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짝남은 조폭!?
w.1억
"혹시 28일에 시간 돼? 그때 토요일인데..! 일요일까지! 놀러가자."
"그때 안 될 수도 있는데."
"에..? 왜? 주말엔 회사 안 가잖아..!"
"회사 일은 모르지."
"…아."
"……."
"그럼 당일치기로 잠깐 바다라도 보고올까? 내가 운전도 할게! 너 피곤하니까."
"그때 봐서."
"…그래."
대충 나랑 그냥 어디 놀러가는 게 귀찮은 게 분명했다. 나도 알고는 있는데.. 같이 가고싶은 걸 어쩌냐고.
같이 밥 먹을 땐 밥만 먹고, 대화는 하지도 않고.. 지금 카페에 와서는 핸드폰만 보고있는 네가 미웠다. 그래도..좋아하니까 이런 모습도 커버쳐줄 수 있는 거지.
원래 이런 놈이라는 건 알고있었으니까.
"그럼 오늘 카페 알바하는 거야?"
"어? 응!"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냐."
"……."
"몸 상한다."
"ㅎㅎ괜찮은데..! 너 맛있는 거 사줄 생각하면 힘들지도않아!"
가끔 나한테 무심하게 걱정해주니까. 이거 때문에 미련을 못 버리는 거라구.
카페 사장님이랑은 어색하지도 않고 원래 알았던 사이처럼 편안했다.
퇴근시간이 다 되어서 사장님은 문을 닫고선 의자에 앉아서 무언가를 정리하는 듯 했고, 나는 청소를 하고있다.
근데.. 민재랑 같이 놀러가지 못 한다는 생각에 자꾸만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근데 사장님이 갑자기 '무슨 일 있어?'하고 나를 바라보기에 나는 놀란 토끼처럼 사장님을 바라본다.
"네!?"
"아까부터 자꾸 한숨 쉬길래."
"…아.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자꾸 나와서.."
"무슨 일인데 ㅎㅎ."
"…그."
"……."
"남자친구한테 놀러가자고 했다가 거절 당하고 왔거든요? 근데 원래는 속상해야되는데.. 그럴 줄 알았다면서 그냥 고개만 끄덕이게 되더라구요.. 주말 맞춰서 가자고 했는데.. 일도 없으면서.. 회사 일은 모르지.. 막 그러는데.. 그냥 저랑 가기싫어하는 것 같았는데 납뒀어요."
"……."
뭐야아.. 물어봐놓고.. 나만 괜히 막 신나서 말한 것 같잖아. 집중하느라 내 말을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여전히 아래에 시선이 가있는 사장님에 그럴 수 있다며 다시 정리를 하는데 사장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대방이 자기를 싫어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 계속 붙잡고 있는 이유가 뭔데?"
"네?"
뭐야... 다 듣고있었던 거였구나.
"그냥.."
"……."
"정 때문인 것도 있고.."
"…또?"
"…모르겠어요."
사장님이 곧 정리하던 것들을 가방 안에 넣고선 일어나 웃으며 내게 말했다.
"정 때문에 사귀는 게 제일 미련한 짓이다. 퇴근하자."
"…아, 네에..!"
"집 어디랬지?"
"이마트 뒤에요 ㅎㅎ!"
"태워줄게. 시간도 늦었는데. 가자."
"네에???????????"
"뭘 그렇게 놀래."
"…어..음... 그게..."
"이 밤에 위험해서 카페 사장님이 데려다준다고 하면 화낼 놈이야?"
"…아마도.. 그럴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해서요..하하...."
"그래?.."
"근데..! 저는.. 사장님이 태워주시는 거 좋은데.."
이상하게 사장님이랑 조금 더 있고싶었다. 김민재랑은 너무 달라서 그런가. 사람이 따뜻해보여서 그런 걸까.
그리고 김민재도 다른 여자랑 밥도 먹고 그랬을 때.. 뻔뻔했으니까!
"……."
안심 시키듯.. 날 보며 말 없이 웃어주는데. 진짜 사람 보고 안심 된다는 게 이런 느낌인 걸까.
그 순간 조폭 아저씨가 떠올랐다... 늘 나를 당황시키는 그 아저씨는 살짝.. 아니!? 많이 불편한데. 사장님은 어쩜 이렇게 편할까.
"네..그랬어요.."
나도 모르게 사장님한테 남친 얘기를 다 해버렸다. 다 하고나니까 뻘쭘해서 사장님을 힐끔 보니, 마침 신호가 걸려 멈춘다.
그럼 사장님이 차 안에 어지러진 것을 치우며 말한다.
"그놈이 그랬다고해서 복수한다는 생각으로 그러지말고, 그냥 미련없이 보내주는 생각을 해. 그런 놈들은 자기 좋아해주는 여자를 고맙다고 생각 안 하고 만만하다고 생각하거든."
"…만만..그런 것 같아요."
"그래도 20대 때는 한사람 오래 만나기보다는.. 여러사람 많이 만나보는 게 좋지. 그래야 이성 보는 눈도 높아지고, 나중에 연애하기 더 편해. 근데."
"……."
"좋은 사람이다. 인연이다..싶은 사람은 빼고."
"…치..^_^..근데... 그런 사람은 절대 안 생길 것 같은데요오.."
"그건 진짜 모르는 일인데."
"…음."
"네가 지금 남자친구 만날 줄 몰랐듯이 똑같은 거지 뭐."
신기했다. 아무래도 나보다 나이가 더 있어서 그런 걸까. 듬직하기도 하고.. 다 맞는 소리같고. 사장님이..
"너한테 함부로 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
내 애인이었다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네에.. 그럴게요오..."
그럴 수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최우선은.. 김민재랑 헤어지는 것 뿐일까.
이번엔 연락도 안 된다.
[근데 어제 카톡보낸 시간에 퇴근한 거야? 늦게 퇴근했네]
- 응! 청소도 하느라고..
[택시타고 갔어? 버스 없잖아 저 시간에]
- 아니! 사장님이 데려다주셨지..! 가는 길이라고 ㅎㅎ..
[사장님이 널 왜 데려다줘 ㅋㅋㅋ 택시도 있는데.]
양심에 찔려서 말했던 거였는데. 김민재가 화났나보다.. 어휴..
여태 아무말도 없다가 어제 퇴근얘기를 10시간은 훌쩍 더 넘어서야 말해놓고서 뭐가 자랑이라고..
어제 사장님한테 나한테 잘해주는 사람을 만나라는 얘기가 떠올랐다. 그 이후로 김민재가 조금씩 미워지기 시작했다.
난 왜 이런애를 정 때문에 못 놓아주는 걸까. 이게 사랑일까.. 무슨 감정일까.
"야 근데 오늘은 조용하네?"
"응? 뭐가..?"
"조폭이라는 사람."
"아.. 그 아저씨.."
"뭐야 아저씨...하긴.. 오빠라고 부르기엔... 우리보다 열몇살 차이날 것 같기도 하고.. 그치?"
"그래.. 그러네.. 저번주엔 연속으로 오다가 오늘은 안 오네. 차라리 안 왔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왜 안 왔을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보고싶다는 건 아니고.. 그냥 매일 혼자와서 술 마시다가 왜 안 왔을까.. 정도?
설마.. 사람 패고있나. 헐.. 영화처럼 막 공장같은 곳에서 사람 묶어서 막 ㅠㅠㅠㅠ...허렁넣알ㄴㄻㄴㅇ 개무서워ㅠㅠㅠㅠㅠㅠㅠㅠ내가 그런 사람이랑 같은방에 같이 있었다니이이ㅠㅠㅠ
"어서오세.."
호랑이가 왔다....
마감 2시간 전에.. 오셨다구요.. 뭔가 궁금했던 사람이 와서 반갑기는한데.. 무서워서 얼어붙어버렸다. 근데... 남자는 내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그때 추천해줬던 거 빼고 아무거나."
"…네?"
"맛 없으면."
"……."
"…됐다."
술냄새가 났다. 이미 술을 마신 상태... 됐다며 가버리는데 저게 더 무섭다. 아니.. 맛 없으면 어떡하실 건데요ㅜㅠㅠㅠㅠ"
"야. 가까이서 보니까 무섭기보단 너무 잘생겼는데? 저 사람 언제부터 말깠냐?"
"처음부터...아니 잘생긴 게 문제가 아닌..."
"……."
"하긴... 그건 맞아. 잘생겼지."
그래 인정할 건 인정하자 평화야 ^^..
술 먼저 챙겨 룸에 들어섰을 땐.. 등 기대 앉아서 담배를 피고있는 남자를 한참 바라보게 되었다.
뭔데 세상 다 산 것 처럼 저러고 있디야.. 참나.. 근데 심지어 저 모습이 섹시해보이는 게 큰일인 겨.. 근데.. 담배피는 손에 조금은 커보이는 상처가 나있었고.. 피가 잔뜩 묻어있었다.
사실은 너무 무서워서 흠칫- 떨었다가도.. 양주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면서 남자의 손을 다시금 보았다. 진짜 아플 건데..
"저기.."
"……."
"저기...?"
"말을 해."
"…아, 대답 없으셔서 못 들으신 줄 알고,.. 하하 ㅎㅁㅎ.."
"……."
"상처..치료 안 하시면 병균 들어가요..!"
"……."
"…죄송합니다."
걱정을 해줘도.. 막 그렇게 쳐다보시면.. 전 어쩌나요.. 급히 허리숙여 인사하고선 룸에서 나오자마자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잠시 쭈그리고 앉아서 쉬게되었다.
어떻게 다친 걸까. 알게되면 난 진짜 무서워서 그 오줌이라도 지려버리겠지ㅠㅠㅠㅠ? 근데.. 너무 아파보여서.. 나도 모르게 막 그런 말을 하기는 했는데..
안주가 나왔고, 안주를 가지고 룸으로 다시 들어선 나는 또 남자의 손에 시선이 향했다. 걱정되게.. 참..아니! 깡패분께서.. 알아서 하시겠지.. 어휴!
"이번 안주는 제 추천이 아니라! '사장님' 추천 메뉴예요 ㅎㅎㅎ..!"
괜히 나한테 또 불똥 튈까봐 사장님이란 말을 강조했는데.
"……."
별로 신경쓰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럼 이만..'하고 뒤를 돌아서니.. 뒤늦게 들려오는 남자의 말에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지..
"다시 갖고 가."
"…네? 왜..요...?"
"맛없어보여."
"…네에???? 환불..해달라는 말씀..ㅇ..."
"됐으니까. 그냥 가져가."
"네....?"
"계산 할테니까 가져가라고."
다행이다... 환불 해달라고 했다면.. 사장님한테 내가 무슨 말을 해야될지 참.. 고민이었는데 말이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선 안주를 챙기며 말했다.
"이거.. 생긴 건 좀 그래도 맛은 있는데 ㅎㅎ.."
"……"
"진짠데...ㅎㅎㅎㅎ..."
"너."
"…네?"
"왜 말 까."
"…아, 죄송합니다.."
"나가봐."
"…네."
참나.. 자기도 나한테 처음부터 말 까놓고.. 왜 말 까냐고? 차아아아암나... 치... 근데... 잘생겼으니까 봐준다! 내가아!..
남자는 내가 테이블 치우는 동안에 갔다고했다. 아니.. 평소엔 2시간 정도는 있었던 것 같은데.. 오늘은 안주가 없었어서 그런가.. 1시간도 안 돼서 그냥 갔네.
도대체 혼자 무슨 재미로 술 마시나몰라. 근데 갑자기 든 생각이.. 저런 무뚝뚝한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이랑 섹스할 땐 엄청 다정하겠지? 어떡해애앵 아 몰라아앙 ㅠㅠㅠ
"…허우 참.."
나도.. 안한지 너무 오래됐나? 이런 생각이나 하고있네. 그래.. 성욕에 불타오르는 내가.. 이런 상상만 한 것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지.
야한 동영상도 안 보고.. 바쁘게 살아왔다 참.. 근데 이상하게 자꾸 그 조폭 아저씨가 떠올라서 계속 얼굴이 붉어졌다.
헐? 나 설마 막.. 쎈캐 좋아하나? 변태인가?????????? 헐.. 몸도 엄청 좋은 것 같았는데. 심지어 손도 투박한 느낌인데..? 근데 막 길고..예쁘고.. 크으..
"넌 자꾸 뭔 상상을 하길래 혼자 웃다가 울다가 반복하냐?"
"그런 게 있어어.."
"뭐야 알려줘!"
"어우!!"
"왜 ㅡㅡ!! 우리끼리!"
"안 돼!!!"
그 무서운 남자로 야한 상상했다고 어떻게 말하냐고....
결국엔 김민재랑 분위기가 참 이상했다.
- 아무리 생각해도. 네가 왜 사장님 차를 탔는지 이해가 안 가.
"미안해. 그냥 가는 길이라고 하시길래."
- 원래는 네가 알아서 했잖아. 그런 상황이면 알아서 피하고. 거절도 할 줄 알았잖아.
"그땐 버스 없어서 택시 타야됐고, 돈이 많이 나오니까. 태워주면 안 좋을 건 없다고 생각한 것도 있었어.. 미안해."
- 그러니까 애초에 미안해할 짓을 안 하던 애가 왜 그러냐고. 내가 못 놀러간다고 해서 그래?
"…아니야. 그런 거."
- 그럼 앞으로 주말마다 늦게 끝날텐데 택시비 아까워서 계속 얻어 타겠다?
"…민재야. 미안하다구.."
- 이해가 안 가. 그래서 네가 사과하는 것도 믿음도 안 가고.
"…너도."
- 뭐?
"너도 늘 나한테 믿음만 주지는 않잖아."
- …뭐라고?
"너도 다른 여자랑 밥 먹었잖아."
처음으로 자신의 말에 말대꾸를 하자 당황한 듯 했다. 늘 미안하다고만 했던 나니까.
"나 일해야 되니까. 끝나고 연락할게."
- 야 한평화.
그냥 끊어버렸다. 그래. 김민재보다 좋은 사람은 있을 건데. 난 왜 김민재한테 계속 매달렸을까. 심지어 맨날 미안하다고했어.
일하는 동안에는 김민재한테 전화는 오지않았지만, 카톡이 왔다.
[쉴때 전화해라]
[언제 쉬는데]
[몇시에 끝나]
그냥 기다릴 수는 없는 걸까. 내가 너한테 그랬듯 그럴 수는 없냐고.. 참. 진짜 이기적이다. 너도
답장을 하지도않고 계속 일에만 집중을 했다. 신기하게도 이런 날에는 조폭 아저씨는 오지도 않는다.
그래.. 그 아저씨까지 왔다면 조금 더 힘들었을 수도 있는데. 왜 아쉬운 거지.. 솔직히 왔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기도 해.
그때 먼저 퇴근한 게 미안하다며 가영이가 청소를 하고, 나는 먼저 퇴근을 하게 되었다. 가게 문을 열고 나왔을 때는.. 저 앞에 김민재가 보였다. 참 너도.
"…야. 너는 몇시에 끝나는지 알려주는 것도 힘드냐. 잠깐 핸드폰 보면 되는 거."
"…계속 기다린 거야?"
"어."
"…왜?"
"왜긴. 우리 할 얘기 있잖아."
"……."
"왜 삐져서 삐뚤어지기까지 했는지. 네가 이해가 안 가."
"…누가 삐졌다고 그래."
"못 놀러간다는 말에 삐진 거 맞잖아. 그래서 남자 사장 차도 타고. 그리고 뭐? 내가 여자랑 밥을 먹어."
"맞잖아. 너 다른 여자랑 밥도 먹고, 영화도 본 거. 근데 넌 발뺌했고."
"누가 그러는데. 자꾸 쓸데없는 소리야. 문가영이야?"
"누가 그랬든 그게 무슨 상관이야. 그냥 인정하고 미안하다고 하면 되는 ㄱ.."
"내가 너한테 왜 미안해야되는데!"
김민재가 소리를 질러버렸다. 너무 놀라서 흠칫 떨어버렸다. 지금.. 뭘 잘했다고 나한테 화를 내는 거야?
"잘못한 거 많잖아. 다른 여자랑 섹스하고 다닌다는 말도 매일 뒤따라다녀도 내가 너한테 뭐라고 한 적 있어?"
"너야말로 뒤에서 다른 남자랑 자고다닐지 누가 아는데. 앞에선 맨날 착한 척 하면서, 뒤에서는 너도 결국 나쁜 생각 하잖아."
"넌 무슨.. 그런 소리를 해? 말이 너무 심하잖아. 어떻게.. 넌 늘 나한테 상처만 줘? 내가 너한테 잘못한 건 하나도 없잖아. 그냥 나 좋아해달라고 했을 뿐인데...! 왜 다른 여자랑.."
"야. 자꾸 있지도 않은 소리 하지 말라고."
"있지도 않은 소리를 사람들이 왜 하겠어."
김민재가 날 때릴 것 처럼 주먹을 꽉 쥐고 들어올렸다. 단순히.. 그냥 화가나서 그런 것 같았다. 때릴 생각은 없어보였지만. 참는 게 보였고.. 나를 겁주고 싶었던 걸까.
하지만, 나는 여기서 너무 충격을 먹었고.. 네가 무서워졌다. 내가 뒷걸음질을 치자, 김민재가 내 손목을 잡아 확 끌었다.
그러다 옆에서 자꾸만 담배냄새가 났는데.. 더 가까워지는 냄새에 고갤 돌려보면..
"……."
언제부터 서있었는지 모를 차 옆에 남자가 담배를 피며 우리를 보고있었다.
다 폈는지 바닥에 담배를 버려 발로 비벼끈 남자가 내게 저벅저벅 다가왔다.
"맞고다니니."
이 사람은 참 신기했다. 어떻게 어떤 상황에서든 표정이 늘 한결같아? 왜 늘 무미건조해.
-
-
-
곧 불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