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민윤기, 쿠키와 함께한 꿈같은 데이트는 끝이 났다. 약을 먹였음에도 재채기가 나와 훌쩍거리는 쿠키에 서둘러 들어가야겠다 생각하고 집으로 향했다. 아기는 민윤기에게 안겨 감기 탓에 막힌 코로 도로롱거리는 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었다. 민윤기는 내심 아쉬운 듯 손으로는 쿠키를 토닥이면서 발걸음은 느렸다. 나도 아쉽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대로 두면 정말 아이가 독한 감기에 걸릴게 뻔했다.
아니 사실은 이대로 집에 들어가면 다시 민윤기를 뺏길 것 같아 그럴 바엔 빨리 뺏기는 게 낫다고 생각했을지도.
"재미있었냐 오늘."
"오랜만에 외출이잖아요, 임무가 아니라 그냥 순수한 외출."
"다행이네, 좋아보여서."
"..."
마치 그 말이 이제 이런 일은 없을 거라는 걸 말해주는 것 같아 울컥 눈물이 나오려 했다. 민윤기는 살짝 일그러진 내 얼굴을 말없이 바라보다 한 손으로 미간을 펴주었다. 그의 손이 내 얼굴에 닫자 자연스럽게 표정이 펴졌고, 짧게 웃은 민윤기가 먼저 집 안으로 들어섰다. 나는 민윤기를 따라 들어가 문을 닫았고, 모두 잠들어 있을 거란 예상과는 다르게 들어가자마자 듣기 힘들 정도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렸다. 그 곳엔,
"이게 무슨 영상이냐고!"
"네가 BTS 문서 빼돌리는 영상."
"말도 안 돼, 왜 그게 거기서 ㄴ..."
"민윤기도 동참했어."
"..."
"너를 무너뜨리는 일."
열이 끝까지 뻗쳤는지 난리치는 연희아와 조금은 신나보이는 수정 언니가 있었다. 집은 연희아가 다 부쉈는지 도자기나 깨지기 쉬운 물건들이 곳곳에 깨져 있었고, 연희아의 손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걸 본 민윤기는 한숨을 푹 쉬더니 옆에 있던 김남준에게 쿠키를 넘겼다. 그는 정호석한테 넘겨주고 쿠키 열 체크하라고 해. 하며 지시 후 자켓을 벗었다. 불안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자 나를 돌아보고 걱정 말라는 듯 씩 웃더니 연희아에게 다가간다.
"윤기야, 이게 다 무슨 말이야? 정수정이 하는 말 뭐냐고!"
"말 그대로야. 너 매장시킬 방법."
"... 윤기야."
"그렇게 아무데서나 뒹굴다가 우리 조직에 오면 잘 욌다고, 보고 싶었다고 해줄 줄 알았어?"
"..."
"먼저 정을 뗀 건 네 쪽이야."
"..."
얼굴엔 조소를 띄운 채 한 글자씩 짓씹으며 내뱉는 민윤기는 차가웠다. 수정 언니는 어느새 내 옆에 다가와 어깨에 팔을 둘렀고, 고개를 돌려 이게 무슨 일이냐는 듯 쳐다보자 이 언니가 대본 좀 썼어. 하고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웃어보일 뿐이었다. 그때, 연희아가 나를 쳐다보더니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럴 리 없어, 민윤기 네가 이럴 리가 없다고!"
"..."
"윤기야, 내가 어제... 어제 그랬잖아 응...?"
"..."
"네가 나를 쫓아낸다고 해도 쟤랑은 안 돼..."
"네가 상관할 ㅂ,"
"왜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닌데! 내가 쿠키 엄만데 내가 왜!"
"그 더러운 입으로 쿠키 이름 부르지 말라고 했지."
"지금, 내 남편이랑 아들이 저 새파랗게 어린 년에게 넘어가게 생겼잖아!"
"엄연히 네 남편은 아니지, 네 아들도 아니고. 네 고집으로 혼인신고도 안 했었잖아."
"..."
"배신 때리려고."
언니의 말에 끝까지 자기 생각만 하는 여자, 내 머릿속에 그렇게 인식이 된 연희아가 다가온다. 쫄지 말자고, 쫄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사랑하면 닮는다고, 민윤기 못지않게 세게 생겨서 그런지 본능적으로 쫄아 주춤거리자 어느새 방에서 나온 김남준과 아까부터 불안불안하게 서있던 박지민이 내 앞을 막는다. 수정 언니는 그런 연희아를 잡아 이게 어딜, 하며 밀쳐버린다. 순식간에 연희아는 바닥에 넘어지고, 그 모습이 묘하게 불쌍해 보여 마음 약해지지 말자고 생각하며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 아무리 버리고 갔다고 해도 쿠키를 낳아준 사람이니까.
"마지막으로 봐줄게."
"..."
"꺼져, 이 집에서."
"..."
"네가 빼돌린 그 문서 퍼뜨릴 생각 말고."
민윤기의 마지막 말에 연희아의 입술이 짓눌러진다. 손을 한참 부들부들 떨며 고개를 숙이더니 다시 나를 쳐다본다. 두 눈이 아무것도 들지 않은 듯 허했다.
"웃기네, 아무리 내가 도망을 갔다지만 만난지 일주일도 안 된 새파랗게 어린 년이랑 연애를 하고."
"누누히 말하지만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
"... 그래."
연희아는 힘없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품 속에서 종이 몇 장을 꺼내 민윤기 앞으로 던져버린다. 수정 언니가 저게, 하며 달려들려고 했으나 수정 언니보다 빨랐던 김남준에 의해 제지되고 만다. 그때, 방 안에서 쿠키의 울음 소리가 들렸다. 필시 열을 못 이겨 잠에서 깬 것이리라. 민윤기를 쳐다보자 다녀오라는 듯 턱짓으로 쿠키의 방을 가리킨다. 이 분위기도 무겁고 쿠키 달랠 겸 해서 눈치를 보며 쿠키의 방으로 향했다.
"으ㅇ... 마망..."
"쿠키 아파서 깼어?"
정호석이 버둥거리며 약을 타는 모습을 바라보다 쿠키를 안아들어 이마에 손을 올렸다. 아가는 저를 낳아준 엄마가 쫓겨날 것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내 품에 파고들며 어리광을 부려댔다. 마망 나 요기도 아푸고, 조기도 아푼 거 가타... 마망이 호 해조... 더듬거리며 제 아픈 부분인 머리와 배를 짚는 쿠키에 살짝 웃음이 나와 그 부분에 호, 해주며 이제 괜찮아요? 하고 배를 쓰다듬어 주었다.
"자 쿠키 약 먹자."
"우응, 약 시더..."
"이거 먹어야 낫지."
"아까 목었자나!"
"한 번만 더 먹자 응? 먹고 나서 석진이 형한테 간식 해달라고 하자."
김석진의 간식이 통한 건지 고민도 없이 입을 벌려 약을 먹는다. 쓴 느낌에 그 조그만 미간을 찌푸리는 게 안쓰러워 서둘러 물을 먹이자 좀 나아졌는지 미간을 되돌린다.
"마망, 너무 써..."
"어쩌지, 마망 지금 초콜릿이 없는데..."
"나 있다!"
정호석의 얼굴이 밝아지며 주머니에서 초콜릿이 나왔다. 쿠키는 그런 정호석을 보며 기대하는 듯 눈을 크게 떴고, 정호석은 눈을 예쁘게 접어 웃어 보이며 볼을 톡톡 쳤다. 뽀뽀하라는 무언의 신호다. 쿠키는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며 해도 되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고, 나는 그 모습에 결국 웃음이 터져버렸다. 거실에서는 진지한 분위기이기 때문에 금방 입을 다물었지만. 결국 쿠키는 정호석의 볼에 입술을 꾹 찍은 후 약을 잘 먹은 보상으로 초콜릿을 받았다.
"까줄게, 이리 줘 봐."
"우응!"
"맛있어?"
"응!"
얼굴에 가득 설레임을 담은 채 웃어보이는 쿠키에 결국 쿠키를 끌어안고 침대에 누웠다. 정호석은 아주 이제 나는 투명인간이지? 하고 고개를 저으며 약을 담았던 수저를 들고 일어났다. 나는 말없이 웃는 채 쿠키를 토닥였고 아기는 내 품에 더 깊게 파고들며 웅얼댔다. 아가의 웅얼거림이 전해져 속이 간지러웠다.
"마망..."
"응, 쿠키야."
"우응, 마망이 너무 조아..."
"..."
"마망은 평생 내 옆에 이써..."
약효가 벌써 돈 건지 아기는 그 말을 늘어놓은 채 잠에 빠져들었다. 아가의 그 모든 것을 담은 한 마디에 정호석도 나도 조용해졌다. 내 머릿속에선 그런 아기와 연희아가 겹쳐져 괜히 마음이 안쓰러워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기가 잠든 후에도 모든 일을 끝낸 민윤기가 들어올 때까지 한참을 토닥였다.
19.
"쿠키! 밥 먹게 파파랑 씻고 와~"
"으응! 마망이랑 씻을 거야!"
"인마, 너 나이가 몇인데 마망이랑 씻어."
"다서짤!!!!!!"
"저게ㅋㅋㅋㅋㅋ"
당당하게 말하며 민윤기를 피해 요리조리 도망다니는 쿠키에 간부진들의 웃음이 터졌다. 민윤기는 느긋하게 걸어다니며 쿠키를 잡으러 다니다 애 감기 걸린다고, 빨리 잡아서 씻기라는 내 말에 설렁설렁 뛰기 (뛰는 척) 시작한다. 그러나 결국 잡혀버린 쿠키, 울상을 지으면서 민윤기의 팔에 대롱대롱 매달려 나에게 애절한 눈빛을 보낸다. 미안... 마망 팔목에 지금 파스가 너무 붙어있어서... 물 들어가면 안 된대...
"으앙! 마망이랑 씻을 거야아!!!"
"네 마망 지금 너 때문에 팔에 파스 붙여서 안 돼."
"마망 아파!!!?!?!?!?!!!"
잡혀서 화장실로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도 쿠키는 빽빽 나를 찾아댔다. 수정 언니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나는 쟤 때문에 애 낳기가 무서워. 하고 중얼거렸지만 그 얼굴엔 웃음이 띄워져 있었다. 옆에서 쿠키가 좋아하는 소세지 볶음을 만들던 김석진이 빨리 시집 가서 쿠키 같은 딸 낳고 싶다고 할 땐 언제고? 하고 언니를 공격했다. 언니는 닥쳐, 하며 김석진의 뒷목을 콱 잡았고 김남준은 그런 둘의 모습에 웃기 바빴다.
"지민이 온대."
"수고했어요."
"엉, 나 물 좀."
방에서 임무를 끝낸 김태형이 초췌한 얼굴을 하고 나왔다. 그는 나오자마자 물을 찾았고, 나는 닦던 컵에 물을 따라 건네주었다. 정호석은 그런 김태형의 어깨를 살짝 주물러주며 툭툭 치곤 가지러 갈 것이 있는지 방에 들어갔고, 곧이어 대문이 열려 김태형 못지않게 초췌해진 박지민이 들어왔다. 박지민은 몇 주간 우리 조직에서만 유통되는 마약을 마음대로 밀매하는 클럽에 웨이터로 잠복해 임무를 끝내고 온 것이었다. 오자마자 익숙하다는 듯 인사하는 간부진들을 다 받아주고 나를 끌어안으며 징징거리는 박지민을 다독여주고 있는데,
"누구한테 손을 대냐."
"... 보스는 꼴이 왜 그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민윤기 다 죽었네."
뽀송해진 쿠키와 다르게 물에 빠진 생쥐꼴을 하고 있는 민윤기가 우리 앞에서 불만 가득한 얼굴로 서 있었다. 보아하니 싫다고 버둥대는 쿠키를 억지로 씻기다 저렇게 된 것 같은데.
"..."
"왜 그렇게 봐."
"보스도 진짜 힘들게 산다 싶어서요..."
"맞는다."
작게 투덜거린 채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들어가는 민윤기의 뒷모습은 누가 봐도 귀여웠다. 그때, 뽀송하게 씻어 얼굴에서 광이 나는 쿠키가 낑낑거리며 식탁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어어, 다쳐. 하며 김남준이 쿠키를 식탁 의자에 앉혔고 아기는 금방 자기 전용 젓가락과 숟가락을 들어 식탁을 팡팡 치기 시작한다.
"밥 주세요 밥!"
"식탁 치면 안 된다고 했지?"
"우응."
쿠키와 짤막한 대화를 끝내고 밥상을 본격적으로 차리기 시작했다. 밥을 놓고 국을 뜨자 조금 쉰답시고 거실에 널부러져 있던 박지민이 어슬렁 어슬렁 걸어 온다. 뭐 필요한 거 있어요? 하고 묻자 아니... 하고는 쿠키의 옆에 앉는다. 쿠키는 박지민에게 형아, 모하고 와써? 하고 묻고 있었고, 박지민은 네 유치원 비 벌고 왔어... 하며 힘없이 얘기했다. 풉, 하고 웃으니 박지민이 다시 우는 소리를 낸다. 진짜, 너무 힘들더라. 저얼대 안 불어 뒷배에 누가 있는지. 그러자 김남준이 일미를 집어먹으며 대꾸한다.
"결국 알아냈잖아."
"건 그래요."
"어떻게 알아냈어?"
"존나 잘 숨겨놓는 거예요. 어디서 빼오는지 접대 할 때만 내놓고, 웨이터 같은 알바생들한텐 안 알려준다 이거지."
"엉."
"근데 오늘 임무 개시하고 김태형이 CCTV 해킹하니까 바로 나오더라고요, 비밀의 방 그런 게 있는 거예요. 것도 운좋게 제가 웨이트 가는 방에."
"보스가 그거 다 생각해서 꽂아준 거 아냐?"
"나는 여태 쟤랑 연애하느라 바빴는데 뭘 알아."
"자랑 아니에요."
"커플 꺼졌으면."
저 인간이. 거기서 그 말을 왜 해. 어이없다는 듯 그를 쳐다보자 나를 바라보며 눈을 감고 허공에 쪽, 하고 소리를 낸다. 그 말에 간부진들이 단체로 소리를 지르며 물건을 집어던진다. 근데 왜 난 얼굴이 빨개지고 있는 거야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어이없네. 나가라 내 정신.
"아무튼, 그래서 저 하루만 쉬겠다고, 임무하는 날 대리 웨이트 맡기려고 친해졌던 놈한테 맡겨놓고 그 방 들어갔죠, 손님 없었거든요."
"돌아다녔는데 용케 안 걸렸네."
"웨이트 옷만 안 입으면 매니저는 몰라요."
"하긴, 그만큼 클럽이 크더라."
"그래서 그 방에 들어가봤지. 근데 진짜 거짓말 안 하고 진짜 쌀 포대기 같은 존나 큰 봉지가 30 봉지 넘게 있는 거예요."
"의외로 작네."
"우리도 쉽게 못 구하는 거니까 그렇지."
"그래서 그거 하나 하나 다 보면서 거래서 보고 있는데 그 놈들이 들이닥치더라고요."
"김태형이 CCTV 해킹했다며?"
"해킹만 해놓고 그 놈들 CCTV 화면은 안 돌려놨나 봐요."
"병신아."
"..."
(태들짝)
순식간에 비난이 김태형에게 향했다. 어느새 남자들은 동생의 수능 뭐 그런 이야기를 듣는 듯 수저를 들지도 않고 식탁에 앉아 있기만 했고, 나와 수정 언니, 쿠키만이 밥을 먹고 있었다. 쿠키는 이야기도 듣고 싶고 밥도 먹고 싶은 마음에 재빠르게 입에 밥을 넣고 (반을 흘리며) 지민의 말을 따라가고 있었다.
"들켜서 누구냐길래 웨이터라고 했죠."
"..."
"그러니까 웨이터가 이 방 어떻게 알았냐고, 어디 클럽에서 온 놈이냐고 그러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BTS 클럽입니다하고 그 때부터 총 꺼내들었죠 뭐."
내가 만든 조직을 클럽으로 추락시키다니, 하고 중얼거린 민윤기가 그제야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자 조직원들도 하나 둘 밥을 먹었고, 그 후론 정말 아무 말 없이 밥만 먹었다. 대단하더라, 우리보다 늦게 밥을 먹기 시작했는데 어떻게 먼저 다 비우지? 여차저차 밥을 다 먹고 난 후 김석진과 쿠키는 머핀을 만든다며 부엌에 남았고, 하루를 불태운 김태형과 박지민은 취침하러 방에 들어갔다. 수정 언니는 곧 있을 파티에 간부진들이 입을 옷들을 제작하러 갔고 정호석과 김남준, 전정국은 훈련 한답시고 밖으로 나갔다. (마음대로 휴가) 그래서 결국 거실엔 나와 민윤기만이 남았다. 늘 간부진들과 함께 하다보니 둘만 남는 건 어색했다. 위에 말했듯 며칠 전부터 민윤기와 나는 연애를 시작했다. 말만 연애지, 쿠키가 있다 보니 그냥 부부나 다름 없었다. 게다가 최근 몇 주간은 박지민이 맡은 일이 있어 아무도 잘 나가지 못 하고 계속 저택에서 각자가 맡은 일만 했다. 그러니 데이트 할 시간이 없을 수밖에...
"..."
"야."
"ㄴ, 네?"
"우리 오랜만에 단 둘이 아니냐."
"그... 런가?"
"뭘 그런가야. 이리 와."
자기와 너무 멀리 떨어져있는 내가 불만이었는지 내 팔을 잡아 자기 옆으로 끌어당긴다. 꼼짝없이 그의 옆에 붙어있게 되자 만족한 듯 이번엔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러더니 파스가 가득한 내 손목을 내려다보고 인상을 찌푸린다.
"쉬엄쉬엄 하라니까."
"운동하는 거 재미있어서 하는 거예요."
"쿠키 안고 다녀서 그런 거 다 알거든."
조용히 넘어가달라는 듯 웃어보였다. 민윤기와 연애를 시작한 후 마망을 뺏겼다고 칭얼거림이 늘었던 쿠키를 계속해서 안아줄 수밖에 없었다. 내려놓으면 삐치는 아기를 어떻게 계속 내려놓을까. 그거 때문에 더 아기 같아진 것 같긴 했다. 덕분에 무리한 내 팔목은 늘 파스 투성이었다. 이제 쿠키 안아주지 마. 언제까지 안아줄 거야. 아기도 아닌데. 여전히 인상을 찌푸린 채 내 팔목을 바라보며 말하던 민윤기는 다시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요즘 시도때도 없이 얼굴을 쳐다본다 진짜. 때문에 내가 비비를 못 놓아요.
"왜요..."
"예뻐서."
"..."
"왜."
"보스 진짜 ㅂ..."
"보스 말고. 아까도 보스라고 그러더니."
"..."
"빨리."
"... 오빠 진짜 변하셨어요."
내 말에 흡족한 듯 입동굴을 만들어 웃으며 내 볼에 짧게 입을 맞춘다. 기습적으로 이루어진 행동에 깜짝 놀라 그를 쳐다보자 부엌 쪽에서 김석진과 함께 서있던 쿠키가 다 완성된 듯한 머핀을 툭 떨어뜨린다. 쿠, 쿠키야...
"파파 왜 마망한테 입술 찍어!?"
"뭐?"
"왜 마망한테 입술!!! 찍냐구우!!!"
"야, 그럼 내가 내 거한테 입술을 찍지 누구한테 입술을 찍어."
"차, 차라리 나한테 찌거!!!!!!"
그렇게 말하면서 짓는 표정이 차라리 내가 희생하겠다는 표정 같아서 김석진은 먹던 머핀을 뿜고 그 자리에서 웃다 쓰러졌다. 민윤기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다 다시 내 볼에 입을 맞춘다. 쪽, 하는 소리와 함께 민윤기의 얼굴이 당당하다는 듯 떨어져 나가고, 쿠키는 다시 한 번의 충격을 받은 듯 눈이 휑해졌다.
"뭐하는 거예요..."
"나중에 또 저러면 어떡해."
"네?"
"나중에 또 너는 자기 거라고 우기면 어쩌냐고."
"그게 지금 아들이랑 할 짓이에요?"
"확실히 해 둬야지."
민윤기는 내 어깨에 손도 두르고 나를 끌어안기도 하며 쿠키를 약올렸고, 쿠키는 결국 눈물을 쏟았다. 쿠키는 우는데, 김석진은 계속해서 웃기만 했고, 놀란 나는 쿠키에게 달려가 아기를 안아들었다. 울지 마, 응? 살살 달래며 쿠키의 눈물을 닦아주자, 민윤기가 성큼성큼 다가와 내게서 쿠키를 안아든다. 너 팔목 조심하랬지, 하는 작은 짜증과 함께. 쿠키는 민윤기에게서 벗어나려고 아등바등거리고 있었고, 나는 팔목을 만질 뿐이었다. 민윤기의 얼굴에도 웃음이 떠나질 않았고, 쿠키도 그렇게 싫지는 않아 보였다.
"뭐야, 우린 일하고 왔는데. 왜 너희는 가족 드라마를 찍고 있어?"
"누나 쿠데타 가죠."
"좋다, 너 내가 오른팔로 데려가준다."
"콜."
"둘 다 맞는다."
"흥."
* (공지 읽어주세요!!!!!!!! 지나치지 뭬!!!!!!!!!!!!!!)
1. 안녕하새오ㅠㅁㅠ 너무 늦었죠 일이 겹쳐서 늦게 왔어요ㅠㅁㅠ
2. 연희아는 쫓겨났습니다 여러분! 안심하세요 절대 윤기는 연희아에게 넘어가지 않았어요! (한 번쯤은...)
3. 오늘은 달달에만 집중했어요 너무 여주를 고생시킨 것 같아서 ^ㅁ^
4. 암호닉 정리 다 했어요!!!!!!!!! 없으신 분들은 바로바로 말씀해주시고 암호닉은 암호닉 방에서!
☆★☆5. 큐엔에이 한 번 갈까여? 하자 하시면 질문방 따로 만듭니당 없음 말구!★☆★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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