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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닝 전체글ll조회 3309l 1

* BGM은 두 개 모두 자동재생입니다. 한 개씩 멈췄다 들으시는 걸 권장합니다!




                                                                                                                                                       미루감화서
                                                                                                                                                               w.규닝



07.


  엽전을 놓아두는 성규의 손길이 조심스러워졌다.
  이미 바닥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쌓여진 엽전은 옥그릇의 절반도 넘어가고 있었다. 혹 잘못 놓았다가 그릇 밖으로 떨어질까 엽전을 조심스레 놓아둔 성규가 급기야는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며칠 째였다. 집어넣는 족족 거둬졌던 엽전이 자꾸만 쌓여가 더미를 이루게 된 것은. 다른 이가 거두어 가지 못하게끔 옥그릇 위에 합판을 올려 둔 성규가 잠시 후에는 그것을 완전히 뒤엎어놓았다. 옥과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어두운 도서고 안을 울렸다. 책장 위에 완벽히 뒤집어진 옥그릇 속으로 엽전을 밀어 넣고서 홱 몸을 돌려 고서 창고의 미닫이를 열었다.

  훔치고 싶은 것이 많다 하였다.
  도저히 그 뜻을 모르겠기에 답답했다. 같은 구절을 아무리 여러 번 되새겨 읽어도 하나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아 뒤숭숭한 성규가 제 무릎 위에 턱을 괴었다. 가까이 할수록 훔치고 싶은 것…. 그에 앞서 ‘너도 도둑이니 이 기분을 잘 알 것’이라는 말을 되짚어보자 더 모르겠는 기분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저는 아무리 존경각의 서책을 가까이 하더라도 그것을 기어코 훔쳐내고야 말겠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었다. 아무리 가까워도… 훔치고 싶지는 않던데. 곧이 곧대로의 해석이 아니라, 혹 그 말 속에 다른 뜻이 있을까 하여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도 성규에게는 지극히 어려운 문제였다. 눈앞의 호롱불이 자꾸만 깜빡깜빡 어둠을 껐다 켰다. 성규가 도리질을 치다가 다시 서책을 붙들었다.
  얼마 후에 있을 식년시(式年詩) 복시에 온 신경을 쏟아 붓는다 한들 하루가 꼬박 부족하거늘 머릿속은 제 의지를 따라주지 않고 있었다. 더군다나 이번 복시는 전의감뿐만 아니라 예조에서도 뜻을 함께 하는 시험이었기에 긴장감은 더했다. 어떻게든 예판의 눈에 들어야했다. 저를 위해서도, 대감을 위해서도. 성규가 이를 악물고 의서를 달달 외웠다. 워낙에 알아먹기 힘든 필체로 쓰여진 글씨를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내리읽어도 상황은 나아지질 않았다.

 “모르겠다….”

  이것도, 저것도. 혹은 내가 무얼…잘못한 건지도. 얼굴 가까이에 바짝 당겼던 의서를 바닥으로 내려두며 성규의 입에서 한숨이 터졌다.
















 “야! 저리 안 가? 이 거머리 같은 자식들.”

  우현이 대번에 뒷걸음질을 치며 질색을 했다. 갑작스럽게 섬돌 위로 올라서는 바람에 서까래에 뒷통수가 찧어 제 뒷머리를 움킨 우현이 한 발짝 앞까지 다가와 헤헤 웃는 재직들을 질린다는 듯 노려보았다. 말귀도 알아먹지 못하는 듯 뵈는 어린 재직이 코를 훌쩍였다.

 “고마워서 그렇습니다! 도헌 도령께서 주신 약제로 쇤네랑, 또 저 아이랑, 저 아이랑….”
 “그러니까 그놈의 고맙단 말 좀 집어 치워라! 염병, 온 몸에 두드러기가 돋는 것 같잖아!”

  우현이 멀쩡한 제 팔을 유별스럽게 싹싹 문지르며 성난 목소리로 야단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그 모습이 무서워 단박에 입을 다물었을 재직들이었지만, 무언가 먼젓번에 덕을 입고 나니 우현의 모습은 마치 이빨 빠진 호랑이 같았다. 앞서 말했던 아이보다 좀 더 큰 재직이 제 뒷머리를 긁적였다.

 “알고 보니 도헌 유생님은 다정한 분이십니다요.”

  우현의 머리털이 쭈뼛 섰다.
  질겁했던 표정마저 싹 굳은 우현의 머릿속에는 '혹 알고서 일부러 그러는 건가‘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우현이 청재 마루로 뒷걸음쳐 기어 올라갔다.

 “이,이,이것들이 서생원 귀신에 들렸나. 뭔 말끝마다 그놈하고 같은 말만 해!”


 ‘소인은 모르겠습니다.’
 ‘엄한 분이신지, 다정한 분이신지를.’

  우현의 머릿속에서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메아리치듯 맴돌기 시작했다.

 ‘도헌께서는 이제… 소인에게까지 다정하십니다.’

  그것은 일종의 주술 같은 것이었다. 아직까지 영문을 모르고 저를 올려다보며 웃고 있길 바쁜 재직들에게서 급히 몸을 돌린 우현이 제 방문을 열고 들어가 꽝! 소리 나게 문을 닫았다. 비어있는 방 한 가운데에 털썩 주저앉아 이를 갈았다.

  분하고, 분했다. 같은 시간을 보냈음에도 저만 이토록 무서운 주술에 걸려 몇 날 며칠을 앓고 있다는 것도. 어떻게 해 볼 새도 없이 이상한 사심이 들어앉은 마음을 애써 부정해보려고 해도 그 상대가 자꾸만 보고 싶고 궁금해, 저만 이런 것이 억울하고 또 답답했다.
  인정하기는 싫었다. 그래서인가 이토록 버티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눈에서 멀어지면 생각조차 덜할 것이다. 그동안 그토록 얕잡아 봤던 서생원이 제 고민속의 반을 차지하고 앉아 있다는 생각을 해보면 그만큼이나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없었다. 우현은 곧 죽어도, 제 쪽에서 그 사심을 인정하지는 않으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하지만 그런 다짐도 잠시, 제 사색을 방해하는 수다 소리에ㅡ 우현이 닫혀진 방문을 미친년 널뛰듯 홰까닥 열어젖혔다.

 “야! 이리 와 봐.”
  우현이 가부좌를 틀고 앉은 채, 마루 너머에서 원으로 모여 히히덕거리던 재직들을 불렀다. 재직들 중 가장 명랑한 놈이 고개를 쏙 빼들었다.

 “쇤네를 부르셨습니까?”
 “너면 어떻고, 저놈이면 어때! 아무나 마루로 기어 올라와보란 말이야!”

  우현의 칼벼락에 재직들 중 하나가 허둥거리며 마루로 올라왔다. 재직이 침을 꼴깍 삼켰다.

 “쇠,쇤네를 어찌,”
 “요사이 재직들이나 서리, 아니면 비복들에게 혹 고뿔이 돌고 있냐?”
 “어…잘…모르겠,”
 “이거나 받아라.”

  우현이 발치에 채여 나동그라져있던 약제 꾸러미를 휙 하니 마루에 내던졌다. 두어바퀴를 구른 약제가 툇마루 끝으로 떨어지기 일보직전 그 앞에 섰던 재직 하나가 간신히 받아들었다. 우현의 목소리에 심술이 덕지덕지 붙었다.

 “네놈들이 아니더라도 마음 쓸 곳이 많은 놈이다. 약방 전담으로 들르는 의관 녀석은.”
 “…….”
 “그러니 귀찮게 굴지 말고 그거나 제때 달여 먹으란 소리다. 혹 아프기만 해봐라. 병으로보다 내 손에 먼저 죽어나가게 해 줄 테니까.”

  약제 꾸러미를 두 손 가득 받아 든 재직들이 일제히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방문이 열릴 때 그랬던 것처럼 성나게도 닫혔다. 약제 꾸러미를 구경하려 모여든 재직들이 툭 튀어나온 헝겊을 손가락으로 건드려 보기를 반복했다.
  얼핏 보면 안하무인인 것 같지만 역시나 다정한 상유가 맞다. 재직들이 저마다 낄낄대며 꾸러미를 안아 들고 비복청으로 내달려갔다.






















 “아이고, 선비님 오셨습니까요!”
 “이번에도 좀 늦었소.”

  한달음에 문턱까지 달려 나와 저를 맞는 수복에게 꾸벅 눈인사를 한 성규가 어깨에 메고 있던 꾸러미를 바닥으로 내려두었다. 전혀 안 늦으셨습니다요! 이번은 저번만큼 약제가 다 동이 나 있는 것도 아니고. 수복이 사람 좋은 미소와 함께 연신 허리를 굽신거리며 다가와 성규가 내려두었던 약제를 안아들어 안쪽으로 옮겼다. 성규가 무거운 약제를 옮기느라 무리가 간 어깨를 주먹으로 통통 두드렸다. 

 “약제가 동나지 않았단 말이오?”
 “물론 다녀가는 상유들은 많사오만 다행이도 바닥은 보이지 않았습죠. 이건 다 선비님이 그동안 한꺼번에 많이 날라주신 덕입니다요.”

  수복의 말에 성규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이제야 제 본분을 겨우 차렸다는 생각에 냉가슴을 쓸어내린 성규가 헛기침을 하며 약제 칸 쪽으로 다가왔다. 어느 정도 차 있는 칸 안으로, 성규가 가져 온 약제들이 덧대어져 그득그득 차기 시작했다. 그러자 뿌듯함이 배가 되어 밀려왔다. 성규가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짓다 말고는 바삭바삭 마른 약제를 손으로 집어보다가 수복의 눈치를 살폈다.
  자꾸만 애꿎은 약제를 이렇게 저렇게 만지작거리기를 한참.

 “저, 혹…”
 “예?”
 “혹 도헌께오서…, 그간 또 약제에 해충이 있다시거나 하며…뭐, 그런 말은 없었소?”

  성규가 제 주먹을 말아 쥔 손을 입가로 가져다 대며 헛기침을 시작했다. 콧노래와 함께 약제를 담고 있던 수복이 입을 벌리고 그의 말을 새겨듣다가 곧 아아,하는 반응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이고, 말도 마십쇼!

 “해충이 있다기는 커녕, 이 쪽 약방엔 걸음도 하지 않는 양반인뎁쇼!”
 “…….”
 “초겨울 한파가 그 양반한테는 안 먹히는 모양이더라굽쇼. 하긴, 원체 건강하신 분이기는 하셨습니다만. 요새는 아주 여기다 호통 저기다 호통 난리신데, 반궁에서 그만큼 쌩쌩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양반입니다! 더군다나 요사이에는 그 불같은 성격에 화까지 쌓인 것 같아 어찌나 시끄러운지.”
 “아….”
 “저번에 불려가셔서 호되게 당하셨습니까요? 그 때는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하십쇼. 이제는 약방엔 걸음하실 일 없이 건강한 분입죠.”

  제 딴엔 성규의 염려를 덜어주려 한 가감 없는 사실이었기에 호탕하게 웃은 수복이 곧이어 씩씩하게 하던 것을 마저 하기 시작했다. 성규가 그의 말에 입을 꾹 다물었다.
  잘 지내신다…. 초겨울에 고뿔이 들면 보통 겨울이 가시기 전까지 쉬이 낫지 않아 고생이라지만 그래서 다행이기도 하면서 어딘가 수틀리는 구석이 있었다. 성규의 마음에 또다시 답답한 무언가가 얹혔다. 바쁘게 약제 칸을 채워 넣는 수복의 손 위로 넋을 빼다가 휴,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달갑기도 하고, 달갑지도 않은 소식이 밍숭맹숭한 마음을 둥둥 떠다니고 있을 때였다.

 “게 누구 있느냐?”
  거들먹거리는 발걸음이 약방 안을 디뎠다. 예! 쇤네 있습죠! 수복이 칸을 채워 넣다 말고 대번에 발을 놀려 들어오는 이를 맞았다. 성규도 몸을 돌려 그를 보았다.

 “큰 건 아니고, 내 화롯불에 데어 화상을 당했는데 이에 듣는 약제 좀 내어 주게나.”

  단정히 유건을 갖춰 쓴 유생이 점잖게 말했다. 화상이라굽쇼? 수복이 그의 뒷말을 따내 묻다가 이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약제 창고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제 소매를 쓱 걷어붙였던 유생과 가만히 섰던 성규와 눈이 마주쳤다. 아무 생각 없이 그를 보고 있던 성규가 황급히 눈을 내려 허리를 숙이자 상대 유생도 머리를 까딱했다. 그 이후로는 좀처럼 제게 닿지 않는 성규의 시선을 기다리고 있다가 유생이 짐짓 뒷짐을 졌다.

 “그대가 혜민서에서 내려온 의관이오?”
  유생의 물음에 성규가 숙이고 있던 몸을 더욱 수그렸다.

 “예. 그렇습니다.”
 “내 맥을 좀 짚어 주실 수 있겠소?”

  성규가 숙였던 고개를 슬그머니 들었다.

 “맥이요?”
 “요사이 사지가 으슬으슬 한 게 기운이 좋질 않아 그렇소. 구휼 전담 의관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소만, 마침 그대가 있으니 부탁 한 번 해 봄세.”

  성규의 대답은 들을 것도 없이 제 팔목을 훤히 걷어붙이고 자리에 앉은 유생이 어서 오라는 듯 손짓을 했다. 상황 파악이 느린 탓에 잠자코 서 있던 성규가 쭈뼛거리며 그에게 다가섰다. 약방의 안쪽으로 들어간 수복이 약제 칸을 뒤적거리는 탓에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 침술?”

  가이없이 엎드려 천장만을 바라보고 있던 우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반색했다. 개운해 뵈는 거동으로 방 안으로 들어오던 유생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다네. 요사이 내가 간밤에 몸이 불편하다고 이르지 않았는가. 내 화상에 듣는 약을 구하러 약방에 들렀다가 마침 의관이 하나 있기에 부탁하였는데, 구휼 의관이 아니었네만 그래도 시침 하나는 시원스럽게 뜨더라고.”
 “시침을 떠? 고것이 자네에게 침을 떠 줬다고?”

  우현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어느새 가부좌를 틀고 앉은 얼굴에 또 어인 이유인지 심술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의 방우가 제 턱을 문지르며 그렇다네, 하는 대답을 뱉자 우현의 입술에서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시침을 뜨기 위해서는 뭐…, 그러니까, 그 상스러운 것이 자네 몸을 이렇게, 또 이렇게 막 주물렀다 이거지?”

  우현이 허공에서 무엇인가를 마구 주무르는 시늉을 했다. 그것을 보던 방우의 표정이 요상스럽게 구겨졌다.

 “주물렀다니… 그 표현은 조금 음란하지 않은가?”
 “어쨌든 그게 그거 아니야!”
 “그게 그건 아니지만 말일세, 침을 뜨기 위해 등에 손이 다녀간 건 맞지. 허나 결코 주무르지는 않았다네. 내가 기방을 다녀온 것도 아니고, 다모나 의녀를 만나고 왔단 것도 아닌데….”

  허나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우현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어딜 가는 겐가? 또 그 불화와 같은 성미가 괜한 곳에 시비를 틀까 애써 물은 목소리에 우현은 답도 없이 방문을 쾅 닫았다.
  제 맡은 바가 아닌 일들을 행하고 다니는 꼴로 봐서는,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줄로만 알았던 녀석이 제 생각과는 달리 꽤나 여유를 부리고 있는 것 같았다. 우현의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그 언짢음은 걸음 걸음을 뗄 때마다 곱절이 되어 우현의 짜증기를 북돋아주었다. 결국은 그 정돈되지 않은 발걸음이 청재의 문간채를 지나, 대성전 은행나무를 빠르게 지날수록 속도를 더했다. 기어코 신삼문 바로 앞에서야 닿은 성난 발길의 기척이, 앞서 가던 이의 몸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아, 도헌…”
 “네놈은 대체 어찌 생겨먹은 놈이기에 이리 오만 방자한 것이냐?”

  성규의 얼굴을 보자마자 대뜸 내지른 소리에 공기가 탁 트였다. 예? 반사적으로 뒤를 돌았다가 생각지도 못하게 우현을 마주쳐버린 것으로도 모자라 ‘오만 방자’라는 쓴소리마저 들어먹은 성규의 눈썹이 의아하게 일그러졌다. 오랜만에 먼저 말을 걸어주어 그 짧은 새에 반가움이 일었다지만 못마땅한 것은 못마땅한 것이었다. 갑자기 어인 말이십니까? 서운함을 담은 목소리가 제게 묻자 우현이 여적지 씩씩거리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하라는 것만 빠듯이 해 낼 것이지, 쓸 데 없는 곳에까지 오지랖을 베풀고 다니니 그것이 방자한 게 아니고 대체 무엇이란 말이더냐? 지금 당장 내의원과 예문관 바닥을 뛰어다녀도 하루가 부족한 네녀석이 이리 저리 정을 풀고 다니는 꼴이 아니꼬워 이르는 말이다!”
 “아니…, 소인은 결코 쓸 데 없는 곳에 힘을 쓴 적이,”
 “너의 시간을 내게 돌리고 싶단 말이다.”

  성규의 말을 덜컥 자른 우현에, 그 뒤로는 짧지 않은 정적이 흘렀다.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지던 우현의 지청구에 얼떨떨해져 제 나름대로의 반문을 늘어놓으려던 성규의 입이 먼젓번보다 곱절은 더 알 수 없는 말에 틀어막혔다. 우현은 저조차도 손 쓸 새 없이 경솔한 말을 뱉고 나서야 혼란을 맞았다. 그리 멀지 않은 폭을 사이에 두고 선 이들의 복잡한 시선이 허공에서 얽혔다. 누구에게랄 것 없이 묘하고, 또 복잡한 상황인 것만은 확실했다.
  결국에 먼저 입을 연 것은 우현 쪽이었다. 해이해진 탓이다. 요 며칠 사이 머릿속이 이상하게 같은 얼굴만을 그려내더니 결국은 제가 어찌할 도리도 없이 정신이 완전히 해이해져버린 탓이리라.

 “자꾸 내가 너에게서 틈을 찾게끔…”
 “…….”
 “그리 만들지 말란 말이다.”

  쉼 없이 돌아가는 네 하루 중의 일부분을 내가 쓰고 싶어 진 것이라면. 혹 그것이 네놈에게 해가 되는 길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도 전부. 실속 없이 네녀석의 성질을 바짝 긁어 놓는 것에 재밌어 하며 살 수 있기를 내가 바라게 된 것이라면ㅡ 이 감정선의 끝을 어찌 설명해야 하는지를 모르겠고, 또 모르겠어서 까마득했다. 우현이 저만큼이나 알 수 없는 얼굴을 하고 섰는 성규와 눈을 마주했다.

 “네가 잘못한 것이다.”
 “…허나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소인이 무얼….”
 “네가 나에게 여지를 보여 주었단 소리다.”

  너에게 시간을 비켜 주고 싶지 않아졌다. 우현이 도포 속에 가려진 허여멀건한 손을 노려보았다. 그러니까 내 애써 생각 해 덜어 준 시간에, 저 손으로 남의 등을…, 우현이 저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 우현의 눈이 저의 어딘가를 노려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 성규가, 당황하던 것도 잠시 필낭을 움켜쥐었던 제 손을 등 뒤로 가져다 숨겼다.
  이미 성규의 대답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성규의 입에서도 적절한 대답은 떨어지질 않았다. 실은 그게 무슨 말이었냐고 되묻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던 것은ㅡ 칼벼락 같은 성질머리에 따른 후해가 두려워 그랬음이라. 성규가 자꾸만 그의 뒷말을 곱씹어보았다. 시간을 비켜 주고 싶지 않다…. 출처조차 정확치 않았다. 순전히 그의 머릿속에서 나온 말인지도, 어느 경전에 적힌 글귀를 단순히 읊어 준 것인지도 모르겠는 말이 자꾸 성규의 머릿속에 사사로이 끼어들었다.




















  그 날 이후로도 성규의 하루는 짧고 또 짧았다. 제 이해력이 달리는 것이라 여겨 기운 없이 반궁을 벗어나 집으로 돌아갔던 날. 긴 밤을 머리 싸매고 뒤척였던 것도 벌써 아흐레나 지난 시간이었다. 의과 식년시 복시를 위해 밤낮으로 《동인경(動人經)》이며 《찬도맥(纂圖脈)》을 붙잡아보아도 복잡한 머릿속에 달라질 건 없었다. 방바닥에 배를 깔고 드러누워 갖은 의서를 내리짚어가며 읽어보아도 잠시 후면 서책을 들었던 손에 분 냄새가 완연한 향낭이 들리어지기 일쑤였다. 성규가 괜히 향낭의 끈을 조였다가 풀어보기를 반복했다. 약제를 넣었다가는 그것이 지닌 분 냄새가 사라질까 하여 아무것도 넣어 다니지를 않고 있었기에 본연의 냄새가 가시지는 않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이 비어있는 주머니 속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다 닫아버리기도 여러 번. 그러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고자 하여 의서를 들어보아도 눈길은 자꾸만 그것에 가 닿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성규의 얼굴에는 생채기가 늘었다.
  활인서의 선진 의관들을 따라 서촌이며 익랑골 주변을 바쁘게 오가다 보니 자연스레 생긴 상해였다. 무상으로 침술을 베풀어도 애꿎은 화를 입어 뺨을 얻어맞는 일도 종종 있었으며 아픔에 익숙지 않은 나어린 계집애들이 할퀴어 댄 탓에 성규의 눈가 아래로는 서슬 퍼런 멍자욱과 손톱자국이 새겨졌다가 사라지길 반복했다. 제 뺨에 새겨진 상처가 보기 싫어 괜스레 갓끈을 조여, 뒤로 당겨 썼던 갓머리를 얼굴 아래로 드리우기도 했다. 한기가 가득 찬 병막 아래에 앉아 있을 때면, 환자들의 맥을 짚느라 옷자락 아래로 숨길 새도 없이 드러난 허연 손목이 빨갛게 터 차게 얼었다. 성규가 꽁꽁 언 제 코를 녹이고자 찬 손으로 그것을 잡으려다 말았다. 해는 벌써 아홉 번이나 지고 올랐다.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 덕에, 반궁의 문턱에는 가 닿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기 시작한 것도 그렇게 아흐레가 지난 날이었다.
  일각이 여삼추라. 아무리 알아듣지 못할 말만 던져 놓고 헤어진 사람이라지만 보고 싶었다. 직접 만나 그 때 그 말이 무슨 뜻이었냐고도 묻고 싶었고, 그게 아니어도 그저 가까이서 심술 난 얼굴 한 번이 유난히 보고 싶었다. 이유는 저도 몰랐다. 그냥, 초겨울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겨울같이 추운 서릿발 속에서도 못내 다정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서 그리운 탓일 테다. 성규가 꽁꽁 얼어 마른 코를 훌쩍이며 제 향낭을 들여다보았다.


  대궐에서 연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수의 대감의 앞에서 넙죽 엎드려 작문을 하던 성규의 고개가 서서히 들렸다. 청에서 온 사신들을 맞아 궁정 뜰에서 연회가 열릴 예정이라는 말을 들어, 붓을 든 손에서 힘이 빠져갔다. 연회…. 예쁘겠다. 그래서인지 성규의 발걸음이 꽤 늦은 시각에 다다라서야 반궁에 닿은 것일지도 몰랐다. 오랜만에 약제를 가져다 두려 들른 반궁을 핑곗거리로 써 버렸어도 좋았다. 해가 저물자 집춘문 너머에서는 악공들의 기악소리가 초겨울의 바람을 타고 넘어들어왔다. 약방에 약제를 놓아두고 문을 나서는 성규의 발걸음을 흥겨운 가락이 자꾸만 잡아 채고 있었다. 성규의 걸음이 기어코 늘어졌다.
  오늘 제가 제출했던 작문을 보고 요사이 실력이 늘었다며 저의 어깨를 치켜세워주었던 수의 대감의 목소리가 들뜨는 기분에 얹어져 그렇잖아도 일렁이는 가슴께에 초봄의 꽃이 만연해지는 기분이었다. 약주를 한 것도 아닌데 반수교 아래로 내려온 성규의 기분은 그 여느때보다 알싸하게 들떠 있었다. 활인서다 뭐다 하며 여기 저기 떠돌던 마음이 오랜만에 한 곳에 정착한 느낌이었다. 다리 위에서 한참동안이나 굳은 듯 서 있던 성규가 그 위에 주저앉아 강물 위로 제 다리를 달랑거렸다.

 “기분은 좋네.”

  그동안의 일들로 인해 지쳤던 묵었던 심신이 반수교 아래 강물에 씻겨 내려가는 듯 했다. 쾌청한 밤바람에 기분이 좋아 입매를 올린 성규가 습관적으로 필낭 끈에 묶인 향낭을 제 손으로 끌어왔다. 
  단술을 탄 듯 고운 기악소리와 제 손에 든 향낭의 분 냄새가 어우러져 그것이 퍽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자수가 수놓아진 향낭의 겉면을 만지작거릴수록 성규의 손에도 분 냄새가 옮아갔다. 그러나 그렇게 반수교 아래로 달랑거리던 다리 사이에 얼핏 얼핏 걸쳐 두었던 향낭이 아래로 떨어져버린 것은 순식간이었다.

 “아! 안돼!”

  저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 버리고야 만 성규가 자리에서 튕기듯 일어났다. 한 순간 제 손을 떠나 다리 아래로 낙하한 향낭이 맥없이 수면 위에 내려앉고 말았다. 다홍빛의 비단 주머니가 어둠 속에서도 유달리 눈에 익었다. 기어코 그 우에 빠져버린 향낭이 강류에 따라 흘러가기 시작했다. 성규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도헌이 주신건데!”

  다급해진 마음이 바깥으로 튀어나올 듯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방금까지도 귓가에 어른거렸던 악공들의 기악소리는 이미 안중에도 없는 성규가 반수교 끝을 돌아나가 급히 그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제 허리만큼 자란 갈대며 풀을 헤치며 다리 아래로 도착한 성규의 눈이 급하게 향낭의 행방을 좇았다. 정 가운데 즈음에서 빠트렸던 것이 이미 저만치나 멀어져 떠내려가고 있었다. 다행이도 강류의 세기가 약한 탓에 잃어버리지는 않았지만 조금만 굼뜨게 행동했다가는 영영 제 손에 닿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앞뒤 가릴 것 없이 성큼 물속으로 발을 디딘 성규가 급하게 걸음을 옮겼다.
  제발, 제발…. 물살을 가르며 넘어질 듯 말듯 걸음을 옮기며, 흘러가고 있는 향낭에서 눈을 떼지 않고 애원했다. 느린 속도로 흘러가던 향낭이 앞을 가로막은 바위에 걸러 멈춰있다 다시 흘러가고 또 작은 나뭇가지에 걸리어 멈추길 반복했다. 이미 허리께만큼이나 물에 잠긴 성규가 저의 꼴은 개의치 않고 걸음을 옮겼다. 제발, 그대로 있어라. 제발! 저만치 앞에서 돌에 걸려 멈추어 있는 향낭을 보며 마음속으로는 이미 애걸복걸 닳아있는 성규가 두 눈을 지르감았다. 그렇게 향낭이 물살을 타고 다시 자리를 옮기기 전에 그 곳까지 가 닿은 성규가 낚아채듯 제 품으로 가져왔다.

 “다,다행이다…, 아이 씨, 이게. 다행….”

  천운이 따라준 것만 같았다. 강류를 헤쳐 오느라 가빠져 밭은 숨이 바위 위로 뱉어졌다. 저의 몸보다 더 큰 바위를 붙들고 숨을 몰아 쉰 성규가 기어코 제 손에 들어온 향낭을 내려다보다가 눈썹을 내렸다. 사실은 당장이라도 울고 싶은 마음이었다. 강물에 푹 젖은 향낭에서, 방금 전까지 완연했던 분 냄새가 싹 가셔버린 탓이었다. 부러 지금까지 약제도 넣지 아니하고 간직했었는데. 향낭을 되찾았음에도 불구하고 망연자실해진 성규가 물 밖으로 나올 생각도 못한 채 속상한 마음을 떠안고 그것을 한참동안이나 내려다보았다.
  반수교 위로 올라온 성규가 물에 푹 젖어 무거워진 제 옷자락을 쥐어 짜내며 한숨을 쉬었다. 귓가로 들려오는 기악소리는 분명 아까와 같은 가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달큰하지가 않는 기분이었다. 이것을 어떡하면 좋아…. 제 옷의 물기를 어느 정도 짜낸 후의 눈길은 여지없이 향낭을 향했다. 아무리 여러 번 물기를 털어냈어도 가라앉은 색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아이고, 쇤네에게 무슨 잘못이 있다고 이러십니까요. 쇤네는 참말 억울합니다!”
 “시끄러! 누가 네게 잘못을 물었느냐? 그러니 그 약방 의관을 내게 들라 하란 말이다. 내일 당장! 약방에 몸을 들이자마자!”

  벽장 안에 처박아놓았던 약제 꾸러미를 수복의 앞에 냅다 던진 우현이 급기야는 목소리를 높였다.
  취침이 떨어지고 나서야 수복청 안으로 들어와 편하게 발을 뻗으려던 약방 수복에게는 마른하늘의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우현의 부름으로 앞마당으로 냉큼 달려 나온 수복이 면전에 떨어지는 약제 꾸러미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연신 허리를 굽신거렸다.

 “허나 쇤네가 감히 말씀드리자면, 전부터 해충 문제는 혜민서 선비님의 잘못이 아니오라, 전의감에서 내린 약제기에… 선비님은 그저 그것을 고이 가져다가…”
 “듣기 싫다. 누가 네놈더러 의관 대신 변명을 대라 하였더냐?”

  있는대로 인상을 구긴 우현이 제 발치에 떨어진 약제 꾸러미를 휙 걷어차며 돌아섰다. 듣기 싫으니 그 정도만 하고, 내일 약방에 의관이 드는 즉시 내게 오라 이르도록 해라. 우현이 뒤조차 돌아보지 않고 수복청의 앞마당으로 몸을 틀었다. 우현이 떠나간 직후, 앞마당에 쓸쓸히 남은 재직이 우현의 발길질에 저만치 굴러간 약제 꾸러미를 주섬주섬 주워들었다.

 “쯧쯧…. 괜히 약방 일이 힘든 게 아니었구만. 약방 수복은 대대로 갖은 고초를 다 겪는다더니 그게 바로 이런 일이었어. 저 놈이 취침 이후에 매일같이 대자로 뻗어 자는 게 이제야 이해가 다 되네.”
  몰래 고개를 빼고 우현의 으름장을 엿듣고 있던 수복들이 열어 제꼈던 문을 닫으면서 약방 수복의 눈치를 보며 혀를 차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수복청 앞마당을 채웠다.




















  반수교 아래 몸을 담근 직후부터 시각은 두 식경을 넘겨가고 있었다.
  망연자실한 마음을 안고 자리를 털고 일어난 성규가 고개를 올려 반궁의 기와 끝을 올려다보았다. 전향문 너머 저 멀리로 부용정의 하늘에 걸린 연등이 언뜻 언뜻 보이는 것도 같았다. 착잡하게 가라앉았던 마음이 고운 등불에 시선을 동해 미약하게나마 풀어지려던 것도 잠시, 손에 감겨오는 젖은 향낭 탓에 성규의 고개가 기운없이 떨궈졌다. 멈출 줄을 모르고 귓가로 흘러오는 기악소리에, 그 자리에 멈추어 젖은 옷자락을 가이없이 매만지던 성규가 천천히 전향문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비록 온 몸이 쫄딱 젖어버렸지만 기왕 이 곳까지 걸음한 거, 조금만 더 연회의 기악소리를 듣다 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축축하게 젖은 신발을 문 안쪽으로 살금살금 들인 성규가 코앞에 보이는 동재의 벽에 얼른 달라붙어 섰다. 뜰 곳곳에 오른 불로, 주위에 혹 서리나 수복이 다니질 않는지 정황을 살핀 성규가 발소리를 죽이며 걸음을 옮겼다. 동재 뒷 켠으로 돌아 나가 조용한 대성전에 다다르고 나서야 한숨을 돌린 성규가 묘정 비각을 돌아 수복청 뒤쪽 전각에 몸을 숨겼다.
  워낙 다른 이의 발길이 쉬이 닿지 않는 곳인데다가, 창고 용도로밖에 쓰지 않는 전각이라 주위는 한 층 더 고요했다. 더군다나 집춘문과 제일 가까운 전각이었기에 궁정 너머 부용정에서부터 흘러오는 기악소리는 먼젓번보다 더욱 명확하게 들려왔다. 성규가 전각에 덧대어진 목판 위로 팔을 올려 턱을 괴었다. 꿀물을 탄 듯 넘실거리는 선율에 순간 쫄딱 젖은 제 꼴도 잊고 기분이 들뜨려고만 했다.

 “청의 사신들이라면, 대감마님께서도 연회 어딘가에 자리하고 계시겠지….”

  그만큼 중요한 자리에서는 다모며 어의까지 갈 것도 없이 제 스승은 당연히 당상관들의 맨 앞에 자리했을거라 생각하자 제 일도 아닌데 괜한 가슴이 부풀어오기 시작했다.
  멋지다…. 담장 너머로 고개를 빼 보다가 턱을 괸 성규가 헤실거리며 웃었다. 역시 수의 대감이 앉은 자리는 제가 평생을 가도 따라갈까 말까한 자리인 게 확실했다. 제 아무리 대감의 길에 패를 넣었다고 단언했을지언정 기어코 그 자리까지 오르게 될 거란 확신은 없었기에 수의 대감이 앉은 자리는 멀게만 느껴져, 떠안은 포부가 그에 비례하여 무거워져만 갔다. 성규가 저만치 높이 오른 연등을 올려다보다 몸을 돌려 수그려 앉았다. 푹 젖은 짚신 끝에, 궁중에서 띄워 올린 연등이 내는 빛이 쏟아졌다.
  한밤중인데도 불구하고 연등의 빛과 기악소리 탓에 수복청의 작은 전각은 초저녁에 이제 막 접어든 것 같았다. 담장으로부터 돌아앉은 성규가 젖은 발을 꼼지락대다가 뒤주머니에 다시 묶었던 향낭을 빼 들었다. 축축하게 젖은 것을 손바닥으로 가져와 습관적으로 매만지고 있을 때엔, 푹 숙이고 있던 성규의 고개가 번쩍 들렸다.

  발소리를 전혀 죽이지 않은 낯선 인기척이 전각 앞으로 성큼 다가온 탓이었다. 그동안 도서고에 숨어 지낸 전과가 있던 탓에, 작은 발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할 줄 아는 귀가 소리 나는 곳을 향해 번쩍 열렸다.  

 “뭐냐?”

  인기척의 주인을 알아내려 하기도 전에 들려오는 목소리가 성규의 긴장을 탁 풀어놓았다. 여차하면 목판 뒤로 몸을 숨기려고 상체를 일으켰던 것이 무색하게끔 익숙한 목소리가 전각 앞으로 다가왔다. 허나 상대 쪽에서도 놀란 건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기가 막힌다는 듯 바람 빠진 목소리가 재차 물었다.

 “뭐냐고 물었다. 이 시간에 네놈이 여긴 왜 있어?”

  우현이 잔뜩 수그리고 앉은 성규의 앞에 떡 하니 버티고 섰다.
  한바탕 애먼 수복에게 화를 부리고 수복청 안쪽을 돌아 나가려는 찰나에 들린 소리에 잠시 망설이다 발길을 돌렸더니 혹시나가 역시나인 셈이었다. 성규를 알게 된 이후로는 밤에 들리는 작은 기척조차 모두 숨 죽이기엔 일품인 서생원의 것이라 생각하여 저도 모르게 홀리듯 이끌려 걸음 한 탓이었다. 우현이 저를 올려다보고 있는 얼굴을 힘주어 흘겨보았다.
  놀란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겁을 집어먹은 얼굴로 우현을 올려다보던 성규가 황급히 고개를 내리며 갓머리를 이마 앞으로 내려 썼다. 방금 전까지도 무릎 위에 내어놓고 만지작거리던 향낭을 아래로 가져다 놓은 성규가 큼, 흠흠. 목청을 가다듬었다.

 “소,소인은 단지… 이 시각에 궁중 뜰에서 연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기에 담장 너머로나마 기악소리를 듣다 가고저 들렸습니다.”
 “연회?”

  우현이 삐딱하게 반문했다.
  연회라니, 그런 말은 들어본 일이 없었다. 일찍이 대궐에서 연회가 열리는 날이면 그 소식이 유생들의 입에서 입을 타고 돌아 저의 귀에도 들어오기 마련이었지만 오늘의 연회 소식은 들어본 적도 없는 우현이 제 귀를 의심하며 집춘문 너머의 담장을 내다보았다.
  그러나 저 멀리서 미미하게 빛을 내고 있는 연등 하며, 개미 소리만큼 작게 들려오는 기악 소리를 듣자 하니 연회가 열리고 있다는 것만큼은 사실인 모양이었다. 우현이 저의 얼굴이 보이지 않게끔 갓을 당겨쓰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성규의 머리꼭지를 내려다보았다.

 “네놈더러 즐기라고 열리는 연회가 아닐 턴데.”
 “…….”
 “누가 서생원 아니랄까봐, 연회마저도 이리 몸을 숨겨 훔쳐 듣고 있었다니. 네 버릇을 어디 개나 주겠느냐?”

  뻔들거리는 목소리가 성규의 심기를 살살 건드려오기 시작했다.
  쉴 줄을 모르고 계속되는 기악소리가 담장 너머로 유유히 넘어와 전각 뒤의 마당에 스러졌다. 자세히 귀를 기울여야만 들을 수 있는 기악 소리를 제외하고는 티 하나 없이 고요한 뒷마당에 자꾸만 멈췄다 내쉬기를 반복하고 있는 성규의 숨소리가 부자연스럽게 뱉어지고 있었다.

  갓을 당겨 고개를 내린 것은 사실 지나치게 밝아진 제 표정을 숨기려 했음이었다. 우현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저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환히 웃었던 표정을 굳힌 성규가 갓끈을 주섬주섬 당기며 머리를 숙였다. 몸을 수그렸던 탓에 끌어당겼던 무릎 앞으로 번쩍번쩍한 태사혜가 드리워졌다.
  퍼득이며 옷소매를 끌어올렸기에, 젖은 소맷자락에서 물기가 뚝뚝 흘러내렸다. 한동안은 그렇게, 전각 앞 마당에서 나는 소음이라고는 오직 그것뿐이었다. 소매의 끝자락에 맺힌 물이 뚝뚝 소리를 내며 흙바닥으로 떨어져내렸다. 그것으로부터 나는 둔탁한 소리가 우현의 신과 성규의 무릎 앞으로 파고들었다.

  연회는 아직도, 전과 같이 한창이었다.









^^;


소인은 그대들이 브금과 함께 글을 읽어주시길 청합니다.

그나저나 7화는 정말 마음에 안들어 죽겠어요

유난히 안써져서..ㅈㅂ퍄ㅜ페 엎어버리고싶다..ㅠ_ㅠ 하지만 다시 쓸 용기는 안나기에 올립니다.


(+)적당한해석 텍스트가 공유되고 있는 것에 관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아끼겠습니다.

글 쓸때도 안오는 회의감이 엉뚱한데서 오네요^^;

그대들 글 잘 보시고 마지막에 초치듯 사담글을 달아놓으면 그대들 글 읽을 맛 안나실까봐.. 하지만 상당히 기분이 상했다는 것만 알아줘요. 최초 유포자분은 이거 보고 찔리셨으면 합니다.






                                                                                                                                           미루감화서
                                                                                                                                                   w.규닝



08.


 “날씨가…”
 “…….”
 “많이 춥습니다.”

  제 젖은 무릎을 한껏 감싸 안은 채 숨을 죽이고 있던 성규가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당장이라도 반궁에서 나가라며 불호령을 내릴 것처럼 그 앞에 버티고 섰던 우현이 옆자리에 나란히 앉은 것도 벌써 한 식경이 흐른 시각이었다. 무슨 말이라도 먼저 꺼내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아무런 기척 없이 자리만 지키고 있는 우현에, 어색한 정적이라도 거둬보고자 먼저 말문을 튼 성규가 자꾸만 그의 옆얼굴을 돌아다보았다. 우현의 시큰둥한 시선이 전각의 처마에만 가 닿았다. 우현에게서 얼른 답이 떨어지지 않자 괜히 민망해진 성규가 제 젖은 짚신 끝으로 눈을 옮겼다.

 “도헌께서는…어인 이유로 들어가지 않으십니까?”
 “뭐야?”

  그제서야 우현의 삐딱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의 곱지 않은 반응에 기가 눌린 성규가 제 손만을 만지작거렸다.

 “지금쯤이면 오수에 드실 시간이라 여쭤본 것입니다. 분명 저번엔…, 반궁에서는 재직이 취침이라 이르면 그대로 취침하여야 한다고…”
 “네놈 귀만 귀냐?”

  우현의 눈매가 성규를 흘겼다.

 “피차일반 네놈도 기악소리를 무상으로 훔쳐 듣고 있는 주제에 내게 훈수를 두다니. 이리 이기적일 데가 없구나.”
 “아,아니! 소인의 말뜻은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라?”
 “취침 시간이 훌쩍 넘어…, 일찍 침수에 들지 아니하시면 차일에 일어나시기가 힘드실까 여쭌 것입니다. 소인, 절대 불만을 가진 게 아니옵고 오히려…”

  오히려. 성규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손사래를 치던 팔을 얼른 거두었다. 오히려…. 제 뒷말을 두어번 곱씹고 나서야 저를 빤히 바라보는 우현의 눈에서 시선을 돌렸다.

 “소인…말벗을 얻어 심심하지 않고…”
 “…….”
 “기쁩니다. 도헌이 이리 함께해주시는 편이.”

  머뭇하다 꺼낸 말 치고는 지나치리만큼 솔직한 답이었다. 돌아오는 우현의 반응을 살필 새도 없이 지레 고개를 숙인 성규가 제 무릎을 더욱 끌어안았다.
  그렇잖아도 고즈넉이 깔린 어둠이 한 층 더 짙어졌다가 거두어지길 반복했다. 먼발치서 올려진 연등 빛이 희미하게나마 전각의 뒤뜰을 비춰주었고 낮은 담장 아래로 앉은 두 사람의 머리꼭지 위에 그것이 드리우는 더 짙은 그림자가 내려앉았다. 아까부터 이어지던 기악소리가 이제는 저잣거리의 낭독꾼이 읊어주는 이야기처럼 아득하게 꺼지고 있었다. 여적지 별다른 이야기는 꺼내고 싶은 기색이 없는 듯, 턱을 괸 우현이 무겁게 입을 다물고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현은 어찌 느낄지는 모르겠으나, 이 어색한 공기가 딱 죽을 맛인 성규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눈을 굴렸다. 그렇게 정적은 한참동안이나 계속되었다. 담장 너머로 풀벌레 우는 소리가 그들의 침묵을 간간히 파고들며 고요히 꺼진 공기를 바꿨다. 우현을 따라 멍해진 시선을 휑한 뜰 위로 던진 것도 한참. 돌멩이 하나 없이 황망한 땅바닥을 보고 있자니 제 마음 한 구석도 덩달아 침착해지는 것 같았다. 성규가 무릎 위로 올려놓았던 팔을 소리 나지 않게 뒤척였다.

 “도헌께서는…”
 “…….”
 “반궁에서 몇 해나 겨울을 나셨습니까?”

  훤한 뜰 만큼이나 조용한 목소리가 물었다. 우현이 잠시 그의 옆모습을 돌았다가 다시 정면을 향해 보았다.

 “재작년과 작년. 도합 두 해밖에 안 났다. 어인 이유로 묻는 것이냐?”
 “혹 결례였습니까?”
 “그럴 것도 없다. 내가 반평생을 태학에서 썩은 것도 아니고.”

  진심으로 개의치 않은 목소리가 심심하게 대꾸했다. 성규가 느리게 고개를 깜빡이다가 제 시야에 들어 찬 뒤뜰을 손으로 짚어 가리켰다.

 “반궁에 쌓이는 눈은 참 아름답겠습니다.”

  뜰을 짚었던 손가락을 거둔 성규가 젖은 도포 속으로 제 추운 손을 감췄다.
  굴곡 하나 없이 말끔한 바닥을 보고 있자니 문득 든 생각이었다. 만약 이 곳에 눈이 덮인다면 그야말로 티끌 하나 없는 백설이 평평히 쌓여 장관을 이룰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수복청 뒤의 전각은 일부러 찾는 이도 없어 겨우내 밟지 않은 눈이 그 위에 다음 눈을 더하고, 또 다음의 눈을 더해 쌓일 것 같았다. 꼭 그런 진풍경이 눈앞에 벌써 그려지는 것 같아 성규의 눈이 홀린 듯 멍해졌다.

 “소인은 매년 이듬해 즈음엔, 사암침법과 동의보감을 외웠습니다.”
 “…….”
 “애초에 제세구민에 뜻을 둔 의학생도들에게 겨울을 나는 방법이란 오직 그런 것이었습니다. 취재를 위해, 또 다음 취재를 위해. 식년시를 위해, 또 다음에 있을 증광시 초시를 위해. 마당에 쌓인 눈을 보며 즐거워하기보다는 그 빛을 이용해 한밤에도 의서를 읽어야 했기에 소인의 겨울은 언제나 매섭고 절실했습니다.”
 “…….”
 “올해도 다를 것은 없겠다고 생각하는 바이나…, 소인, 반궁에 배당된 의관이니만큼 한 번쯤은 이곳에 쌓인 눈을 보고 쉬어보고 싶습니다.”

  성규가 저의 입매를 슬쩍 올려 웃었다. 잠자코 제 말을 들어주던 우현에게 눈을 접어 웃자 얼핏 그의 시선이 제 쪽으로도 돌아온 것 같았다. 성규가 건조하게 마른 목을 가다듬자 그 이후의 정적이 깨졌다.

 “성균관의 겨울은 어떠합니까?”
 “어떻긴 뭐가 어때?”

  분명 꽤나 진지하게 제 말을 들어주고 있던 것 같았는데, 금방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되돌아왔다. 성규가 입을 꾹 다물자 성가시다는 듯 대꾸하던 우현이 휙 고개를 돌렸다.

 “그냥 네 놈이 여지껏 봐 왔던 풍경들하고 진배없다 이거지.”
 “…….”
 “반궁이라 해서 특별할 것 없다. 네가 좀 전에 형설지공을 일렀더냐? 이곳은 유학과 성현의 가르침을 배우는 성균관이다. 네놈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는 곳이란 소리다. 이곳이 일개 마을 서당도 아니고….”
 “…….”
 “그래도 뭐, 이곳은 그나마 볼만 했던 것 같다.”

  거칠 것 없이 툴툴대던 목소리가 종래에는 한 풀 꺾였다. 끄트머리에 가서야 타박하던 목소리가 밉지 않게 거둬졌다. 성규가 슬쩍 그의 태사혜 끝을 내려다보며 다음에 나올 말소리를 기다렸다. 우현이 무릎 위에 얹었던 손으로 제 턱을 괴었다.

 “대궐과 성균관을 이어주는 집춘문 옆. 거의 반궁의 끄트머리지.”
 “…….”
 “수복청과 가까워서 상유들이 지날 일도 없는 곳이고. 게다가 뒤뜰에 숨겨진 작은 전각을 애써 찾는 서리들도 없다. 그래서 봐줄 만은 할 것이다, 이 뒤뜰이.” 
 “…….”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보고 싶다면 이곳이 네게 적당하다.”

  이미 알 굵은 눈발이 머리 위에서부터 내리고 있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
  우현의 목소리가 전과 달리 제게 있어 누그러졌다는 것을 인지하자 자꾸만 실없이 웃음이 새어나오는 통에 성규가 저의 입을 은근슬쩍 틀어막았다. 젖은 옷자락과 찬 공기가 만나 바삭하게 얼은 낡은 천이 성규의 살을 차게 식혔지만 그래도 좋았다. 관자놀이에서부터 시작된 열기가 머리 위를 타고 올라가며 성규의 귓속을 훈훈하게 데폈다. 발끝을 모으느라, 헤진 짚신이 찬 바닥에 쓸리는 소리가 울렸다. 성규가 작게 헛기침을 시작했다.

  고맙습니다. 결국은 어줍잖게 떨어진 성규의 인사에 우현이 픽 웃었다.

 “고맙긴 별게 다 고마워?”
 “…….”
 “하긴, 그리 일렀어도 약제 하나 갖다 바친 적 없는 놈에게 괜히 상냥하게 구는 나도 한심하다.”

  우현이 한껏 비아냥거리며 약제니 뭐니 하는 말로 거들먹거렸다. 제 고맙다는 인사에도 불구하고 또 싫은 소리를 늘어놓겠거니 싶어 샐쭉거리던 성규가 표정을 고쳐 앉았다. 약제…. 성규가 우현의 오른 팔을 붙들었다.

 “그러고 보니 아직까지 정말로 약제 하나 취하지 아니하셨던 겁니까?”
 “당연하지. 내 분명히 네놈더러 내 약제를 지어오라 이른 적 있거늘, 그 때는 들은 체 만 체 하더니 어찌 이제와 몰랐던 것처럼 행동하려 하느냐?”
 “아, 소인은 당연히…, 도헌께서 진작 취하신 줄로만….”

  성규가 애먼 눈을 깜빡이다가 우현의 옷깃을 놓았다. 아, 기다려 보십시오! 뒤이어 제가 매고 있던 뒤주머니를 뒤적거리기 시작한 성규가 이리 저리 한데 섞여 있는 약제들을 차례대로 뺐다 집어넣기를 반복했다. 우현이 고개를 쏙 빼어 성규가 하는 양을 어깨 너머로 훔쳐다보았다. 항상 여기 지니고 다녔는데….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약제 꾸러미를 뒤적이는 손길에는 확신이 없었다. 게다가 이미 반수교에 들어갔다 나온 직후라 그러한지, 축축히 젖은 약제들이 손에 들러붙어 무엇이 무엇인지 차마 분간조차 가지 않고 있었다. 찾고자 하는 것이 쉬이 찾아지지 않자 눈꼬리를 내린 성규가 마악 한숨을 내쉬었을 때에는 원했던 것이 손에 들렸다. 찾았다!
  성규가 저를 유심히 보고 있던 우현의 손을 끌어 당겨, 제가 꺼낸 것을 손바닥 위로 처억 올려두었다. 우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게 무어냐?”
 “약재(藥材)입니다!” (*약제를 만들기 위한 재료. 반면 약제는 이미 조제된 것을 의미함.)

  성규가 환하게 웃었다.

 “전의감에서 내려온 것이 아니오라 소인의 스승님께서 친히 내어 주신 최고급 약재이옵니다. 소인이 요사이 혜민서에서 약제를 제조하는 수업을 받고 있는지라 집에서도 직접 시도해보라 일러주시며 대감마님이 소인께 하사한 것인데, 아직 완전히 제조한 것은 아니지만 꿀물과 함께 달여 드시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거라 생각합니다. 비록 확실한 것도 아니고, 한낱 소인의 견해옵지만, 헌데 도련님의 표정이…”
 “…….”
 “어디가 안 좋으십니까?”
 “야! 장난하냐? 이걸 지금 나보고 손수 달여 먹으라고?”

  종알종알 제게 설명해오는 목소리를 들으며, 부글부글 끓어오르려는 화를 꾹 누르고 있던 우현이 빽 소리를 내질렀다. 제 손에 억지로 쥐어진 약재를 기가 찬 듯이 내려다보다 제 으름장에 열심히 떠들던 입을 꾹 다문 성규의 얼굴을 홱 노려다보았다. 이게 진짜, 가만 보니 저를 정말 우습게만 아는 모양이었다. 우현이 허, 하며 실소를 터뜨렸다.

 “내가 네놈같은 의학생도도 아닌데 이걸 어떻게 해 먹는지 내가 어찌 알아? 쪄 먹는 거냐? 삶아 먹는 거냐? 그게 아니면 구워 먹는 것이더냐?”
 “저…, 그….”

  성규가 제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끝을 흐렸다. 그게 사실은…

 “소인도 잘 모릅니다….”
 “뭐야?”
 “미천한 소인, 집이 여의치 않아 그처럼 비싼 약재는 이제껏 만져본 일이 없거니와, 겨우 얻은 그 약재 또한 아직 손질해 보지 않았기에….”
 “…….”
 “도련님께 필요하실 것 같아 냉큼 드린 것이온데, 괜히 도헌께 귀찮은 일을 안겨드린 것 같습니다. 정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다시 소인에게…”
 “됐다!”

  우현이 우물쭈물 제게 손을 내미는 성규에게서 약재를 든 제 손을 홱 올렸다. 성규가 미안한 눈을 깜빡이며 우현을 올려다보자 그 심술이 담긴 입매가 비죽였다.

 “줬다 뺏는 것도 기분이 나쁘기는 매한가지다.”

  실은 당장에라도 되돌려 준 후에, 완벽한 약제로 제조해오너라고 윽박지르고 싶은 것을 눌러 담은 것이었다. 우현이 성규에게서 앗아가다시피 한 약제를 제 왼켠에 내려두고 혀를 찼다. 그것을 지켜보던 성규가 다시금 제 무릎을 두 팔로 안았다.
  어쩐지 마음이 시원찮아 자꾸만 우현의 안색을 살피던 성규가 이번에는 제 뒤주머니에 매달린 죽통의 끈을 풀어다가 품에 안았다. 성규의 소란스러운 인기척을 눈치 챈 우현이 옆을 돌아보자 성규가 기다렸다는 듯 죽통을 넘겼다. 이건 또 뭐야? 얼떨결에 그것을 받아 든 우현이 미심쩍은 말투로 물었다. 성규가 제 애꿎은 제 눈두덩이를 긁적였다.

 “꿀물을 탄 어정수입니다. 같이 드시면 좋을 듯해서.”

  성규의 말에 우현이 경악했다.

 “뭐야? 어정수? 네가 지금 나를 우롱하려 드는 것이냐?”
 “예? 어찌…”

  당치도 않은 우현의 말에 성규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우현은 거의 자리에서 튀어나가듯 놀라 제 숨을 골랐다. 어정수라니, 제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분명 임금의 수라에 떠 올리는 물이었다.

 “어,어,어정수라니 네가 정녕 미친 것이야? 그게 무엇이라고 금상의,”
 “어정수라 함은… 반촌 인근의 계정사 우물에서 떠 온 물을 일컫는 말인데.”

  뭐? 성규의 말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던 우현이 얼떨떨하게 되묻자 성규가 제 눈을 가늘게 접어 웃었다.

 “언감생심 소인이 어수(御水)를 가로챈 것도 아니고, 어찌 저를 나무라시는 겁니까?”

  우현은 그제서야 제가 금방 유난을 떨었다는 것을 알았다.
  어정수라는 말에 아연실색해 질겁하며 놀랐던 얼굴색을 가까스로 가라앉혔다. 큼, 흠흠. 도로 자세를 고쳐 앉으며 헛기침을 한 우현이 괜히 제 옷깃을 툭툭 털었다. 그러게 계정사의 우물물이라고 말하면 될 것을 왜 헷갈리게 어정수라 일컬었단 말이냐? 본인의 무지함을 제 탓으로 돌리는 꼴이 퍽 우스워 성규가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렸다. 

 “매일을 반궁에 틀어박혀 경전이나 시문을 외우시니, 세속어를 모르는 것이 당연합니다.”
 “뭐라? 내가 반궁에 틀어박혀 있어?”
 “아니십니까?”
 “아니고말고! 태학을 통틀어 누가 가장 많이 저잣거리를 나다니는지 물어보거라. 다들 입을 한데모아 나를 말할 것이니.”

  또 애먼 데서 자부심 같은 게 발동한 모양이었다. 비록 ‘내가 기방엘 얼마나 많이 들락거리는데!’ 하는 말을 생략한 것이었지만. 결국은 쓸데없이 득의양양해 우쭐이는 목소리가 또 웃겨 성규가 슬쩍 슬쩍 웃었다.

 “자랑이십니다.”
 “그러니 네놈이 말하는 세속어대로 어정수가 계정사 옆 우물물을 일컫는 것도 맞지만, 내가 읽힌 경전에서 말하는대로 어수를 일컫는 것도 맞는 말이란 거다.”

  성규가 그것은 그저 우현의 쓸데없는 고집이라고는 생각했지만 그의 심기를 딱히 거스르고 싶지는 않아 헤실거리며 웃었다. 예, 맞습니다.

 “허면 도헌께서는 임금이시란 소립니까?”

  성규가 킥킥거리며 웃었다. 그에 우현이 열심히 제 말을 합리화시키려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제 장난어린 말에도 우현에게서 반응이 없자 웃음을 멈춘 성규가 의아한 표정으로 우현을 보았다. 우현은 답지않게 무엇인가를 곰곰이 고민하고 있는 듯 했다. 성규가 고개를 갸웃했다. 음영에 가려 보이지는 않지만, 낮은 조도의 연등 빛이 그의 표정을 골라내 주고 있었다. 성규가 참을성 있게 우현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잠시 후에서야 허공을 응시하고 있던 우현의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우현이 탁, 제 무릎을 쳤다.

 “본디 어의는 임금을 모시는 의관이 아니더냐?”

  성규가 두 눈을 깜빡였다.

 “그렇습니다.”
 “내 너를 일전에 내 전담 의관으로 고용한 적 있으니, 내가 너의 임금임에 마땅하다.”

  우현이 뿌듯함이 어린 목소리로 단정 지었다. 우현의 말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던 성규가 짐짓 눈썹을 찌푸리며 그것의 참 의미를 곱씹어보았고, 우현이 만족스러워 마지않는 목소리로 제 가슴께를 탁탁 두드렸다. 내 너에게 나의 약제를 지어오라 하지 않았더냐? 그것은 나의 주치의로써 고용한 것과 진배없다. 성규가 밑도 끝도 없이 억지스러운 우현의 말에 혀를 내둘렀다. 제 반응 같은 것은 개의치 않고 계속 자신이 저의 임금임을 거듭 강조하는 입이 얄미웠다. 성규가 어설프게 웃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립니다. 어의는 오직 주상전하 한 분을 위해 의술의 길에 든 대궐의 의관이온데, 어찌 그것의 이치를 얕게 잡아 보는 것입니까? 아무리 도헌께서 말장난 식으로 하시는 말씀이라지만, 하물며 그 장난 속일지라도 소인이 어찌 도헌을 섬길 수 있겠습니까?”
 “나는 네게 무엇이냐?”
 “…….”
  못마땅한 말투로 주저리주저리 뱉은 것은 결국 저만의 넋두리가 되었나보다. 성규의 질책 같은 것은 애초에 귀담아 듣지도 않은 우현이 대뜸 제가 무슨 존재인지를 물었다. 성규가 입을 비죽이며 고개를 돌렸다.
 “모르겠습니다.”
 “그것 봐라. 모르면 그냥 임금으로 받들어라.”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이었다. 성규가 결국에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시덥잖은 말장난 끝에 다시 침묵은 찾아왔다. 딱히 명을 받들겠다며 장단을 맞춰 주지 않아도 우현에게서는 별다른 타박이 떨어지지 않았다. 성규가 끊임없이 킥킥 웃고 있던 입매를 내리며 젖은 도포 위로 제 턱을 기대었다. 우현도 제가 말도 안 되는 말장난을 부리고 있다는 것을 자각했다. 우현이 섣불리 꺼낸 제 말장난이 제 딴에도 마음에 들지 않아 심기가 불편했다. 찬 흙바닥에 아무렇게나 주저앉은 것이 뒤늦게 생각나 제 속적삼을 괜히 여러번 툭툭 쳐낸 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담장 위로 등을 기대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시선은 전각의 처마에 나란히 가 닿았다. 그 동안은 떠들어대느라 흘려듣고 있었던 악공들의 기악소리가 침묵 속에서 한층 더 선연히 다가왔다. 담장 맡으로 머리를 기대느라 우현의 유건이 이마 앞쪽으로 흘러내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어딘가 나른해지는 기분에 두 눈을 지르감은 우현이 팔짱을 끼며 편하게 담장 위로 몸을 기댔다.
  한밤중임에도 불구하고 전각 뒤뜰의 공기는 흡사 새벽녘의 그것과 같았다. 하늘거리는 해금의 가락이 어둑어둑하게 내려앉았던 한밤의 공기를 한꺼풀 걷어내 준 탓인 것 같았다. 성규가 어딘가 모르게 두근두근, 부유하기 시작하는 가슴께를 한 손으로 꼭 다잡았다. 투닥투닥 이어지던 말장난이 멈추자, 여지껏 이곳에는 저희 둘 뿐이었다는 것을 새삼스레 자각해버려 얌전하던 심박수가 불규칙하게 뛰어오는 탓이었다. 성규가 숨을 들이켰다.

  무서운 사람과 함께어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늘상 우현과 나란히 자리할 때면 제 심박수가 이상하리만치 쿵쿵 울면서 바빠졌고. 성규가 저의 가슴을 짚은 손바닥을 떼어내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나…, 지금만큼은 우현이 딱히 무섭게 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제 가슴은 바쁘게 뛰기 시작했음을 알았다. 성규가 기척 없이 눈을 감고 기대어 있는 우현과 저의 손바닥을 번갈아보다가 입을 열었다. 저…,

 “소인, 무엇 하나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성규의 말에, 제 눈까지 흘러내렸던 유건을 올려 쓴 우현이 해 보라는 듯 턱짓을 했다. 성규가 두 눈을 깜빡이다가 조심스레 물었다.

 “소인에게 도헌이 임금이시면…,”

  소인은 무엇입니까?


  서늘한 바람이 성규의 갓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어쩐지 한기가 도는 것도 같았다. 혹, 긴장한 탓이어서 그리 느낀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그랬다. 성규는 우현에게서 답이 떨어지기 전에 얼른 앞으로 돌렸던 고개를 숙여 제 발치에 떨어져 있던 돌멩이를 주워들었다. 그 때까지도 옆자리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은 없었다. 집어 든 돌멩이로 언 바닥을 깨작이며 긁기 시작했을 때ㅡ 성규가 꿀꺽, 소리 나게 침을 삼켰다. 우현이 그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우현은 다시 제 유건을 눈앞까지 끌어내린 후 담장 위로 머리를 기댔다.

 “옥당기생.”

  무심하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기생이라 일렀다. 그에, 우현의 입만을 주시하며 그에게서 떨어질 대답을 은근히 바라고만 있던 성규의 표정이 설마하며 일그러졌다.

 “예? 기생이요?”
 “그렇다.”

  우현의 고개가 너무나도 쉽게 끄덕여졌다. 그러자 순간 욱하고 올라오는 게 있어, 성규의 목소리가 빽 높아졌다. 너무하십니다!
  바닥에 하릴없이 선을 긋고 있던 성규가 퍼득이며 고개를 들었다. 성규의 큰소리에 이번에는 우현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너무한다?”
 “예! 너무하십니다!”

  성규가 거의 씩씩거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들고 있던 돌멩이를 힘있게 내팽개친 후 우현을 흘겨다 본 성규가 기가 찬다는 듯 목소리를 내었다.

 “말뿐이라도 좀 더 소인을 높게 쳐주실 순 없습니까?”
 “이제 보니 바락바락 대들 줄도 아는구나. 어찌 매번 그리 경을 칠 소리만 하는 게냐? 혹 내가 정말로 금상이었으면…,”
 “너무한 게 사실이잖습니까. 아무리 가상의 말장난일 뿐이라지만 서운한 것은 서운한 겁니다. 상상 속에서도 도련님은 금상의 자리에까지 오르시면서 어찌 소인은 한낱 기생에 그치지 않는 겁니까? 더군다나 그건 계집이기까지,”
 “됐다. 네 녀석 무서워 농도 함부로 입에 못 담겠다.”

  성규의 말을 댕강 잘라먹은 우현이 질린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억울함에 잔뜩 약이 올라 이것저것 따져 들려던 성규의 입이 딱 다물어졌다. 우현이 단숨에 말을 그친 성규를 돌아다보았다. 나랏말은 끝까지 들어야 한다는 것도 모르느냐? 제 뒷말을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 잔뜩 벼르고 있는 표정이 웃겨 웃을 뻔 한 것을 꾹 참은 우현이 혀를 찼다. 그리 좁은 속을 가지고 있어서야 어찌 짐의 어심을 헤아리겠느냐? 옥당기생이라 이른 것은 단순히 농이었다. 내가 혹 임금이라면 너는 내게…,

 “빈첩.”
 “예?”
 “후궁 말이다. 네놈의 의술 실력은 봐줄 만 한 것 같으니 너를 친히 후궁 자리에 앉혀 주겠다. 그리하면 혹 병을 앓아도 문제될 것 없지 않겠느냐? 너만 있으면. 보아하니 네녀석 성격에 후궁 자리까지 오른다면 내조는 따로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할 것 같고 한데다가…헌데, 이 답이 네놈이 원했던 답인거냐?”
 “…예?”
 “어인 연유로 얼굴이 그리 상기되었는지를 묻는 거다.”

  그저 제 머릿속이 시키는대로 줄줄줄 말을 읊어가던 우현이 미심쩍은 얼굴로 성규를 돌아보았다. 아까부터 거슬리게 자꾸만 노골적이게 저를 빤히 쳐다보는 시선이 아니꼬웠는데, 제가 한 마디 한 마디를 뱉을 때마다 그 눈빛에 담긴 사심은 깊어져만 가는 듯 했다. 저를 기생으로 취급한다며 펄쩍 뛰던 안색은 어디로 가고, 유하게 바뀐 표정을 이해할 수 없는 우현이 혹시나 하며 묻자,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제 뺨 위로 확 두 손을 가져다 대는 꼴이 퍽 어색했다. 젖은 도포를 끌어안고 있던 탓에, 축축하게 젖은 손이 두 뺨에 찰싹 닿았다. 성규가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그,그렇지 않습니다. 소인 얼굴은 멀쩡합니다. 헌데…왜 하필 첩인 것입니까?”
 “불만이냐?”
 “불만이 아니진 않습니다.”

  계속해서 눈을 마주하고 있으면 그것을 통해 무언가를 읽혀버릴까 두려워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린 성규가 텅 빈 오른쪽 바닥을 내려다보며 숨을 골랐다. 모르겠다. 제 눈이 도대체 무슨 감정을 담고 있기에 읽혀버릴까 두려웠는지. 담장 너머에서 울어대던 풀벌레소리가 간간히 끊겼다가 이어지고, 길게 이어졌다가 다시 멈추었다. 우현이 저에게서 달아나 반대편으로 돌려진 뒷통수에 시선을 던졌다. 갓을 이마 아래로 당겨 쓴 탓에 훤히 드러나는 동글동글한 뒷통수가 눈에 들어왔다. 의도적으로 숨을 고르느라 힘이 들어간 가슴팍이 오르내리는 걸 보고 있자니 조금 웃긴 것도 같았다. 우현이 바싹 힘이 들어간 어깨 옆으로 붙어 앉았다.
  우현이 저의 옷깃이 스칠 때마다 흠칫 놀라는 어깨를 내려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이것은 승정원에서나 떠들 법한 비밀인데, 너만 알아 두거라.”
 “…….”
 “사실 역대 임금들은 모두 정비보다 첩을 더 아꼈다 했다.”

  우현의 말소리가 답지 않게 낮은 목소리로, 하릴없이 들뜨려던 심신을 잠재우는 것 같았다.
  귓가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소름이 돋았다고 해야 맞다. 낭독꾼의 말재간처럼, 농으로 시작했던 희극이 그 끝에 다다라서야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칼벼락을 떨어트린 것만 같았다. 땅바닥 어딘가에 넋을 빼고 있던 성규의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조용한 말소리가 떨어진 왼쪽 어깨 맡의 감각이 선연히도 살아났다. 찬바람이 훤히 스치는 뒷목에 찌르르한 무언가가 오르자, 바닥으로 숙였던 고개가 뻣뻣이 굳어 살짝 들렸다. 그동안은 개의치 않고 있던 찬바람이 뒷목을 쓱 훑고 지나가는 것도 같았다. 성규가 바싹 마른 침을 삼키며 숨을 죽였다.
  우현은 티가 나게 놀라 굳은어깨 너머로 반쯤 벌어진 입을 훔쳐다보았다. 우현이 조금 고개를 기울였다.

 “허나 그리 당황할 건 없다.”
 “…….”
 “현생에서는 어차피 가능치도 않는 일이지 않느냐? 내가 앞서 말했던 임금이 아닌 것처럼, 너도 나의 후궁이 아니니…,”
 “…….”
 “아마 다음 생에서나 가능한 일이겠다.”

  성규가 벌떡 일어났다.
  가능치도 않는 일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탁하게 흐려졌던 정신이 개운하게 걷히는 느낌이었다. 거의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튕기듯 일어난 성규가 잠시 바쁘게 뛰었던 가슴이 차게 식는 것을 느끼며 우현에게서 떨어져 섰다. 먼젓번처럼 조용하게 말을 잇던 우현의 고개가 덩달아 위를 향해 들렸고, 저도 모르게 일어섰다 내려보게 된 우현의 얼굴을 얼떨결에 마주하자 당황한 눈이 이리저리 굴러갔다.

 “당연한 얘기가 아닙니까?” 
 “뭐야? 그리 기척 없이 벌떡벌떡 일어나고. 간이 달아나는 줄 알았다.”

  우현이 짐짓 인상을 그으며 성규를 올려다보았다. 성규의 눈이 울듯이 흐려졌다.

 “도헌은…, 도헌께서는.”

  성규가 어딘가 모르게 화끈거리는 눈가를 옷소매로 눌렀다.

 “매번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하십니다.”
 “…….”
 “소인도 어차피 현생에서 도련님을 좋아할 생각은 꿈에도 없으며…”
 “…….”
 “다음 생에서도 마찬가집니다. 도헌의 첩으로 태어나지 않을 생각이니까.”

  저 자신을 내치려 스스로 회초리를 든 것과 같았다. 분명한 매질이었다. 어느 누구의 탓도 아닌, 저에게 내리는 자조적인 벌인 셈이었다.
  우현은 분명 의도치 않았을 것이다. 제 기분을 이렇게까지나 들었다 놓으려 의도하지 않았을 게 분명했다. 그러나 바람 한 점 불지 않은 창호문이, 한겨울의 한파에 부딪힌 것처럼 세차게 흔들려버린 까닭은 아마 온전히 섣부른 제 마음가짐에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무도 저더러 가슴이 뛰어라, 명한 사람은 없었다. 지나가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기분이 들떴다가 가라앉는 제 꼴이 우스워 미칠 지경이었다. 허나 그것은 오롯이 제 머릿속이 시킨 일이었기에ㅡ 기별 없이 내려앉았던 가슴을 단호하게 쳐내버릴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엇나간 목소리였지만, 사실은 그것이 우현을 향한 것은 아니었다. 회초리같이 날 선 목소리가 고스란히 제 가슴에 박혀들었다. 성규가 제 입술을 물었다.
  반면, 난데없이 날카로워진 목소리에 기가 찬 우현이 헛웃음을 쳤다.

 “농을 삼아 한 말을 가지고 어찌 이리 덤벼든단 말이냐? 네가 정녕 삼대를 멸하고 싶은 게로구나.”
 “아직까지 도헌께서는 임금 놀이 중이신겁니까?”
 “서생원.”
 “하지 마십시오. 도련님이 임금인 것도, 제가 첩인 것도…소인은 싫습니다.”

  가보겠습니다. 성규가 허탈감에 가득 찬 눈에서 먼저 시선을 거두며 허리를 숙였다. 우현은 느닷없이 제게 꼬박 인사를 하는 머리꼭지를 보며 기가 차 입을 벌렸고, 그것은 이내 바쁜 걸음으로 전각 뒤를 돌아 나갔다. 그렇잖아도 어두운 담장 아래, 전각의 그림자마자 덧이어 겹쳐진 샛길은 마치 칠흙과도 같이 어두워 성규가 돌아 나간 곳이 아스라이 멀리 동떨어진 세계 같았다. 우현이 뒤이어 그를 따라 일어서려다 방금까지 성규가 앉았던 자리를 손으로 짚었다.

 “뭐야? 왜….”

  찬 공기에 바삭하게 얼어있어야 할 마른 땅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물기가 묻어나온 제 손과 바닥을 번갈아보던 우현이 더듬거리며 같은 자리를 짚었다. 그러나 제 주위와 다른 곳은 멀쩡한 데에 반해 성규가 자리했던 곳만이 음산하게 물기를 먹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말소리가 가신 뒤뜰에 그제서야 대궐의 기악소리가 느려져 가고 있었다.























  바쁘게 놀려지던 발걸음이 동삼문을 마악 지나고 나서야 한 풀 꺾였다. 

  무언가에 화가 난 것도 아니었다. 우현의 유치해 빠진 농에 마음이 상한 것 또한 절대 아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어 철딱서니 없는 마음이 당최 무엇을 원하는 건지를 알 수가 없어ㅡ 바람 한 점 들지 않는 가슴에 피가 통하지 않아 답답할 따름이었다. 하련대 앞에 가 닿은 걸음이 별안간 우뚝 멈춰 섰다. 성규가 제 젖은 필낭 끈을 붙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가 풀기를 반복했다. 자꾸만 멈춰버리는 제 속에 숨을 불어넣고자 몇 번 심호흡을 한 성규가 다시 천천히 걸음을 뗐다. 이미 인경이 훌쩍 지난 시각이었다.

  일부러 좋은 생각을 떠올려보기로 했다. 웃고 있지 않은 입꼬리를 억지로라도 올려 웃어보고도 싶었다. 낮에 수의 대감 댁에 들렸다가 들은 칭찬을 꾸역꾸역 떠올려 낸 성규가 제 입매를 당겨 웃어 보았다. 작문 실력이 늘었구나. 제 답안을 보며 그리 일렀던 대감의 목소리를 떠올려보다가 제 손가락으로 입꼬리를 주욱 밀어 올린 성규의 걸음이 또다시 천천히 느려지기 시작했다. 한 걸음을 떼기가 무섭게 다음 한 걸음은 그것의 배로 느려지고 있었다. 향석교 위를 한참만에 걸어 나온 성규가 순라군의 기척을 채 멀리할 겨를도 없이 넋을 놓고 걸음을 옮겼다.
  흙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아 흙물이 든 도포자락이 눈에 들어왔다. 차마 올라가지 않는 입꼬리를 억지로 손으로 밀어 올리던 성규가 제 옷깃을 붙들고 툭툭 털었다. 물기가 묻어있던 손이 흙 묻은 옷자락을 털어낸다고 해서 털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물에 풀어놓은 꿀처럼 흙이 묻은 자리가 번져가기 시작함과 동시에, 방금까지 귀에 익었던 기악소리가 환청처럼 귓가를 떠다녔다.

  웃고 싶은데 웃어지지가 않아 힘이 들었다. 검증되지 않은 무엇인가를 깨달아버리는 게 두려웠다. 어쩌면 이미 알아버린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확연히 깨우치고 싶지 않아, 자세히 고심하는 것을 은연중에 꺼리고 있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었다. 성규의 귀갓길에 반 토막의 새된 근심이 따라붙고 있었다.


  현생에서는 어차피 가능치도 않는 일이질 않느냐?

  아마 다음 생에서나 가능한 일이겠다.


  괜히 돌멩이를 걷어차고만 싶었다. 성규의 헤진 짚신 끝에서 계속해서 채이는 돌멩이가 저만치 굴러갔다 그의 발을 기다렸고, 또다시 걷어차면 저만큼 굴러갔다 그의 발길을 기다렸다. 반촌을 벗어나, 주인 모를 논두렁에 굴러 빠질 때까지 돌멩이는 자꾸만 성규의 발끝에 걷어 채였었다. 절반 정도 찬 달이 심란한 귀갓길 우로 희붓하게 떨어졌다.





















  약제(藥劑)가 아닌 약재(藥材)를 탕약 그릇에 쑤셔 넣는 손이 우악스러웠다. 우현은 성규에게서 받아 온 이름 모를 약초 따위를 빈 그릇에 눌러 담아 성난 손길로 뚜껑을 덮었다. 거의 사기가 깨질 듯 위태로운 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뭔가? 그것은.”
 “알 거 없네.”

  그의 방우가 미심쩍은 눈으로 우현이 하는 양을 훔쳐보다 물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잔뜩 이골이 나 방에 들어온 직후부터는 하는 행동마다 거칠어 보는 이의 시선이 외려 불안해질 정도였다. 방우를 등지고 주저앉은 우현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팔짱을 꼈다. 입가에서는 자꾸만 어이없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아니 계속, 지가 뭔데?

 “그리고 도대체 저걸 나더러 어찌 해 먹으라고?”

  우현의 화가 애꿎은 약재 그릇에 시위를 돌렸다. 그의 방우가 요란스러운 우현의 화에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언제는 안 저랬던 양반이었겠냐만은, 오늘은 평소보다 곱절은 더 심한 것 같으이. 우현의 등 뒤에서 저들끼리 수군대는 목소리가 들릴 듯 말 듯 혀를 찼다.
  그저 생각 없이 한 농을 갖다가 그리 이상하게 성을 내면, 도대체 나더러 어찌하라는 말이냐. 우현이 부글부글 끓는 속을 가까스로 가라앉히며 머리끝으로 몰리는 더위를 삭혔다. 화가 치밀어 날이 오른 눈이 탕약 그릇을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이쪽도 싱숭생숭하기로는 지지 않는 밤이었다. 세 명 중 두 사람이 그보다 일찍이 침수에 들었으나 한 사람 몫의 눈은 뜬 채로 새벽을 지새웠다. 한밤중에 그의 창호문이 심한 바람에 흔들리기도 했었다.

  허나 이것 역시, 그 아무도 흔든 적이 없는 문이었다.









*

승정원[ 承政院 ]
조선시대 국왕의 비서기관.
옥당기생
임금이 특별히 관작을 내린 관기로 기생중의 특권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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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근이

11년 전
독자1
돼지코
11년 전
독자2
누가 그걸 퍼트렸데요??; 자기가 글직접 써봐야 퍼트려지는게 얼마나 허무한지 알거같네요 그사람은 진짜 이거보고 반성좀했으면 작가님글은 오늘도 금덩어리네요! 내용도 좋고 브금이랑도 잘어울리고 브금뭐에요?? 자기전에 들으면 좋을거같아요 ㅋㅋㅋ 브금선택 센스도 좋으시네요! 안좋은일은 그만생각하시고 기분좋은일만생각하세요! 내일도 좋은하루보내세요!:)
11년 전
독자3
모닝콜이에여!!!유포자 나쁘당 못됐당! 흥흥ㅠㅠㅠ우리 자까님 힘내셔요....대학 떨어진 제 슬픔도 작가님 슬픔도 모두모두 날아가버려랏 뿅!!!!!ㅋㅋㅋㅋㅋ우현이는 여던히 츤츤대네여...ㅋㅋㅋ으엏ㄱ!!!!저 방금 와...왕모기 봤어요. 와 심쿵했네...ㅠㅜㅜ요새 어째 모기가 더 많아지는 거 같단 말이져 흠....여튼 날씨가 추워진다는데 감기 조심하시구 힐링힐링 하시면서 다음편에 만나요!
11년 전
독자3
찹쌀떡이에요! 오늘은 오랜만에 짱 빨리온거같아요 어휴 성규 ㄴ이 눈치도없는것아ㅠㅠㅠㅠ 어이구어이고 우현이도 그냥 성규가 좋으면 좋다하지..어휴 그래도 아무렴어때 둘이 같이있는것만으로도 난 행복하다 성규도 어느새 우현이를 신경쓰고있네요 좋아요 ㅠㅠ 작가님 오늘글도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재밌어요 진짜로! 브금 어디서 ㄴ많이 들어본 브금..! 브금도 좋고 작가님 글도 좋고 짱짱 그나저나 누가 그런 나쁜짓을..! 이거보고 찔렷을꺼에요 ㅠㅠ 나쁜사람! 잘보고가요 작가님 그럼 다음글에서 봐요 다음글에선 우현이랑 성규가 더 많이 가까워졋우면좋겟네요 으헣헣 애정해요(づ_ど)
11년 전
독자4
어 오랜만에 일찍 왔네요 타이밍 굿굿 니니 입니다.
성규가 다른사람 보살펴 준거 알고 질투 폭발하신 도헌 우현ㅇㅣ ㅠㅠ 그모습마저 예뻐보이는걸 보니 전 지독한 현성러인가봐요 =_= 서생원으로 불리더니 물에빠진 생쥐꼴이 됐네요 ㅠㅠ 아이참 달밤에 젖은 성규.. 아.. 아니에요 더이상 말을 하면 안될것 같은 기분..
규닝님 소인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항상 규이팅! 이에요. 그리고 텍파...는 어휴...

11년 전
독자5
뇨뇽이야요~헐....우혀나 너무 모질다....
11년 전
독자6
물에 빠진 향낭을 보는 규의 마음은 "그거 소중한 향낭인데ㅜㅜㅜㅜ"
11년 전
독자7
키세스에요!! 아오 우현이가 너무 좋아하는 애 괴롭이는 초등학생같아요ㅋㅋㅋ말을 막 밉게 하는데도 귀엽네요ㅎㅎ성규도 막 향낭 주마니 건지러 가고 하는거보면 영 마음이 없는거같지는 않은데.. 얼른 둘 다 발전하면 좋겠네요ㅎㅎ
11년 전
독자8
헐 뒤에 그렇게 써 놨는데 그걸 퍼뜨렸데요? 아오 일단 선댓
11년 전
독자11
아구구구국구국 귀여워랖ㅍ퓨ㅠㅠㅠㅠㅠㅠㅠㅠㅠ질투는 귀엽다능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한테도 질투해죠ㅠㅠㅠㅠㅠㅠ꾸우ㅠㅠㅠㅠ아따 연회면 분위기도 좋아부러...쿸...브금도 좋아...오늘 바빠서 컴퓨터 많이 못 써요...아고 자몽 바쁘기도 하여라....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성규 그러고 보니까 젖었네? 젖었네?ㅎㅎㅎ 아요 어쨌든 배포하는 사람 나한테 걸리면 때찌 맴매야
11년 전
독자12
아나 저 자몽 이미지 삭제하려고 댓글 새로 달았는데 이미지 남아있어...이거 어캐 지워 거슬려.....
11년 전
독자9
규지지1호 꿀꿀 헐 뭐야 누가 퍼트렸데요 찾으면 데리고 와요 내가 혼내줄께 나 그대 1호 지지자니깡´▽`
우현이 질투 너무 귀엽게 하는거아니에여?ㅠㅠ성규도 우현이도 둘다 서로가 막 신경쓰이고 하면서 우현이는 성규한테 왜 구댑 좋아하는여자애 좋아해서 막 괴롭히는것가탱

11년 전
독자13
오일이에요!! ㅠㅠㅠㅠㅠ 난 우현이가 성규 젖은거 보고 막 안아줫음 좋겟어요.....막 춥지않냐구 하면서...헤헤헤
11년 전
독자14
차별입니다ㅠㅠ누군지데려와요 누가그걸퍼트려 대박이다 진짜 자기가쓰고그렇게텍파가퍼트려져봐야그런기분을알거에요ㅠㅠㅠ 오늘글도역시나금손이쓴글답다는! 브금완전좋고ㅠㅠ 요즘날씨진짜추운데 그대 안좋은일생각그만하고 좋은일만생각하기♥ 다음글에서봐요♥_♥
11년 전
독자15
아너무재밋어요ㅜㅜㅜㅜ으엉앙으앙너무재밋어서울어1ㅓ릴거야응앙엉으엉아유ㅠㅠㅠㅠㅠ 작가님짱짱맨이에여ㅠㅠ♡♡♡
11년 전
독자16
나만두에여 아ㅠㅠㅠㅠ규닝그대드디어오셨어ㅜㅜㅜㅜㅜ!!브금도좋고 작가님글도 여전히여전히 좋아요 현성이들도 가면 갈수록 귀여워지구 ㅠㅠㅠㅠㅠㅜ먼가 현성이들만의 간질간질함!!! 적당한해석 텍스트본이있다니 ㅠㅠㅠ속상하시겠어여 그래두 작가님 글이 너무 좋아서 그런거니까 크~~게맘쓰지마여 내가 혼내줄께요ㅠㅠㅠㅠ오늘도 좋은글 감사합니다!
11년 전
독자17
구름입니다. 안그래도 브금이 너무 좋아서 읽는 내내 열심히 듣고 있던 중이었어요. 7화는 평소보다 어 어렵게 쓰셨군요! 읽는 중에는 그런 생각은 못하고, 장면 전환이 많아서 신나서 읽고 있었거든요; 성규 생각으로 두둥실 가득차고도 애써 부인하고픈 우현이와 우현 생각에 괜히 더 코끝 찡하게 서러워지는 성규 둘 이야기, 힘들게 써주시는 덕에 잘 보고 있어요. 여기 저기 떠도는 성규의 마음을, 이제 우현이가 조금 더 따뜻하게 잡아줘야 할 것 같은데 말이죠- 엄하게 다른 이 치료한 것 가지고 심통내지 말고요 ㅎㅎ 잘 보고 갑니다 *^^* + 작가님 말씀없이 이리 유포되는 경우라...ㅠ.ㅠ 많이 속상하시겠어요. 앞으론 이런 일 없기를!
11년 전
독자18
망태~~
11년 전
독자19
얏호~ 그대 안써진게 이정도이면 도대체 잘쓴건 얼마나 갭이대박이길래ㅠㅠㅠㅠㅠ난정말너무좋게보는데ㅠㅠㅠ우햔이가훔치서싶은거?당연히 규지 !!!!너말고누굴훔치겟니!!!!!!는나 헤헤히ㅡ헤헤ㅔㅔㅎㅎ나 특별출현ㅛㅣ켜주ㅓ욬ㅋㅋㅋㅋ우현이가 성규망태기에 보쌈해가는걸로(찡긋)안그러명 그대 내꺼하는걸로(수줍) 오늘것도 달달한게 너무 좋앗어요ㅠㅠㅠ♥♥꺄항 괜히내가설레ㅜㅠㅠㅠㅠㅠ존댓말 ㅠㅠㅠㅠㅠㅠㅠ현성앓고가요 그대♥
11년 전
독자20
프라푸치노
대체그걸 누가!!...나쁜사람!!! 아 근데 진짜 미루감화서는 짱재밌어요....ㅠㅠ둘다 서로 마음이있는데 왜 말하질모태!!! 남우현이 저러케 말을 어렵게하니까 우리 성규가 못알아듣자나!!!나야 당연히 설레죽지만 우리성규는 눈치가없단말이야......ㅠㅠ 둘이알콩달콩하라고ㅠㅠㅠ 다음편을 기다리겠어요..ㅎㅎㅎ...ㅎ

11년 전
독자21
여우비에요!!역시미루감화서는꿀잼이네요ㅜㅜㅜㅜㅜ성규가저리눈치가없어서야.....우현이가마음고생좀하겠어요ㅋㅋㅋㅋㅋㅋ담편도기대기대!!
11년 전
독자22
베스에요!!!!
댓글이 날라가버렸어요....ㅠ거의 다썼는데 댓글이 날아가버렸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현이는 오늘도 성규한테 매몰차게대하네요ㅠㅠㅠ우현이를보면 남몰래 표정이 밝아진다는 성규에게는 너무 가혹한처사에요ㅠㅠ향냥 건지러 온몸까지 쫄딱 젖었는데 그것도모르고 계속....그래도 성규가 다른사람 치료를 해줬다니까 질투하는걸 보면 성규에대한 마음은 어쩔수없이 숨길수가 없나봐요ㅋㅋㅋㅋㅋㅋ빨리 두사람이 알콩달콩해져야할텐데ㅠㅠㅠ
그리고 브금 너무 잘듣고있어요~~!!규닝님꺼선 브금선택이 참 탁월하신것 같아요ㅎㅎㅎㅎㅎ
그나저나 누가 규닝님 글을 무단으로 유포했나봐요???대박 뭐그딴사람이 다있대요....글한편쓰는데 시간이 얼마나걸리고 정성이얼마나들어가는데 그걸 무단으로...하....규닝님 그냥 저런생각하지마시고 좋은생각만하세요ㅠㅠㅠ그게사실 잘 안되겠지만ㅠㅡㅠ다음편도 기다리고있을께요~~~!!!

11년 전
독자23
삶은계란이에요 ㅠㅜ 엉엉 브금 나는 왜 안나오는거야 ㅠㅠ 이 똥컴같으니라고...규들규들..!! 브금은 없어도 글을 쏙쏙 잘 들어오고 잘 그려지지만 작가님의 청을 못 받는게 소인 마음이 많이 아프옵니다 ㅠㅠ 성규는 정말 바보야 바보.. 근데 귀여웡... 우현이도 바보야 바보.. 자기맘도 확실히 모르고 성규탓만 하는 바보.. 연회에서 보는 현성이들은 너무 이뻐요 ㅠㅠ 제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화려한 연회하는 배경에 현성이들이 있는곳에만 조심스레 있는 어둑어둑함이..쫌...많이 이쁩니당 성규가 ㅁ깊은 물속까지 들어가면서 ㅠㅠㅠ 횬이가 준 향낭을 찾으러 간거 ㅠㅠㅠㅠ 뀨이뀨이 ㅠㅠㅠㅠㅠ 횬아 그런 성규를 알아주렴 ㅠㅠ 안그래도 피곤한데 물속에 들어가서 쫄딱 젖어가지구 ㅠㅠㅠㅠ 니 향낭 가지러 간겁니다말이오!!! ㅠㅠ 소인 다음편이 몹시 기대가 되옵니다 메일링.. 정말 고맙고 행복한 일인데 혹여나 이런 일이 생길까 약간의 걱정도 있었는데 결국엔 누군가가...헤휴.. 더이상 이런일이 없기를 소녀 기도하겟사옵니다
11년 전
독자25
쏘니엔젤입니당!!
뭐가 그리 바쁘다고 저번편에서는 규닝님한테 인사도 못드렸어여 ㅠ.ㅜ 오늘에야 겨우 짬좀나서 후다닥 달려왔지요!!!! 두 남정네들은 아직도 서로의 마음을 정확히 들여다보지못하구있나봐여 ㅠ.ㅜ 보는사람입장에서 안타깝기 짝이없서여 흑흑... 그치만기승전행쇼현성행쇼할거라 믿기때무넼ㅋㅋㅋ 끝까지 기다릴거에여!!!!!! 너네가 행복하면 나도 햄보케...흑....ㅠ.ㅡ ㅋㅋㅋㅋ 규닝님 추운데 감기조심하시구 전이미 한번 크게 앓았답니다 참! 이번편에 물에빠진 서생원도 감기조심..크흡...ㅡ.ㅜㅋㅋㅋ 담편두 화이팅하세요^*^♥
+ 부글부글.. 나뉸 늦게가입해서 메일링도 못받았는데 나쁜샤람들.. 벌받을거에여 ㅡ.ㅜ

11년 전
독자26
테라규에요 헐 누가그걸공유했대요 혼내줄까여 허류ㅠㅠㅠㅇ 아빨리컴타서 그대한테할말다할래요조굼만있으면집에간드아ㅠㅠㅠㅠ오늘도좋은글감사해요
11년 전
독자29
테라규에요 와.. 집에왔어요! 다시보니 역시 문체 깡패... ㅠㅠㅠ 아 진짜 그대 너무 존경스럽고 감사드리고 사랑해요 항상 이렇게 좋은 글 올려주시고.. 눈 호강하게 해주시고1! 다음편도 기다리고 있을게요! 얼른 현성행쇼해랔ㅋㅋㅋ 사실 고전물 잘 못봤었는데(많이없기도하고) 근데 그대글을 가볍고 누구나 무난하게 볼 수 있어서 좋은것같아요!!! 표현도 너무 좋고,,!!!
11년 전
독자27
마이쮸 에요!! 아니 규닝님의 독자분들중에 그런 극악무도한 분이 있었나요?!ㅠㅠㅠㅠㅠ마음 맘이 상하셨을 규닝여신님에게 위로ㅠㅠㅠㅠ매편 마다 올라오는 브금 너무너무 좋아요에요♥ 현성이들 왜이렇게 귀여운지... 이 글 볼때마다 배에 나비가 살랑살랑 날아다니는것 같고 막 연애하고 싶어요ㅠㅠ 잠자던 연애세포까지 깨울 수 있는 글이라니 너무너무 멋져요ㅠㅠ 그나저나 성규 감기는 안 걸릴지 걱정걱정..질투하는 도헌은 왜이렇게 귀여운거죠...♡ 제 연애세포 모두 가져갔으면 좋겠네요 ㅎㅎ규닝님 알라뷰에여....♥
11년 전
독자28
인연입니다~ 안녕하세요ㅎㅎㅎ 성규가 그렇듯 우현이랑 성규랑 만나서 저도 기분 좋은데요? 둘이 매일 투닥투닥거리는게 매력이였거든요~3~ 뭐 여기서 달달한 이야기로 바뀌어도 좋지만요ㅎㅎ 성규도 역시나 우현이에게 마음이 있는거같아요~ 혹시 우현이가 한말의 뜻이... 맞겠죠? 맞는거같은데ㅎㅎㅎㅎ 아니면 뜻을 알 수가 없는데ㅋㅋㅋㅋ 우현아 다음편엔 성규가 알아들을 수 있게 솔직하게 말해주면 좋겠다^0^ 다음편에 더 솔직한 우현이를 기대하면서 다음편 기대할게요~~
11년 전
독자30
유포자 완전 나쁘네요 수달이에요 내일이 시험인데 이러고 있다능!!!!!!! 내일 시험 잘 보면 댓글 더 이어서 쓰고........만약 못 봤으면 반성하고 다음편에 올게여 그대 힘쇼!!
11년 전
독자34
수달이에욬ㅋㅋㅋㅋㅋㅋ흐헝 시험 생각보다 잘봤어요 그래서 왔어여 우현이랑 성규가 다시 만나서 너무 좋아요 그리고 점점 성규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가는 거 같고 우현이도 자신한테 점점 솔직해져 가는거 같아서 광대승천 하게 되네요 아....이거 보면 연애하고 시프다.. 사람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글을 쓴다는게 정말 엄청난 거에요 그 일을 규닝님이 하고 계신거구요 역시 문체깡페 규닝님!! ㄷㄷ해.. 규닝님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시구요, 그리고 남에게 상처주는 짓을 하면 그것이 그대로 그 사람에게 돌아가요 규닝님을 속상하게한 그 분 벌받을거에요. 그러니까 너무 기분 상해하지 마시고 언제나 화이팅!!! 그대를 언제나 응원할게요 좋은 하루 보내시구여 안녕~
11년 전
독자31
내사랑 울보 동우 누가 유포함 진짜 짱시루다 ㅠㅠ 남이 힘들게 써서 유포하지 말라고 했으면 하지말아야지 ㅠㅠ
11년 전
독자32
오늘도 잘읽었씁니다! 그 나쁜사람 누구인지 참 궁금하네요 즐겁게 읽었으면 그 값을 해야지..규닝님 홧팅!
11년 전
독자33
마카롱이요!!저번에본의아니게상처를드렸더라구요ㅠㅠㅠ진짜현성이들귀여워요ㅠㅠㅠ츤츤거리면서도달달해요,다음편도기대할게요!!
규닝님화이팅♥

11년 전
독자35
아쿠아입니다! 제가 너무 늦게 본게 아닐까 걱정이네요 흑흑. 우현이가 아직까지는 틱틱거리는 면이 없지않아 있네요. 그래도 좋아하니까 그러는거니 저로써는 좋을 뿐이죠. 성규가 향낭을 손에서 놓쳐 강류에 같이 흘러갈때 그리고 그것을 찾을려고 물에 무작정 뛰어간 성규가 왜이렇게 슬퍼보일끼요. 이부분에서 저는 성규가 우현이를 얼마나 생각하고 좋아하는지 다시 알게 되었네요. 오늘도 역시 잘 보았구요! 나쁜 짓을 한 자는 분명 벌을 받게 될거니 그분이 자신의 잘못을 빨리 알아차리길 바라네요. 그대 좋은 글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11년 전
독자36
비회원이예요.급하게 남기느라 로긴도 못하고 글 남겨요..사실 바빠서 글도 급하게 보고 사담을 읽었는데..너무 어처구니가 없고 황당해서 댓글 남기네요. 본인의 저작물도 아닌걸 유포한 것도 황당하지만 메일링 자체도 글을 읽고 열심히 감상 댓글을 쓴 독자들이 받은건데..규닝그대와 얼마나 많은 독자들의 노력을 우습게 취급한건지 알기나 할까요.하긴 ..그런걸 생각했다면 그런 행동은 안했겠죠..그대 기운 빠질 것 같아서 걱정 ㅠㅠ 힘내시길..
11년 전
독자36
코롱입니다!!! 브금을 들으면서 읽으면 언제나 좋죠~~~~이번화도 완전 재밌는데 왜 마음에 들지않으신건가요ㅠㅠㅠㅠㅠ항상 작가님 필력에 감탄하는데요ㅠㅠㅠㅠ 그리고 적당한 해석..안타깝네여 대체 누가!!!이런!!!! ㅋㅋㅋㅋㅋ
쨌든 잘 봤습니다 작가님~~~

11년 전
독자37
다트왔다. 내일 후딱 시험치고 댓글 쓸게요
11년 전
독자38
블베에이드에요!!!!
우엌 남우현은 무슨 연애소설읽으세요???ㅠㅠㅠㅠㅠ너의 시간을 내게 돌리고 싶단말이다.이거 몬데ㅠㅠㅠㅜ어디서 이런 설레는 말 배워오는건데ㅠㅠㅜ근데도 성규는 맹해서 이런말도 못알아먹고ㅠㅠ이런데 저번에 뽀뽀는 좋아할때하는거인줄은 어떻게 알았데욯ㅎㅎㅎㅎㅎ하 진짜 남츤츤ㅠㅠㅠㅠㅜ인제 그만 츤츤대시지??성규 맨날 다그치기만하고ㅠ뭐 그럴때마다 쮸구리되는 성규도 귀엽긴 하다만ㅋㅋ잘 읽구 갑니다 규닝님!!!!

11년 전
독자39
규닝 그대 열심히 기다리는 중! 얼른와요오
11년 전
독자40
감성 이에요 작가님은 어쩜 짧은 시간에이런 옥같은 글을 써내시는지 ㅠㅠ 부럽네요 ㅠㅠ
11년 전
독자41
겨울이에요!! 우현이도 성규도 서로에 대한 상사병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아요 ㅠㅠㅠㅠㅠㅠ 개울에 빠뜨려버린 향낭을 혹시나 잃어버릴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건졌군요 ㅠㅠ 물론 향 냄새가 빠져버려 슬퍼하는 성규를 보니 저도 마음이 안 좋네요 ㅠㅠ 근데 텍파 유포자라니 ㅠㅠ 그 분이 이거 보고 아주아주 많이 찔리셨으면 좋겠네요-_-+++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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