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기 넘치게 대답하고 복잡해진 머리에 멍때리다 잠이 들었나보다.
새벽 2시야 되서 눈이 떠졌는데 , 핸드폰을 보니 아직도 답이 없는 김종대.
내가 보낸 카톡 앞에 1은 사라졌는데 , 연락한다더니 , 잠든건지 아니면 까먹은건지.
나도 생각이 많았지만 ,괜히 걱정시키긴 싫어서 종대가 나한테 했듯이 폭풍톡을 날렸다.
[연락한다더니~? 까먹었어?]
[자??]
[나중에 일어나면 연락해!]
그렇게 아침이 오고 , 또 다른 아침이 왔다.
믿을 수 없는 일이였지만 다정다감하던 종대는 마치 내 맘을 다 읽기라도 한 듯이 사라져 버렸나보다.
그에게서 연락이 안온지 일주일이 지났다.
아침은 계속 오고 , 나는 알게모르게 초췌해 져갔다. 현타받고선 당장 떨어져 줘야지. 하는 생각이 안든건 아니였지만, 그냥 조금 욕심이 났다.
궂이 여러 사이가 아니라 그냥 친한 오빠동생, 친한 친구같은 사이라도 남고싶었다.
웃기지도 않지. 처음엔 그런 사이가 될까하면서 괜히 장난스러움에 넘어간거 아닌가 의심할 땐 언제고, 이제와선 또 그런 사이라도 되길 바라고 있는 날 보니.
정말 현실은 여기일 뿐이구나. 나와 그의 거리는 셀 수 없구나.
그러면서도 간간히 TV에 나오는 종대를 멍하게 보고있으면 화도 났다. 저렇게 환하게 웃을 줄 알면서 , 왜 그러는지.
차라리 뭐라 말이라도 했으면 , 좋을텐데. 차단한것도 아닌 , 내가 보내는 톡은 줄줄이 읽고있으면서 말이다.
[내가 자주 연락 안해서 삐진거야?]
[계속 연락 안할거야..?]
점점내가 할 수 있는건 애꿎은 팔찌를 만지작 거린다거나, 다 읽혀버린 내가 보낸 카톡을 또 읽는 것 뿐.
물론 처음엔 전화도 해봤지만 , 들려오는 말은 고객님께선 전화를 못 받는다는 말 밖에.
너는 다정하고 착해서 , 내가 너 때문에 그런 자리에서 다치는게 싫었을지도 몰라.
그래 그렇게 포장하고 합리화 해야지만 , 내가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던 비오는 어느 날 , 자꾸 생각이 나서 처음 만났던 정류장에서 기웃 기웃 거리고 있었는데 억울하게도 빗길에 과속운전하던 자동차가 미끌려 날 쳤다.
너무 아파서 펑펑 울었다. 그래, 사실 몸이 미친듯이 심하게 다친건 아닌데 , 뭔가 참고있던게 팍 하고 터진 기분이였지.
병원에서 치료를 끝내고 나오려는 로비 앞에서, 나는 너의 이름으로 온 카톡을 받았다.
2주쯤 지났을까. 그 짧은 시간동안도 어찌나 길게 느껴지던지. 카톡에 니 이름이 뜬 걸 보고 나는 세상을 날 것 같았는데.
[그만하자]
[뭘? 뭘 그만하자는건데.]
[우리 이렇게 연락하는거]
왜냐고 묻고싶었지만 , 그러려니. 이젠 그를 놔줘야지 싶었다.
[뭐든 , 니가 그러자면.]
몸도 마음도 저릿저릿. 이럴줄 알았으면 너한테 너무 빠져들지 말걸. 하면서도 너무 지쳐서, 그래 나도 이제 그만할래.
집으로 오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팬페이지고 뭐고 다 탈퇴해버려야지. 내주위에 너에관한건 다 지워버려야지. 팔찌도. 팔찌도.
차마 팔찌를 뺄 수가 없어 인터넷 먼저 들어갔는데, 이건 무슨 같지도 않은 일인지.
게시판이 난리가나있었다. 그것도 니 얘기로만.
[종대 진짜 아프대? 어디 맞은거 아님? ㅜㅜ]
[종대야 ㅠㅠㅠㅠㅠㅠㅠ왜 ㅜㅜ 누가그랬어우리종대 아 진짜 화난다]
[??지금 김종대 왜 이렇게 난리임? 누가 말 좀 해줘]
[종대 그거 사실이야? 헐... 어떡해 ㅜㅜ]
무슨 루머라도 돌았나 싶어 아무거나 하나 클릭하니 ,니가 어떤 이유에선진 알 수 없지만 회사에서 아주 제대로 혼이났단다.
근데 나도 바보같지. 그 말에 또 바로 속상해진다. 설마 나 때문일까 잠시 생각도 들었지만, 그랬다면 이제와서 이슈가 됫을리가.
뭐였든 아니든, 괜찮냐고 힘내라고 연락 하고 싶은데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날 밤에 너에게서 나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바보야."
근데 기막히게도 너는 나보다 훨씬 힘없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또 , 니 목소리는 분명 울고있었다.
오늘 미친듯이 슬픈건 난데, 너는 훨씬 더 억울한 목소리였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이번편 왠지 좌절의 끝같네요. 원래 비온다음날 무지개가 뜬댔어요 독자분들 :-)
쪼꼼 내용이 평소보다 짧은듯 하지만 슬픈데 질질 끄는건 더 안습이지 않나요 ㅜ_ㅜ.. 다음편엔 무지개를, 기다려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