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자리에서 손 하나 움직이지 못했냐고 묻는다면, 나도 잘 모르겠다.
그저 쏟아내는 너의 말들에 멍하니 넋이 나간듯 듣고만 있었다.
뒤 돌아선 너는 이미 많이 지쳐보였다.
너를 이렇게 보낸다면 우리 사이는 더 벌어질것을 예상하면서도 바보같이 앉아 있었다.
내가 원한건 이게 아닌데,
우리사이가 이렇게 틀어진것은 분명 김종인 때문일것이다.
왜 유독 김종인에게만 이리도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모르겠지만, 남자의 감이라고나 할까.
몇주 전, ㅇㅇ이와 어떤 남자가 이야기를 하고있는것을 발견했다.
유치하지만 그때 그 남자에게 ' 내가 너의 남자친구다, 그러니 꺼지라 ' 는 것을 각인 시켜주고자 니가 이야기 하고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 자기야 "
" 응? 세훈아! "
나를 보자 아이같은 미소를 짓는 너를 보자 조금 안심이 되는것 같았다.
" 자기야, 누구야? "
" 어..? 아, 얜 내친구 종인이야. 인사해. "
평소 오글거린다며 불러달래도 싫다고 안해줬던 '자기야' 라는 호칭에 너는 잠시 당황한듯 싶다가도 기분이 좋은듯 친구라며 김종인을 소개해왔다.
" 안녕. 난 ㅇㅇㅇ 15년 친구 김종인. "
" 어. 안녕. 난 ㅇㅇㅇ 남자친구 오세훈. "
김종인은 굳이 자기소개를 하는데 ㅇㅇㅇ의 15년 친구라는 것을 강조했다.
지금 나보다 ㅇㅇ이를 더 오래알아왔다고 주름잡는건가.
그때 난 알수 있었다. 김종인은 ㅇㅇㅇ을 좋아하고 있다.
김종인과 나만 느낄수 있는, 그런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그 공기를 흐트러 뜨리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종인아 우리 세훈이 잘생겼지?"
김종인은 나를 스윽 한번 쳐다보더니 '어. 잘생겼네.' 라고 하고는 너에게 '다음에 보자' 며 먼저 걸음을 떼었다.
다음이라니. 싫었다. 김종인과 ㅇㅇㅇ이 다시 만나게 되는게 싫었다.
" 쟤랑 만나지마. "
" 응? 왜? 종인이는 나랑 아주 어렸을때 부터 친구사이야. "
" 그래도. 만나지마. "
너는 내말에 뾰로통 해진듯 입술을 삐죽거렸다. 그러다 곧 웃음기 있는 목소리로
" 세훈아 너 혹시 질투해? "
" 뭐? 아니야. 내가 질투를 왜 해. "
" 에이- 맞는것 같은데? 기분좋다 세훈아. "
라며 팔짱을 껴오는 너를 보며 그 모습에 무장해제, 완전히 풀려버린 나는 '뭐가 기분이 좋아' 하곤 네 볼을 주욱 잡아당겼다.
" 으아 아프아 세흐나 "
" 만날거야 안 만날거야 "
" 아라써 아라써 안망나 "
그제서야 너의 볼을 놓아주었고 너는 볼을 감싸쥔채 '만날거야! 오세훈 이 질투쟁이!' 라고 하며 저 앞으로 뛰어갔다.
하여튼 참 애같다 ㅇㅇㅇ은.
그 날 이후 우연히 김종인을 만난적이 있었다.
"안녕 오세훈."
".."
김종인과의 재회가 달갑지 않던 나는 삐딱하게 김종인을 쳐다보았다.
내 태도에 피식 웃은 김종인은 아무말없이 그냥 그대로 지나갔다.
하지만 김종인의 표정에서 나는 느낄수 있었다.
나를 쳐다보던 김종인의 눈에서는 '넌 안돼' 라는 비웃음이 서려있었다는 것을.
신경을 너무 쓴 탓인지, 그 이후로도 김종인과 마주하게되는 날들이 잦아졌다고 느꼈다.
또한 김종인은 친구라는 핑계로 계속 ㅇㅇ이에게 연락을 했다.
그럴때 마다 나의 불안감은 나날이 커져갔다.
만나지 말라고, 연락하지 말라고. 너를 빼았길것만 같아 너에게 김종인과 만나지말라고 화를 내는 일이 늘어났다.
너는 그럴때 마다 '또 그소리냐며 종인인 정말 친구다' 라고 했다.
니가 아무리 친구면 뭐해, 김종인이 너를 바라보는 눈빛은 친구가 아닌걸.
반복되는 상황과 서로에게 지쳐갈때즈음, 우리 사이는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되풀이 되는 말다툼에 지쳐, 나는 이제 너를 볼때면 김종인과 마주하는것 같은 느낌에 어느 순간부터 너를 밀어내고 있었다.
너는 우리의 관계를 회복해 보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그럴수록 나는 점점 네게서 멀어져갔다. 한 발짝 한 발짝씩.
그 걸음이 모이고 모여 지금 너와 나의 거리는 팽팽한 고무줄 같아졌다. 누가 그 줄을 먼저 놓느냐에 상관없이 서로에게 아픔이 되겠지.
그렇다고 니가 싫은건 아니다. 여전히 너를 사랑하지만 우리 사이에서 김종인의 흔적이 나오려고 할때면 니가 미워졌다. 머리속으로 너는 김종인이 아니라고 매번 되뇌었다.
내가 왜 불안해 해야하는건지. 너를 알지못한 14년에대한, 김종인을 향한 열등감인가.
나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 이 상황속에서 자꾸 너에게 엇나가는 말과 행동만 했다.
니가 좋지만, 니가 미운. 딱 그정도의 상태.
너는 내가 갑자기 변했다고 생각하고 속상해 한다.
참고 참다 결국 터트려낸 너는 나를 뒤 돌아섰다.
나는 그저 너를 사랑했을 뿐인데, 왜 지금 우리 사이엔 애증과 같은 감정밖엔 남아있지 않은걸까.
이렇게 끝낼 수는 없는데……
우리가 다시 돌아갈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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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훈이에게 다른 여자가 생겨서도 아니고!
세훈이가 여주에게 질려서도 아니고!
그저 종인이에 대한 불안감이 만들어낸 세훈이 마음속의 벽이 세훈이의 의욕도 모두 시들하게 만들어서 일어난 권태기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뺏기기 싫은데, 빼앗길것 같은 세훈이의 불안감이랄까요‥ㅋㅋ
불안해 하던 세훈이는 그 불안감을 스스로 이겨낼 방법을 몰라 오히려 여주에게 싫증난듯 표현도 안하는걸로 보시면 되요.
서로의 진심을 모르는 두 사람은 오해만 쌓여 자꾸 멀어져 가는 거죠.
권태기가 꼭 다른여자나 여자친구에게 질려서 오는게 아닐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