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은 호그와트. 순혈 가문의 힘이 아주 강해서 혼혈이나 머글들이 심한 차별을 받음. 툭하면 '더러운 잡종 주제에', '운 좋아봤자 머글이지' 하는 말이 들렸음.
김여주는 순혈가문 중에서도 추앙받는 아주 상위 가문의 외동딸이었고, 박지민은 '운 좋은' 머글이었음. 기숙사는 각각 슬리데린, 후플푸프.
김여주의 가문에는 쉬쉬하는 비밀이 있었음. 김여주는 부모에게 좋은 피를 물려받은 그 대단한 순혈이 아니었음. 아버지가 머글이랑 바람이 났던 거임. 어머니는 그걸 알면서도 그런 사실을 절대 입밖에 내선 안된다고 오히려 여주를 다그쳤음. 명예가 뭐라고, 가문이 뭐라고. 김여주는 매일 순혈 타령만 하는 것들이 우스웠음. 그렇게 굽신굽신하던 사람들이 내가 혼혈이란 걸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쪽팔려서 얼굴은 들 수 있겠어? 그런 생각.
한 번은 김여주가 기숙사 앞을 지나는데 웬 놈들이 후플푸프 하나를 가운데 놓고 괴롭히고 있는 거임. 그게 박지민이었음. 아마도 길을 잘못 든 모양이었는데 묶었다가 거꾸로 매달았다가 물도 쐈다가 아주 난리도 아니었음. 김여주가 그걸 보고 제대로 빡돌아서 애들 다 기절시켜버리고 데리고 나오면 박지민이 놀라서 여주 쳐다봄
"저렇게 해도 되는거야..?"
"응 나는 괜찮아."
"아....고마워."
"뭘. 이름이 뭐야?
"박지민. 너는?"
"김여주."
앞으로 누가 괴롭히면 내 이름 대. 저런 것들한테 당하지 말고. 그러면 박지민은 얼떨결에 고개 끄덕임.
그래놓고 김여주는 안심이 안 됐는지 수업만 붙으면 박지민 옆에 가서 앉고 종종 마주치면 또 너 괴롭히는 새끼는 없었냐고 물어보고 그랬음. 그럼 박지민은 그때마다 없었다고 절레절레. 박지민도 막 그렇게 약해빠지고 그런 건 아니고 그때는 쪽수로 밀려서 어쩔 수 없이 당했던 건데 김여주는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조금은 웃기다고 생각했음.
박지민 건들면 김여주한테 뒤ㅣ진다는 소문이 나서 시비 거는 놈이 없는 건 좋았음. 두 사람은 그렇게 점점 친해지다가 가끔 같이 산책도 하고 호그스미드 가면 같이 버터맥주도 마시고 그런 사이가 됨. 서로 비밀도 다 털어놓을 정도로 가까워짐. 매번 둘이 같이 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이성적인 감정도 생겼겠지.
그러던 어느 날, 올 게 왔음. 순혈 가문들이 뭉쳐서 '더러운 피'들을 몰아내겠다고 다짜고짜 전쟁을 선포한 거임. 엄청나게 큰 규모였음. 금지된 위험한 마법들이 아무렇지 않게 사용되고, 그걸 막는 법을 모르는 마법사들이 꼼짝없이 죽어나가기 시작함.
한편,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마법사들이 지팡이를 들고 한참을 중얼거리던 자리에 웬 거대한 차원의 문 같은 게 생겨났음. 모든 게 금지된 루트로 만들어진 것들이라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없었고, 있더라도 어떻게 하는지 몰랐음. 그 문으로 엄청나게 많은 괴수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고, 호그와트는 검은 기운에 완전히 둘러싸여 버렸음. 교수들도 쩔쩔매는 상황에, 이미 이런 상황이 올 거 다 알고 있던 순혈 가문 자제들은 웃으면서 멀쩡히 학교를 빠져나갔음. 김여주만 빼고.
...김여주는 저게 어떤 문인지 아주 잘 알았음. 순혈 가문 중에서도 높은 가문이라면 누구나 공부하게 되어 있었으니까. 사람 꽤나 죽이고 만들어진 거라는 것도 알았음. 저걸 닫는 방법은 딱 한 가지밖에 없는 것도.
김여주는 박지민한테 조용히 부탁했음. 지금부터 딱 10분 뒤, 최대한 많은 학생들과 교수들을 모아서 저 문에 지팡이를 겨누고 자기 이름을 딱 다섯 번만 부르라고. 뭘 하려는 거냐는 물음에도 그건 묻지 말고 딱 한번만 들어달라고. 다 죽을 수는 없지 않냐고 그랬음. 박지민은 불안했지만 일단 그러겠다고 함. 대답을 들은 김여주는 말없이 박지민을 보다가 입에 쪽. 뽀뽀를 했음. 박지민이 깜짝 놀라서 고개를 빼는데 김여주는 씩 웃고는 박지민. 하고 불렀음. 아무 말도 못하고 쳐다보니까 그렇게 말했음. 남자는 우는 거 아니다. 알지? 그리고 학교 안으로 사라졌음.
남은 시간 동안 박지민은 땀 뻘뻘 쏟으면서 만나는 학생, 교수마다 붙잡고 김여주가 했던 말을 그대로 전했음. 벌써 꽤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간 터라 시체가 여기저기 굴러다녔음. 그 와중에도 학교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괴수들이 많았음. 그리고 정확히 10분 뒤. 박지민이 지금!!! 하고 외치자 모든 학생들이 하나같이 거대한 문을 향해 지팡이를 겨누었음. 김여주. 김여주. 김여주. 김여주.... 김여주.
그 순간, 엄청나게 큰 빛이 번쩍 하고 온 학교를 덮었음. 잠깐 동안은 너무 눈이 부셔서 앞이 안 보일 정도였음. 그리고 곧, 거대한 문이 괴수들을 도로 빨아들이기 시작했음. 치열하게 싸우던 학생들과 교수들이 놀라서 문을 바라보면, 울부짖는 괴수들을 다 빨아들이고도 아까 주문을 외운 검은 로브의 마법사들과 몇 명의 순혈 가문 주동자들까지 순식간에 삼켜 버렸음.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감쪽같이 사라졌음.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서 아무 말도 못 하다가, 박지민에게 시선을 돌렸음. 자기도 놀라서 얼어 있던 박지민은 순간 놀라거나 기쁜 마음보다 미칠듯이 불안한 마음이 몰려와서 학교로 뛰어들어갔음.
분명 학교 안으로 들어갔는데. 여주는 기숙사를 다 뒤져봐도 없었음. 이대로 사라진 건 아니겠지. 박지민은 너무 넓은 학교 때문에 미칠 지경이었음. 그러다가 올라가는 나무 계단에서 발견한 찢어진 옷자락 하나. 초록색이었음. 슬리데린의 색깔. 그 길로 계속 올라가니까 가장 높은 곳인 옥상까지 다다랐음. 학교에 원래 옥상이 있던가. 문 손잡이에 묻어 있는 핏자국 비슷한 것에 박지민은 이를 악물었음. 몇번이나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면... 김여주가 피투성이로 죽어있었음.
....이게 뭐야.
왜 그 순간에 생각나는 말이 하필.
남자는 우는 거 아니다. 알지?
너는 다 알고 있었던 걸까. 박지민은 울컥 치솟는 감정을 가라앉히고 또 가라앉혔음. 네가 울지 말랬으니까. 난 안 울어. 진짜.... 안 울 건데. 이미 눈물이 가득 고여서는 안 떨어뜨리려고 애를 썼음.
전쟁으로 죽어나간 마법사들의 장례식은 한 번에 치뤄졌음. 가장 큰 장례식이었는데, 어느 때보다 조용하고 엄숙했던 장례식. 관을 모두 묻고 잠시 묵념을 한 후 물러났음. 하필 봄이라 날씨는 더럽게 좋았음. 바람이 불어서 꽃잎까지 휘날렸음. 장례식이랑은 진짜 안 어울린다고, 박지민은 생각했음. 김여주가 있었으면 뭐라고 했을까. 어차피 죽을 거면 날씨 좋은 게 낫지. 그랬을까? 넌 비 오는 걸 싫어하니까....
여주야. 네가 우릴 다 구했어. 교장이 그랬어. 분류모자가 처음으로 기숙사 배정을 잘못 했다고. 넌 그리핀도르였어야 했대. 누구보다 용감한 학생이었으니까. 네가 이 학교의 영웅이래. 진짜 잘한 거야 너... 이렇게 다 인정하잖아.
근데... 근데....
보고싶다. 보고싶다.... 여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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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급하게 써제낀 거라 약간 뭔가 싶을지도 모르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