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ㄴ,누구세요?! "
" 어, 너 내가 보여? "
" ... 네? "
" 잘 찾아왔구나. "
21
끝 없는 계단이였다.
고개를 들고 싶지 않았다 끝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때 타버린 흰색 벨크로 운동화가 익숙했다.
그렇게 한 참을 올라가자 계단에 가려져 보이던 그림자 대신 뿌연 빛이 흘렀다.
바람에 밀린 머리카락이 얼굴을 간지럽혔고
동시에 벤치에 앉아있는 외로움의 뒷 모습이 보였다.
22
처음 만난 꿈의 모습이 아니였다.
끊겨버린 꿈을 다시 이은 듯이 자연스럽게, 익숙하게 흘러갔다.
" 일어났으면 눈 좀 떠 "
깨고 난 후에도 눈을 뜨지 않고 흐려져가는 기억을 더듬으며 꿈을 쫓았다.
웬 김한빈의 목소리가 들린다.
" 안 뜰거야? "
김한빈이 내 옆에 누워 내 머리를 만지고있다.
" .. 뭐하는거야? "
" 너 구경 중. "
머리를 만지던 손을 내려놓고 완전히 침대에 누운 채 날 바라본다.
그런 널 보고있자니 머리가 아려왔다.
어제의 일이 떠올랐다.
" 어제 일은 말이야.."
김한빈 눈 안의 탁한 것이 나를 향해 있다.
" 너가 오랜만에, 오랜만에 나온 것 같아서 ... "
더듬으며 말을 뱉는 나와는 다르게 너는 한치의 미동도 없었다.
다시 어제의 일이 떠오른다.
가로등만을 의지하며 버텼던 어두움과
그 곳에 혼자라는 외로움과
내 손목에 닿았던 소름끼치는 감각이 떠오른다.
그 상황이 머릿속에서 다시한번 느껴질 때 쯤 어제와 같은 타이밍에 내 주변은 어두워졌고
나는 네게 안겼다.
" 괜찮아, 다 괜찮아. "
김한빈은 완전하지 않다.
" 네가 미안해할건 하나도 없어. 그러니깐 "
하지만 그런 네게 완전한 사실은
" 조금만 이러고있자. "
결코 평범하지 못 하다.
23
" 요즘들어 비슷한 꿈을 꾸고있어 "
그렇게 서로 안고있다가 다시 한 번 잠이 들었다가,
눈을 떴음에도 그 자리에 누워 얘기를 나눴다.
" 무슨 꿈인데? "
" 음, 좀 특이해. 꿈 같지가 않아 "
" 저번처럼 벌레되는 꿈 같은건 아닌가보네. "
" 응 진짜 같아. "
나는 왜 계단에 올라갔을까
벤치에 앉아있던 사람은 누구였을까
머리 속으로 흐릿한 꿈들을 천천히 되짚었다.
그런 내 머릿속을 보고싶은 듯 김한빈이 뚫어져라 나를 쳐다보더니 표정이 굳었다.
" 그 꿈, 이제 다시 꾸지 마 "
" 어? 왜?
" 꾸지 말라면 꾸지 마. "
" 넌 그게 마음대로 되냐? "
김한빈은 가끔 어처구니 없는 말을 하고는 한다.
" 네가 마음대로 할 수 있어. "
오늘은 역대급인 것 같다.
24
그 일이 있고난 후로 김한빈은 어딜 가던, 어디에 있던 나와 함께하려고 한다.
" 학교잖아 학교, 아무 일 없을거라니깐? "
" 아무 일도 없을거라며 왜 내가 가면 안되는건데? "
" 아아, 그냥 집에 있어라 얼른 다녀올게 "
" 됬거든. 내가 뭐 내 모습을 보여준댔어 아님 사고를 친댔어, 조용히 옆에만 있을게. 응? "
나한테서는 한 마디도 지지를 않는다.
내가 졌다, 그래.
" ..언제 또 옷을 갈아입었어? "
" 옆집에서, 훔쳐왔어. "
미,친 김한빈.. 한 시도 조용할 날이 없다.
25
" 어차피 나한테만 보이는데 왜 옷을 갈아입었어 "
" 왜냐하면, "
1층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중간에 멈춰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엘레베이터에 탔다.
3초안에 빠르게 계산을 했다, 여기서 김한빈의 말에 대꾸를 한다면 날 혼잣말하는 이상한 여자로 볼테고.. 하지만 대꾸를 안 해준다면 김한빈은 삐질테니까.. 아예 말을 못 하게 하자!
나름 진지한 생각이였다. 대 가족인가, 사람이 엄청 많다.
입구 쪽을 등지며 서있던 김한빈을 두 팔로 가두듯이 딱 붙어섰다.
" ..뭐, 뭐하는거야? "
가까워진 탓에 김한빈도 적지 않게 당황한 듯 했다.
그래도 지금은 조용히 있어, 가만히 있어.
김한빈의 눈을 보며 내 생각을 전했다. 내 뜻을 이해하고는 기가찬듯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가까이 있는데도 숨결은 느껴지지 않았다.
함께 엘레베이터에 탄 가족들이 하나같이 나를 힐끔 하고 쳐다본다.
원래 엘레베이터가 이렇게 느렸나.
1층에 도착하고 6층의 대가족을 먼저 보내고서야 천천히 김한빈으로 부터 걸음을 떼었다.
" 나 심장 떨려서 죽을 뻔 했어 "
" ..너 이미 죽었어 "
아 맞다, 손을 들어 제 뒷 머리를 긁적인다.
듬직한 면이 있으면서도 가끔은 철 없는 학생같다.
" 그래서 내가 왜 옷을 갈아입었냐면, "
" 학교 가는 동안 말 걸면 죽는다 너. "
이미 죽었지만.. 또 죽일거야.
26
아직 열 두시도 채 되지 않았고 오후에 수업이 있는 나는 할 만한 것이 없었다.
입 하나 뻥끗하지 못하고 조용히 따라오고 있는 김한빈의 얼굴은,
" 너가 무슨 붕어냐? "
입술을 쭉 내밀고 어깨는 축 처진 채 나 기분 나빠요, 라고 말 하듯이 힘없이 걸어왔다.
" 뭐, 말 하지 말라며 "
" ... 어휴 "
시간도 시간인 터라 배도 많이 고파왔다.
학교가는 길에 친구들과 자주 들렸던 분식집으로 발걸음이 향했다.
김한빈과 얘기를 나눌 수 있도록 가장 구석으로 자리를 잡았다.
" 나 여기 자주 왔었어 "
" 어쩌라고. "
삐딱하게 앉아 쏘아보는 모습을 보아 아직도 화가 안 풀린 듯 했다.
" 아직도 삐졌냐? 어쩔 수 없었잖아 "
" 몰라 "
몸만 컸지, 사실은 초등학생 같다.
" 뭐 먹을거야? "
" 떡볶이 일인분만 주세요 "
" 그것만 가지고 되겠어? "
" ..네? "
김한빈이 그제서야 표정을 풀고 풉, 하고 웃었다.
지금 양 쪽에서 날 가지고 ...
" 아녀, 조금만 기다리고 있으라잉. "
일 인분으로 배가 차냐, 이런 뜻인걸까?
이유 없이 져버린 기분에 짜증이 났다.
.. 날 보고 웃는 김한빈 때문에 두 배는 더.
" 넌 이게 웃겨? "
" 어 완전, "
더 얄미우라는듯이 소리를 내며 웃는다.
" 내가 너랑 같이 저승가고만다. "
" 가서는 눈치 보지말고 이인분 시켜 먹어 "
" ..너 진짜 죽을래? "
" 이미 죽었는데 뭘, "
김한빈의 모습에 숟가락을 들고 때리는 시늉을 하며 한 참을 투닥였다.
" 자 자, 싸우지들 말고 천천히 먹고 가 "
" ..네? "
" 둘인데 하나만 시키길래 내가 일부러 계란도 두 개 넣었어, 맛있게 먹어~ "
" 감사합니다. "
김한빈이 벙쩌있는 나를 대신하여 대답 했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야
" .. 야 "
" 그러게 처음부터 말 좀 들어주지 "
" ... "
" 나 아까부터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었어 "
지금 내가 잘 못 들은건가?
나왔을 때 부터 다른 사람한테도 보였다면 엘레베이터에서는 물론이고 길 거리에서도..
" 그래서 날 그렇게 보던거였어?! "
6층 대가족이 왜 그렇게 나를 봤는지 이제야 조금씩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김한빈에게 말 걸지 말라며 혼자인 척 하던 , 김한빈과 엘레베이터 안에서 지나칠정도로 가깝게 붙어 있던 나의 모습이 생각났다.
" 야 너 얼굴 이거랑 색이 똑같아. "
김을 내뿜으며 토실한 두 개의 달걀이 올려져있는 떡볶이를 가르키며 말을 한다.
.. 집에 가고싶다.
제가 많이 늦었죠ㅠㅠㅠ 뿌엥ㅠㅠㅠㅠ
그런 기념으로 하나를 더 써왔습니다!
네! 머리 박고 엎드릴게요!
독방에서도 이 글이 언급되기도 하고 제가 받기에는 너무 과분한 탸댱을 받고있습니다.. 기부니조아여..
개학하기 전 까지 끝을 봐야겠죠..?
소재준 콘 계타라!!!!!!
+) 제가 글을 너무 부족하게 써서 ㅠㅠㅠ 괜한 혼동을 드린것같아요.. 한빈이는 다른 사람한테 보여지고 싶으면 보여지는 거고 싫으면 아닌거에요!! 조절할 수 있습니다!!!! 죄송해요!!!!!!!!!! 한비니는살아날쑤이쓸거신가@@@!@!
♡내 타댱덜♡
도리♡ 뉴미♡ 뿡빵♡ 참기름♡ 달빈♡ 기묭♡ 행핑♡ 이스트팩♡