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KON] 일기일회(一基一會) : 일생에 단 한번뿐인 인연
W. 클라이드
03
계속 날 뚫어다쳐다보는 그. 아니 지원대군이였다. 침을 꼴깍 삼키고싶었지만 삼키는 소리가 들리면 바로 칼 꺼낼 기세였다. 아무말 없이 그를 쳐다봤다. 그는 살짝 웃었다. 웃었지만 내게는 비웃는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내 허리를 감싸며 자기쪽으로 끌어당겼다. 코 앞에 있는 지원대군의 얼굴. 살짝 놀랐지만 역시나 아무말 못했다.
" 그나저나 곱상하게 생겼구나. 요즘 기생들은 다 재미없을 뿐더러 날 유혹하기만 하고. "
" .... "
" 넌 그 기생들과 다른 느낌이 들구나. 마음같아선 데리고 가고싶은데 궁궐에 있는걸 보아하니.. "
지원대군이 말하는 순간, 누군가가 내 팔목을 힘껏 잡아 끌어당겼다. 비틀거리면서 뒷걸음쳤다. 그리고 표정이 싸해지는 지원대군. 내 팔목을 잡은 사람은 전하였다. 뛰어왔는지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전하 뒤에 몰려오는 포졸들. 지원대군은 그런 광경을 둘러보더니 크게 웃기 시작했다.
" 역시 당신이랑 관련된 여자였군. "
" .. 다시 이곳에 안올거라고 했지않으냐!! "
전하의 말에 지원대군은 입꼬리가 올라가게 웃더니 고개를 숙이며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는 다시 고개를 들때는 굳은 표정으로 전하를 쳐다보고있었다.
" 다시 보게되서 반갑습니다. 전하. "
" .... "
" 이제 바깥세상이 지겨워서 다시 내 집으로 돌아온 것 뿐인데 그것조차도 안된다고 하실겁니까? "
" 너.. "
" 내 모든것을 다 빼앗아가버린 당신이 내게 무슨 할말이 있습니까. "
침착해보이는 지원대군의 목소리에는 떨림과 분노가 가득찼다. 전하는 머리가 지끈거렸는지 손을 들어 머리를 짚었다.
" 그게 내가 잘못한 것이냐? 난 그저 아바마마의 말을 따른 것뿐인데.. "
그 순간, 지원대군은 칼을 뽑아 전하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뒤에 있던 포졸들이 앞으로 나와 지원대군을 향해 칼을 뽑았다. 지원대군은 이런 상황이 웃기는지 계속 헛웃음만 내뱉었다. 난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될지 몰랐다. 그저 전하의 곤룡포 옷소매의 끝자락만 잡고있었을뿐. 전하는 내가 잡고있는걸 느꼈는지 나를 쳐다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 .. 다들 칼 내려놓거라. 그리고 궁궐에 있어도 좋으니 제발 기생들 데리고 오거나 말썽은 피우지말거라. "
전하의 말에 지원대군은 칼을 내려놓고 칼집에 넣었다. 그리고 다시 정중하게 인사를 하다가 고개를 살짝 드는 지원대군. 역시나 비꼬는 말투로
" 황송하옵니다. 전하. "
그리고 지원대군은 뒤돌아 가려고하는데 전하의 목소리로 인해 멈칫했다.
" 그리고 이 여자에게 허튼짓 하지말거라. 어명이다. "
전하의 말에 지원대군은 살짝 고개를 돌아 나를 쳐다봤다. 흠칫했지만 나를 계속 쳐다보다가 전하를 슬쩍 쳐다보더니 비웃으며 말했다.
" 그건 생각해봐야겠는데. "
라며, 제 갈 길을 가는 지원대군이였다. 그리고 전하의 명령으로 인해 포졸들은 가버리고 전하는 그저 눈 질끈 감은채 서있기만했다. 서서히 눈을 뜨고는 나의 어깨를 살짝 잡는 전하. 그리고 미안한지 내게 여린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미안하구나. 나때문에 다칠뻔 했구나. "
" 전하 잘못이 아니에요. 힘들어보이는데 얼른 쉬세요. "
" .. 넌 이상하지않다고 생각안하느냐. "
전하의 말에 난 곰곰히 생각했다. 물론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형제인데 왜 서로를 그렇게 싫어하는건지 모르겠다. 분명히 사정이 있었겠지. 난 궁금한걸 못참는 성격이지만 애써 참고는 살짝 웃어줬다 전하에게.
"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분명히 전하와 형제들만의 사정일거라고 생각해요. "
" .... "
" 전하가 내게 말하고싶다면 언제든지 들어줄게요. 난 당신 옆에 있을거니까. "
전하는 내 말에 멍하니 날 쳐다보다가 내 두 손을 잡고는 안심된다는듯이 미소를 지었다.
" 그대는 미래라는 곳에서 왔지만 내게는 정말 꼭 필요한 사람일세. "
" .... "
" 내 마음을 알고 아바마마가 너를 보내준게 아닐까 생각이 드네. 연화야 앞으로 잘부탁하마. "
그렇게 전하와의 이야기를 끝내고 방으로 왔다. 오자마자 이불을 깔고 한복을 벗고 가방에 있는 체육복바지로 갈아입었다. 한복은 이쁘긴한데 불편하단말이지. 누워서 멍하니 천장을 쳐다봤다. 항상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보던 이야기 나에게 일어났다는게 처음에는 신기했지만 이제는 왜 하필 나를 보낸건지 궁금했다. 고3인 내가 불쌍해서 보냈나. 오랜만에 공부를 안하고 이렇게 쉬니까 나름 괜찮았다. 문득 궁금했다. 실제로 조선의 왕들 중에서 형제들과 사이가 안좋았던 왕이 있던가. 없는 것 같았는데. 멍하니 생각하다가 갑자기 생각이 나 교복을 뒤졌다. 휴대폰이 보이질 않았다. 전하가 들고갔나? 내일 물어봐야지. 다시 누웠는데 어제처럼 잠이 오질 않았다. 오늘은 무언가가 휙휙 빠르게 지나간 기분이였고 앞으로 내가 여기서 뭘 해야될지 곰곰히 생각했다. 전하 옆에서 도와주고.. 갑자기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곧바로 잠을 청했다. 긴 잠을 자고 있는데 갑자기 덜커덩하는 소리에 놀라 천천히 눈을 떴다. 소리가 들리지않아 다시 잘려고 하는데 다시 들려오는 덜커덩소리. 벌떡 일어나 문을 향해 쳐다봤다. 벌써 안에 들어왔는지 실루엣이 보였다. 난 떨리는 손으로 촛불에 불을 켰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실루엣이 보이는 곳을 향해 쳐다봤는데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지원대군이 보였다. 당황해서 벽에 밀착했다. 왜 여기에 있는거지? 술 먹었는지 술냄새가 났다. 그리고 내 앞에 철푸덕 앉는 지원대군.
" .. 여, 여기에 어떻게? "
" 너야말로 여기에 왜 있지. 내 방인데 "
" 전하께서.. "
" 그 놈의 전하. 시끄러우니 나가거라. "
" 그럼 저는 어디서 자요? "
" 내 알바냐. "
라며, 내 팔을 잡고 끄는 지원대군. 난 끝까지 버텼다. 밖에 추워죽겠는데 어디서 자라는거야. 지원대군은 술기운때문에 힘이 없었는지 내 팔을 서서히 놓았다. 지원대군은 짜증난다는듯 나를 쳐다봤다. 조금 무서웠지만 지금 술취했으니까 상대해도 괜찮겠지.
" 그럼 나더러 나가라는거냐? "
" .. 아니. 그건 아닌데. "
" 그럼 뭐 어쩌자고 "
라며 내가 자던 곳에 올라타 누웠다. 당황해서 어떻게 해야될지 몰라 눈알만 돌려댔다. 지원대군은 그런 나를 쳐다보더니 벌떡 일어나 옷장 비슷한 곳에 무언가를 꺼냈다. 이불과 배게 하나 더 꺼내고는 나한테 던졌다. 그리고 비키라는듯 발로 툭 치길래 다시 내 자리로 갔다. 지원대군은 바로 내 옆에서 이불을 깔고 누웠다. 뭐야. 같이 자는거야? 남자랑 단 둘이서?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서 지원대군을 불렀다.
" 지원대군.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요. "
" .... "
" .. 저기. "
내가 손을 뻗자 지원대군은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내 손을 잡은 채로 자기 입에 대고는 눈 감은채로 움직이지않았다. 지원대군의 숨소리가 내 손을 간지럽혔다. 아까 낮에서 본 지원대군과의 다른 지원대군이였다. 분명히 무섭지만 더 얌전하고 순해보였다. 가만히 지원대군의 자는 모습을 지켜봤다. 어린아이같았다. 멍때리면서 지원대군의 얼굴을 감상하는데 갑자기 천천히 눈을 뜨는 지원대군. 당황해서 쳐다보기만 했다. 그리고 내게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
" 내가 태어난게 잘못된것이냐. "
" .... "
" 난 그저 사랑을 받고싶었을뿐인데. "
측은한 눈빛으로 날 보는 지원대군. 무언가가 안쓰러웠다. 난 아무말 하지않고 내 손을 잡은 지원대군의 손을 어루어만졌다. 그리고 구슬프게 들려오는 한마디.
" 따뜻한 말 한마디만 듣고싶었을 뿐인데 내가 그렇게 잘못한것이냐.. "
짧은 번외편 (부제: 휴대폰) |
침소에 들기 전에 전하는 진지한 표정으로 생각하더니 무언가를 조심스럽게 들어올렸다. 그것은 현재에 쓰이고 있는 스마트폰. 전하는 신기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기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뭔가를 눌렀는지 화면이 켜졌다. 전하는 깜짝 놀라 바닥에 떨궜지만 두리번거리면서 아무도 안봤을거라고 믿고는 다시 조심스럽게 들어올렸다. 잠금화면 패턴이 없어 바로 풀리는 화면 그리고 전하는 너무나도 신기한지 웃으면서 터치했다. 터치하니 움직이는 화면.
" 놀랍구나. 이런게 있다니. 이게 무엇에 쓰이는 물건인지. "
라며 아무거나 만지다가 화면이 어두컴컴해지더니 이내 뜨는 화면. 카메라앱을 눌렀는지 전하의 얼굴이 보였다. 전하는 깜짝 놀라 휴대폰을 던졌다. 조용해진 이 곳. 전하는 천천히 일어나 휴대폰을 주웠다. 살짝 금 간 액정. 전하는 모르는듯 다시 켰다. 다행히도 멀쩡한 휴대폰. 그리고 다시 터치하면 여전히 카메라앱이 실행되어 전하의 얼굴이 보였다. 전하는 당황스러웠지만 휴대폰을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갑자기 씨익 웃더니
" 고 놈 참. 누구 닮았는지 잘생겼을까. "
라며 움직이다가 가운데 동그라미를 누르는 바람에 휴대폰에 찰칵 소리가 나왔다. 전하는 깜짝 놀라 휴대폰을 공중에 띄우고는 칼집에 칼을 꺼내 한번에 휴대폰을 잘랐다. 덕분에 두동강 난 휴대폰. 전하는 뿌듯한 표정으로 칼집에 칼을 넣었다. 아차싶어서 두 동강이 난 휴대폰을 손에 얹었다. 그리고 큰일났다는 표정을 짓더니.
" .. 연화에게 뭐라고 이야기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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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 - ♡ |
벚꽃 / 룰루랄라 / 뿌얌 / 뿌글뿌글 / 기프티콘 기묭 / 뿌꾸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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