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일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Rewind time, 61일
BGM 가을방학 - 언젠간 너로 인해
"김한빈?"
"진짜 김한빈이야?.."
"그럼 가짜 김한빈도 있냐ㅋㅋㅋㅋㅋ 000, 취했어?"
항상 너는 내가 전화를 걸었을 때 전원이 꺼져있었다. 그런데 마치 늘 그래왔다는 것처럼 장난치듯 말하는 너에게 무슨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라서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너인데, 막상 무슨 말을 또 어떤 반응을 보여야할지 모르겠어서 자꾸만 말을 삼켰다. 일단 아무 말이라도 해야할 것만 같은데.
"...."
핸드폰 너머 잠시 짧은 정적이 흘렀고, 김한빈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000, 갑자기 왜 그래? 너 오늘 좀 상태가 안 좋다"
네 반응에 난 당황해서 헛웃음이 나왔고, 이내 말문을 열었다.
"아니...우리.."
우리 헤어졌잖아. 라고 얘기하려는데 성미가 급한 너는 내 말을 가로채더니 얘기를 꺼냈다.
"야 실망이다, 딱 12시 되면 전화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반응이 왜 이렇게 시큰둥 하냐?"
"우리 오늘 5주년이잖아."
뭐? 이건 또 무슨 말이람.. 내 정신이 이상한 건지 김한빈 정신이 이상하거나 둘 중 하나인데 전혀 술을 마신듯한 말투는 아니었다. 멀쩡했다 우리 둘 다.
그럼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건가?
"무슨 소ㄹ.."
"모르고 있었던 거야? 와... 000, 진짜..."
김한빈은 서운한 기색을 잔뜩 내보이며 얘기를 했고 나는 여전히 모든 상황들이 어색하고 어리둥절했다.
"5주년이라고..? 오늘 며칠인데?"
"이젠 날짜도 모르냐ㅋㅋㅋㅋ"
"오늘 12월 14일이잖아."
? 뭐라고?
"12월이라고? 아냐 분명히 2월...."
"뭐래 너 자다 깼지? 무슨 시간을 달리는 소녀야 네가ㅋㅋㅋ?"
12월? 12월이면...
"2015년이라고 지금이?"
"아 너 진짜 왜 그래. 장난 그만쳐 좀 기분 나쁘려고 한다"
"...괜히 사람 불안하게"
"아, 아니 난 그냥 자다가 일어나서 그.."
"별일 이네 너가 12시 이전 잠을 ...."
뚝-
뭐지? 뒷말이 흐려지더니 전화가 끊겼다.
"김한빈?"
"김한빈!"
끊긴 전화기에 대고 계속 너를 애타게 찾았다. 배경화면에 나온 날짜에는 정말로 2015년, 12월 14일이 맞았다. 이게 무슨 일이람? 꿈인가. 말도 안 된다. 아니, 차라리 꿈이 었으면 내가 너랑 헤어지고 그랬던 그 때 순간들이 꿈이었으면. 내가 긴 꿈을 꾸고 있었다고 생각하고 싶어졌고, 머리 속은 온통 혼란스러움과 왜인지 모를 공허함으로 가득찼다.
'다시 전화를 걸어야 하나..'
뭘 망설이는거야. 이게 꿈이라면 차라리, 그냥 하고 싶은 말 다 해버리고 깨고나서 후회하지 말자, 000.
최근 통화기록으로 들어가자, 너와 통화를 하고 문자를 했던 기록들로 가득했으며 물론 꿈일 지도 모를 오늘이 12월 14일 이란 것도 맞았고. 아 이게 도데체 무슨 일이야 진짜?
잠시 망설이다 너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뚜르르 - '
통화 연결음이 지속 될 수록 나는 숨을 죽이고, 마른 침을 삼켰다.
"뭐야 000, 자려고 했던거 아니었어?"
"어.. 그러니까,"
아 답답하게. 목이 메여서는 말이 나오질 않았다. 그냥 왠지 모르게 가슴이 먹먹했다. 그리고, 이내 눈물이 쏟아져서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 흘렀다.
"흑...흡, 그러니까.. 한빈아"
"000? 00야.. 울어?"
"... 보고싶었어"
"악몽꿨어? 울지마, 왜그래나도 보고 싶었어. 항상"
진짜로? 진짜로. 너는 웃으며 화답했고, 나는 여전히 눈물은 멈추지 않았지만 그냥 웃음이 흘렀다.
"김한빈."
"응?"
"우리 안 헤어진거지? 나중에도 계속?"
"당연하지, 왜 우리가 헤어져"
네 대답에 안도하며 나는 살짝 마음이 놓였다. 네 말투는 언제나 항상 진심이었다. 지금도, 그렇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할 거다. 만약, 이 순간이 마지막이라도.
마지막..?
'뚝-'
다시 전화가 끊김과 동시에 시야가 흐릿하게 보였다.
'아..'
"가지마 한빈아....제발.."
또 다시 꿈이었다. 꿈에서 또 한번 깼던 것이었다. 역시나, 그럼 그렇지. 그게 현실일리 없었어.. 다시 네가 없는 세상에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또 다시, 넌 없다. 하지만 분명히 생생했었다, 너와 통화를 했던 그 목소리가 여전히 내 머릿속을 맴돌아 마음 깊이 파고 들었다. 어제 꿨던 그 꿈처럼 정말 생생 했다. 어제는 기억이 흐릿하지만 생생했었다, 정말.
계속해서 쏟아져 흐르는 눈물에 어찌할바를 모르며 한없이 울 뿐, 나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이제는 달래줄 넌 없다. 방금 처럼 울지말라고 해줄 것만 같은데.
"하...."
한참을 울었을까, 보일러도 넣지 않은 거실에서 잠 들어서 그런지 감기 기운이 있는 듯 했고 울어서 인지 머리도 어지러웠고 지끈거렸다.
핸드폰을 다시 켜서 확인하자 2015년 12월 14일이 아닌 정확히 2016년 2월 12일 이었다. 아주 잠깐의 기대 마저도 사라져 버렸다. 볼을 꼬집어 봐도, 이건 꿈이 아니었다. 그 때 꿈에서 볼을 꼬집었으면 깨버렸겠지. 그래도 꿈에서라도 너의 대답을 들을 수 있어서 그것 만은 다행이었다. 물론 현실의 넌 알리가 없겠지만.
"역시 헛된 꿈이었어."
바보, 뭘 기대한거야. 바닥에 주저 앉아서는 축 처진 어깨와 함께 나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냥, 왠지 모를 창피함과 내 자신이 마냥 한심해서.
"꿈이 아니야."
? 뭐지, 내가 잘못 들은건가.
"잘못 들은 것도 아니고."
"네?"
나도 모르게 누군지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존댓말을 쓰며 대답 했다. 주위를 둘러봐도 아무도 없었다. 아, 이제는 환청까지 들리는구나. 역시 병원이 답 인가, 진짜 미쳐가는 듯 했다. 세상도, 나도, 방금 꾼 그 꿈들도.. 하하
그저 난, 이 상황이 어이없었다. 환청에 대답을 하다니. 나도 참..
"야.""...?"
인기척에 고개를 들자, 웬 처음 보는 남자가 서 있었다.
"으아아악!!!"
나도 모르게 빼애액 소리를 지르고, 정신이 도통 차려지지 않았다. 이제는 환청에 이어 환상까지 보이는 건가? 이것도 꿈인가. 웬 외간 남자가 우리 집에 들어와서는... 혹시 이것도 꿈인가? 아 진짜 하나님 제발.
"말귀를 못 알아먹냐? 아까도 지금도, 꿈이 아니라고. 외간 남자는 무슨."
그는 내 속내까지도 다 읽는 듯했다. 궁예? 관심법? 아니면 독심술을 쓰나...
"닥쳐"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그는 정말 막무가내였고, 나는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래 이것도 어차피 곧 깰텐데.. 신경 쓰지 말자.
"김지원 "
"네?"
"김지원이라고. 넌 000 고"
아 네네...제 알바 아닙니다.
아니 그나저나 내 이름은 어떻게..
"스토커 아니다"
아, 네. 이 사람은 내 생각을 읽는 정도가 아니라 내가 아직 생각 못한 부분 뒤까지도 알아버린다. 혹시, 사람이 아닌가..
그는 주위를 잠시 둘러보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소파에 앉았다.
"혼자사냐? 여자애 집이 왜 이래."처음 보는 사람에게 디스 당했다. 아, 인생.
"야, 먹을거 없어? 손님이잖아. 나 배고프다고"
별로 반갑지 않은 손님인데, 내가 초대한 것도 아니거든요? .. 정말, 그의 행동에 나는 머리에 돌이라도 맞은 마냥 벙쩌있을 뿐이었고, 정말 천하태평하게 생각이 없어보이는 저 인간. 진짜 후.. 정말 알 수 없게도 나는 먹을 것을 대접하는 꼴이었다. 젠장
과자를 아무렇게나 그에게 주자, 그는 눈 앞에서 순식간에 해치웠다.
"또 없어?"
"...."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자, 그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아니, 독심술도 쓰는 사람이 어떻게 눈치가 저렇게 없지? 아니면 없는 척을 하는 건가, 이 상황을 즐기는건지 약 올리는건지.
그는 잠시 나를 동안 쳐다보더니, 말없이 씩 웃고는 이내 말을 꺼냈다.
"그럼, 우리 얘기를 좀 나눠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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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어제 부랴부랴 글을 써서 올렸다가, 까먹을까봐 아침에 대충 정리해 놓은 글을 수정하다가 올려요 헣.. 아직 많이 미숙하지만 어제 읽어주신 분들 너무 감사해요 ㅠㅠㅠㅠ 앞으로 더 열심히 쓸게요! 좋은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