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부남을 사랑한다. ep.2 . . . . . . 골프장에서 연락처를 급하게 받고 차로 좀 가면 있는 고급 레스토랑 앞에서 만나 식사하기로 했다. 또 눈치만 보이는 고급레스토랑이다... 난 남편 지인들과 식사하기만 하면 바로 체하기 쉽다. 이 자리가 부담되서 그런가. 하지만 남편과 함께한 자리는 절대 빠질 수 없다. 근처에 다 왔을 때쯤 그 부부도 거의 다 왔다는 연락이 왔다. 레스토랑으로 4명 다같이 들어갔고, 자리를 잡고 앉으려고 할 때 언제나 그랬듯 남편은 예의있는 척 의자빼기를 시전했다. 불편하기만 한데 어쩔 수 없다. 말할 수 없다. 난 그의 꼭두각시일 뿐이니깐.... 그 때, 어디선가 뚫어져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김태평씨였다. 나와 눈이 마주치고는 바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두었다. 메뉴판을 받고선 나는 여느때와 같이 지훈씨한테 "지훈씨, 점심이니까 가볍게 생선 요리 어때요..?"라고 애써 먼저 말을 걸었다. 그러더니 지훈씨가 "점심이니깐 든든하게 고기먹자~ 스테이크 괜찮죠?"라며 내 의견은 가뿐히 무시당했다. 씁씁하게 주문을 하고 있던 중 갑자기 김태평씨가 끼어들더니 "전 생선구이요. 고기가 안땡겨서..."라고 말했다. 이렇게 주문을 마치고 질문타임이 돌아왔다.
"민경씨는 혹시 나이가 어떻게 돼요??" 라는 지민씨의 질문에 나는 23살이라고 대답했다. 대답하고 주위를 살피는데 둘 다 놀라는 눈치였다. 어려도 너무 어리니깐... 나도 아는 사실이다. 오버하자면 거의 조선시대 때쯤의 이야기라는 것.... "둘이 어떻게 만난 사이에요?" 역시나 지민씨가 질문을 던졌고, 이에 지훈씨는
"저희는 맞선으로 만났는데 제가 민경이보고 한 눈에 반해서 3개월 연애하고 바로 제가 프로포즈했습니다-" 또 나왔다... 저 가식적인 웃음.... 집에선 절대 볼 수 없는 저 웃음......하 참,,, 어이가 없다. "그럼 두 분은 어떻게 만났는지?"
"저희도 맞선이요. 만남이라는 게 다 그렇죠." 나는 너무 뻘쭘해서 음식이 나오기만을 기다렸고, 드디어 음식이 나왔다. 종업원이 음식을 차례로 테이블에 놓던 중, 김태평씨가 내 앞에 놓인 스테이크 접시를 자기 걸로 바꿔갔다. "정작 보니까 스테이크가 더 맛있어 보이네요. 바꿔가도 되죠?" 내가 말할 틈도 없이 이미 가져가서 썰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혹시 아까 씹힌 것 때문에 신경쓰고 있었나....?라는 생각을 0.1%로 했다. 식사가 시작되었고, 그 중 대화는 자기들 비즈니스 일 이야기였다. 난 결혼을 너무 일찍한 탓에 대학교도 졸업 못하고 남편때문에 친구들과 연락도 다 끊긴 상태라 내가 믿는 사람이라고는 돈에 미쳐서 나를 16살 차이나는 아저씨랑 결혼 시킨 엄마 뿐이었다. 그러니 난 그들의 얘기에 낄 수 조차 없이 눈치를 보며 밥을 꾸역꾸역 먹었다. 그때, 갑자기 얹혔는지 토할 것 같았다. 난 애써 웃으면서 지훈씨한테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라고 말하고 게워내려고 했다. 근데, 뛰다가 너무 어지러워서 남자 화장실 앞에서 주저 앉고 말았다. 마침, 김태평씨가 화장실에서 나왔다. 이건 운명인가. 김태평씨는 날 보고 놀라고는
"괜찮아요? 어디 아픈거에요? 잠깐만요. 지훈이 불러줄게요."라고 걱정해줬다. 진심으로 누군가가 나를 걱정을 해준다는 게 얼마만인지 기억도 안난다. 근데 자..잠.시만..! "지훈씨 불러주지마요.... 부탁이에요.... 걱정끼치기 싫어서 그래요. 혹시 소화제 좀 사다주실 수 있을까요?" 지훈씨에게 말했다간 몸관리 하나도 못하냐고 집에서 또 때릴지도 모른다. "알겠어요. 잠깐만 기다려요." 그가 떠난 뒤, 설마 말하진 않겠지... 말하진 않겠지....두려움 속에서 떨고있을 때 그가 다급하게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의 손에는 소화제와 음료수가 들려있었고 빨리 마시라며 내게 건네주었다. "감사해요.. 덕분에 좀 나아졌어요" "아니에요. 그보다 아까보다 괜찮아보여서 다행이네요.." 식은 땀으로 인해 엉망인 머리를 묶으려고 팔을 걷었더니 지훈씨에게 맞은 흉터가 고스란히 보였고, 난 감추는데 급했다. 본 건 아니겠지.....설마 봤겠어....? 갑자기 그가 정색하더니
"여기 왜이래요?" "아 저번에 자전거 타다가 넘어져서...." 급하게 대답하고 몇 초의 정적이 흐르더니 "집에서 지훈이가 때려요...?"라고 그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난 말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이 자식 사람새끼 아니네.. 여자를 때려..?" "전 괜찮으니깐.... 제발 부탁인데....비밀로 해주실 수 있어요? 지훈씨 알게되면 큰일나요..." "하....그러면서 집 밖에선 사랑꾼인 척 하는거에요?" "두 분 우정 깨고 싶지 않아서 그래요... 제발요..." 갑자기 눈물이 났다... 왜일까. 그동안의 서러움이 단 한 사람의 걱정으로 이렇게 무력화된다고....? "어차피 그 새끼랑 별로 친하지도 않았어요. 이 바닥에선 비즈니스 관계일 뿐이니깐." "굳이 저한테까지 설명 안해주셔도 돼요. 이제 볼 사이도 아닌데...." "아까부터 나만 느끼는 건가....?" "잠깐의 감정으로 흔들리지 마세요... 전 아니에요... 이 결혼도... 우리 가족도....모두 지켜야만 한다고요.."
"지겨워요... 일도... 집안도... 이 결혼도.... 내려놓고 도망가고 싶어요.... 민경씨, 나랑 같이 도망갈래요...?" . . . . . . . . . . . . . . 과연 당신의 선택은....?! 주지훈씨, 김태평씨, 한지민씨 모두 사랑합니다...>〈 이렇게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언제나 환영입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