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민아, 우리 지금 완전 꼴불견이다. 빨리 집에 가자.”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재민이가 아쉽다는 듯한 표정을 짓자 채리는 빠르게 쪽- 뽀뽀를 하고 떨어졌다. 채리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은 재민이에 순간 얼굴이 빨개짐을 느낀 채리는 헛기침을 하며 ‘ㄱ.. 가자’ 말하고는 재민이의 손을 잡아끌어 집으로 갔다.
집 문을 열고 들어가자 집 안에는 밥 냄새가 가득했다. 배고팠던 채리는 냄새를 따라 주방으로 향했고, 식탁 위에 음식이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려진 걸 보고는 뒤따라오던 재민이를 꼭- 껴안았다.
“나 배고픈 거 어떻게 알구-”
“나는 채리에 관한 건 다- 알지. 배고프지. 어서 손 씻고 밥 먹자”
빠르게 음식들을 먹어치운 채리는 알바 경력을 살려 깔끔하게 설거지를 끝내곤 곧바로 침대에 몸을 던졌다.
“배불러서 움직일 수가 업서...”
“(배를 문질 문질 하며) 재민이 손은 약손- 얼른 소화되라-”
할머니 같은 재민이의 말에 웃음이 터진 채리가 키득거리며 웃자 같이 따라 웃던 재민이는
“어? 커플링했네? 불편하다며”
“어..? ㅇ.. 아 그냥-”
반지를 낀 채리의 손을 가져간 재민이는 ‘이쁘다-’ 말하며 반지를 만지작거렸고, 혹시나 재민이가 자신의 네임을 볼까 걱정하던 채리는 이내 오히려 재민이의 손을 가져와 만지작거렸다. 재민이는 그런 채리의 옆에 따라 누워 채리를 꼬옥- 껴안고는
“채리야 사랑해-”
갑작스러운 재민이의 사랑한다는 말에 채리가 당황해 굳자 재민이는 안았던 손을 풀어 채리의 볼을 찌부시켰다.
“왜 대답 안해조- 빨리 사랑한다고 해조-”
채리는 재민이의 품에 파고들며 작게 ‘부끄러워...’라고 말하자 나지막이 웃던 재민이는 옆으로 누웠던 몸을 돌려 채리를 자신의 위에 앉히고는
“그래도 안돼. 얼른-”
갑자기 변한 위치에 순간 당황하던 채리는 이내 천천히 재민이의 얼굴 옆에 팔을 짚고 재민이에게 다가갔다. 채리가 가까이 다가오자 재민이는 채리의 입술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에 살며시 미소 지은 채리가 작게 ‘사랑해-’ 말을 하자 재민이는 눈빛이 변했고, 빠르게 몸을 돌려 채리가 아래로 가도록 위치를 바꿨다. 이내 채리의 볼을 살며시 잡고는 천천히 입을 맞췄다. 채리가 자신의 어깨만 꼬옥- 쥐고 있자 재민이는 채리의 손을 풀어 자신의 목을 감싸도록 만들었고, 그렇게 둘은 둘만의 시간을 보냈다.
재민이는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채리에 미소 지으며 채리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채리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씻고 나오자 눈을 뜬 채 멍하니 누워있는 채리에게 다가가 입을 맞춘 재민이는 다정하게
“잘 잤어-?”
“응.. 근데 더 잘래.. 공강이니까.. 일만 가면 되니까..”
“그래- 채리는 더 자자.”
재민이가 천천히 토닥여주자 이내 다시 잠이 든 채리에 조심스럽게 준비를 마친 재민이는 한참 꿈나라를 여행하고 있는 채리에게 ‘다녀올게-’라고 속삭이고는 쪽- 입을 맞췄다. 그리고 잘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 집을 나섰다.
시간이 지나 채리는 일어나 하품을 한 번 크게 하고는 재민이에게 일어났다는 톡을 빠르게 보내고 거실로 나가 멍-하니 앉아있었다. 점점 다가오는 알바 출근 시간에 좌절한 채리는 이내 돈 벌러 가자며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씻고 짐을 챙겨 집을 나섰다.
동혁이와 인사를 한 뒤 유니폼을 갈아입고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밀려드는 주문에 정신없이 음료를 만들던 채리와 동혁이는 사람이 좀 빠짐과 동시에 밀려있던 설거지를 다 하고는 멍-하니 서 있었다.
“오늘 진짜 너무 과하게 바쁘다..”
“누나 진짜 역대급..”
“인정..”
그렇게 영혼 없는 대화를 나누던 둘은 띠링- 하고 손님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자 자연스레 자신의 위치로 향했다. 채리가 포스 앞으로 가 비즈니스 미소를 꺼내며 고개를 들었다. 근데 하필 손님이 제노였다. 그 어제의 김제노인지 이제노인지 모를 그 제노였다. 프로 알바인인 채리는 당황하지 않고 주문을 받았다. 주문이 들어오고 곧바로 음료를 만든 동혁이는 음료를 채리에게 건넸다.
채리가 주저주저하자 무슨 문제 있냐는 표정을 지은 동혁이에 아니라며 고개를 저은 채리는 진동벨을 울렸다. 음료를 가지러 온 제노는 음료를 가져가려고 손을 뻗었고, 채리는 혹시나 손이 닿을까 빠르게 음료를 놓고 손을 뺐다. 후- 한숨을 돌린 채리가 뒤를 돌려고 했지만 이내 제노가
“저- 죄송한데 휴지 좀 주실 수 있으실까요?”
채리는 무심하게 휴지를 꺼내들어 건넸다. 휴지를 잡으려 하던 재노의 손이 살짝- 채리의 손과 맞닿았다. 채리가 당황할 틈도 없이 둘의 손이 닿자 찌릿- 하는 느낌이 두 사람을 타고 돌았다. 그에 당황한 채리가 고개를 들어 제노를 바라봤고, 두 사람은 눈이 마주했다. 채리는 스친 손을 감싸 안고 뒤를 돌았고, 이내 빠르게 스텝 룸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채리는 이상하게 콩닥- 거리는 심장 소리가 크게 들리는 듯했다.. 아.. 저 사람이 이제노구나. 네임을 만나면 이런 느낌이 드는구나. 하는 생각에 잠기던 채리는 이내 정신을 차렸다.
‘저 사람은 모르겠고, 나는 우리 재민이가 있으니까. 정신 차려. 이채리.“
심호흡을 여러 번 한 채리는 스텝 룸 문을 열고 나와 슬쩍- 제노가 어디 있는지 눈으로 찾았다. 하지만 제노는 이미 카페에 없었다. 자신도 모르게 아쉽다는 생각을 한 채리는 이내 자신의 머리를 퍽- 퍽- 치며 정신을 차리라고 중얼거렸다. 동혁이가 옆에서 ‘이 누나 왜 이래’ 하며 쳐다보는 것도 모른 채로.
그렇게 멍하게 알바를 마치고 나온 채리는 동혁이와 인사를 하고 집 방향으로 몸을 돌리자 채리의 눈앞에 제노가 나타났다. 두 사람은 머리서 서로의 눈을 피하지 않고 마주 봤고, 이내 제노가 채리 쪽으로 걸어왔다. 채리의 앞에 선 제노는 손을 뻗어 채리와 똑같은 위치에 위치한 제노의 네임이 적힌 부분 즉, 채리의 이름을 보여줬다. 채리는 다급히 반지를 낀 왼손을 뒤로 숨겼지만, 제노는 이미 네임의 위치에 반지가 껴있는 걸 본 상태였다.
“강요 안 해요. 그냥 보여주고 싶었어요.”
대답 없이 자신을 노려보듯이 보는 채리에 헛웃음을 지은 제노가 다시 말을 꺼내려고 했지만 그때 뒤에서 재민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채리야-”
빠르게 다가오는 재민이에 재밌다는 듯이 웃은 제노는 다음에 또 보자는 인사를 남기고 뒤를 돌아다. 다가와 채리의 어깨를 감싸 쥔 재민이는 가장 먼저 채리가 괜찮은지 확인하고는 제노에게 가려는 듯이 뒤를 돌았다. 내내 멍-하게 있던 채리는 재민이의 손목을 잡고 자신을 바라보는 재민이에 하지 말라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이내 고개를 숙이고 차오르는 이유 모를 화를 누르던 재민이는
“아무 일도 없는 거지? 괜찮은 거지?”
채리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안도의 한숨을 쉰 재민이는 채리의 머리를 감싸 끌어안았다. 이내 재민이는 채리의 손을 깍지껴 잡았고, 그렇게 둘은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