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달빛 _ 덤블론 창문에 달빛이 찬란히 스며들었고 난 의아했다. 저렇게 빛을 뱉어내는 달은 분명 죽었다. 그럼 저 달빛은 누군가의 만행인가? 도무지 답은 나오질않고 달빛은 잔잔했다. 유일하게 내 삶에 빛을 던지는 달은 죽었다. 더불어 죽어가는 날 깨우듯이 그는 빠르게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내게 할 말이 무엇이 있냐는 듯이, 그동안 무슨 재미난 일이 있었냐는 듯이. 그는 내 곁에서 잠자코 귀를 기울였다. 마치 날 떠나기 전 날 그 순간처럼. 시계의 시침과 분침이 10시와 10분을 가르킬 때면 심장이 급격히 빨라진다. 어두운 지난 날을 더듬으며 언제부턴지 끌어올리니 당신과 처음 만난 그 날이 띄워졌다. 그래 참 눈물을 흘리며 당신을 맞이한 그 날, 유난히 아니 유일하게 내 방에 빛이 돌던 그 날 말이다. 정확한 이유는 나도 몰랐다. 왜 내게 온것인가, 왜 하필 나였던건가. 나일수밖에 없었을까. 당신이 사라질때면 꼭 되묻던 내가 후회를 하냐? 아니 후회가 아닌 자책이다. 당신이 날 떠나는 시간은 10시 10분이란걸 깨달았을땐 한없이 절망스러웠다. 시계를 부숴보기도 했고 10시 10분만 도려내 버리고 싶단 생각도 많이 했다. 당신이 날 떠나지않을 방법은 없을까? 내 자신을 쥐어 짜보기도 했다. 그런 날 끝까지 다 안단듯이 더 다정히 안아올때면 미쳐버릴 것처럼 심장이 간질거렸다. 그런 당신이 다신 날 찾아오지 않았을땐 까무룩 죽음도 고민했다. 이게 사는게 맞는지에 의문이 들때면 다시금 그대가 찾아와주겠지. 다시금 그대가 날 안아주며 위로해 주겠지. 그런 생각이 틀렸음을 깨달았을땐 이미 내가 죽음의 문턱을 기웃거리겠지. -석민아. -내가 있으니 넌 혼자가 아냐. 난 잊지못할 그의 담백한 어조가 내 마음에 젖어들었는데. 왜 세상은 내가 행복한 꼴을 못볼까? 이게 누군가의 소행이라면 차라리 때려라도 볼텐데. 그 누구의 잘못이 아님에 더욱 화가 증폭한다. 굳이 잘못을 따지자면 내가 잘못이겠지. 못난 내 탓이겠지. -보고싶어. -널 보고싶어. 처음 겪어보는 아픔에 찢어지는 감각의 마음을 뜯어내고만 싶었다. 결국은 내겐 행복이란 타이틀을 줄수없던 세상에 굴복해 버렸다. 내겐 기다림이란 사치였으니깐. 내 믿음보다 당신이 더 중요했으니깐. 내가 틀렸다. 그대는 내게 오지않는다. 그래서 내가 가려한다. fin. 암호닉 [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