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왠지 이라라 보고있을 것 같아.. 맞니? 맞다면 댓글좀, 아니면 카톡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분명 넌 날 미행할꼬얏..!내가 다알아 안다고⊙∇⊙
[인피니트/다각] 사인 온(Sign on) 1/15, (온 에어, 빨간 불)
w.규닝
"ㅡ신길역 2번출구요."
아직도 제 주머니에서 지이잉,거리면서 진동음을 내고 있는 핸드폰에 이를 으득 갈고는 택시에 올라탔다. 두 손 가득 바리바리 챙겨뒀던 소품이나 새 장비들을 겨우 택시 뒷자석에 풀어 놓은 성규가 휴, 한숨을 내쉬었다. 어깨가 빠질 것 같아. 힘든 기색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불쌍한 눈썹과 함께 고개를 도리도리 저은 성규가 우현의 연락이 가득한 핸드폰을 꺼내들어 확인했다. 확인해 볼 필요도 없이 남우현의 이름이 둥둥 뜬 액정을 쳐다본 성규가 제 손을 관자놀이 언저리에 얹으면서 눈을 질끈 감았다. 괴로워 진짜. 어쩜 PD님보다, 메인작가님보다 이렇게 연락을 해 댈수가 있지? 내가 자기 직속 후배야? 이미 버저가 되어버린 핸드폰을 주머니에서 꺼내 든 성규가 짜증스럽게 액정을 켰다. 도대체 왜 이렇게 피곤하게 구는건데, 그렇지 않아도 섭외 문제로 이곳 저곳 뛰어다닌 성규에게는 파도같이 밀려드는 스트레스에다가 남우현까지 얹혀버린 느낌이었다.
「오늘 내가 읽을 사연 마음에 안 들어요. 여분 스크립트 더 챙겨놨죠? 바꿀거니까 빨리 좀 와요.」
…이 개새끼야, 알았다니까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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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일주일 전. 그날은 그러니까, 여느날처럼 진지할 것 없는 제작 회의였다. 아니 조금 특별한 게 있다고 치자면, 3달동안 함께할 게스트 식구를 뽑는 자리라 약간의 긴장감이 더해졌다고 할까. 그래도 가벼운 감이 없지 않아 있던 장난스러운 회의 자리였다. 오직 명수만이 턱을 괴고서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스크립트를 넘기고 있었다. 생각 외로 출연 요청이 여기저기서 많이 들어온 모양이었고, 훈남이 많다며 콧노래를 부르던 메인작가가 이놈 저놈 동그라미를 쳐가면서 잘생겼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성규씨."
나는 여자 연예인이었으면 좋겠는데, 라고 생각하려던 찰나였다. 속삭이듯 제 이름을 부른 메인작가에 화들짝 놀란 성규가 네,네!?,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대답했다.
"명단 보고 있어?"
"아, 네. 아이돌 분들이 많으시네요."
어딘가 모르게 작은 목소리로 물어오는 작가였다. 그에 맞춰 저도 모르게 소근소근 대답한 성규가 하고있던 발장난을 멈추고는 자세를 바로했다. 그래? 성규씨는 여자 아이돌이 좋겠네? 성규의 마음을 간파한건지, 어린애 보는 듯한 표정으로 웃은 작가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죠, 저야 뭐.
"그런데 있잖아, 성규씨는 막내작가니까 내가 팁을 알려주는거야."
"네?"
"사회생활을 잘 하려면 상사 눈치는 기본으로 살펴봐야지."
PD님 말이야.
메인작가가 작은 소리로 킥킥 웃으며 말했다. 눈치? 살짝 시선을 돌려 명수를 확인한 성규가 두 눈만 멍청히 깜빡였다. …누가 봐도 진지하게 명단 보는 중이신 것 같은데, 저기서 뭘 알아내라고? 고개를 약간 갸우뚱한 성규가 더욱 눈알을 굴리면서 명수의 옆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러자 그런 성규의 눈 앞에 손바닥 한 개가 왔다갔다 하더니 쉿,이라고 작게 말했다.
메인작가는 성규의 앞 쪽에 놓인 종이에 의미심장한, 짧은 물음을 남겨놓았다.
성규씨.
남우현 어때?
성규가 자신의 앞 쪽에 내밀어진 짧은 물음을 읽고서는 물음표가 가득 차오르는 머리로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펜을 들었다. 남우현이라…. 잘 알진 못하지만 나쁠 건 없지. 뭐, 저번에 얼핏 봤던 음악 프로그램에서는 노래실력도 꽤 괜찮았던 것 같고.
좋아해요.
설마 이게 PD님이 원하시는 대답인건가. 영문은 모르지만 망설임 없이 좋아요,라고 끄적인 성규가 펜을 테이블에 놓았을 때였다.
"PD님, 성규씨도 남우현 좋다는데요?"
쾅, 책상을 친 후 큰소리로 명수를 부르는 메인작가의 목소리에 흠칫 놀란 성규가 어색한 손동작으로 몸이 굳었다. 가,갑자기 뭐야. 나는 그냥 어떠냐길래 대답한 것 뿐인데. 자신이 마치 엄청난 의견으로 밀어붙이기라도 한 것처럼 거센 반응에 어리둥절한 성규가 메인작가와 명수를 번갈아보았다.
작가의 들뜬 음성에, 명단을 훑어보던 명수의 시선이 어느새 성규에게 날아가 꽂혀있었다. 펜은 여전히 입가에 머무른 채 오랜시간 고민해왔다는 표정과 함께. 언제 마주하던 얼어붙어버릴것만 같은 명수의 눈동자에 자신도 모르게 숨을 들이킨 성규가 눈을 크게 뜨고서는 명수를 마주했다.
그리고 그는 아주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뭐, 성규씨가 원한다면야.
…마치 모든 결정은 성규 혼자 했다는 것처럼. 얼떨결에 존중받은 성규가 그들의 반응에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왜? 사실은 은연중에 당신들이 결정한거였으면서? 나한텐 그냥 통보한거잖아, 이 사람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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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ㅡ 그것만큼 상대방을 비참하게 만드는 일도 없다. 언제나처럼 포커페이스로 당연하게 모든것을 대할 때 비교적 약자에 가까운 상대방은 점점 위축되어 작아져가면서도 '호의'를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이 억울해져 올 뿐이다. 남우현을 캐스팅 한 후, 첫 미팅과 첫 녹화. 시간은 숱하게 흐르고 회식과 회식과 회식을 거쳐 갑과 을의 관계를 형성하게 된 성규는 오늘도 큐카드를 씹으며 우현을 노려본다.
당연히 우현의 눈에는 이제 막 방송국에 입사해 머리나 조아리는 말단 성규가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성규의 인사는 쌩하니 지나친 우현이 명수나 메인작가에게 인사를 건넬 때 사실은 직감했는지도 모른다. 나 무시 당하는구나. 어쩌면 익숙해진 '무시'가 이상하지만은 않은 성규가 뻘쭘하게 남겨진 손으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래 뭐, 나는 그냥 조무래기일 뿐이지. 신경쓰지 말자.
하지만ㅡ 그러겠거니, 하고 넘기려던 성규를 욱하게 만든 건 우현 쪽이었다. 차라리 신경을 꺼주길 바랬건만 그것은 또 아니었다. 쓸데없이 잔심부름을 시킨다거나, 말도 안되는 고집을 부려 일을 번거롭게 만든다거나 하는 우현은 마치 성규에게 악감정이 있는 사람처럼 보일 정도였다. 특히 이렇게,
"왜 내 펜 색깔만 달라요?"
초등학생도 안 부릴 만한 트집을 잡을 때면.
사전 미팅에 20분이나 지각한 주제에 당당하게 부스로 들어온 우현이 세팅되어있는 자리에 앉자마자 내뱉은 말이었다. 호원과 동우의 앞에 놓여진 파란색 펜과 대조적인 자신의 빨간 펜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우현의 가시돋힌 말투에 마이크를 정리하다 뒤돌아본 성규가 짜증스럽게 대꾸했다. 빨간색이 뭐 어때서요? 그리고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놓은 거니까 써요.
"싫은데."
"…왜요."
"피 색이잖아."
나한테 지금 피 색깔을 쓰라는거에요?
제 딴엔 제법 진지한 일이라는 듯 눈썹을 구기며 지지않고 대꾸했다. 빨간색 썼다가 안좋은 일 일어나면 그 쪽이 책임 지실건가. 빈정거림이 가득한 목소리로 덧붙여오는 우현의 말을 들은 성규가 멍해진 얼굴로 우현을 마주했다. 방금 뭐라고 한거야? 하는 짓거리는 KBS사장이라도 되는 냥 하면서, 초딩도 아니고 뭐 피 색? 피 색깔이 뭐 어쩌고 저째?
"그거 써도 안 죽거든요?"
"죽으면 어쩔건데요."
"ㅡ아 진짜, 저기요."
"난 죽어요. 나도 파란색으로 바꿔줘요. 이걸로 그 쪽 이름 쓰기 전에."
이미 마이크 선을 정리하던 손이 멍청하게 굳어버린 건 오래 전 일이었다. 초등학생 수준을 넘어선 우현의 유치한 말뽄새에 입을 벌리고 멍때리던 성규가 작게 실소를 내뱉었다. 이래도 안 바꿔줘요? 빨간색으로 이름 쓰면 죽는 거 모르나봐? 위협을 주려는 건지 협박성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한 우현이 반응 없이 굳어있는 성규를 보다가 제 앞쪽에 놓여있는 동우의 펜에 손을 뻗어 자신의 펜과 바꿔치기했다.
이제서야 마음에 든다는 듯, 파란 펜을 마주하고 고개를 두어번 끄덕인 우현이 어이없는 눈을 한 성규를 쳐다보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ㅡ펜도 안 바꿔줬으면서. 뭘 봐요.
그리고 성규는 목까지 넘어온 욱하는 대답을 꾹꾹 집어삼키며 엉켜있는 마이크 선들로 시선을 던졌다. 상대를 말자. 반응해주지도 말자. 페이스에 말려들지 말자. 아마 이 때가 우현에 대한 3대 다짐을 처음으로 가슴 속에 새겨놓게 된 계기가 된 날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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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을 잔뜩 옷깃에 담고서는 스튜디오로 들어선 성규가 숨을 몰아쉬며 장비를 내려놓았다. 어, 왔어? 오늘 좀 늦는다 그랬잖아?, 동우와 나란히 소파에 앉아 도시락을 까먹던 호원이 반색하며 물었다. 바람에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하면서 고개를 두리번거리고 우현의 모습을 찾으려 도끼눈을 뜬 성규가 아아 그냥, 어쩔 수 없이 일찍 오게 돼서. 짧게 대답하고서는 한숨을 내뱉었다. 혹시나가 역시나다. 사연 바꿔달라고 요청, 아니 명령한 주제에 스튜디오에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아. 아무래도 또 당한 것 같다는 생각에 슬슬 열이 뻗쳐오르려고 했다.
"PD님은? 작가님은?"
"둘 다 저녁 드시러 갔었는데, 이제 곧 오실거야. 아까 잠깐 카페에 들리신다고 연락 왔었어."
"…남우현은?"
"남우현은 아까 왔는데 잠깐 어디 나간 것 같아. 매니저랑 같이 나가던데?"
호원이 초밥을 씹으며 웅얼거리는 발음으로 대답했다. 그 옆에선 동우가 규야! 이쪽 앞머리 갈라졌어. 하며 종알댔지만 이미 기분이 어긋난 성규는 호원과 동우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스크립트를 모아둔 서랍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내가 지 이미지 생각해서 멀쩡하게 읽을 사연들만 골라서 줬더니, 그런 내 성의는 몰라주고 불평을 해? 남우현 니가 감히.
"이게 뭐야?"
탁, 동우가 자신의 도시락 앞으로 신경질적으로 놓여진 종이들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성규에게 물었다.
"오늘 남우현이 읽을 분량."
"뭐? 리딩 아직 안시켰어? 우리 껀 어제 나왔잖아."
"줬었지. 근데 바꿔달래서 바꿔주는거야 지금. 이따 남우현 오면 그거 가지고 부스 들어가라 해."
나도 밖에 나갔다 올게. 온에어 10분 전에 들어올테니까 걱정마. 한숨섞인 목소리로 말한 성규에 주섬주섬 종이를 정리하던 동우가 응, 하고 작게 대답했다. 성규는 동우의 손에 들린 자신이 내던진 스크립트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문고리를 잡았다. 그래, 내 이미지도 아닌데, 남우현 사정따위 알 게 뭐야.
여자목소리 흉내나 실컷 내봐라, 오늘.
넌 오늘 사람을 잘못 건드렸다고. 은근히 통쾌해져오는 마음에 씨익 웃은 성규가 스튜디오 밖을 나오면서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지각도 밥먹듯이 하는데다 가끔씩 제 내키는대로 반말이나 찍찍 해대질 않나. 식성은 또 얼마나 까다로운데, 그리고 뭐? 빨간색을 싫어해? 그런데 그건 알아뒀어야지. 빨간색은 그렇게 싫어한다면서 너는 지금 우리 사이에 적신호를 켠거야. 적신호.
20분 뒤, FM 91.5 이호원 장동우의 호우주의보. ON AIR
남우현, 김성규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는 두 사람의 라디오 부스. 온 에어에 초록색 불이 켜짐과 동시에 둘의 사이엔 제법 위험한 빨간색 불이 켜졌다.
띠로링 |
연!재!시!작! 근데 매번 좀 기나요? 읽기 불편하시려나.. 회당 분량이 적당한지 아닌지 모르겠thㅓ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