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준 씨. 아마도 이미 수많은 매체에게 이 질문을 들으셨을 거라 생각됩니다. 김남준 씨 하면 첫사랑 질문을 안 드릴 수 없는데요. 열렬한 독자분들께서 추측하건데 김남준씨가 책의 마지막 구절인, [Wheresoever you go, go with all your heart. - 어딘가를 가던 네 모든 마음과 함께 가라.] 라는 글귀가 김남준 씨의 첫사랑을 향한게 아니냐라는 추측이 맴돌고 있습니다. 그동안 감질맛 나는 답변으로 항상 논란을 잠재웠는데, 김남준 씨의 시리즈물이 끝난 오늘 이 매체를 통해서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음, 사실 숨기려 한 건 아니었는데. 본의 아니게 비밀스럽게 포장한 것 처럼 되었네요. 하하.
궁금해 하시는 독자분들이 많아요.
그렇담, 보내 주시는 기대에 부응해 드려야죠.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 할 까나. 역시 그래도 첫사랑은 첫 만남이 가장 끌리는 요소겠죠? 음, 저와 그 분은 아주, 아주 어릴 적에 만났어요. 사실 만난 나이도 기억이 잘 안나요 하하. 아마 제가 여섯 살 즈음이지 않았을까 해요. 그 분은 저보다 한 살 많은 사람이었어요. 사실 한 살 더 많다래 봤자 아직 제 허리춤에도 겨우 올 정도의 아이였죠. 하는 짓은 애어른이었지만.
지금은 종죠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그 때는 막연히 그 분을 따라하려 했죠. 넓은 성당안에서 찬송가도 부르고 멋모르고 뛰다가 꾸중을 들은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죠. 그런 날 보면서 어머니는 하나하나씩 날 가르쳤어요. 함부로 뛰어선 안된다던지, 말씀을 들을 땐 등허리를 핀 곧은 자세로 들어야 한다던지 이런 거 말이에요. 하지만 전 그 말을 단 마디도 새겨듣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저는 며칠 후에 그 분과 똑같이 차분하고, 나긋하게 행동했어요. 맞아요. 저에겐 그 분이 교주였어요. 제 신앙심은 오롯이 그 분에게 비롯되었으니까요.
그 분은 상당히 어른스러운 아이이셨나 봐요.
네. 그 분은 매력이자 제가 그 분을 좋아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죠. 아시다시피 저희 부모님은 남들보다는 조금 이르게 저를 낳으셨어요. 그리고 한 순간에 어느 한 부모의 아이가 아닌 떠 맡겨진 사람이 되었을 땐 항상 같은 생각을 했어요. 어른들은 모두 어른인 척 하는 어른들이라고. 그 당시에 가끔씩 집에 두어 권 들어오던 동화책의 어른들은 그렇지 않았거든요. 용맹하고, 책임감 있는 멋있는 사람들. 그리고 항상 어른스러움을 잃지 않던 모습들까지. 저조차도 모르게 저는 그 이상향을 바라고 있었는지 몰라요. 그리고 그 때 나타난 게 그분 이었죠. 짠, 하고. 꼭 백설공주의 마법사 같았어요. 절 신데렐라로 변하게 해줄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그 것도 짧았어요. 가난이라는 건 모든 걸 앗아가더라고요. 물건 따위들은 이루 말할 수 없죠. 그 보다 견디기 힘든 건 그 분을 보는게 점점 힘겨워 진다는 거였어요. 어린 마음에 싹을 틔운지 오래도 되지 않았는데 말이에요. 그 때는 몰랐어요. 이게 무슨 마음인지 자각조차 못했죠. 저는 너무 어렸고, 그 분은 너무 멀었어요. 사랑이란 걸 자각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렸죠. 곱씹기도 많이 곱씹었어요. 왜 그런 말 있잖아요. 사랑에 나이가 어딨나.
이 말이 노부부의 은은한 향수 같은 사랑을 일컬어 만들어진 말이기도 해요. 하지만, 어린 나이에 손수 꽃을 꺾어주고, 자기가 서툴지만 온 마음을 담아 쓴 편지를 전해주는 아 주 어린 감정들도 사랑이 아닐까 해요. 가장 마음이 온전 할 시기에 보답을 바라지 않는, 한 없는 사랑이 저는 이 어린 사랑보다 더한 건 없다고 봐요. 그저 상대의 웃음이면 설령 편지를 쓰다 너무 힘을 준 손아귀가 다 부어버렸더라도 거뜬히 모든 걸 안을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사랑 말이에요.
그 분에게서 제가 느꼈던 것들, 마음, 눈길, 섬세하지 못한 그 감정들을 저는 아주 많이 사랑해요. 연필도 제대로 쥐지 못했던 그 때 오롯이 내 마음을 줄 수 있었던 그 모든 것들을 저는 사랑해요.
아직도 그 분을 많이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가요? 어, 그렇네요. 벌써 이 이야기로 시간이 이렇게 흐를 줄이야.
지금 애인분이 질투하시겠어요. 이 인터뷰를 보시면.
질투요? 음, 글쎄요... 아, 이 말은 할 것 같아요.
어떤 말이요?
그게...
.
.
.
.
김남준.
응? 왜요?
인터뷰, 봤어.
어...인터뷰, 봤어요? 아, 사실 형 얘기는 안 하려고 했는데 말이 나오다보니까...
괜찮아.
...진짜요?
응.
다행이다.
왜 다행이야.
아니, 혹시 기분 상해할까봐요. 아무래도 인터뷰니까.
그냥 해. 해도 돼.
어, 정말요? 싫어할 줄 알았는데...
이걸 누가 싫어해.
응?
나 좋다는데 왜 싫어하냐고.
아...
......
......
아, 참 정말 형은.
왜 이렇게 벅차게 사랑스러운 지 모르겠어요.
처음에 기자랍시고 말하는 저 사람이 남준이가 썼다던 글귀를 읽어주잖아요? 저 글 하나 때문에 이 지경이 됐습니다.
작가인 남준이가 소설처럼 윤기를 표현하는게 보고 싶었어요.
어디를 가던 남준이는 결국 제 모든 마음인 윤기를 함께 했습니다. 김남준 민윤기에 인생베팅.
혹시...읽으실지 모르겠다만 맞춤법 틀린 게 있다면 지적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