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그룹인가? 아닌데? 저 멀리 어딜봐도 한국인같이 생긴 남자들이 즐비한데? 왜 내 앞에 이 남자분은 중국인처럼 생겨서 중국인같은 발음에 중국인스런 웃음이지? "헤헤헿. 며쌀이쎄혀?" ......이건 아까 그 남자보다 더 심하잖아. 이름이 뭐더라, 타어?타우? 아무튼. 한국말맞는데 왜 그렇게 안들리는걸까. 이걸 요새 말로 멘붕이라하는건가. 허허허.. 'jungguoren?' "Shi!!!!" 깜짝이야. 중딩때 잠시배운 쭝꾸어뤈(중국사람)을 수첩에 적어 보여주자 급화색이 돌더니 중국어를 솰라솰라 말하며 즐겁다는듯이 웃는다. 하나도 못알아듣겠네. 내가 대답없이 그냥 듣고만있자 못알아듣는걸 알았는지 어째 표정이 우울해진다. 무슨 표정변화가 롤러코스터급이네. 따라갈수가 없어. '싸인요 차ㅇㅇ' "마자요 싸인. 차ㅇ...ㅇ? 이름이 이뿌씨네여" 내 이름도 아닌데 뭘요. 자신의 본분이 기억났는지 열심히 싸인해주고는 앨범을 내미길래 받고 가려는데 손을 안뗀다. 뭐야? "근데 왜 마를 아내혀?" 일단 내가 알아들을수있게 먼저 말해주실래요? 그냥 영어로 대화하는게 더 편한느낌이다. 내 조국어가 왜이리 낯설게 들리는걸까. 됐으니까 이 손부터 떼주시죠? 힘주어 빼려니까 반대편에서도 힘을 준다. 지금 해보자는건가? 끙끙거리며 빼보려해도 괜히 남자인가, 악력이 장난아니다. 싸인한장받기 왜이리 힘들어?! "저희 조아해써 온거아니에요? 긴장안해도 되는데.." 좋아해서 온거 아니예요. 긴장안했어요. 다 필요없으니까 싸인좀 넘겨주실래요? 기를 쓰고 힘을 줘보지만 장난치듯 실실 웃으며 놓지않는 손을 노려보자 슬그머니 자기쪽으로 가져간다. 어어? 덩달아 내가 딸려가자 뭐가그리 웃긴지 또 웃는다. 허파에 구멍이났나 계속 웃네. "이거 받고시프면 이름 불러주쎄요." ......잣됐다. 이름은 커녕 그룹이름도 모르는데. 자신의 팬임을 굳게 믿고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는게 느껴진다. 어째 식은땀이 흐른다. 그렇게 쳐다봐도 나 당신이름 몰라. 이름 안불러주면 진짜 안줄것같은데 난 이름을 모르고 싸인앨범은 저사람 손에 있고 그럼나는 계속 못받을거고 친구한테 앨범은 어디버리고왔냐면서 쌍싸다구를 맞겠지.... '부르기는 힘들것같은데요' "왜여? 그러코보니카 자꾸 종이에 써써 보여주는데 왜크런거에요?" '말 못해요' 일단 나부터 살고봐야지. 쌍싸다구라니. 그래도 거짓말은 안했다. 벙어리라 말을 못하는게 아니라 저 질문에 대한 답을 못한다고 적은거니까. 역시난천재. "치,친차에여?!" 깜짝이야. 놀란건지 눈이 두배로 뜨이더니 앨범을 쥔 손에서 떨어뜨린다. 그거 비싼거라고 친구년이 눈물을 흘리며 말하던데.. "으악! 죄썽해여!! 몰라써여!" 그리고는 같은 싸인을 다섯번 순식간에 그려낸다. 무슨 싸인이 저렇게 빨라?! 아니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죄송할것도 없지만 소리까지 지를 필요는 없는데요. 또 이목이 집중될까 두려웠는데 아니나다를까, "레이다!!!!!" "레이오빠!!!! 아아악!!!!!!" "니 눈꼽까지도 사랑해!!!!!!!!!" 눈꼽은 왜 사랑합니까. 저런 미친ㄴ.. 아니다. 아무튼 다섯번의 싸인을 휘갈긴 중국인이 앞의 다크써클외국인과 마찬가지로 그렁그렁한 눈매로 사랑해줘서 고맙고 미안하다며 울먹인다. 아녀. 되려 제가 더 미안해지네요. 가만히 듣고만 있자 다음 팬싸인회때도 와줄수있냐면서 좀 더 분발하는 엑소가 된다고 말한다. ........어째 죄진기분인게,.. 난 잘못한거없어. 그냥.. 그냥 오해일뿐이야. 조금 미안한 기분이 들어 수첩에 또한번 휘갈겨 쓰자 이 중국인남자는 감수성이 어찌나 풍부한지 또 금세 웃고는 잘가라고 손을 흔들어준다. 근데 저거 뜻이 맞으려나? 'jiayou!' 힘내라는 의미인데 어.. 축하의 뜻이였나? 잘 모르겠다. 아무튼 두 명까지도 무사히(?) 싸인을 받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싸인회는 정말 힘든거구나. 새삼 친구년이 존경스럽고 한심하게 느껴진다. "안녕하세요." 아싸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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