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KON] 일기일회(一基一會) : 일생에 단 한번뿐인 인연
W. 클라이드
01
어두컴컴했다.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고 내 귓가에는 사이렌소리와 시끌벅적한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아, 맞아. 수능이 얼마 안남았는데 아빠랑 싸우고 나왔었지. 그래서 신호등 건너다가 차에 부딪쳤나. 차에 부딪치면 아플거라고 생각했는데 아프진않았다. 차라리 이게 나을 수도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내가 사는 세상이 지긋했었는데. 그럼 이제 편안히 쉴 수 있는건가 싶었다. 갑자기 사이렌소리와 시끌벅적한 사람들의 소리가 점점 작아지더니 내게 바람이 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눈이 따가워 천천히 뜨면 내게 보이는건 햇빛이였다. 그리고 나무가 보였다.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뭐지. 여긴 어디야? 멍하니 정면을 쳐다보는데 높은 아파트들이 있는 우리동네가 아니였다. 기왓집밖에 보이질않았다. 내가 지금 꿈꾸는건가. 갑자기 바로 옆에서 인기척이 들려와 옆을 쳐다보면 언제부터 내 옆에 앉아있었는지 날 쳐다보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이상한 가면을 쓰고 있었다. 하회탈같은 가면이였다. 나를 보는 시선이 느껴 그 사람을 향해 쳐다봤다.
" 쓰러진 것 같았는데 지금은 괜찮으냐? "
" ... 네? "
" 괜찮아보이는구나. 그대에게 궁금한것이 있는데 그 옷차림은 무엇이더냐. "
그 남자의 말에 내 옷을 봤다. 우리나라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교복이였다. 그리고 내 옆엔 항상 학교 갈때 메고가던 가방이 보였다. 하지만 그 남자는 한복을 입고 있었다. 계속 멍때리면서 그 남자를 쳐다보고 다시 내가 있는 곳을 둘러봤다. 산에 있는건가. 난 정신차리고 그 남자에게 말걸었다.
" .. 어, 그러니까 여기 어디에요? "
" 네가 지금 있는 곳을 말하는거냐. 아니면 이 곳을 말하는거냐. "
그 남자는 이곳이라고 말을 할때 턱으로 어딘가를 향했다. 내가 보던 그 광경이였다. 기왓집이 많이 있고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많았다. 생전 처음 와보는 곳이였다. 난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 그 남자를 향해 쳐다봤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바람에 휘날리는 긴 머리카락. 난 허겁지겁 정리를 하고 있는데 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다른곳에서 왔나보군. 내가 살고 있는 나라는 조선이고 여기는 한양이지. "
" .. 조선? "
그 단어가 낯설진않았다. 조선. 한국사시간에 배울때 나왔던 단어. 조선. 지금 이 상황이 황당해서 헛웃음이 나왔다. 내가 헛것을 봤나. 난 손으로 눈을 비비고는 다시 두리번거렸지만 이게 현실이였다. 내가 어떻게 이 곳에 온거지. 차에 치여서 머리가 어떻게 됐나봐. 난 아무말 없이 그 남자를 쳐다봤다. 그 남자도 여전히 나를 쳐다보고있었다.
" 얼굴상을 보아하니 계집애로구나. "
라며 내게 물어왔다. 난 아무말 없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그 남자를 쳐다봤다. 그나저나 이 남자는 누구지. 지금부터 뭘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 조선시대라면 지금 왕한테 찾아가서 미래에서 왔다고 해야되는가싶었다. 그 순간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
" 진환대군!! 어디있사옵니까?! "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환대군이라는 그 자는 천천히 일어서더니 뒤돌았다. 그리고 갈려고 발걸음을 움직였다가 멈칫하고는 나무에 손에 갖다댔다. 그리고 고개를 돌아 나를 쳐다보는 그 남자.
" 우리가 인연이라면 또 만나겠지. "
" .... "
" 난 우리가 인연이길 바래. "
그 말을 하고 바람처럼 사라진 남자였다. 느낌이 묘했다. 가면을 왜 쓴거지. 문득 아까 들은 단어가 생각났다. 진환대군. 대군이라는 단어 왕의 형제에게 부르는 호칭 아니였나. 설마싶었다. 그리고 이대로 여기에 있으면 안될 것 같아 가방을 들고 서둘러 산에서 내려왔다. 내려오니 시끌벅적했고 길거리에는 무언가를 팔고 있었다. 장터였다. 나는 천천히 발걸음을 움직이면서 이리저리 구경하고있었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아직도 정리가 안됐다. 어떻게 돌아가는건지도 모르고. 근데 왜 여기 있는 사람들 나를 쳐다보고있지. 내 옷이 그렇게 신기한가. 나도 그 사람들따라 내 옷을 봤다. 아무리봐도 그냥 교복인데. 아무생각없이 걷다가 누군가와 부딪쳤다. 짧은 비명소리를 내고 뒷걸음을 쳤다. 누군가싶어 고개를 들면 드라마에서 자주 나오던 옷을 입고 있는 남자들이 보였다.
" 수상한 옷차림을 하고있다는 계집애가 있다더니 그게 너냐. "
" 에? 저요? "
" 정말 수상하군. 이 계집애를 밧줄로 묶어라!! "
갑자기 남자들이 우르르 나와 밧줄로 나를 묶었다. 당황해서 아무말도 못했다. 어버버거리면서 밧줄이 묶인걸 보고있다가 이제야 사태파악을 하고 몸부림을 쳐봤지만 결국 밧줄에 묶였다. 그리고 내 양쪽팔을 잡고 어디론가 가는 남자들. 아, 진짜 뭐야. 나보고 뭘 어쩌라는거야. 욕을 읊조리면서 그들을 따라갔다. 걷고 또 걸어 도착한 곳.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그 곳. 궁궐이였다. 여전히 아름다웠다. 감상하면서 들어갔는데 여러명의 사람들이 보였다. 역시나 드라마에서 나오던 옷들이 보였다. 신하같았다. 그리고 저 가운데에 앉아있는 누군가. 잘안보여 얼굴을 찌푸렸으나 누군가가 내 머리채를 잡더니
" 얼른 무릎 꿇고 고개를 숙이지못할까!! "
욕나왔다. 다짜고짜 이 곳에 왔는데 이런꼴을 당해야되나. 난 하는 수 없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 전하. 수상한 계집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붙잡아왔습니다. "
뭐? 전하? 왕? 고개를 들어 전하라는 자의 얼굴을 보고싶었지만 바로 칼이 날라올 것 같아 무서웠다. 그리고 묵직하게 들려오는 목소리.
" 흐음. 옷차림이 수상하구나. 고개를 들라. "
전하의 말에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그리고 내 눈에 보이는건 앉아있는 왕. 빨간 곤룡포를 입고 있는 그. 제법 젊어보이는 얼굴이였다. 그리고 턱을 괴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일어나더니 내게 다가왔다. 기품이 있는 그의 발걸음. 나도 모르게 넉놓고 그를 쳐다봤다. 어느새 내 앞에 있더니 내게 물어왔다.
" 어디서 왔느냐. "
" .... "
" 내가 묻지않느냐. 어디서 왔냐고. "
" 아, 저기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미래에서 왔거든요? 저 방금전에 와서 아무것도 몰라요. "
" .. 미래? 그게 어디냐. "
" 그 있잖아요.. "
아.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될지 난감했다. 이럴때 머리가 안돌아가는 내 머리가 미웠다. 그의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 전하!! 요새 나라가 뒤숭숭하니 수상쩍은사람은 죽이는게 나을것사옵니다! "
" 아저씨가 뭔데 나를 죽이라고 그러는거에요?! "
순간 열받아서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순간 조용해지는 이 곳. 아차싶었다. 난 눈치를 보며 뒷걸음질 쳤다. 갑자기 여러명의 포졸들이 칼을 꺼내더니 내 목을 향해 댔다.
차가웠고 목에서 뜨거운 느낌이 들었다. 전하라고 불리던 남자는 아무말하지않고 나를 쳐다보기만 했었다. 아, 나 진짜 미쳤나봐. 그냥 죽자. 눈을 질끈 감고 있었는데 뒤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수많은 칼들이 내 목에서 떼어지고는 난 한숨을 쉬고 뒤돌아 쳐다봤다. 서양인 2명과 또 다른 포졸. 그리고 양반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전하라는 자는 한걸음씩 다가오더니
" 무슨 일인가. "
" 전하! 서양놈들이 자꾸 우리집에 와서 난리를 피웁니다!! "
양반이 달려와 전하에게 머리를 숙였다. 서양인들은 여전히 자기할말만 하고있었다.
" 저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구나. 서양말을 배운 사람도 없을터이. "
그의 말에 난 서양사람들을 쳐다봤다. 자꾸 뭐라뭐라 말하긴 하는데 간간히 들려오는 단어. 대충 알아들을 수 있었다. 난 귀담아듣고있는데 아무생각없이 말이 나와버렸다.
" .. 저 사람이랑 거래를 했다고 하는데요? "
내 말에 일제히 나를 쳐다봤다. 당황했다. 전하는 흥미롭다는듯 나를 쳐다보더니
" 그럼 저들에게 무슨거래를 했냐고 전해줄 수 있나? "
난 전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양인들에게 살짝의 바디랭귀지를 섞어 영어로 말했다. 서양인들은 자기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이 있어 감격스러운지 엉엉 울면서 무언가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옆에 있던 양반으로 보이는 자는 불안한듯 계속 식은땀만 흘러댔다. 대충 번역하자면
" .. 어, 거래를 했는데 알고보니 그게 불법거래였다는데요? "
내 말에 전하는 살짝 눈썹이 일렁거리더니 그 양반을 향해 쳐다봤다. 양반은 당황한 나머지 고개를 숙인 채 변명을 하고 있었다. 결국 그 양반은 포졸들에게 끌려갔다. 그럼 나는 어떻게 되는거지. 전하는 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 서양말을 할 수 있다니 제법이구나. 일단 너의 말을 제대로 듣고싶구나. 당장 이 아이의 밧줄을 풀거라! 그리고 날 따라오거라. "
전하의 말에 포졸들은 나를 묶은 밧줄을 풀었다. 전하는 빠르게 어디론가를 갔다. 나도 가방을 메고 전하따라 갔다. 궁궐 안으로 들어가더니 어느 방에 들어갔다. 전하는 들어가서 앉았다. 그리고 난 어찌해야될지 몰라 가만히 서있었다.
" 어서 앉거라. "
전하의 말에 전하 앞에 앉았다. 그리고 전하는 날 뚫어지게 쳐다보기만했다. 나도 똑같이 쳐다봤을까. 갑자기 크게 웃더니
" 내가 무섭지않은가보구나. "
" .... "
" 그래. 그 미래가 어딘지나 들어보자. "
난 자초지종 전하에게 미래라는 것을 천천히 설명해줬다. 처음에는 못믿겠다는듯 인상을 찌푸리더니 지금은 신기하다는듯 내 말을 듣고있었다. 그리고 내 옷차림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고나니 전하는 이제서야 이해했다는 표정을 짓더니
" 정말 좋은 곳이구나 거기는. "
" 저한테는 좋지않아요. "
사실이다. 어찌 좋다고 말할 수 있어. 내게는 하루하루가 끔찍한데. 난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왜냐는 질문을 할 것 같았는데 그저 아무말 없이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 서양말도 할 줄 알고 그러면 모든걸 알고 있겠구나. "
" .. 뭐. 대충? "
" 좋아. 그렇다면 여기에 당분간 지내는게 어떠느냐. 어디 갈 곳도 없다고 했지않으냐. "
" 그렇긴한데요. 갑자기 왜요? "
" 아바마마께서 일찍 돌아가시고 내가 일찍이 왕이 되니 이 나라를 다스리기 힘들기때문이다. 너같은 인재 한명이 내 옆에 있다면 얼마나 든든하겠는가. "
돌아갈때까진 여기에 지내도 괜찮겠지. 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곳에 나가면 내가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여기에 있으면 안전할것이라고 생각했다. 전하는 활짝 웃으면서 밖에 있는 신하를 부르더니 내가 입을 옷과 방을 마련하라는 말을 했다. 그리고 궁금한 것이 있어 전하에게 물어봤다.
" 저기 있잖아요. 궁금한거 있는데 "
" 그래. 말해보거라. "
" 그쪽한테 동생이나 형 있어요? "
" .. 왜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이냐. "
" 여기 오기전에 어떤 사람 만났는데 가면을 쓰고 있었거든요? 근데 누가 그 사람보고 대군이라고 하길래요. "
내 말에 갑자기 굳어지는 표정. 그리고 천천히 굳은 표정을 풀더니
" 가면을 쓰고 있다면 그 자가 형이 맞다네. "
" .. 아. 그렇구나. "
" 그리고 또 동생 한 명이 있다. 궁궐에는 없지만 가끔씩 오는데 안만나는게 좋을거다. "
" 왜요? "
" 뭐랄까. 만약에 내 동생이 왕이라면 백성들은 그를 폭군이라고 부르겠지. "
그렇게 무서운 사람인가싶었다. 갑자기 분위기가 다운된 것 같았다. 내가 괜히 말했나. 하지만 전하는 이제 신경안쓰는지 내게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어왔다. 내 이름을 말했다. 전하는 나를 보며 살짝 웃더니.
" 한빈(翰彬). 그게 내 이름이라네. "
TALK - ♡ |
[iKON/김동혁] 정신병동 2514호 환자 는 잠시 연재중단하도록 하겠습니다. ㅠ 시나리오가 마음에 안들어서 갈아엎고 나~중에 리메이크로 찾아오겠슴다.. 죄송해여ㅠ 이번 이 글은 설연휴인 그 주 안에 마무리하고싶은데 될지 모르겠네요! 사극이라 역시 어렵네여 8ㅅ8 나중에 또 다른소재를 더할건데.. 고민중!! 비루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함다 독자님들!!!!!! 설 잘지내세요!!! 마지막으로 지나나 생일축하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