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연애에 비해 우리의 이별은 너무나도 쉬웠다. 그 땐 금방이라도 네게서 연락이 올 것만 같았다. 다시 예전처럼 만날 것만 같은 어리석은 기대감은 날 자꾸만 희망고문 했다, 여전히. 너는 딱 내가 거기까지였던 걸까? 아니면 방황 중에 있는건지 어떻게 사는건지,알 수 없어 답답했다. 너 없이도 아무렇지 않다며 세뇌하면서도 네가 없는 하루에 점점 무너져 가는 내가 너무 답답해 미쳐 가는 듯했다, 하루하루가. 왜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우리는. 싸우기도 많이 싸웠지만 좋았었는데. 그냥 널 딱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었다. 욕이든 뭐든 목소리, 너의 음성들이 난 그리웠다. 하지만 넌 언제나 전원이 꺼져있었고, 난 그저 네가 너무 보고 싶었다. 너도 나만큼 아플까.
넌 날 스쳤지만 스친 온기마저도 내게 스며들었다.
그저 잠시 지나가는 여우비였을까, 넌
61일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Rewind Time, 61일.
꿈이었다. 악몽이었던것 같았다. 무슨 꿈이었는지는 기억에 흐릿하나 이상하게도 방금 일어났던 일인 마냥 선명했다. 이틀 연속 잠만 잤더니 전혀 개운하지 않고 머리는 깨질 것 같은데다가 울었는지 눈가가 촉촉을 넘어선 축축했다.
"꼴이 이게 뭐야."
네가 했을 것만 같은 말을 하고 나 홀로 되뇌다, 피식 웃음이 나오는 동시에 다시 해탈해졌다, 이런 말을 해줄 네가 없어서. 정말 우린 그날이 마지막이었을까? 너는 아무 미련도 없는 걸까 이젠? 지워지지 않는 잔상들이 날 괴롭게 하고 또 구속했다. 그렇게 한참 동안을 생각 구렁텅이에 빠져 있을 때쯤,
'지이이잉 -'
핸드폰이 울렸다. 순간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고 아무렇게나 널브러져있는 옷 사이 핸드폰을 찾았다.
'배숮'
아.. 역시 아니네, 괜한 기대를 했나보다. 짧은 탄식이 흘렀고 전화를 받았다.
"000? 바빠?"
전화너머, 현재 내 상태와 상반되는 밝은 음성이 들려왔다.
"아 요즘 정신이 없어서.. 좀 이따 확인할게"
"야 야 또 왜 이렇게 힘이 없어. 이틀 동안 잠수 타더니 뭔일 있냐?"
"뭔일은 무슨. 똑같지 뭐"
"목소리에서 다 티나는데 아니긴 뭐가 아니야. 뭔일 인데, 너 진짜 우울증 걸릴라"
내 상태를 잘 아는 너이기에 끈질기게 캐묻더니, 다짜고짜 만나서 얘기하자는 수지의 말에 잠시 망설이다, 못 이기는 척 카페에서 보기로 했다.
그날 이 후로 집순이처럼 집에만 처박혀 살았던 나는 간만에 외출할 일이 생겼다. 오랜만에 밖에 나가는거라 잠시 꺼려지긴 했지만, 그래도 고등학교 때 부터 벌써 5년지기 친구인 수지의 연락을 딱히 피할 이유도 없었다. 오히려 더 잘 된거라 생각하고 밖을 나서자 바람은 좀 부는듯 했지만 예상 외로 날씨가 많이 풀렸네. 정말 간만에 나온거라 집밖 공기가 어색하기도 했지만, 그래 집에만 있으면 우울증 걸리고도 남겠지..
그렇게 발걸음을 옮기다 어느새 만나기로 약속했던 카페 앞에 도착해있었다.
'여기도 오랜만이네.'
딸랑- 문을 열고 들어가자 굉장히 익숙한 배경들에, 한참을 두리번 거렸다. 너랑 자주 왔던 곳이었는데. 괜히 네 생각에 또 울적해졌다.
"000! 뭘 그렇게 두리번 거리고 있어. 빨리 와"
네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저만치 앉아 있는 네 쪽으로 다가갔다.
"민트초코 라떼 맞지? 그냥 너 자주 먹는걸로 시켜놨어."
"응 뭐.. 아무거나 상관 없어."
오랜만에 만난 너였는데 딱히 할 말이 없어서 네가 하는 말에만 대꾸를 하며 대화를 이어 나갔다.
"야야 근데 나 요즘 예뻐졌다는 말 듣는다."
"너야 항상 예쁘면서 뭐"
"아니 아니, 그거 말고"
너는 무슨 대답을 기대하는 듯한 살짝 들뜬 목소리로 말했고 나는 잠시 생각하다 말문을 열었다.
"음 아니면 연애중?"
농담반 섞인 말로 너에게 물어봤더니 너는 살짝 얼굴을 붉히는 듯 하며 손사레를 치더니 뜸을 들이다 그렇단 식으로 얘기했다.
"뭐야 너랑 나랑 상황이 바뀐거 같다ㅋㅋㅋ 오래가"
"그런가ㅋㅋ 너도 이제 김한빈은 좀 잊고 연애도 좀 하고 그래"
..어 그건 좀 아직 힘들거 같다.. 나는 짧게 웃으며 반응을 하고 잠깐 동안 어색한 기류가 흘렀고 그런 어색함이 싫어서 가봐야한다고 대충 너에게 말 했다.
"..다음에 얘기하자. 오늘은 좀 살짝 예민한거 같아서 미안"
"아.. 응 그럼 다음에 봐"
너무 예민 했던가, 김한빈. 김한빈 이름을 오랜만에 들으니까 뭔가 확 와서 기분이 묘했다. 그래, 이럴 때는 집에서 쉬는게 나을 지도.
카페 밖을 나서자 아까는 날씨가 꽤나 풀렸었는데 찬 바람이 불었다. 다시 집으로 향하는 길 내내 기분이 찝찝했다. 수지랑 얘기하면 기분이 더 풀릴 줄 알았는데 오히려 찝찝한 기분만 가져왔다. 그냥 왜인지는 모르겠다 아 몰라, 집 가자마자 씻고, 잠이나 자야지.
집에 도착하자 씻기도 전에 소파에 눕자 너무 편해서인지 그냥 일어나고 싶지 않아서 한참을 누워 있다가 그대로 뻗어 잠들어 버렸다.
지이이잉-
"으음.."
지이이잉-..
"뭐야 웬 전화람.."
부스스한 상태로 대충 시간을 보자 12시 쯤 좀 넘은것 같았고 여전히 휴대폰 진동은 멈추지 않았고 잠에 덜깬 나는 힘겹게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
"누구.."
"누구긴 누구야, 자다 일어났어?"
? 뭐지, 순간 내 귀를 다시 의심했다. 이건 분명히 내가 그렇게 바라던 그 목소리였다.
"김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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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안녕하세요! 항상 글을 쓰려다가 미루면서 독방에 가끔 취향글 올리거나 그런식으로만 글을 써왔었는데 뭔가 막상 쓰려니까 되게 원하는 대로 생각보다 잘 안 써지네요 ㅠㅠ 그래도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너무 진도를 빨리 빼는건가 좀 더 끌어야 하나 싶으면서도 일단은 그냥 생각나는 대로 써봤어요 아직 많이 미숙하고 오늘은 분량 조절도 실패했지만 퓨ㅠ퓨 아무튼 감사합니다 하핳..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