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같은 소리하네 ! 01 낯선 듯, 낯설 지 않은 풍경. 지금 난 창가쪽 분단, 셋째 줄 왼편 자리에 교복을 입고 앉아 있다.
"코닉 !" 나는 코닉(이)가 아니다. 아니, 애초에 학생이 아니다. 허리께까지 찰랑이는 머리칼은 물론이거니와, 이렇게 희고 고운 피부를 가지고 있지도, 늘씬한 몸매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송윤형 "아, 윤형아 왜?"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갑작스럽게 나를 부르는 소리에 당황했지만, 소리의 주인 교복에 달린 명찰을 슬쩍 보고 자연스럽게 대답을 했다. 명찰에 적힌 저 이름 역시, 모르는 이름. 모든 게 내가 아니다. 그런데, 이 익숙한 느낌은 무엇일까. * 학교는 벌써 졸업한 지 6년이나 지났다. 졸업 이 후, 글재주가 뛰어나다며 신동이다, 천재다 소리를 자주 듣곤 했던 난 각종 공모전에 참가해 상이란 상은 죄다 싹쓸이 했었다. 그리고 그 후, 출간하게 된 단편소설집은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당시 내 나이, 스물 하나였다. 그렇게 난 어린 나이에 작가가 되었다. 무려, 성공한. 그리고 나서 한 일은 미친듯이 글을 쓰는 일이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순간순간 머릿 속에 떠오르는 모든 것들을 글에 쏟아 부었으며,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작품을 완성시켰다. 빠르게 글을 완성시키면서도 작품의 퀄리티는 언제나 최상, 책을 찍어내는 족족 베스트 셀러. 그런 천재 문학소녀에 대해 갑자기 세간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각종 인터뷰와 계약이 늘어났고, 시기어린 눈초리를 받는 것 역시 늘어났다. 스물 넷, 여전히 어린 나이였다. 떠받들여지다 보니 내가 뭔가 대단하고 엄청난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다. 돈에 따라 계약했고, 돈에 따라 글을 썼다. 초창기의 열정같은 건 사라진지 오래였다. 난, 속물이 되었다. 하지만 냄비근성 가득한 한국에서 어린 여성 작가 하나가 지속적인 관심을 받는다는 건 허무맹랑한 소리였다. 얼마되지도 않는 시간었음에도, 시간이 지나자 세상은 나에게 관심을 끊었다. '좀 뜨더니 변했네, 사람이 돈만 밝히네, 요즘 글 퀄이 죽었네-' 대신, 손가락 질 받는 일에 익숙해졌다. 한 물간 작가가 되버린 나는 글 쓰는 것이 더이상 즐겁지 않았다. 가슴이 텅 비어버렸다. 단 한 순간도 손에서 놓은 적 없는 펜을 놓았고,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살아갔다. 그리고 스물 여섯의 마지막 밤, 반갑지만은 않은 스물 일곱의 아침을 맞기위해 잠자리에 든 난 이 곳에서 깨어났다. 웅성웅성- 시끄러운 소리에 억지로 잠에서 깬 나는,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스물 일곱번째 생일날, 난 열여덟이 되었다. * 처음엔, 그러니까 방금까지도, 책상에 엎드려 자던 내가 기나긴 꿈을 꾼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혹은 그 반대이거나. 하지만 그렇다기엔 난 내 앞에서 종알거리는 이 친구도, 이 교실 풍경도, 심지어 나 자신도 너무나 낯설었다. "딱히 아무생각 안 해." "뭐야, 김코닉 ~ 근데 왜 대답이 없어?" 아니, 낯선 데, 분명 낯선 데, 뭔가 낯이 익다. '송윤형' 특이한 이름이다. 처음보는 이름같은 데, 뭔가 익숙하다. 뭘까, 대체. 여기가 어딘지, 묘하게 익숙하지만 생소한 이 곳이 어딘지 하나도 모르겠다. 지끈거리는 머리에, 너저분하게 펼쳐져있는 필기구를 치우고, 미적분 교과서 위에 얼굴을 처 박았다. "왜그래? 어디 아파?" "미안, 머리가 좀..." "뭐? 어떡해 ! 약은? 있어? 보건실 갈까? 갑자기 왜 아프고 그래, 속상하게." "아니, 아니, 아니 괜찮아. 곧 수업 종치니까 그냥 있을 게." 갑작스러운 이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머리가 아프다는 핑계로 윤형이를 내쫓을 생각이었다. 날 걱정해주는 이 친구에겐 미안하지만 지금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점심시간이야, 김코닉... 많이 아파?" 이런 망할. 생일 기념으로 술먹고 자다가 지금 여기 뚝 떨어진 거나 마찬가진 데, 점심시간인지 쉬는 시간인지 내가 알 턱이 있나. "...그냥 잠시 엎드려 있으면 괜찮아질 것 같으니까, 나중에 다시 와." 대놓고 내려진 축객령에도 송윤형은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결국 가네, 마네하는 몇 번의 실랑이 끝에 내가 짜증을 부리자 윤형이는 갔다. 그렇게 송윤형이 가고, 난 교과서 마저 다 치워 버린 차가운 책상 위에 얼굴을 맞댄 채로 생각의 시간을 가졌다. 다른 사람 몸에 빙의한 걸까? 아님, 영혼 체인지? 꿈? 그렇다면, 이 익숙한 느낌은 뭐지? 여긴, 과연 어디일까. 생각할 수록 더 실이 엉켜가는 기분이 들었다. "복잡해." 결좋은 머리칼을 잔뜩 흐트리며 눈을 감았다. 하지만 곧 터질 것 같은 머리에, 다시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바람이 맞고 싶었다. 드르륵- 날카로운 바람이 얼굴로 날아 왔다. 얼굴이 뜯어질 것 같은 미친 바람이다. 왜 열었지. 겁나 춥네. 창문을 열었던 것을 후회하며 다시 닫으려는 그때, 창문 너머로 무언가 보였다. "...? 저게 뭐..." 쾅- ! "으아아악 !!" "꺄아아악 !!" "엄마아 !!!" "꺄아아아아 !" 귀를 찌르는 엄청난 소음에, 교실이 아수라장으로 바뀌는 건 순식간이었다. 내가 창문 너머로 본 건, 진회색의 괴물이었다. 소음의 주범도 그 괴물이었다. 그 괴물은 눈코입 하나 없이 그냥 진회색을 덕지덕지 뭉쳐 몸통을 만들고, 손은 아무데나 붙여놓은 허접한 덩어리 같아 보였는 데, 문제는 크기가 학교 뒷 산만 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손을 한 번 휘둘렀을 뿐인 데, 건물 하나를 날려 버릴 정도의 엄청난 괴력까지 소유했다. 하 ? 미친, 여기 대체 뭐하는 곳... 아, 세상에. 쿵쿵쿵- "야! 김코닉 !! 뭐해!!" 생각났다. "김코닉 !!!" 여기가 어딘지, 쿵쿵쿵쿵- "뭐야 !! 김지원, 김코닉 !! 왜 아직도 이러고 있어 !!" 이곳의 난 누구인지. "그러는 넌 뭐하냐, 구준회 !!" 여기는, 그러니까 내가 들어온 이 세상은, "너네가 저거 치우러 갈 생각을 안 하니까 데리러 왔지 !!" 빌어먹을 내 작품'속'이다. "김코닉? 야!! 너 왜 그래 ?" 그리고, "빨리 !!! 급하다고 !" 이 글의 장르는 "변신해 ! 얼른 !" 마법소녀물이다. 씨이발. - 잘부탁드려요 ^▽^ + 글 수정을 좀 했는 데 별로 달라진 건 없어용 단어랑 문장 쪼끔 수정하고 주네 대사 한 줄 추가했습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