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동생인 징어가 모델인 썰
이번주내내 피곤에 찌들어 살았다. 안그래도 힘들어 뒤지겠구만 그저께 찍은 화보 초본이 나왔다며 불러대는 통에 양팔을 휘적거리며 에이전시로 향했다. 눈을 비비며 에이전시 입구에 들어서자 주변을 쓸고 계시던 경비아저씨께서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출근하냐며 인자하게 웃으셨다. 어휴, 그러게요. 힘들어죽겠구먼 에스팀은 저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가봐요. 흐흫. 수고하라며 모자를 다시 쓰는 경비아저씨를 보며 꾸벅 인사를 하다가 정문으로 들어갔다. OO, 안녕~ 들어가자마자 한곳에 모여서 우글대고 있는 길쭉길쭉한 인간들이 보였다.
“ 앙녕하세여. ”
“ 아침에 보는 건 완전 오랜만이네. 웬일이야? ”
촬영한 쎄씨화보 초본 나왔다고 해서여어.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꿍얼거리자 스냅백을 다시 쓰던 박지운이 내 정수리를 콕하고 찔렀다. 아, 왜 그래여! 아, 미안. 정신이 딴 데 있는 것 같아서 한 번 찔러봤어. 아, 진짜 저 인간. 저번부터 자꾸 나만보면 기억하기도 싫은 아이비클럽 인터뷰 얘기를 하지 않나, 어깨를 툭툭 치지 않나. 무슨 초딩도 아니고. 박초딩 시발. 눈을 홉뜨며 박지운을 노려보다가 방에서 나오는 황실장님을 보고 발걸음을 옮겼다.
“ 와있었네? ”
“ 예에. ”
“ 자, 여기. ”
황실장님 손에 들려있는 사진들을 매가리 없이 품에 안았다. 쯧, 죽어가네 죽어가. 그런 나를 보며 혀를 내두르던 황실장님이 이렇게 온김에 아침이라도 먹으러 가자며 내 어깨를 잡고 밖으로 내몰았다. 아뇨, 나는 지금 휴식이 필요하. 아침에 고기는 좀 무리려나? …그게 왜 무리에요? 불가능은 없다는거 아시잖아요. 차마 거절을 할 수가 없었다. 고기를 먹으러 간다는데 나란 년 주제에 어딜 빠지려고. 식단조절은 잘 하고 있어? 에스팀 근처 식당에서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주문을 하자마자 대뜸 물어오는 말에 조용히 물만 들이켰다.
“ 예에, 뭐…. ”
“ 영 안하는구만. 트레이너 붙여? ”
“ 어후, 진짜! 열심히 할게여! 한다구여! ”
몇주전에 식단조절이 도저히 안되서 황실장님께 칭얼댔었다. 그랬더니 곧 직빵으로 먹히는 해결책을 내주겠다며 에스팀내에서 제일 무섭기로 소문난 트레이너 선생님을 내게 붙여주는 바람에 쓴 눈물을 삼켜가며 식단조절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글지글 구워져가는 고기를 멍하니 쳐다보며 물만 벌컥벌컥 들이켰다. 너 근데 그 날 왜 뒤풀이 빠졌었어? 언제여? 젓가락을 입에 물고 익어가는 고기를 언제 집을까 눈치를 보고 있는데 집게로 고기를 뒤집던 황실장님이 물었다.
“ 호정이 들어왔던 날. ”
“ 어, 어. 언제더라? 저번주? ”
“ 응. 집에 갔다며. ”
가끔씩 신인 기수들이 모이면 한달에 한두번씩은 뒤풀이를 하곤 했다. 물론 내가 처음 왔을때도 뒤풀이를 했었지만 이때까지 내가 에스팀 뒤풀이에 참석한 횟수는 다섯손가락 안에 꼽지 않을까. 식단조절하기도 벅찬데 뒤풀이가면 또 뭐 먹을거 아니에요. 겁나서 못먹어요. 또 실장님이 강선생님 붙여줄지 어떻게 알고. 툴툴대며 젓가락으로 아랫입술을 집었다가 놓았다. 내 앞접시에 고기를 잘라서 주던 황실장님이 붙이기전에 잘 좀해. 하고는 음료수를 시켰다. 알았으여. 대답을 하는둥 마는둥 하고는 입에 고기를 쑤셔넣었다.
“ 천천히 먹어. ”
“ 츤츠니 먹꾸 있능데여? ”
다 씹고 말해라. 네. 아침 일찍 먹는 고기란, 정말 최고시다. 곧 다시 촬영하러 가야한다는 황실장님 말에 더 먹고 싶은 걸 누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까 도진이한테 문자 보내놨으니까 도착했을거야. 핸드백을 챙겨들던 황실장님이 계산을 하시고는 문을 열었다. 여어-☆★ 반짝이는 총명한 눈빛으로 나와 황실장님을 쳐다보던 인기스타가 나 빼고 먹은 고기는 맛있었냐? 하고는 내 머리를 헝클였다. 뭔 말이 필요해, 개꿀맛.
“ 실장님은 안타세요? ”
“ 내 말은 뭘로 들었냐, 에이전시 갔다가 차끌고 갈거야. ”
“ 알았어요. 조심히 가요! ”
집에서 포즈연습 많이 해라. 쿨하게 손을 흔드는 황실장님을 쳐다보다가 차 문을 열고 탔다. 집으로 고고. 뭐 다른데 갈곳은 없고? 나 저번주부터 시작해서 오늘 아침까지 쉴새없이 달렸던거 알지? 이를 꽉 물고 말하는 내 말에 허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인기스타가 부드럽게 차를 몰았다. 시트에 몸을 기대며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커버를 젖혔다 닫았다하면서 장난치고 있는데 절로 하품이 나왔다. 아, 고기 먹고 자면 안…. 되기는 무슨ㅋ
“ 다왔어. ”
뭐, 시발. 벌써? 차에 있다보면 살짝씩 흔들리는 느낌이 좋아 금방 잠이 쏟아지는 것 같다. 다왔다며 얼른 내리라는 인기스타를 원망스레 쳐다보다 문을 열었다. 아, 잠깐만. 나 장봐야 되는데. 같이 마트까지 가주면 안돼? 응? 응? 땅에 발이 닿을새라 급히 들어올렸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며 한숨을 쉬던 인기스타가 나 바쁨. 하고는 억지로 나를 끌어내렸다. 아아, 진짜아! 피곤하다며, 얼른 가서 자셈. 찡찡대며 팔에 꼭 매달리자 내 이마를 뒤로 밀치던 인기스타가 잡을새라 급히 운전석에 올라탔다. 야, 김도진!
“ 이게 오빠보고 김도진이래. 집에서 푹 쉬어~ ”
“ 아으, 얄미워 진짜. ”
저 멀리 사라져가는 벤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울상을 지으며 오피스텔 입구에 들어섰다. 우편함에 있는 전기세 고지서를 들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전기세 많이 나왔으려나. 엘리베이터 벽면에 붙어있는 거울을 보며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했다. 띵하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느긋한 걸음으로 집앞까지 갔다. 응? 뭐야. 집 앞에 서서 도어락을 해제하려고 하는데 안에서 들리는 큰소리에 깜짝 놀라 현관문과 멀찍이 떨어졌다. 뭐, 뭐야. 시발 도둑이라도 들었나? 헐? 설마 사생? 에이ㅋ.. 아니 이럴때가 아니지 현관문에 귀를 바짝대자 안에서 쿵쿵거리는 소리와 함께 뭐라뭐라고 소리를 지르는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아, 미치겠네. 비상구 계단쪽으로 내려가 급히 인기스타의 번호를 꾹꾹 눌렀다.
ㅡ “ 어, 왜. ”
“ 어디야? 지금 큰일났어. 다시 집으로 와. ”
ㅡ “ 에이, 참. 나 바쁘. ”
“ 바쁘고 자시고! 지금 집에 도둑 든 것 같다니까! ”
ㅡ “ 뭐? ”
도둑? 어, 어! 집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린다고! 이, 일단 1층으로 내려 와. 바로 갈게. 전화를 끊자마자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엘리베이터에 탔다. 1층 버튼을 누르고 집에 있을 내 물건들을 곰곰히 생각해봤다. 내가 집에 뭐가 있더라. 내가 가진거라고는 좁아터지는 미니소파랑 옷, 가방, 신발 뭐. 돈 될만한 것보다는 자질구레한 것 밖에 없네. 그렇다고해서 안심하기는 일렀다.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정산되는 통장을 화장대 위에 올려둔 미친 짓을 했을지도 몰랐다. 초조한 마음으로 인기스타를 기다리는데 쿨하게 나를 내버려두고 스쳐갔던 벤이 오피스텔 입구에 섰다.
“ 집에 들어갔었어? ”
“ 아니, 아까 내가 막 비밀번호 누르려고 섰는데 안에서 쿵쾅대는거야. ”
“ 요즘에 네가 자주 보는 사람 있어? 사생이라던가. ”
“ 아니이. ”
잔뜩 울상을 지으며 어떡해만 연발하자 그런 OO를 보던 도진이 굳은 결심을 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뭐, 어떡하게? 어떡하기는. 가서 족쳐놔야지. 태권도 국가대표까지 했던 도진의 피가 부글부글 끓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도진의 옆에 붙은 OO가 가디건 소매 끝을 늘여뜨려 눈을 가렸다. 최대한 숨을 죽이고 문 앞에 선 도진오빠가 현관문 옆에 있는 소화기를 집어들었다. 자, 잠깐만. 진짜 족쳐놓게?
“ 그럼? ”
“ 혹시 나쁜 짓 안했을지도 모르니까 말로 잘 타이르. ”
“ 남의 집에 마음대로 쳐들어가는 짓이 나쁜 짓 아니겠냐? ”
그건 맞긴 맞는데. 그래도 영 불안하단 말이야. 지금 인기스타는 먹잇감이 나오면 바로 소화기로 내려찍을듯한 기세였다. 보기 힘들면 눈 감고 있어. 근데 피 튀겨도 나는 모른다. 아, 장난쳐? 이 와중에 농담이 나오는지 실실 웃던 인기스타가 조심스레 현관문 도어락을 해제했다. 현관문이 열리자마자 뭐가 튀어나올 것 같아 눈을 꽉 감고 인기스타 옆에 붙는데 우아악!!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어째 잠잠하다. 무, 뭔데. 눈을 살짝 떠 옆을 보자 소화기를 하늘 위로 치켜들고 멍하니 앞을 보고 있는 인기스타가 보였다.
“ 누, 누군데. 응? ”
“ …하아. ”
내 말에 나와 집 안을 번갈아보던 인기스타가 조용히 빨간 소화기를 현관문 옆에 내려놨다. 아, 존나 죽을뻔했어. ……. 이 익숙한 목소리는 설마. 혀엉! 나 진짜 깜짝 놀랐잖아요! 망할, 김종대. 무서워 미칠 뻔 했네. 근데 OO는 어디있어요? 여기 시발아. 고개만 빼꼼 내밀어 집안을 보자 우글우글한 콩나물들이 신발장에 대거 출동해있다. 아, 진짜 김종인 이 미친새끼가. 그렇게 데려오지말라고 했건만 기어이 일을 쳤다. 이로써 내 집 주소는 다 알아버린거? 비밀번호까지?
“ ……. ”
“ 서, 서프라이즈! ”
잘도 서프라이즈다 시발.
“ 우리집은 어떻게 알았어요? 비밀번호는 또. ”
“ 종인이. ”
개새끼가 진짜. 절로 찌푸려지는 미간을 잡고 반쯤 열려진 현관문을 활짝 열었다. 아니, 님들은 바쁘지도 않아요? 허구헌날 내 얼굴 보는게 일인가? 어이없음과 황당함에 벙쪄있는 인기스타의 어깨를 토닥이다가 저들이 뭔 잘못을 했는지도 모른채 화사하게 웃고 있는 콩나물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미안요. 바쁜 걸음 해주신 인기스타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자 내 머리에 손을 턱하니 올려놓던 인기스타가 너 주말 끝나고나면 다음주부터 24시간이 모자른 스케줄 각오하고 있어라. 라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을 내뱉고는 사라졌다.
“ ……. ”
“ ……. ”
순간 일어난 정적에 뒤를 돌자 다들 해맑게도 웃고 있다. 웃는 얼굴에 침 못뱉는다고 누가 그랬냐, 시발 나는 지금 열두번도 더 침뱉을 수 있다 이거야.
“ 들어와. ”
꼭 주인 인 것 마냥 어서오세요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박찬열을 보다가 한숨을 쉬며 현관문을 닫았다. 빌어먹을 김종인 이새끼는 어디있는거야. 여자 혼자 살기에 알맞은 크기였던 집이 들쑥날쑥한 콩나물들로 가득 메워져있으니 훨씬 더 작아보였다. 내가 무슨 앨리스도 아니고. 신발을 벗고 들어가려는데 모세의 기적처럼 쫙 갈라져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콩나물들에게 뭐라고 욕을 한바가지 부어주려다가 일단 첫번째 타켓은 김종인으로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
“ 김종. ”
“ 어, 왔냐. ”
시발 지금 이새끼 뭐하냐. 아주 작은 나만의 사랑스러운 소파에 낑겨앉아서 오락실마냥 뭔가를 타다다닥하고 눌러대는데 진짜 한 대 패도 되요? 발바닥 뒷꿈치로 김종인의 뒷목을 꽉 누르고 싶은 걸 애써 참았다. 보는 눈이 많아서 참는다, 내가. 김종인의 발을 툭하고 치자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않고 왜. 라는 뭉뚱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왜? 왜애? 지금 네 입에서 왜가 나오냐, 이새끼야. 넌 장수 하겠다, 나한테 오질나게 욕쳐먹으니까.
“ 어, 음. 주인없는 집에 이렇게 찾아와서 미안해. ”
아, 찾아온거였어? 주인 없는데 주인인 척 하는 내 집에 내가 찾아온게 아니라?
“ 나쁜의도로 그런 건 아니였어. 여자애 혼자 사니까 걱정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
단단히 삐친 아이를 어르고 달래는 듯한 변백현의 말투에 김종인을 쳐다보고 있던 시선을 돌렸다. 여전히 뜨겁다. 못 보겠어, 젠장. 마음같아서는 당장 나가라고 내쫓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이 인간들이 너무 편안하게 내 집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바람에 나가라고 하지도 못 하겠다. 어으, 배고프다. 실컷 게임기나 두드려대던 놈이 소파에서 엉덩이를 빼내 기지개를 켰다. 잘됐다, 요놈새끼.
“ 배고파요? 집에 먹을 거 없을텐데. ”
“ 안그래도 냉장고 보니까 안에 텅 비었더라. 뭐 먹고 사냐? ”
“ 우리 OO는 요정이니까. 이슬? ”
“ 참이슬이겠지. ”
꼭 좋은 분위기에 초를 친다. 티셔츠를 끌어올려 익숙하게 배를 긁는 김종인을 한심스레 쳐다보다가 김종인의 팔목을 잡았다. 이거 왜 이래. 잔뜩 마음에 안든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김종인을 무시하고 핸드백에서 지갑을 꺼내들었다. 여기 바로 앞에 마트에서 장 보고 올게요. 장보려고? 나도 데리고 가. 나도. 나도 가고싶은데. 나도 가면 안 돼? 내 이럴 줄 알았다. 장보러가겠다는 내 말에 단체로 일어나서 폭동을 일으키는데 잠재우는데에만 10분은 족히 걸리는 것 같았다.
“ 사람들이 알아보면 어떡해요. 김종인은 상관없지만. ”
“ 야, 내가 왜 상관이 없. ”
닥쳐, 상관없는 새끼야. 잔뜩 풀이 죽어있는 콩나물들에게 예의차 미소를 날려주고 급히 신발을 신었다. 귀찮다며 신발을 질질 끌던 놈이 결국 내 입에서 존나 맴매하기전에 빨리 쳐신어라. 라는 말이 나오자 그제서야 엉거주춤한 자세로 신발을 신었다. 얼굴에 인상을 달고 나오던 김종인이 아, 미친. 왜 내가 가는데. 하고 불만을 토로했다. 내가 미쳤냐? 다른 멤버들 데리고 가게? 난 이렇게 이른 나이에 돌맞아서 죽기 싫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머리를 묶는데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봤다.
“ 진짜 둘이서만 갈꺼야? ”
“ 나도 데리고 가라, 응? ”
…진짜 끈질긴 콩나물이네. 현관문에 다닥다닥 붙어가지고는 자기를 데리고 가라며 고양이 애교를 부리는데 넘어가기는 개뿔. 얼른 집에 안 쳐들어가냐? 단호한 얼굴로 안돼를 외치는 나를 보며 울상을 짓던 콩나물들이 드디어 안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으며 탔다. 자연스레 1층을 누르던 김종인이 거울을 보며 머리를 다듬었다. 장 보러가는데 뭘 그렇게 꾸며. 야, 너는 몰라도 나는. 뭐. 아니다, 됐다. 시발 저러니까 더 기분 나쁘잖아.
“ 안내리냐? ”
“ 내린다, 내려. ”
먼저 1층에서 내린 김종인이 얼빠진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는 나를 보며 문이 닫힐새라 열림 버튼을 눌렀다. 너 하나 오는 것만 해도 벅차 죽겠는데 무슨 멤버들을 떼거지로 데리고 와, 돌았냐? 터벅터벅 걷던 김종인이 잔뜩 억울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설마 내가 데리고 오고 싶어서 데려왔겠냐? 나도 몰래 빠져나왔는데 어떻게 안건지 모르겠다만 내 뒤에 서있던 걸 어떡해. 와, 하다못해 이제 스토킹까지 하는구나. 인정사정없네. 참, 너네는 비밀같은거 들키는 일도 수월하겠다. 저렇게 단합이 잘되니.
“ 어서오세요. ”
“ 안녕하세요. 야, 뭐 사가야 돼? ”
“ 멤버들 고기 좋아해. ”
또 고기 먹자고? 나 방금전까지 고기 쳐먹고 왔는데. 얼마만큼? 그냥 한번에 살거면 많이 사. 존나 쿨한 김종인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양 손 무겁게 들고 갈 만큼의 양을 샀다. 야, 그래도 이건 좀. 어마어마한 양을 보며 기겁을 하던 김종인이 당황에 물든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왜. 그냥 한번에 살거면 많이 사라며. …지가 언제부터 내 말 잘 들었다고. 뭐라 꿍얼거리는 김종인을 때리려다가 손에 들고 있던 삼겹살 팩을 김종인에게 던졌다.
“ 아, 미! ”
“ 친. ”
얼떨결에 날아오는 삼겹살 팩을 한아름 품에 안던 김종인이 순간적으로 욕을 하려던 입을 막았다. 마트에 오기까지 사람이 조금 몰리긴했지만 마트에 들어서면서 절정을 찍는다. 여기저기서 여기보세요~, 찰칵! 하는 소리가 들려 급히 발걸음을 돌렸다. 야, 빨리 가자. 어, 어. 얼른 야채코너가서 상추랑 쌈장 사와. 내 손에 들고 있던 고기를 넘겨받던 김종인이 야채코너로 뛰라며 날 니킥으로 밀었다. 시발 보낼거면 좀 곱게 보내주던가, 니킥이 뭐야. 니킥이. 김종인의 무릎으로 인해 급히 상추랑 갖가지 야채들을 손에 넣었다.
“ 14만 4050원입니다. ”
…미친, 돌았네. 야, 너 혹시 1등급 한우로 골랐냐?
“ 나 지갑 안들고 나왔다. ”
“ …진짜. ”
개새끼. 마지못해 체크카드를 꺼내 부들거리는 손으로 직원에게 내밀었다. 시원하게 카드 긁히는 소리가 내 심장을 반으로 가르는 소리처럼 들렸다. 정확히 14만 4050원이라고 찍혀있는 영수증을 받아들고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사실 평소에 돈 쓸 일은 잘 없지만, 시발 그래도 하루에 14만원이 뭔데.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 옷 사도 저만큼은 안 나오겠다. 돈은 나보다 더 잘버는 새끼가, 진짜. 하아. 내심 양심에 찔린건지 내 눈치를 슬쩍 보던 김종인이 아무 말 없이 곧 터질듯한 마트봉지를 들었다. …수고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 와, 진짜 멋있다. 어떻게 저걸 한손으로 들어? ”
“ 존나 잘생겼어. ”
“ 야, 나 지금 페북 공유탄다. 카이 김OO 장보러 옴. ”
내 눈에는 존나 허세로 밖에 안 보이는데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게 그렇게 멋있는가보다. 저 무거운 걸 한 손으로 들어 힘줄이 선게 존나 멋있다는 둥, 동생을 위한 오빠의 배려가 아름답다는 둥. 시발 그런 배려는 공공화장실에서 당신이 머무는 자리가 아름다울 때 쓰는 말이고. 내 뒤를 졸졸 따라붙는 이 무리들이 난 심히 거슬린다. 실물이 더 예쁘다며 내 어깨를 신기한 물건 만지듯이 쿡쿡 찔러보는 탓에 장난감이 된듯한 기분이였다. 시발, 지금 김종인이랑 있어도 이런데 다른 멤버랑 둘이서 장보러 와봐라. 얼마나 대단했을지 상상이 되네.
“ 야, 빨리 와. ”
“ 나도 빨리 가고싶다고. ”
나보다 한참 먼저 앞서가던 김종인이 여학생들 틈에서 까치발을 들어 나를 찾았다. 앞에서는 가리고 뒤에서는 미는 탓에 김종인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결국 안되겠는지 내 앞길을 막는 여학생들에게 비켜달라는 듯 손짓을 하던 김종인이 그 사이 중앙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나를 발견하고 내 손목을 잡았다. 하여튼 걱정시키는데 뭐 있어. 인상을 찌푸리며 꿍얼대던 김종인이 발걸음을 좀 더 빨리 했다. 어느정도 걸어가자 따라붙던 무리의 수가 점차 줄어들었고, 집앞에 거의 다왔을때는 아무도 없었다. 내 손목을 잡고 있던 손을 놓던 김종인이 숨을 몰아쉬었다. 땀이 송골송골 나는 걸 보니 저도 많이 긴장하긴 했나보다.
“ 아, 죽겠다. ”
“ 힘드냐? ”
“ 너 같으면 안 힘들겠냐. ”
이마에 달라붙은 김종인의 앞머리를 떼주자 내 옆에 서서 머리를 털어대는 탓에 김종인의 땀이 내 뺨을 타고 흘렀다. 진짜 이 미친새끼! 제 땀을 내게 흩뿌려놓고서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 낄낄낄 웃는 김종인에게 달겨들어 주먹으로 퍽퍽 치다가 튼튼한 이빨로 팔뚝을 깨물었다. 아, 악!! 내 이마를 잡고 뒤로 밀어내던 김종인이 제 팔뚝을 움켜잡고서 인상을 찌푸렸다. 미친년아, 네가 개띠냐? 왜 물어 물기는.
“ 그러니까 개같은 성격 건들이지 말라고. ”
“ 아, 존나 아파. ”
팔뚝을 비벼대던 김종인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짐을 들고 현관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무슨 애완용 강아지마냥 현관으로 몰려드는 콩나물들 때문에 신발 벗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뭐 사왔어? 헐, 고기 사왔어? 우와! 양념이랑 고추는? 무슨 양이 이렇게나 많아? 이걸로 우리 한 3개월은 먹겠다. 아, 시끄러워. 들어가자마자 끈덕지게 질문해대며 마트봉지를 구경하던 콩나물들이 부엌으로 들어가는 김종인을 따라 우르르 몰려들어갔다.
“ 수고했어. ”
“ 어, 어. ”
“ 어디 다친데는 없지? ”
으, 응. 숨을 몰아쉬며 거실 한중간에 멍하니 서있는데 콩나물들이 고기에 정신이 팔린 틈을 타 내게 다가오던 변백현이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연락 못해서 미안해, 스케줄이 엄청나게 많아서 바빴어. 아, 그랬구나. 내 연락 많이 기다렸어? 아니, 네버. 절대. 힘차게 고개를 젓자 그래? 아쉽네. 난 네가 내 연락 기다려 줬으면 싶었는데. 하고는 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아씨, 그냥 기다렸다고 할까. 둘이 뭐해? 딱히 무슨 말을 꺼내지도 못하겠고 멍하니 서있는데 부엌에서 나오던 박찬열이 매서운 눈으로 나와 변백현을 번갈아 쳐다봤다.
“ 뭐하긴, 사랑의 속삭임을 나눴지. ”
“ 지랄. 똥백은 가서 고기나 구워라. ”
뻔뻔하게 드립으로 받아치던 변백현이 박찬열의 말에 어깨를 으쓱이며 부엌으로 들어갔다. 내 머리카락에 닿았던 변백현의 손길이 없어지니까 금세 마음이 허해졌다. 변백현이 들어간 부엌을 멀뚱멀뚱 쳐다보자 커다란 손으로 내 눈 위를 덮던 박찬열이 자, 이제 한 눈 그만 팔기. 하고는 내 팔을 잡아 끌어 소파에 앉혔다. 반강제로 소파에 앉아있자 내 앞에 자리를 잡고 앉던 박찬열이 의심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 변백현 쉬는 날, 여기 왔었지. ”
“ …에? ”
“ 둘이 데이트라도 했나보네. ”
이건 또 무슨 추궁이야. 아니라고 잡아떼려다가 변백현이랑 입 안맞아서 따로 말하면 더 복잡해질 것 같아 그냥 입을 다물고 있기로 했다. 예쁜아. 나지막히 부르는 호칭에 낯간지러운 것도 잠시 진지해진 박찬열의 표정에 헛기침을 하며 눈을 맞췄다. 나 좀 속상하다. 잔뜩 소란스러운 부엌에도 불구하고 잔잔한 박찬열의 목소리는 콕콕 찌르듯이 짜릿하게 전해져왔다. 마음 얻는것도 참 힘드네.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나던 박찬열이 내 뒷통수를 감쌌다. 근데 네가 예뻐서 더 속상해.
“ 야, 타는 냄새나. ”
“ 환기시켜! ”
“ 창문 어딨어? 창문 열어. ”
아무렇지않게 부엌으로 들어가는 박찬열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무릎 위에 곱게 올려놓은 손을 만지작거렸다. 느낌이 이상하다. 뭔가 하면 안되는 일을 한 아이마냥 불안하기도 하고, 묘하게 설레기도 했다. 근데 지금 이게 중요한게 아니라, 존나 우리 집 불타오를 것 같다고. 이사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부엌에서 연기가 솔솔 피어나왔다. 뭐하는 거야 도대체. 자리에 앉아있던 몸을 일으켜 부엌으로 들어가자 콩나물들이 그 작은 부엌에 모여 우글우글 거리는데 미칠 뻔 했다. 공기가 빠져나갈 곳이 있어야 환기가 되지.
“ 어후, 좀 나가 봐요. ”
“ 야, 불 날 것 같아! ”
“ 내가 할게요, 나가 있어요. ”
“ 형! 여기 고기 타요! ”
“ 좀 나가있. ”
“ 야, 그거 말고 옆쪽에. ”
아나, 좀 나가라고! 이 인간들은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야 말을 알아 먹나. 반쯤 폭발한 내 정신상태에 깜짝 놀라던 콩나물들이 휘둥그레진 표정으로 슬금슬금 부엌에서 빠져나갔다. 하아. 그들이 나가고 난뒤에 부엌 상황을 보자 왜 그렇게 난리를 떨었는지 알 것 같았다. 고기는 뭐, 이게 고기인건지. 원래부터 까맣던 건지. 아주 바싹바싹 익어서 과자같고 좋겠네. 이마를 짚고는 어질러진 부엌을 찬찬히 치웠다. 괜히 소리질렀나. 갑작스레 조용해진 집 안 분위기에 뒷목을 긁적였다.
“ 야, 도와줘? ”
“ 응, 고기 좀 구워. 도대체 저걸 어떻게 한꺼번에 구울 생각을 한거야? ”
뒤늦게 상황파악을 하고 부엌으로 달려온 김종인이 티셔츠 소매를 걷어붙였다. 저 고기들을 어떻게 한꺼번에 프라이팬에 둘렀을까. 그게 더 신기하다. 원래 저래. 익숙하게 손을 씻던 김종인이 나머지 고기들을 냉동실에 넣어놓고 삼겹살을 구웠다. 이제서야 고기 냄새가 난다. 야채들을 빡빡 씻어 다듬은 뒤 접시에 담았다. 밥까지 다 먹어? 백현이 형이랑 민석이형은 못 먹어. 다이어트 때문에. 다이어트 때문에 점심도 못 먹어? 존나 강선생님 같아. 갑작스레 생각난 그 엄한 표정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 그래서 언제 가는데? ”
“ 내일? ”
뭐, 이 썅놈아?
“ 쫄기는. 밥만 먹고 갈거야. 어차피 형들도 네 얼굴 보러 온거니까. ”
“ 얼굴 보러왔다가 집 팔아먹게 생겼네. ”
“ 비밀번호 다른 걸로 바꿔. ”
“ 됐어. 다른 걸로 바꾼다고 안 들어온다는 보장이라도 있냐? ”
그건 그렇네. 고개를 끄덕이며 고기를 뒤집던 김종인이 인상을 찌푸렸다. 연기 거실까지 나가는 것 같은데 베란다 문 좀 열어라. 어. 싱크대 물을 끄고 거실로 나가니 잔뜩 얼어있던 콩나물들이 한껏 내 눈치를 봤다. 설마 아까 소리 한 번 질렀다고 이렇게 얼어있는거야? 블라인드를 치고 베란다 문을 활짝 열었다. 내가 움직일때마다 시선이 따라오는게 느껴져 옆을 쳐다보면 안본척 손톱을 만지거나 자기들끼리 대화하고 있는 척을 했다. 뭐야, 은근히 귀엽잖아ㅋ
“ 고기 대충 다 익혔는데 상 차려야 하지 않. ”
“ 우리가 차릴게! ”
“ 아, 근데 우리 집에 넓은 상 없. ”
“ 바닥에서 먹어도 돼! 연습생때 거의 그랬으니까. ”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말하지 말아줄래? 존나 슬프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알아서 척척 대답을 하던 콩나물들이 바닥에 퍼질러 앉았다. 그래, 뭐. 사람 입에 들어가는게 다 거기서 거기지. 자리가 뭐 중요하겠냐. 김종인이 구운 고기와 야채들을 가지고 땅바닥에 깔았다. 소파 옆 작은 테이블 위에 있는 신문지들을 음식 밑에 익숙하게 깔던 콩나물들이 뿌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래, 참 잘했어요. 근데 유난히 나랑 김종인만 겁나 바쁜 것 같다. 존나 기분탓이였으면 좋겠네.
“ 잘 먹겠습니다. ”
“ 잘 먹을게, OO야. ”
“ 고기 구운 건 난데 왜 쟤한테 인사해. ”
그냥 먹어, 생키야. 모두들 냠냠 맛있게 먹고 있는데 유난히 안 먹는 두 사람이 보였다. 그깟 다이어트가 뭐라고. 너네 둘이서 다이어트를 하던말던 우리는 존나 열심히 먹겠다. 라는 의지를 불태우는 다른 멤버들을 쳐다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들어갔다. 다이어트에 좋은 우엉차인데 이걸 내가 남자에게 주기 위해 꺼낸다고는 상상도 못했다. 두 잔을 가득 따라 입만 쩝쩝 다시는 두 사람에게 건네자 이게 뭐냐는 듯한 표정을 짓던 두사람이 차의 향을 맡았다.
“ 우엉차에요. 다이어트에 짱좋음. ”
“ 아, 진짜? ”
“ 다이어트 할때는 그냥 물보다 우엉차 마셔주는게 좋대요. ”
고마워. 두 눈을 반짝이던 만두오빠가 우엉차를 원샷 할 기세로 들이켰다. 옆에 있는 변백현을 힐끔 쳐다보자 나를 뚫어지게 보던 변백현이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씩 웃었다. 잘 마실게. 변백현의 사근거림에 고개를 끄덕이며 고기를 쳐다봤다. 뭔지 모르겠지만 몇 점 안 먹었는데도 배가 부른 듯 했다. 아, 잘먹었다. 하나, 둘 씩 접시를 비워가던 멤버들이 부른 배를 퉁퉁 두들기며 깨끗한 접시를 들었다. 아, 제가 치우면.
“ 몰래온 손님인데 이정도는 해야지. ”
“ 그래, 쉬고 있어. ”
후다닥 일어나 신문지도 치우고 뒷정리를 깔끔하게 하는 콩나물들을 유심히 쳐다봤다. 보다보니 매력있네, 이 사람들. 흐뭇한 표정으로 눈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구경을 하는데 금세 깨끗해진 거실과 부엌에 새삼 감탄을 했다. 사람이 많은데 단점이기도 하지만 장점 일때도 있구나. 이제 슬슬 숙소에 가봐야할 것 같다며 옷을 챙겨드는 콩나물들을 보다가 거울을 보며 모자를 쓰는 김종인을 쳐다봤다. 곧 컴백하겠네?
“ 엉. 왜. 또 보러올려고? ”
“ 뭘 보러가. ”
“ 튕기지말고 오라할 때 얌전히 와라. ”
내 이마를 검지손가락으로 쭈욱 밀던 김종인이 큭큭댔다. 간다, 집 문 잘 지키고. 신발을 신고 나가는 콩나물들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손을 흔들었다. 조심히 가세여. 마지막으로 나가던 변백현이 멤버들이 모두 나가자마자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컴백전에 꼭 연락할게, 그때까지 잘 기다리고 있어야 돼. 귀여운 강아지를 다루는 것 마냥 한참을 우쭈쭈하던 변백현이 야, 변백현 어디갔냐? 먼저 내려간 거 아니냐? 하는 멤버들의 말에 급히 나갔다.
“ 오빠 갈게. ”
아, 덥다. 더워. 후끈후끈. 볼이 발그레하게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짱짱!!!
댓글 한 분 한 분 다 달아드리고 싶어서 답글을 달게됐는데 생각치도 못하게 갑작스럽게 불어난
댓글때문에 다 달아드리지 못한 점 양해부탁드릴게요ㅠㅠ 그래도 항상 스릉흔드는거ㅓ!!
야자에다가ㅏ 학원에다가 이리저리 치이다보니까 연재텀이 좀 있었네요ㅠㅠ 주말때는 또 달려야죠!
기다려주셔ㅓ서 감사드려요 S2s2
암호닉 안 받아요~
S2암호닉S2 |
똥강아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