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좆엘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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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마음만은 집착이 아니야
'아 시발새끼.'
성규가 딸기맛 사탕을 입 안에서 굴리며 마우스를 딸깍거렸다. 마우스 패드에는 성규의 사랑이자 자칭 미래 남편이라는 남우현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있었고, 모니터 속에는 'Love Hyun' 이라는 이름의 홈이 당당하게 그 자태를 뽐냈다. 익숙하게 한글을 켜 제목을 입력했다. 현성 이라는 단어로 도배되어 있는 스크린을 보며 혼자 뿌듯해 진 성규는 쩝 입맛을 다시며 타닥타닥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글이 술술 써지는게 벌써부터 독자들의 반응이 예상되는 정도였다.
현성, 유명 아이돌 가수 인피니트의 커플링 중 하나이다. 우현×성뀨의 약자로, 2차보다 1차가 더 발린다는 그 유명한 커플이였다. 성규는 고딩때 Tell Me를 추는 인피니트의 모습에 반해서 입덕한지 어연 5년째, 바꿔 말하면 현성을 판 세월이 5년이나 되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반 장난식으로 쓰던 팬픽이 유명세를 타 어느 새 장편이 10개는 넘어가고, 인피니트 레전드 팬픽을 치면 자신의 닉네임이 연관검색어에 있을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우연의 일치는 아니였다. 성규가 각종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현성 ㅍㅍ 추천좀!', '심심한데 뭐읽지 픽 추천해줘' 와 같은 게시글들에 하나하나 댓글을 달며 자신의 홈을 홍보한 엄연한 노력의 결과였던 것이다.
그러나 요즘 그에게 거슬리는 사람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MyungL 이라는 닉의 사람이였다. 엘은 인피니트의 멤버로, 엘이면 그냥 엘이지 앞에 명은 뭐란 말인가. 닉네임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가 미는 커플링은 엘뀨였다. 말도 안돼. 엘은 성뀨랑 어울리지 않는다고! 현성이즈레알 몰라? 가만히 짜져있으면 관심도 없겠지만 그가 자꾸 자신의 홈과 블로그에 찾아와 게스트 방과 안부게시판에서 추근덕대는 것이였다. 홈과 블로그에 모자라 자신이 하는 SNS까지 찾아와서 테러하는 그는 아무리 차단해도 도저히 막을 수 없을 정도의 집착을 보였다.
『럽현님- 왜 오늘은 아무것도 안올리세여? ㅎ』
『럽현님 엘뀨파실생각 없어요ㅡ.ㅡ』
『러브 현? 저는 엘이 젤루 좋던데.. ^^』
『솔직히 현성보다는 엘뀨가 더 발리져??』
등등의 취좆하는 발언이 대부분이였고, 어떻게든지 엘뀨를 영업하려는 것이 다 보였다. 한 번은 궁금해서 그의 블로그에 들어가 봤더니 그림러였는지 게시판은 그림으로 꽉 차 있었다. 방문자수가… 자신보다 훨씬 높은 걸로 봐선 그림러 중에서 레전드 급인가 보다, 하고 조금 자존심이 상했지만 인정할 수밖엔 없었다. 게시글 하나를 누르니 역시 엘뀨의 그림이 있었다. 오올- 잘그리네. 성규가 생각하다 곧 머리를 저으며 창을 껐다. 명엘은 그냥 취좆변태라고. 확 말해버릴까 하다 나이 먹고 유치한 짓을 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 관두었다.
띠링. 안부게시판에 무언가 올라왔다는 알림이 울렸다. 성규가 컴퓨터를 켜 확인하자마자 인상이 찌푸려졌다.
『럽현님 혹시 이번에 인피니트 컴백할 때 저랑 같이 앨범사러 가실래요? (수줍)』
저 (수줍) 은 뭔데! 어이가 없다 못해 기가 차서 성규는 끊은 담배가 땡길 지경이였다. 그래도 대외적으로는 착하고 소통 많이 하는 작가님으로 통하는 성규이였기에 최대한 내숭을 떨며 답장을 보냈다.
'아 제가 인터넷으로 시킬 꺼라서^^ ㅈㅅ해요ㅠ'
『만나고 싶었는데ㅠ.ㅠ ㄱ..그럼 사공이라도 해주세욧!』
아 오타쿠 새끼. 결국 마우스를 던져버린 성규가 체념하며 몇 초 간격으로 오는 메시지를 보고만 있었다.
『사!공! 해주시떼ㅠ』
『럽현님 안해주시면 테러할꺼라능ㅠ』
『님 남팬 맞져? ㅎ 전 다 알아요=.=』
『럽!!현!!사마!!』
계속 오는 메시지에 짜증이 나 그냥 알겠습니다^^ 라고 보내고는 대충 셀카를 찍어 보내줬다. 뭐 별일이야 있겠어.
2. 근데 그 별일이 일어났습니다
성규는 사실 빠돌이 대딩이였다. 그래서 평범한 학생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알바를 해야 했는데, 그나마 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게 편의점 알바였기 때문에 규차니즘 말기 환자인 성규는 편돌이가 되었다. 그 날도 그는 한적한 편의점 카운터에 서서 할일없이 네이년 검색창에 '인피니트 콘서트 후기' 라던가 '140419 부산팬싸 후기' 등을 치며 대리만족과 대리설렘을 왕창 느끼고 있었다. 흐흥. 입꼬리가 올라가다 못해 귀에 걸릴 지경이였다. D-7, 위젯으로 설정해둔 날짜는 당연히 인피니트의 콘서트 디데이였다. 꽤나 좋은 자리에 가는지라 시야짤을 보고 또 봐도 이렇게 가까이서 인피니트를 볼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딸랑- 편의점의 문 위에 달린 종이 울리고 어떤 새카만 옷을 입은 남자가 걸어들어왔다. 아 누구야. 자기 손님에게 화를 내며, 물론 겉으론 웃고 있었다, 어서오세요- 라고 최대한 건성건성하게 인사했다. 얼굴을 든 남자를 보니 헐, 이라는 민망한 소리가 크게 나왔다. 당황해 급히 입을 가렸지만 여전히 남자는 성규를 보며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혹시… 럽현님 아니세요?"
"아닌데여.. "
앗, 순간 너무 당황해서 고딩때의 오타쿠 말투가 튀어나와 버렸다. 헐시벌. 얘 누구지. 친구들도 모르는 내 빠질을 알다니. 엄마 저 덕밍아웃 당한거 같아요 엉엉. 속으로 울음을 삼키고는 입꼬리를 들어 올려 보였다. 손님, 뭐 찾으시는거라도 있으세요? 어떻게든 화제를 바꿔보려고 발악했다.
"우음… 맞는 거 같은데."
그렇게 말하고선 그가 갑자기 폰을 들어 성규의 얼굴 옆에 대었다. 슬쩍 눈을 돌려 액정을 보니 그곳에는 제가 그 취좆무개념에게 보낸 사진이 떡하니 있었다. 헐. 헐. 미친. 너무 놀라 벌어진 입을 다물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의 얼굴만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이미지 상으로는 뿔테안경의 후덕한 오타쿠일 줄 알았지만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훨씬 잘생기고 키도 저보다 2~3cm는 커 보였다.
문제는 그거였다. 명엘이 잘생겼다는 것.
그래. 성규는 얼빠게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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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글잡에서 망작이 없어보이길래 제가 똥을 쌌습니다! ㅎㅎㅎ 명수야 미아내... 성규야 미아내...
앗 참고로 성뀨는 무한별희의 성뀨썸써이 오빠의 애칭이랍니다^^
제목이 왜 저따구냐 하시면은 서로 취좆을 하는 성규와 명수를 보고싶었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