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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레 전체글ll조회 1816l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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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  집  .  남  .  녀

 

 

 

                          

1

                          

 

 

 

 

~이 사 왔 습 니 다~

 


 

 

 

 


 "엄마, 뭐야? 옆집에 누구 이사 와?"

 "글쎄, 그런가? 이삿날이 오늘인가 보네"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쿵쾅거리는 데에 여념 없는 옆집 덕분에 일찍 기상을 한 나는 온갖 인상을 찌푸리며 거실로 나왔다. 지금이 몇 신데 도대체 이렇게 빨리 이사를 온다고 저 난리야. 이마를 짚으며 벽에 달린 시계를 보자 하니 얇은 바늘들은 바쁘게 움직여 9시 45분을 가리키고 있다. 오전 10시 이전에 일어나면 죽는 병에 걸린 나로서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식탁 의자에 앉아 연신 쿵쿵 울려대는 벽을 노려보았다. 집안에 사파리라도 짓는 건지, 시끄러워도 너무 시끄러운 거 아니야?

 

 

 

 


 나는 멍하니 식탁 나뭇결만 바라보다 무심결에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했다. 때마침 내 맞은편에 위치한 방문이 열리더니 나랑 똑같이 방금 일어났는지 머리에 까치집을 만든 멀대가 슬금슬금 기어 나왔다.

 

 

 

 

 

 

 

 

 

 

 

[배우/강동원] 옆집남녀 1 | 인스티즈

 


 "이야, 아침부터 너무한다. 너무해"

 "그치, 옆집 완전 시끄럽다ㄴ,"

 "아니 그거 말고, 네 얼굴이 너무해"

 "미친 서강준"

 


 

 

 

 


 제발 내 눈앞에서 나노분자 단위로 공중분해됐으면 하는 이 숨 쉬는 똥 덩어리가 바로 나보다 두 살 많은 사촌 오빠 데스. 마음 같았으면 다시 원래 살던 저 지방으로 퀵 배송을 날려보내고 싶지만 재수 없게도 나와 같은 대학교 동문이다. 분명 홀로 어딘가에 원룸을 잡고 자취했어야 하는 인물인데 혼자 사는 게 귀찮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무슨 꿍꿍이가 있어서 그런 건지 제대 후 본래 지내던 자취방에서 쫓겨난 뒤 더 이상 자취는 못하겠다며 3개월 간 농성을 해 꾸역꾸역 우리 집 작은방을 차지했다.

 

​​

​인정한다, 지독한 새끼... 언젠가는 자고 있을 때를 틈타 냉장고 박스에 묶어서 한강 둔치에 내다 버릴 것이다.

 

 

 

 


 

 


 

 티비를 보고 있는 엄마 몰래 서강준과 누구의 중지가 더 아름다운 가 대결을 했다. 오늘이 되어서야 비로소 중지에 바른 내 매니큐어가 빛을 발할 수 있게 되었구나.

 

 

 

 


 

 

 

 "아, 힘들어 안 할래"

 


 

 

 

 서강준은 귀차니즘 만렙을 찍었는지 이내 힘들다며 나와 똑같이 널브러진 자세로 식탁 의자에 앉았다. 고모가 이 꼴을 봤어야 하는데. 아니다, 고모 성격상 아마 나까지 싸잡아서 처맞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다. 옆집의 소음을 배경음악 삼아서. 하지만 이내 아무 생각 없이 숨만 쉬는 줄 알았던 서강준이 입을 열었다.

 

 

 

 


 "근데 옆집 진짜 시끄럽긴 시끄럽다. 눈 떴을 때 지진 난 줄"

 "진짜 시끄럽다니까? 그러니까 오빠가 가서 한소리 하고 오면 안 돼?"

 "네가 하는 게 더 잘 먹힐 거 같은데. 그래, 야, 머리도 빗지 말고 세수도 하지 말고 지금 딱 그 상태로 나가봐. 옆집 바로 다시 짐 챙겨서 다른 데로 이사 갈걸"

 

 

 

 


 


 그리고는 지가 한 말이 웃긴지 키득거리기 시작한다.

 

 

 

 

 

 

 제발 내 눈앞에서 사라져주세요. 개한심한 눈빛으로 눈알을 부라리자 괜히 헛기침을 하며 내 시선을 피한다. 서강준이 우리 집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내가 지구 상에 존재하는 최고 잉여인 줄 알았는데 서강준에 우리 집에 들어오고 나서야 나보다 더한 잉여 보스가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알리가 없는 순수한 여자아이들은 판판한 낯짝에 속아 여기저기서 서강준을 앓고 있으니 서로 가족인 것을 숨기고 있는 나로서는 답답할 따름이다. 페이스북 학교 대나무 숲은 물론이고 집 앞까지 따라오던 여자애까지 있으니...

 

 

 

 


 사악한 마귀야 물렀거라!

 


 


 


 [쿠당탕]

 "악!"

 


 ?

 

 

 

 

 

 

 이런저런 잡생각에 빠져 한참을 허우적거리고 있는데 난데없이 현관문 바깥으로 들리는 난잡한 굉음과 굵은 단말마. 사악한 마귀가 벼락 맞는 소리는 아니었다.

 ​악! 그래, 딱 영화나 드라마에서 어떤 사람이 벼랑에서 떨어질 때 지르던 짧은 비명과 똑같았다. 엄마는 깜짝 놀라는가 싶더니 별일 아니라는 듯이 다시 티비를 향해 시선을 돌렸고 나와 서강준만 놀란 토끼눈으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뭐야? 진짜 사악한 마귀 아니야?

 

 

 

 


 아니면 혹시 계단에서 굴러떨어져서 사람 한 명 죽은ㄱ... 설마...

 


 눈빛을 보아하니 서강준도 나와 같은 생각인듯하다.

 

 

 

 


 "야, 서강ㅈ, ... 아니 오빠가 한 번 나가서 보고 와봐"

 "왜 자꾸 나 시키는데!"

 "한 번 보고 와봐!!! 사람 한 명 계단에서 떨어져서 죽은 거면 어떡해? 어?"

 "ㄴ... 누가 죽어. 계, 계단에서 떨어진 걸로 사람 그렇게 쉬... 쉽게 ㅇ, 안 죽어"

 

 

 

 


 근데 왜 말은 더듬는데.

 

 

 

 


 

 얼른 보고 오라며 있는 땡강, 없는 땡깡을 다 부리자 아이씨!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서강준. 사촌지간이면서도 겁쟁이쫄보인건 어떻게 똑 닮았는지 모르겠다. 피를 보기 싫어하는 성격의 서강준은 나와 같이 설마 하는 생각에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로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내 쇠방망이같이 튼튼한 팔목을 붙잡았다. 이놈 새끼가...!

 

 

 

 


 "놔, 안 놔?"

 "너도 같이 가야지"

 "아, 진짜!"

 

 

 

 


 꾸역꾸역 현관문 앞까지 나를 끌고 가는 서강준에 울며 겨자 먹기로 몸을 일으킨 나는 서강준이 문고리를 잡아 돌릴 때까지 경계를 놓지 않았다. 문고리를 잡이 돌리기에 앞서 현관문에 낮게 달린 방범 렌즈에 눈을 가져다 댄 서강준은 두어 번 고개를 갸웃거렸다. 급격히 불어난 호기심에 왜, 뭔데? 하고 작게 소곤거리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아무것도 없는데?"

 "진짜?"

 

 

 

 아무것도 없는데? 그 말에 용기를 얻은 나는 서강준을 밀어내고 렌즈 구멍에 눈을 들이밀었다. 쓸모없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 서강준의 성격상 역시나 현관문 밖은 내가 생각했던 붉은빛은커녕 깔끔하기만 하다. 괜히 겁먹었네. 나는 옆에 있던 서강준을 힐끔 보다 서슴없이 문고리를 돌렸다.

 


 벌컥, 팔에 있는 모든 근육들을 이용해 문을 강하게 밀자 아까 들렸던 단말마와 똑같은 목소리와 함께 무언가 묵직한 것이 채인다. 좁게 열린 문틈 사이로 억지로 머리를 꾸역꾸역 구겨 넣자 얼마 낮지 않은 높이에서 마주한 낯선 얼굴 하나.

 

 

 

 


 

[배우/강동원] 옆집남녀 1 | 인스티즈

 


 순간적으로 발끝부터 머리까지 딱딱하게 굳어버린 내가 눈을 피할 생각도 못하고 가만히 있자 낯선 얼굴이 먼저 내게 꾸벅 목례를 한다.

 

 

 

 

 

 

 "어, ... 안녕하세요"

 "..."

 "..."

 "..."

 "... 죄송해요. 많이 시끄럽죠. 짐 옮기다가 넘어져서"

 "..."

 "정말 죄송해요..."

 

 

 

 


 아뇨... 제가 더 죄송해요. 이렇게 생겨서 죄송ㅎ... 아.

 

 

 

 


 현관문 밖에 있던 것은 사악한 마귀보다는 하늘에서 막 떨어진 미카엘과 흡사했다. 나는 아침부터 옆집이 이사 와서 시끄럽다고 투덜거린 것에 대해 회개하고 싶을 뿐이다. 다시는 투덜거리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미친 듯이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한 나는 지금 당장 점프를 하며 기쁨의 삼바 댄스를 추고 싶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문 사이에 머리가 끼어서 움직일 수가 없다.

 

 

 

 


 문 사이에 머리가 끼었다는 걸 티 내고 싶지 않은 나는 덜덜 떨리는 입술을 겨우겨우 열어 말을 건넸다.

 

 

 

 


 "ㅇ... 아니에요. ㄱ... 괜찮으세요?"

 "네, 괜찮아요. 떨어뜨린 것만 금방 줍고 들어갈게요"

 

 

 

 

 

 

 좀 더 천천히 주우셔도 됩니다만

 


 옆집 남자의 얼굴을 구경하기 위해 한창 넋을 놓고 있는데 숨은 제대로 쉬고 있는지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서강준이 내 어깨를 흔들었다.

 

 

 

 "야 김여주, 왜, 누군데"

 "..."

 "누군데, 나도 좀 보자. 여자야? 이뻐?"

 "..."

 

 

 

 "아! 뭔데!"

 

 

 

 


 내가 대답을 하지 않자 분노를 조절하지 못한 서강준은 아! 뭔데! 하며 자기도 나름 남자라며 문을 향해 힘을 과시했다. 서강준의 쓸데없이 강한 힘에 의해 밀려난 문은 옆집 남자를 밀어냈고 옆집 남자는 속수무책으로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단시간에 옆집 남자의 노예가 되어버린 나는 본능인 마냥 잽싸게 문밖으로 나가 그에게 손을 건네었다. 세수도 안 하고, 머리도 안 빗었는데 정말 무슨 패기인지 모를 정도로.

 

 

 

 


 "괜찮으세요?"

 "..."

 

 

 

 

 놀란 얼굴도 잘생긴 그는 한동안 눈을 동그랗게 뜬 눈으로 내 얼굴과 내 뒤에 있는 서강준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푸흐흐, 웃으며 무안하지 않게 내민 손을 잡아 쥐었다. 으쌰, 귀여운 기합과 함께 힘을 주어 일어선 그. 바닥에 쪼그려 앉아있거나 주저앉아있는 모습만 봐서 키가 이만큼 큰 줄 몰랐는데 다리 관절을 다 피니 금방이라도 복도 천장에 정수리가 닿을 것만 같다. 세상에 이런 남자가 내 옆집이라니 제발 꿈 아니게 해주세요. 

 


 

 

 

 머리가 엉켜있다는 것도 잊은 나는 마구 꼬여버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내 발치 가까이에 떨어져 있는 물건을 주워주었다. 고마워요, 하고 물건을 받아든 그의 손하고 가볍게 스쳐 지나간 새끼손가락. 얼굴에 열이 피어오른다. 평생 동안 손을 씻지 않기로 결심했다. 흐흥~ 한층 기분이 좋아진 내가 나도 모르게 샐쭉거리는 입꼬리를 감추지 못한 채 다른 물건을 주워주기 위해 손을 뻗으려 하자 뒤에 있던 서강준이 다급히 내 티셔츠를 찢어질 듯 잡아당긴다.

 

 

 

 

 

 

 차마 대놓고 성질을 낼 수가 없어 고개를 돌려 미간을 찌푸려 보이자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집 안으로 끌어들이는 서강준. 그러더니 삼선 슬리퍼를 끌고는 자기가 문 밖으로 나가 대신 물건을 주워준다. 저거 혹시 게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깐, 나를 힐끔 보더니 한 손바닥으로 자기 얼굴 전체를 문지르는 시늉을 해 보인다.

 

 

 

 


 뭘 말하고 싶어 하는 건가 깊게 생각하려다 문뜩 현관에 달린 거울을 보니 밤새 기름진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멍청한 년...

 


 궁금하다. 오늘의 한강물은 많이 차갑진 않은지... 물살이 너무 세진 않은지...^^

 

 

 

 

 

 

 

 

 

.

 

 

 

.

 

 

 

 

 

 

.

 

 

 

 

 

 

 

 

 

 

 

 

 "쭌, 쟤 왜 저래?"

 "차였대요"

 "뭐? 차여? 진짜?"

 "제가 직접 봤는데, 정말 시원하게 차였어요"

 

 

 

 

 

 

 

[배우/강동원] 옆집남녀 1 | 인스티즈

 

 

 "뭐 그럴 수도 있지? 힘내 여주야. 넌 아직 젊고 세상에 남자가 그놈 밖에 있는 건 아니잖아?"

 "안 차였거든요? 미친 서강준 누가 차였대"

 

 

 

 


 주말 대낮부터 제 집인 양 우리 집 거실 소파에 서강준과 함께 편하게, 아주 편하게 앉아있는 이 아재. 자칭 프리랜서 타칭 백수, 철없어 보이지만 나이만큼은 계란 한판을 다 채운 왼쪽 옆집 변요한 아재 되시겠다. 아니 도대체 이 아재는 프리랜서 맞아? 평일 공강일 때 가끔씩 봐도 일하는 꼴을 내가 본 적이 없어요. 혼자 이 아파트는 어떻게 사는 건지 모르겠다.

 


 나는 소파에 누워선 나름 위로랍시고 종알거리는 아재를 노려보았다.

 

 

 

 


 "아재, 진짜 프리랜서 맞아요? 백수 아니야?"

 "와, 강준아 얘가 나한테 또 상처 준다. 이 오빠는 프리랜서 맞아요"

 "프리랜서는 무슨, 맨날 놀면서"

 "또또 무시한다. 어떻게 돈 버는지 궁금하면 우리 집에 놀러 오라니까? 바로 옆집이니까 강준이랑 손잡고 같이 놀러 오면 되잖아?"

 

 

 

 


 소름. 미쳤어 이 아재는... 손잡고 놀러 오라는 말에 서강준도 소름이 끼치는지 무표정으로 자신의 팔뚝을 빠르게 문지른다.

 


 

 아, 다 필요 없고 옆집 남자 또 보고 싶다. 볼 수 있을까? 지금은 나름 상태 괜찮은데... 멍청한 년... 이제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째깍째깍 씻는 버릇을 들여놔야지 이러다가는 시집도 못 가겠네. 소파 바로 밑에 앉아 멍하니 영혼 리스된 채로 티비만 바라보자 그 모습이 뭔가 많이 심각해 보였는지 소심하게 웃음기 지운 아재가 슬금슬금 내 눈치를 보는가 싶더니 곧 소파에서 내려와 나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얼레, 이거 진짜 심각하게 차였나 본데"

 "아니라니까요"

 "아니긴 무슨. 얼굴에 파리 꼬이기 30초 전인데"

 

 


 신경 쓰지 말라는 뜻에서 손을 휘적거리자 요한 아재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혹시 남자가 바람피웠어?"

 "다 아니에요. 아재가 생각하는 거 다 아니에요"

 

 

 

 


 아재가 생각하는 것이 다 아니라고 단정 짓자 그 말에 표정이 급격히 오묘해져간다. 시무룩해 보이기도 하면서 호기심도 담겨 있으면서, 도대체 뭘 생각하는 건지. 보다 못한 나는 짧은 한숨을 쉬고 입을 열었다.

 

 

 

 


 "아재, 혹시 오늘 아침에 이사 온 옆집 남자 봤어요?"

 "아- 아침부터 겁나게 시끄럽더라니. 이사 왔어?"

 "네, 남자 한 명인 것 같은데 제가 오늘 아침에 우연히 마주쳤거든요? 너무, 아니 진짜로, 진짜 진짜 잘생긴 거예요. 나 완전 무슨 미카엘 보는 줄 알았다니까?"

 "미카엘? 그 정도야?"

 "진짜 너무 잘생겼어요. 아재보다 더 잘생겼어요. 근데, 거기까지는 좋은데"

 "..."

 "그 남자하고 만날 때 저는 세수도 안 하고 머리도 안 빗은 상태였다는 거죠"

 

 

 

 

 

 

 


 현관 거울로 나의 기름진 모습을 마주했을 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눈앞이 아찔하다. 미친년... 나가 죽어야지... 이쁘게 꾸미고 나가서 옆집 남자를 보면 아침에 만났던 아이 언니라고 거짓말이라도 쳐볼까 하는 막장 중 개막장인 상상을 하기도 했다. 아마 암세포도 생명이라는 이야기의 후계자 자리를 이을 것이다. 축 처진 눈꼬리를 돌려 요한 아재의 얼굴을 보니 나보다도 더 심각해 보인다. 역시 요한 아재의 생각에도 많이 심각했던 상황이었나 보다.

 

 

 

 

 

 

 "이거 문제인데..."

 "그쵸... 저 옆집 남자 어떻게 봐요"

 "나보다 더 잘생겼다니 진짜 심각한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한 아파트에 잘생긴 사람이 두 명 이상이면 안 되지"

 

 

 

 

 

 

 ...

 


 


 잠깐 깜빡하고 있었다. 이 사람도 제정신이 아니란걸.  같이 있다가는 내 정신도 온전치 못할 것 같아 아무렇게나 던져놓았던 가디건을 걸치며 일어섰다. 그런 내 모습을 보던 서강준은 티비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내게 말을 걸었다.

 

 

 

 


 "야, 어디 가"

 "몰라"

 "나갔다 올꺼면 올 때 메로나"

 "요한 오빠 것도 부탁해요"

 

 

 

 


 쓸모없는 뻐큐자식들.

 

 

 

 


 

 

 

​.

 

 

 

 가디건 주머니 속에 있는 지폐 몇 장을 한 손으로 대강 확인한 나는 터덜거리며 현관으로 걸어가 꼬질꼬질한 운동화를 신었다. 대충 산책하다 편의점 가서 메로나 서너 개만 사 오면 되겠지.

 현관문을 열고 나간 나는 복도를 가로지르는 찬바람에 부르르 떨며 가디건을 여미었다. 주말이라 시간도 넉넉한데 엘리베이터 타지 말고 계단으로 내려갈까. 그리고 그런 무모한 생각과 함께 내려가는 계단 쪽에서 한 눈에 번쩍 들어오는 카드 한 장. 카드에 목걸이가 달려있는 모양새를 보니 흡사 학생증과 비슷하다.

 

 

 

 

 

 

 혹시 서강준이 멍청하게 흘려놓은 게 아닐까 하며 가까이 다가가니 우리 학교 학생증과는 색깔 자체가 다르다. 하지만 아예 못 봐 오던 것이라고 하기에는 하단의 짙은 네이비 색 로고가 낯익다. 일동 제강. 그리고 로고 위에 네모나게 자리 잡은 옆집 남자의 번듯한 얼굴. 아까 짐 옮기다 넘어졌을 때 떨어뜨린 모양이다. 일동 제강? 제강업이면 지방에서 일하지 않나. 뭐 그건 내가 상관할 바 아니고 일단 이 남자가 내 옆집이라는 게 가장 큰 포인트지 룰루

 

 

 

 사원증을 전해줄 빌미로 얼굴을 한 번 더 볼 수 있다는 작은 성취감에 취한 내가 가뿐히 등을 돌릴 때였다.

 


 옆집 문이 마치 나와 운명인 것처럼 덜컹하며 문이 열린 것이.

 

 

 

 

 

 얼떨결에 작은 문틈 사이로 눈을 마주친 나는 처음 봤을 때와 다름없이 뻣뻣하게 굳어버렸고 옆집 남자 또한 한쪽 입꼬리에 검은 무언가를 묻힌 채 놀란 얼굴을 했다. 또르륵 눈동자만 굴려 손에 들고 있는 빈 그릇을 보니 점심으로 짜장면이라도 먹었나 보다. 멋대로 삐죽삐죽 웃음이 튀어나오려 하길래 휙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달그락거리며 복도 바닥에 빈 그릇 놓는 소리가 들린다.

 

 

 

 아니야 내가 생각했던 상황은 이게 아닌데.

 

 

 

 눈을 빠르게 깜빡거리며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가득 찬 나는 섣불리 아, 저... 하며 말꼬리를 늘렸다.

 

 

 

 "그... 안녕하세요!"

 "..."

 "그니까. 그... 아까, 아까 제대로 인사 못 드렸잖아요. 세수도 못하고 엉망진창인 채로 봬서..."

 "아, 네. 안녕하세요"

 

 

 

 한차례 인사를 하니 더욱 어색해진 분위기를 어떻게 깨야 할까 우물쭈물 거리던 찰나 남자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배우/강동원] 옆집남녀 1 | 인스티즈

 


 "어, 손에 있는 거"

 

 

 

 손에 있는 거? 내가 손에 뭘 쥐고 있었지?

 빠르게 시선을 내려보자 남자의 잘생김에 묻힌 사원증이 외롭게 울고 있었다. 아, 맞아 이거였지. 상황이 풀릴 기미가 보이자 슬그머니 미소를 지은 나는 여기요! 하며 그의 얼굴에 사원증을 위협적으로 들이밀었다. 그는 살짝 당황스러운 기색을 비추어 보였지만 그것도 잠시 입꼬리를 당겨웃으며 조심스럽게 내 손가락 사이에서 사원증을 빼간다.

 

 

 

 

 

 

 "제 사원증이네요. 이사할 때 분명히 챙겼는데 짐 풀고 보니 없어서 당황했거든요"

 "저도 잠깐 편의점 가려고 나왔는데 계단 쪽에 떨어져 있더라고요. 근데 또 어떻게 아시고 이렇게 나와주셔서..."

 "오늘 여러모로 민폐 끼치고 도움만 받네요. 고마워요"

 

 

 

 


 아뇨... 이사 와줘서 내가 더 고마워요...

 

 

 

 

 

 

 


 무언가 대화가 끝날 기미가 들자 한 형태소라도 말을 더 나누고 싶은 마음에 힐끔 그를 올려다보며 아무 말 없이 내 오른쪽 입꼬리를 툭툭 가리켰다. 귀엽게도 짜장면 묻은 그의 입꼬리와 똑같은 곳을 말이다.

 

 

 

 내 갑작스러운 제스처에 남자는 잠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곧 내는 잘 알아듣고 손등으로 발갛게 물든 입술을 문지른다. 손등에 묻어 나오는 짜장을 발견한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가 싶더니 금방 입술처럼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다. 아, 아하하. 멋쩍은 웃음소리를 내더니 아, 이게 왜 묻어있지 하고 중얼거리는데 생긴 건 차가운 도시 남자 같지만 하는 짓은 여간 잔망스러운 게 아니다.

 

 

 

 

 

 

 더 붙잡고 싶지만 더 붙잡을 만한 이야깃거리도 없고 이만하면 처음 만나는 거에 비해 말도 많이 나눠봤겠다 메로나나 사러 갈까 한 발, 걸음을 뒤로했다. 마지막 인사는 뭘로 하는 게 좋을까. 안녕히 계세요? 전 이만...? 아니면 나중에 봬요? 땅콩만 한 뇌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입을 꾹 닫은 채로 입꼬리에 힘을 주던 그가 곱게 눈꼬리를 휘며 말했다.

 

 

 

 


"강동원이에요"

 

 

 

 


...!?

 

 

 

 


"편하신 대로 불러주세요. 제 집이 503호니까 그냥 503호라고 불러주셔도 되고, 아니면 대학생 같아 보이는데 대충 아저씨라고 불러도 되고"

"ㅈ, 전 김여주예요. 아... 저씨도 편하신 대로 불러주세요."

"결국에는 아저씨네요"

 

 

 

 


아저씨, ... 503호? 아니 그는 결국에는 아저씨네요, 하며 바람 빠지는 소리로 웃었다.

 

 

 

 


 "다른 호칭으로 바꿀까요?"

 "아뇨아뇨. 괜찮아요. 막상 들어보니까 생각보다 괜찮은데요"

 

 

 

 


 이게 웬걸. 이름까지 트다니. 기대 이상의 수익에 이대로 중력을 잃어버려 하늘로 둥둥 뜰 것만 같다. 이대로 돌연사해도 아무런 한없이 하늘로 올라갈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 지금까지 나는 나도 모르게 수많은 덕을 쌓아온 게 아닐까? 지금 이 상태로 작두를 타도 발바닥에 흠집 하나 없이 내려올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자아를 가져 미친 듯이 날뛰는 심장을 부여잡던 나는 광대까지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손바닥으로 가리며 수줍게 웃었다.

 

 

 

 

 

 

 오늘만큼은 천생 여자가 되는 ㄱ,

 

 

 

 

 

 

 


"저... 그릇 수거하러 왔는데요"

 

 

 

 


 뜬금없이 핑크빛 기류를 깨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옆을 바라보니 힘겹게 헬멧을 쓴 채로 철가방을 든 아저씨가 내 발치에 있던 빈 그릇을 가리켰다.

 

 

 

조용히 아저씨가 빈 그릇을 수거하는 모습을 멀뚱히 서서 바라보던 나는 계속 서있다가는 더 어색한 분위기가 되어버릴까 억지로 하하 웃으며 뒷걸음질을 쳤다. 그래, 오늘 이 정도면 많이 친해진 거야. 아저씨에게 보일 듯 말듯이 작은 목례를 하고 내려가기 위해 계단 손잡이를 잡는데 우연히 고개를 돌려 등 뒤를 바라보자 작은 문틈 사이로 귀엽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그를 볼 수 있었다.

 

 

 

 

 

 

 

 

 

 "다음에 봐요"

 

 

 

 

 

 

 

 

 

 

 

 

네, 다음에 봐요!

 

 

 

 

 

 

 

 

 

 

 

 

 


~이 사 왔 습 니 다~

 

 

 

 


 


​ ​* 동원은 문을 닫은 후 열기가 식지 않은 얼굴을 차가운 손바닥으로 겨우겨우 식혔다.

 * 동원은 그녀의 이름을 곱씹어 보았다.

 * 호칭은 뭘로 하지... 여주씨...?

 

 

 

 

 

 


안녕하세용 들레입니다

숨어있는 배우더쿠분들이 계실거라 믿습니다! 옆집 동원찡 많이 사랑해주세요! (손하트) (댓글 구걸)

참고로 뽀인뜨는 이번 화만 0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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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니 분량도 낭낭해 재밌기는 또 엄청재밌어!!!!
8년 전
독자2
사람들좀 많이 읽어보라해라!!!!!(와장창)
8년 전
비회원85.215
헐 넘무 설레요.. 와 너무 좋아요..ㅠㅠㅠ!!!!
8년 전
비회원60.61
귀여워요ㅠㅠㅠ
8년 전
비회원26.104
헐ㅜㅜㅜㅜㅜㅜ 이거뭐야ㅜㅜㅜㅜㅜ
넘나 꿀잼이자나요 자까님!!!!!
읽어도 읽어도 안끝나고.. 정말좋습니다....ㅎ 워더하시죠!?♡

8년 전
독자3
아헐너무젛아여ㅜㅜㅜㅜㅜㅜㅜ혹시암호닉받으시면[❤️빨강❤️]으로신청할게요!!
8년 전
독자4
와 할어ㅏ항 [샘봄]으로 신청할게오 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5
인생글될것같다는 ㅣㅠㅠㅠㅠㅠ작가님 련재 해주세여 기다릴게요♥♥
8년 전
독자6
작가님 이런글 정말 좋아합니다 강동원 서강준 변요한의 조합이라니 사랑해요 유후
8년 전
독자7
헐 재밌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재밌다
8년 전
독자8
헐ㅠㅠㅠ너무 재밌어요ㅠㅠㅠ둘다 너무 귀요미 아닌가요ㅠㅠㅠㅠ
8년 전
독자9
헐진짜ㅠㅠㅠ재밌어요ㅠㅠㅠㅠ
8년 전
비회원105.38
너무 재밌어영ㅠㅡㅜㅜㅜ연재해주세요
8년 전
독자10
하.............참치오빠 작품이라니............하....행복해요.....ㅎㅎㅎㅎㅎㅎ하....감사해요ㅎ.....너무 감사합니다......ㅎㅎㅎ
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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