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들이 각자 운명의 상대와 연결되어 있는 붉은 실을 볼 수 있다. 어릴 때, 난 모든 사람들이 다 붉은 실을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난 그냥 그 붉은 실을 신경 안 쓰고 놀러 다녔었다. 그러다 내가 한 초등학교 3학년쯤 되었을 때였을 거다. 오랜만에 엄마가 나를 학교로 데리러 왔고, 신이 났던 나는 엄마와 손을 잡아끌어 뛰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에 다급하게 안방에서 나온 아빠는 다급하게 옷을 주섬주섬 추스르면서 갑자기 외식하러 나가자고 하셨다. 엄마도 의아해하긴 했지만 아빠를 따라나서려고 하셨는데, 되게 이상했다. 항상 현관문으로 연결되어 있던 아빠의 붉은 실이 안방으로 향해 있었고, 또 항상 느슨했던 붉은 실이 오늘따라 끊어질 듯이 팽팽했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나는 뛰어가 닫혀 있던 안방의 문을 활짝- 열었다. 그 방 안에는 아빠와 붉은 실로 연결된 헐벗은 어떤 여자가 있었다.
어렸던 난 조금 의문이었다. 가끔 길 가다가 보는 커플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붉은 실로 연결되어 있는 경우를 본 적이 있었다. 근데 왜 우리 엄마와 아빠는 연결이 안 되어있지? 너무 궁금했지만 물어보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냥 어렸던 내 직감이었다.
열어서는 안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 나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잔뜩 놀라 굳어버린 나를 본 아빠가 안방 문을 닫으려고 했으나 그보다 더 빠르게 엄마가 안방으로 들어왔고, 그 이후는 자세히 되새기고 싶지 않다.
그때 나는 흐릿하게 알아챘다. 아 모든 사람들이 이 붉은 실을 볼 수 있는 게 아니구나. 엄마는 이 붉은 실이 안 보이니까 나가려고 했었던 거구나. 내 눈에만 보이는 거구나.
또 그 일로 크게 상처를 받은 난 그 뒤로 붉은 실을 보이지 않는 척 무시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내 새끼손가락에 연결된 붉은 실이 바로 내 뒤에 앉아 있는 이민형과 팽팽히 이어져 있지만 나는 모르는 일이다.
호옥시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이 계실까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