님은 제게 그미소를 보여주신적이 한번도없으십니다. 단 한번도" 금세어두워진 내표정이 마음에 안든다는듯 찡그리더니 내미간사이를 톡 찔렀다. 놀란나는 토끼눈을뜨고 그사람을 쳐다보니 모른다는식으로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헌데 금혼령이 내린걸 너무 싫어하지마십시오. 혹여 세자저하가 알게되시면 서운해하실지도 모르는일 아닙니까" "아무리 일국의 세자저하라고 해도 어찌 제마음을 아시겠습니까. 한 번 도 뵌적 없는 분입니다" 옅은미소를 띄며 그런가?하곤 말을 줄였다. 그렇게 한참을 터벅이며 걷다보니 기분이 풀리는듯 했다.어느새 걸음은 집앞에 닿아있었다. "이만 들어가보겠습니다. 본이 아니게 시간을 보내게 되었으나 제게 위로가 되었습니다.감사합니다"
"그대에게 위로가 되어 다행입니다." 웃음이 헤픈건지 뭐가 즐거운건지 또 얼굴에 웃음을달고 얘기하는 사람이었다. "그럼 이만-" "잠깐." 저번처럼 나를 다시 막아세웠다. 무슨연유이십니까 하고 물으니 "내 이름은 한빈 입니다." "그저 지나치는 우연이라고 생각됩니다.또 만날일도 없을터인데 이제와서 이름이 무슨 소용이있습니까 " "사람일은 모르는것이 아닙니까. 그럼 그대의 이름은 또다시 우연이닿을때 듣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좋습니다" 그렇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들어가려다 고개를돌려 그사람 아니. . 한빈이 있던 쪽을 바라보니 아직 그자리에서있었다. 왜안갔데 . 내쪽으로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는 그에게 고개를 꾸벅이고 집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참 밝은사람이네" 자인이 들어갈때까지 손을 흔들어 인사를했다. 또다시 우연이 겹치면 그건 운명이지
아침에 그렇게 나간게 걱정이 됐는지 마당을 뱅뱅돌고있는 찬우가보였다. 나를 걱정하며 어찌합니까 누이가 간절히 원하던 혼인이 아니였습니까 하는 찬우에게 괜찮다고 얘기를 했다. "지원이너도 표정을 풀거라. 다들 무슨 근심이라도 있느냐? 금혼령은 너무 당연한 조선의 법도가 아니냐. 그리고 내가 세자빈이 되지않을 수도있다. 그럼 그때서. . ." 그렇게 된다해도 변하는건 없을거다. 그때도 나와의 혼인을 달가워하지 않으시겠지 "준회형님 눈이 삐셨습니다. 우리누이처럼 고운처자 한양 아니 조선팔도에 없을텐데" "맞습니다. 다들 아가씨를보면 목을빼고 쳐다봅니다!" 내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평소에 하지도않던 말들을 하는 찬우와 지원이었다. 오늘하루 참 여러사람에게 위로를 받는다. 덕분에 준회앞에서 눈물흘리던 작아지고 비참한 내모습을 덜 생각할 수 있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궐에는 가례도감이 차려지고 초간택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