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같은 소리하네 ! 02
그래, 어찌 된 영문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난 현재 내 작품 속에 있다.
심지어, 설상가상으로, 이 작품의 장르는 마법소녀물.
그리고 내 기억이 맞다면 지금 이 상황은 글의 첫 장면이며, 저기서 소리치고 있는 쟤들은
"코드네임 바비,"
"코드네임 야마삐족,"
"변신 !"
...마법소년들이다.
마법소년,소녀들이, 지구를 침략하기 위해 쳐들어온 악당들을 무찌르는 이야기.
유치찬란하고, 아주 뻔해 빠진 이 글은 만화영화 시나리오 공모전에 출품했다가 광탈했던 작품이다.
아무것도 모르던 스물, 필력 하나만 믿고 쓴 글이랄까...
"뭐야 너 왜 변신 안 해."
잠시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 있는 데, 갑자기 뾰롱- 하고 허공에서 웬 사람 팔뚝만한 나비가 튀어나오더니 말을 한다.
"김코닉 ! 넌 왜 변신 안 하냐구 !"
아, 자세히 보니 사람이다. 아니, 날개가 달렸으니 사람이 아니라 요정인가.
응?
"에...?"
요정...?
"뭐야, 얘 상태 왜 이래? 비아이, 얘 좀 봐봐."
"그러니까 왜 넋이 나갔냐."
한 번 더, 뾰롱- 하더니 허공에서 '비아이' 라는 요정이 또 튀어나왔다.
뭐지, 시발 진짜 뭐야.
기억이 안 난다.
쓴 지 너무 오래된 글이라 그런 걸까,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았다.
등장인물에 요정이 있었나. 없었던 것 같은 데, 아니 있었을 수도 있다.
하늘을 향해 손을 쭉 뻗은 채로, 당당히 삿대질 하며 자신의 코드네임을 외치는 별 그지같은 변신 방법부터 핑크프릴이 주렁주렁달린 내 변신복 형태까지는 기억이 나는 데, 왜 저들은 기억이 나질 않을까.
"미치겠네."
으아아 !
생각나라 머리머리 !
날 듯, 안 날 듯, 날 놀리는 기억에 화가 나 머리를 양손으로 붙잡고 마구 흔들어댔다.
"뿌요, 쟤 이상해."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동동이 보고싶은 데, 쟤 상태보니까 오늘은 글렀다."
둘이 한 마디씩 던질 때마다 배경음으로 깔리는 파닥파닥- 소리때문에, 생각에 집중을 할 수가 없어 잠시 저 둘을 묶어 놔야겠다 결심을 한 순간, '동동'이라는 이름이 들렸다.
동동...
좀 가물가물하지만 등장인물에 있었다. 그건 확실하다.
누구지, 친구였나? 아님, 얘도 마법소년? 하지만 마법소년은 두명인 게 확실한 데...
아무리 쥐어 짜도 '있었다' 이것만 기억날 뿐, 다른 건 기억이 하나도 나질 않았다.
망할 기억력같으니... 금붕어 새끼도 아니고, 몇 년 좀 지났다고 내용을 싹 까먹냐 답없는 나년아.
"가자, 뿌요."
그때, 변신완료한 구준회가 다가와 뿌요를 무뽑듯 뽑아 갔다. 진짜 무뽑듯이 쏙 ! 가져갔다.
"아야야 ! 살살 잡아 구주네 ! 요정은 허리가 생명이라구."
뿌요가 툴툴거리든 말든 구준회는 아랑곳하지 않고, 뿌요를 손에 쥔 채로 창문 밖을 향해 달려 나갔다.
남성 변신복을 괴상망측한 핑크프릴 치마가 아니라 수트로 설정해놔서 정말 다행이다.
하마터면 운동장에 있던 사람들 눈에 몹쓸 짓 할 뻔했다.
"우리도 빨리 가자, 김코닉. 변신해 얼른."
"아니야, 냅둬. 김지원. 얘 지금 상태 메롱이야."
"뭐? 김코닉, 아파?"
"어...? 아니, 아니야 괜찮아. 변신할 수 있어."
잠시 구준회와 김지원이 핑크프릴 치마 변신복 입는 상상을 좀 하느라 멍때리고 있었더니, 얘들이 내가 아픈 줄 알고 자기들끼리 해치우고 오려한다.
어휴...그래도 명색이 주인공인데 여기 가만히 있을 순 없는 노릇. 얼른 저 괴물부터 후드리 챱챱 때려 해치워야지.
그리고 나서 조용해지면 생각 정리 좀 해야겠다.
하, 이 나이 먹고 마법소녀 변신이라니.
"코드네임....!"
어라.
"코...코드네임 !"
헐.
"내 코드네임...
뭐였지."
아, 난 진짜 멍청인가.
코드네임을 모르면 변신을 할 수가 없는 데, 제일 중요한 코드네임을 잊어버렸다.
그때,
"뱁새 멍청아 !"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너 코드네임 뱁새라고. 그걸 까먹냐 !"
나만 들을 수 있을 만큼의 작은 소리로, 한숨처럼 툭, 내뱉은 말이었다.
헌데, 그게 들리다니. 요정이라 그런가.
"아, 비아이, 땡큐 !"
휴, 아무튼 불행 중 다행이다. 이제 변신할 수 있다.
잠깐,
근데 내 코드네임이 뭐?
뱁새...?
(뀨? ⊙▽⊙)
이 뱁새?
이런 뱁새.
마법소녀가 뱁새라니, 참나... 이름만 듣고 악당들 무서워서 다 도망가게 생겼네.
난 진심으로 이 글을 쓰던 스무살의 나에게 살의를 느꼈다.
네이밍센스가 너무 구리잖아. 이러니까 탈락했지.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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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동동이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찬우는 곧 나옵니당 ! 현서긔도 나올 수 있음 주의 ^~^
[동동][♡_♡][빈추라기][맘비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